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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
이동진.김중혁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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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빨간책방, 줄여 말해 빨책이라 부르는 팟캐스트의 오랜 애청자임을 고백해야겠다. 책만큼은 아니지만 영화 역시 좋아라해서, 전부터 영화를 이야기하는 영화평론가 동진님을 알고 있었는데 책에 대해서도 이렇게 깊이 있는 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인 동시에 장서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책에 대해서도 이렇게 흥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실 줄 몰랐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2000년대 가장 재미있는 한국 장편소설이라는 주제 아래 천명관의 <고래>와 정유정의 <7년의 밤>에 대해 이야기하던 첫방송을 숨죽여 듣던 그때를 기억한다. <고래>를 미리 읽지 못하고 방송을 듣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이미 잊은지 오래였고, 재밌게 읽은 <7년의 밤>에 대해 반가워했던 것도 잠시, 그저 책에 관한 방송을 접한다는 생각에 두근두근했다. 그 당시엔 스폐셜 게스트라 소개되었던 흑임자 중혁님은 어느덧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고, 비문학을 함께 이야기하는 신임자 다혜님까지, 100회를 넘게 챙겨 들어오면서 빨책에 대한 추억이 많이 쌓였다.

 

출퇴근길에 듣다가 두 분의 개그에 (나는 두 분의 개그코드가 상당히 잘 맞는 청취자 중 한 명이다) 빵 터져서 스마트폰에 집중하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본 적이 있고, ‘내가 산 책코너는 아껴뒀다가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면서 듣기도 했으며, 두 분을 믿고 덜컥 산 책도 여러 권 있다. 이 책에 실린 일곱 작품 중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대표적이다. 두 분의 빨책이 아니었다면 선뜻 선택하지 못했을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책장을 덮고 싶을 때마다 두 임자님들이 있으니까, 하고 열심히 읽었던 적이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나의 내공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방송을 들으니 작품이 다시 읽혔다. 1부에선 결말을 함구하며 떡밥을 날릴 때 함께 웃었고, 2부에선 예고했던대로 결말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를, 완독한 자만이 누리는 당당함을 즐기며 집중해서 들었다. 방송을 챙겨 들은 사람들이 극찬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방송 덕분에 즐겁게 책을 복기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작품에 대해서 없던 애정도 만들어주던 이다지도 든든한 믿는 구석빨책. 방송을 들으며 아아, 저 멘트는 메모해두고 다시 읽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방송을 책으로 묶어 출간해주니 나로서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두 분의 깨알 같았던 멘트가 생략된 건 아쉽지만 그건 방송을 다시 들으면 되는 일이니까.

 

이 책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은 두 임자님이 다룬 소설 중 일곱 권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다. 숭고하고 윤리적인 속죄 속죄우연과 운명, 권태와 허무, 그 가볍지 않은 무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마지막, 당신이 만나게 되는 진실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소년의 어떤 꿈에 대하여 호밀밭의 파수꾼신기한 이야기에 숨겨진 카오스와 코스모스 파이 이야기이렇게 강하고 자유로운 남자를 그리스인 조르바그가 또다른 세계에서 만난 것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이렇게 일곱 권의 책들. 한 줄의 책 소개도 어쩜 이리 맛깔나는지.

 

영화야 직업이라지만 책은 대체 얼마나 부지런히 읽기에 내공이 저리도 깊은가 싶은 뇌가 섹시한 남자동진님, 소설 곳곳에서 알아봤고 산문집에서 제대로 반해버린 김중혁 유머를 방송에서도 어김없이 구사해서 웃음을 선사해주시는 흑임자중혁님. 이 책이 내게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라는 사실에 있다. 맞다. 거의 완전하게 비슷한 마음이라서 이동진 선배의 글에서 복사해서 갖다 붙인 것이라는 중혁님의 글을 따라 써봤다.

 

글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다시 고백해야겠다. 내가 빨책덕분에 혼자서는 벅차서 내려놓았던 작품을 다시 붙잡아 애정을 기울이고, 중혁님 말마따나 책을 더욱 즐겁게 읽고 더 꼼꼼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문학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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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2-1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님 매력적이죠...?
`함께 아파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2000년)
`이동진의 시네마레터`(1999)
지금은 절판된 책인데요... 혹시 읽어보셨어요?
제가 사랑하는 책이예요....

해밀 2015-02-19 23:02   좋아요 0 | URL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2000년대 이후에 나온 책들만 읽어봐서,
메모해뒀다가 도서관에 가게 되면 찾아 대출해와야겠네요*_*!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떠나는 이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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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떠나는 이유를 묻는다면, 첫째로 일탈이고 둘째로 기차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내게 있어 여행이 그랬다. 저 멀리 해외가 아닌 국내로 떠나는 여행이지만 매일 같은 일상을 벗어난다는 그 사실은 충분히 일탈이 되었다. 여름엔 다른 지역의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고, 겨울 바다의 수평선을 한 없이 바라보고, 한적한 관광지를 여유 있게 거니는 일은 지금까지 열심히 버텨온 것에 대한 보상이었고, 일상을 다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이었다. 그리고 기차. 기차 안에서 나는 챙겨간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때때로 글을 쓰는 그 시간을 참 좋아한다. 책을 읽거나 손으로 글을 쓰는 데 부담 없는 흔들림과 적당한 소음,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질리지 않는 차창 밖 풍경 등 기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많지만, 사실 기차는 그저 좋다. 때로는 기차를 타고 싶어서 떠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저마다 떠나는 이유가 있고 어떤 이유가 옳고 그르다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 책 떠나는 이유를 읽고 내게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

 

떠나는 이유는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님의 새로운 책이다. 이전의 책 밤의 인문학이 병맥주 한 병을 손에 쥐고 마시면서 인문학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인문학 이야기를 듣던 중 여행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려달라고 다음 날 다시 모여 앉아서 이번에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여행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그의 여행기는 그의 블로그 여행 카테고리에서 몇 백 편으로 만날 수 있지만, 밤의 인문학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재밌게 읽었던 나로서는 책과 밥장님의 조합을 지나칠 수 없었다.

 

10여 년간 이어져온 여행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출발. 여행을 떠나며라는 챕터에서 그는 루이 페르디낭 셀린느와 닐 도널드 월시의 말을 빌려서 이렇게 밝힌다. 무미건조하게 산다는 것은 감방 속의 삶이며, 진짜 인생은 우리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는 것이라고. 길 위에서 이런 교훈을 마주하기까지 여행에서 찾은 행운, 기념품, 공항+비행, 자연, 사람, 음식, 방송, 나눔, 기록이라는 아홉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행도 인생도 진짜 내 것으로 만드는 밥장 식 여행의 한수를 공개한 책인데, 나는 그 중 기록이라는 키워드 앞에서 두근두근했다. 이 챕터에서 나는 꼼꼼하게 기록을 남긴 작가 반 고흐를 다시 만났는데, 흔한 카페나 식당, 여인숙이 고흐 덕분에 고흐보다 더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는 단연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고흐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예상해서 작품과 기록을 남긴 건 아니었을 거라고, 어쨌든 자신 또한 고흐를 본받아자주 가는 카페 감싸롱과 신촌 파스타, 함박식당에다 그림 그리고 블로그에 사진도 올리고 몰스킨에다 이야기를 남긴다고, 자신과 자신의 기록 덕분에 감싸롱이 100년 뒤에도 여전히 홍대 골목에서 패티 굽는 냄새를 풍길지도 모른다는 밥장님의 글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이쯤에서, 내게 생겼다던 새로운 이유에 대해 써야겠다. 내가 밥장님을 알게 된 이유와 연관되어 있는데, 바로 몰스킨이다. 뭐든 기록하기 좋아하는 내게 몰스킨을 구입해서 기록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지인에게서 들은 바 있는데, 그땐 그 돈으로 책을 한 권 더 사 읽겠다며 받아쳤지만 지인의 말이 맞았다. 하루 이틀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부는 아니어도 한 카테고리쯤은 몰스킨에 기록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손때가 잔뜩 묻은 똑같은 몰스킨이 열네댓 권 쌓여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보고 몰스킨을 쓰게 되었다는 밥장님. 나는 그런 밥장님의 기록을 보고 몰스킨을 써야겠다 마음 먹고, 어쩌면 내가 몰스킨을 쓰는 것을 보며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도 몰스킨을 따라 쓸지도 모른다. 내 몰스킨에 담기는 기록은 밥장님처럼 한 장 한 장이 알찬 기록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제니 시인은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들판이 아니라 들판에 대한 상상이라고 하였습니다. (p.336)

 

이 책을 읽게 하는 것은 단순히 밥장님의 새로운 책이어서가 아니라 이 책의 온전한 매력에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던 여행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 곳곳에서 마주치는 인용된 책 속 구절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음악을 찾아 듣는 재미, 아기자기 혹은 느낌 있는 일러스트가 알차게 담겨있는 책.

 

인생은 당신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 - 닐 도널드 월시

 

책 곳곳에 꽂혀있었던 책갈피를 꺼내며 생각한다. 나의 다음 여행은 어떤 인생이 될까 하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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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텔러라는 판타지 소설과 싫어!라는 인성동화를 읽고 난 뒤

다시 시집을 집어드니 기분이 묘하다. 시집 제목처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같았다.

3부까지 잘 읽다가 4부는 마지막 시 부터 거꾸로 읽어 완독했고,

내게는 크게 세 편이 남았다. 대장간에서의 대화, 등장인물들, 잉여의 시간.

이렇게 세 편. 그 중 고민 끝에 고른 대장간에서의 대화를 남겨본다.

 

*


대장간에서의 대화


 1
망치와 모루가 만나는 것은 등을 돌릴 때뿐이군요.
그것도 궁합이라면 궁합이지요.


 2
화덕에서 달군 쇠를 메질하고
담금질하고 메질하고 담금질하고 메질하고
그렇게 다듬어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3
수많은 철의 자식들이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이 뜨거운 아궁이 속에서.
망치와 모루 사이에서.


 4
모루의 둥근 뿔은 어디에 쓰지요?
그건 주로 굽은 쇠를 두드릴 때 사용합니다.


 5
칼과 낫은 여섯 번,
쇠스랑은 아홉 번 담금질을 합니다.
날을 가진 것들은 대체로
불과 물, 천국과 지옥 사이를 오가며 만들어지지요.


 6
강철 속에 불의 심장을 가두기 위해서는
물이, 차가운 물이 필요해요.


 7
땀을 많이 흘리시는군요.
신도 대장간에서는 땀을 흘립니다.

 

 

*

2번의 여운 덕분에 이 시를 골랐다. 2번과 같은 맥락으로,

동진님의 글 중에 좋아라하는 글이 있어 덧붙여본다.

어떤 일을 해내는데 세월이 필요하다면,

그건 그 시간이 곧 그 일의 핵심이기 때문이지요. (밤은 책이다 p.24)

글로 읽을 땐 이런 느낌이고, 내가 현장에서 들었을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 그렇다'였는데, 그 어떤 표현이건 좋다. 위 시의 2번처럼, 그렇게 다듬어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 분명 있으니까. 

 

 

 

나희덕.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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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텔러 1 - 스프링 문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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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레 판타지 소설을 이래서 읽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 같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 있어서 나는 전자였다.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책등과 표지를 무수히 봤지만 한 번도 읽어본 적은 없었다. 영화 역시 흥미가 없어서 초등학생 시절에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에서 기사님이 해리포터를 틀어주지 않았다면 해리포터는 그저 들어본 이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해리포터라는 작품이 가지는 매력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판타지라는 장르의 문제였다. 고등학생 때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스무 살을 넘겨서는 헝거 게임을 재밌게 읽으면서 중요한 건 판타지가 아니라 소재임을 깨달았다. 판타지라는 큰 틀에 소재라는 작은 틀이 다르면 나도 얼마든지 판타지 소설을 재밌게 읽는 사람임을 알게 된 것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책이었고, 헝거 게임은 생존이었다면 이 책 인디아나 텔러 : 스프링문을 관통하는 건 성장이다. 덕분에 해리포터의 해리를 떠올리곤 했지만, 읽는 내내 생각한 작품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였다. 여주인공 벨라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던 늑대 인간 제이콥. 제이콥을 비롯한 늑대 인간 역시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중요한 소재였기 때문에,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자주 떠올랐던 것이다. 제이콥이 늑대와 인간의 모습을 자유롭게 오가는 늑대 인간이었다면 인디아나 텔러 : 스프링문의 인디아나는 늑대의 피를 물려받긴 했지만 사람의 모습만을 유지하는 늑대의 아들로 나온다. 그래서 인디아나는 순수 혈통의 늑대인간인 루가루 또래에게 자주 공격을 받게 된다. 외형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그들을 이길 수 없는 인디아나가 지적인 능력으로 우세하자 더 공격하고, 그 과정에서 인디아나는 스승 격의 인물을 만나 수련을 받고 성장한다. 늑대로 변신할 수 없다는 핸디캡을 이겨내고 가문을 지키기 위해 싸워나가며 진정한 후계자로 거듭난다는 성장 스토리는 여느 판타지 소설의 설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런 이야기라 할지라도 필력이 좋지 않고는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서 천만 부, 국내에서 백만 부 판매 신화를 이루며 10년 이상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작품 <타라 덩컨>을 쓴 작가의 컴백작다웠다.

 

악셀은 다른 종족의 약점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뱀파이어는 루가루와 마찬가지로 불과 은에 약하고, 물푸레나무나 떡갈나무(전나무는 소용없다) 말뚝에 심장을 박으면 죽일 수 있다. 요정은 마늘 가루와 고춧가루에 약하고, 유령은 소금과 은에, 마법사는 소금과 권총에 약하며, 엘프는 철에 알레르기가 있다. 슈퍼맨이 크립토나이트에 약한 것처럼 종족마다 약점이 있기 마련이었다. (p.56)

 

라는 이야기를 괄호 속 글도 빼먹지 않으며 누구보다 진지하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술술 읽히는 가독성도 가독성이지만, 몰입력 역시 대단한 작품이다. 몰입력의 중심에는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히든카드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인디아나에게 히든카드는 아크로노트. 인디아나 말마따나 덜 학문적이어서 좋다는 말로 표현하자면 시간을 거슬러 가는 존재. 늑대 인간과 여기에 빠질 수 없는 로맨스는 금기와 치명적인 삼각관계로 등장하게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문의 전쟁으로 번져줘야 판타지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인디아나 텔러는 그런 과정을 차곡 차곡 밟아나간다. 단 권으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읽어온 이전의 작품들이 생각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생각이 나면 또 어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면 챙겨 읽는 것이고, 아니라면 얼마든지 다른 책을 집어드면 되는 일이다. 그 기로에 서서, 나는 인디아나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 보련다. 타라 덩컨은 그렇지 못했지만, 늑대 인간과 시간을 거슬러 가는 존재라는 소재는 나에게 맞는 소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재밌게 읽은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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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 사랑 누리과정 유아 인성동화 10
소중애 글.그림, 최혜영 감수 / 소담주니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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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에게는 똘똘이라는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똘똘이는 지금 하늘나라에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책을 펼치자마자 첫 장에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점이 새로웠다.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본문보다 조금 앞서 나오는 점이 과거의 일이라는 걸 느끼게 한다. 작가와 감수자의 소개가 이어지고, 표지가 다시 등장한 뒤에 본문이 시작된다. 아이를 따라가는 강아지 한 마리와 싫다고, 따라오지 말라는 한 아이가 나온다. 싫다는데도 강아지는 계속해서 아이를 따르고 아이는 어디서 난지 모를 막대기를 들어 보이며 다시금 싫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그 모습을 본 어른들은 말한다. 강아지에게 그럼 못쓴다고, 동물을 사랑해야 된다고. 아이가 싫어!’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의 집 강아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왕 울음을 터뜨린 아이는,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강아지 똘똘이를 떠올린다. 아이에겐 새 장난감은 있어도, 새 강아지는 낯선 것이다. 그래서 아이는 울면서 집으로 뛰어가고, 강아지는 깡충깡충 그 뒤를 따른다. 싫다는데도 자꾸만 자꾸만 따라온다며 아이가 울면서 말하자 엄마는 집 잃은 강아지라 말해주고 아이를 꼬옥 안아 준다. 그러고는 주인을 찾아볼테니 그동안 너는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좀 갖다 주라고 말한다. 똘똘이의 밥을 챙겨주는 일이 때때로 아이의 몫이었는지 아이는 자연스럽게 유기견의 밥을 챙긴다. 똘똘이 밥그릇에 줄까요? 하고 먼저 묻기도 한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똘똘이 장난감을 주고 옷도 입혀주며 강아지와 어울린다. 똘똘이에게 딱 맞던 옷을 입혀 놓으니 너무 크고 짧은 모습을 보며 아이는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다. 그렇게 아이는 새로운 강아지에게 마음을 연다. 결국에 아이는 엄마에게 묻는다. 이 아이를 똘똘이라고 불러도 되냐고. 엄마는 아이의 질문에 흔쾌히 대답한다. “그러렴.”

그렇게 아이를 따르던 유기견은 똘똘이가 되었고, 아이에게는 새로운 똘똘이를 만났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글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던 작가가 쓰고 그린 그림책답게, 그림은 조금 서툰 느낌이지만 작가가 의도한 그 느낌이 잘 살아있다. 이를 테면 아이의 표정이 그렇다.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아이가 강아지를 향해 싫어!’하는 건 강아지 자체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우리 집 강아지가 아니어서 싫다, 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미묘하지만 아이의 표정에서 그게 느껴진다. 이 동화에서 인상 깊었던 건, 강아지를 그저 내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그럼 못쓴다고, 동물을 사랑하라고 꾸짖는 어른들이었다. 나 역시 그 상황만 보면 동화 속 어른들처럼 꾸짖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동화를 읽으니 내가 이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아이의 눈에서 상황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먹먹했던 이유는 감독이 때로는 아이의 시선에서 영화를 그려냈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책 뒷표지에 실린 글은 이 책을 감수한 국립한경대학교 아동가족복지학과 최혜영 교수의 글인데, 이 책을 읽어주는 부모님에게 하나의 팁이 될 것 같다. 행복과 같은 긍정적 정서를 이해하는 건 성인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지만, 슬픔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이해하는 데는 아직 서툴기만 하다는 3~4세경 유아의 정서. 서툴기만 한 부정적 정서를 유아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부모는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 동화를 읽어주면서 부모 역시 깨닫는다. 동화 역시 간접경험이기 때문에 모든 부모와 유아에게 동화와 같은 상황이 다가오진 않을지라도 사랑은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고 축복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수는 있다. 이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대신할 순 없겠지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훈훈하게 읽고 책장을 덮어 앞표지를 보니 유아 인성동화 중에서도 이 책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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