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텔러 1 - 스프링 문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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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레 판타지 소설을 이래서 읽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을 것 같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 있어서 나는 전자였다.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책등과 표지를 무수히 봤지만 한 번도 읽어본 적은 없었다. 영화 역시 흥미가 없어서 초등학생 시절에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에서 기사님이 해리포터를 틀어주지 않았다면 해리포터는 그저 들어본 이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건 해리포터라는 작품이 가지는 매력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판타지라는 장르의 문제였다. 고등학생 때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스무 살을 넘겨서는 헝거 게임을 재밌게 읽으면서 중요한 건 판타지가 아니라 소재임을 깨달았다. 판타지라는 큰 틀에 소재라는 작은 틀이 다르면 나도 얼마든지 판타지 소설을 재밌게 읽는 사람임을 알게 된 것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책이었고, 헝거 게임은 생존이었다면 이 책 인디아나 텔러 : 스프링문을 관통하는 건 성장이다. 덕분에 해리포터의 해리를 떠올리곤 했지만, 읽는 내내 생각한 작품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였다. 여주인공 벨라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던 늑대 인간 제이콥. 제이콥을 비롯한 늑대 인간 역시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중요한 소재였기 때문에,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자주 떠올랐던 것이다. 제이콥이 늑대와 인간의 모습을 자유롭게 오가는 늑대 인간이었다면 인디아나 텔러 : 스프링문의 인디아나는 늑대의 피를 물려받긴 했지만 사람의 모습만을 유지하는 늑대의 아들로 나온다. 그래서 인디아나는 순수 혈통의 늑대인간인 루가루 또래에게 자주 공격을 받게 된다. 외형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그들을 이길 수 없는 인디아나가 지적인 능력으로 우세하자 더 공격하고, 그 과정에서 인디아나는 스승 격의 인물을 만나 수련을 받고 성장한다. 늑대로 변신할 수 없다는 핸디캡을 이겨내고 가문을 지키기 위해 싸워나가며 진정한 후계자로 거듭난다는 성장 스토리는 여느 판타지 소설의 설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런 이야기라 할지라도 필력이 좋지 않고는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서 천만 부, 국내에서 백만 부 판매 신화를 이루며 10년 이상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작품 <타라 덩컨>을 쓴 작가의 컴백작다웠다.

 

악셀은 다른 종족의 약점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뱀파이어는 루가루와 마찬가지로 불과 은에 약하고, 물푸레나무나 떡갈나무(전나무는 소용없다) 말뚝에 심장을 박으면 죽일 수 있다. 요정은 마늘 가루와 고춧가루에 약하고, 유령은 소금과 은에, 마법사는 소금과 권총에 약하며, 엘프는 철에 알레르기가 있다. 슈퍼맨이 크립토나이트에 약한 것처럼 종족마다 약점이 있기 마련이었다. (p.56)

 

라는 이야기를 괄호 속 글도 빼먹지 않으며 누구보다 진지하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술술 읽히는 가독성도 가독성이지만, 몰입력 역시 대단한 작품이다. 몰입력의 중심에는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히든카드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인디아나에게 히든카드는 아크로노트. 인디아나 말마따나 덜 학문적이어서 좋다는 말로 표현하자면 시간을 거슬러 가는 존재. 늑대 인간과 여기에 빠질 수 없는 로맨스는 금기와 치명적인 삼각관계로 등장하게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문의 전쟁으로 번져줘야 판타지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인디아나 텔러는 그런 과정을 차곡 차곡 밟아나간다. 단 권으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읽어온 이전의 작품들이 생각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생각이 나면 또 어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면 챙겨 읽는 것이고, 아니라면 얼마든지 다른 책을 집어드면 되는 일이다. 그 기로에 서서, 나는 인디아나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 보련다. 타라 덩컨은 그렇지 못했지만, 늑대 인간과 시간을 거슬러 가는 존재라는 소재는 나에게 맞는 소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재밌게 읽은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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