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R이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 얼마전 S교수님께서 서울에 올라오셔서 가졌던 모임에서 오랜만에 R을 만났고 가까이 있는데, 점심이나 하자, 하던 것이 오늘이 된 것.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자연스레 우리가 함께 좋아하는 S교수님 이야기를 하게 됐다.
W : 나 S교수님께 정말 감동받았을 때는, 교수님이 처음 포항으로 부임하시던 해에 가족들은 계속 서울에 있었는데 그게 M(큰딸)이 유치원 친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에 그 유치원에서 한 해를 마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였어.
R : 그랬구나. 맞아요 언니. 저도 교수님의 그런 점이 제일 좋아요- 제가 감동받았던 건, M이랑 J(작은딸)이랑 터울이 많이 지잖아요. 그게 교수님이 M이 말을 알아들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M의 의사를 물어본 후에 동생을 낳으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감동 받았었거든요.
W : 와. 정말?
R : 네. M아. 동생이 태어나면 엄마 아빠는 너에게 많이 신경을 못써주게 될 건데, 그럼에도 엄마 아빠가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는 걸 잊으면 안돼, 라고 다 이야기해주고, 그렇게 둘째를 낳은 거래요. 그래서 둘은 사이가 정말 좋잖아요. 셋째는 J가 말 다 알아들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의사를 물어본 다음에 입양하신대요.
이 이야기를 듣는데 거짓말 아니고,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탄.
요즘은, 공적 영역에서 잘 사는 일보다 오히려 어려운 일이
일상의 세밀한 영역을 얼마나 잘 살아내는가, 라는 생각에 여러모로 집중하고 있는터라,
이런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