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때, 기숙사 우리 방에는 미니컴포넌트를 가지고 온 언니가 있었다. 당시에는 방에 PC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전산전자학부 정도를 제외하고는) 기숙사 방에서 음악을 듣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이 언니는 꼭 미니컴포넌트를 들고 다녔다. 거기서 나는 토이도 듣고, 김동률도 듣고, 전람회도 듣고, 이름 모를 재즈음악도 듣고, 암튼 방순이들과 함께 이러저러한 음악을 들으며 한시절을 보냈는데, 그 때 들었던 음악 중 하나가 자화상이다. 자화상은 나원주와 정지찬이 함께 만든 앨범이었다.
세월이 지나, 자화상의 노래가 너무 듣고 싶던 어느 날, 나는 이 음원을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음을 알았다. 둘은 더 이상 함께 활동하지 않으며, 앨범은 모두 절판되었고, 음원도 판매되지 않는다. 겨우겨우 네이버를 뒤지고 뒤져, 제일 좋아하던 곡 <나의 고백>의 음원을 찾아 바탕화면에 띄워놓고 가끔 가끔 들었었다.
그런데, 어제 트윗으로 알게된 분이 비가 오니, 자화상의 <니가 내리는 날>이 듣고 싶다며 음원을 연결해주셨다. 아, 유튜브에는 있었구나. 감동. ㅜㅜ 혹시나 혹시나 하여 음원을 가지고 계신지 물었다. 그런데 그 이전에 그 트윗을 본, 그 음반을 구하고 싶어하시던 다른 분과 이미 그 분이 음원을 가지고 계시니 모두에게 공유해주시겠는 내용의 대화가 종료되어 있었다. (아...트위터 만세!!) 나는 메일로 음원을 받기로 하고, 그 은혜는 꼭 갚겠다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나의 고백, 내가 가장 좋아하던 곡.
어쩌란 말인지. 신나는데 슬픈 곡.
10년도 더 지난 이 앨범은 여전히 조금도 촌스럽지 않다. 어쩌면 이 앨범이 지금도 구하기 쉬운 거였다면, 이렇게 간절하게 듣고 싶지는 않았을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음원이 너무 흔해져서 이렇게 음원을 구하고 싶어 안달이 나는 일은 더욱 적어질 것이다. 매우 다행스럽지만, 그보다 더 큰 서운함이 남는 일이다. 인간이란, 참.
(이렇게 공개적으로 음원을 공유하여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음원을 구할 수 있었다면 나는 음반도 사고, 도토리로 싸이월드 배경 음악도 사고, 벌써 여러 번 샀을 것이다. 그러니, 용서해주세요. 억울해서 정 못참겠으면, 음반좀 내주세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