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취향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갖고 싶어!’라는 마음속 외침이 다른 사람들 귀에 들리는 건 싫었다. 없어 보일까봐서요. 타고난 듯, 좋은 취향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그래서 처음 보는 것을 처음 본다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한때 이마에 ‘허세’라는 글자를 드르르르 오바로크 쳤던 인간입니다.
어느새 40대라, 아주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어야 일상을 감당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에 난 베개 자국이 오후까지 그대로고, 하루만 화장을 지우지 않고 자버리면 그 여파가 일주일은 가는 나이인 것이다. 종이에 베인 상처가 이틀이 지나도록 아물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저기 잠깐만요, 눈물 좀 닦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