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R이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 얼마전 S교수님께서 서울에 올라오셔서 가졌던 모임에서 오랜만에 R을 만났고 가까이 있는데, 점심이나 하자, 하던 것이 오늘이 된 것. 함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자연스레 우리가 함께 좋아하는 S교수님 이야기를 하게 됐다.


W : 나 S교수님께 정말 감동받았을 때는, 교수님이 처음 포항으로 부임하시던 해에 가족들은 계속 서울에 있었는데 그게 M(큰딸)이 유치원 친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에 그 유치원에서 한 해를 마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였어. 

R : 그랬구나. 맞아요 언니. 저도 교수님의 그런 점이 제일 좋아요- 제가 감동받았던 건, M이랑 J(작은딸)이랑 터울이 많이 지잖아요. 그게 교수님이 M이 말을 알아들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M의 의사를 물어본 후에 동생을 낳으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감동 받았었거든요.  

W : 와. 정말? 

R : 네. M아. 동생이 태어나면 엄마 아빠는 너에게 많이 신경을 못써주게 될 건데, 그럼에도 엄마 아빠가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는 걸 잊으면 안돼, 라고 다 이야기해주고, 그렇게 둘째를 낳은 거래요. 그래서 둘은 사이가 정말 좋잖아요. 셋째는 J가 말 다 알아들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의사를 물어본 다음에 입양하신대요.


이 이야기를 듣는데 거짓말 아니고,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탄.
요즘은, 공적 영역에서 잘 사는 일보다 오히려 어려운 일이
일상의 세밀한 영역을 얼마나 잘 살아내는가, 라는 생각에 여러모로 집중하고 있는터라,
이런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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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7-14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아직 둘째를.......(막 같다가 붙이는 중.)

웽스북스 2009-07-20 00:24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런 아름답고 놀라운 사연이 있었단 말임미까? ㅋ

네꼬 2009-07-1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있는 이야기네요. (거의 책에나 나올 이야기!)

웽스북스 2009-07-20 00:24   좋아요 0 | URL
흐흐.그죠그죠.제가쫌아무나좋아하지는않구요...

무스탕 2009-07-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분이 정말 계시군요!!

웽스북스 2009-07-20 00:2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런 분이 정말 되어보고싶은데말이죠-

보석 2009-07-14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감탄...

웽스북스 2009-07-20 00:25   좋아요 0 | URL
^-^

굿바이 2009-07-1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직 첫째를....(뭐래? 죽여주라...T.T)

지난 번에 말한 그 교수님이구나. 생각이 말로 옮겨지는 일에 비해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상 잘 알기 때문에 이런 분들 뵈면 절로 존경스럽더라. 선아는 좋겠다. 주위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서^^

웽스북스 2009-07-20 00:26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결혼도...(죽여주세요)

네. 그날 이야기했던 그 교수님. 근데 전 언니의 영향을 가장 지대하게 받고 있는 거 아시죠 ㅋㅋ

시비돌이 2009-07-15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감동적인 얘기네요.

웽스북스 2009-07-20 00: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반가워요 시비돌이님.

개인주의 2009-07-15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분이군요. ^^

웽스북스 2009-07-20 00:26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