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한 건 잘 안까먹는다는 말이 있지. 나는 오늘 요가에 새로 등록하고 첫수업을 들으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 그러니까.
내가 좀 심각하게 몸치다. 그러니까, 뭐, 트위스트 동작 같은 '꼬기' 류의 동작은 그래도 좀 되는 편인데, 천성이 뻣뻣바디라 통나무처럼, 그러니까, 다리 앞으로 펴고 푹 숙이고, 뭐 이런 게 그렇게도 안될 수가 없다. 게다가 복근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지라, 복근 활용 동작은 또 잼병인지라, 복근을 활용하는 다리 스트레칭 동작에서는 날 죽여주시오 모드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회사의 누군가와 함께 다닐 수도 있는 요가를 일부러, 혼자, 저 멀리 있는 요가학원까지 가서 한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라고는 없는 곳에서. 그렇다. 나는. 부끄러운 것이다.
그래서, 오늘 다시 가서 요가 동작을 하는데, 나는 좀 걱정했다. 아. 오랜만에 몸이 더 뻣뻣해져 부끄러울텐데. 큰일이다. 오늘도 영락없이 죽었구나. 하고 있는데, 아. 생각보다는 괜찮은 거다. (의 수준이 절대 탁월할 것이라 여기지 말 것 - 그냥 남들보다 '조금' 못하는 정도랄까. -_-) 그래도, 나는 그동안 드문드문 요가에 들였던 돈이 허황된 것은 아니었다며, 조금 감격하기까지 했다. 오른쪽과 왼쪽의 느낌 차이도 알겠고, 복식호흡의 들숨과 날숨도 이제 '제법' 제대로 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제법일 뿐이다) 내 몸의 느낌에 집중한다는 것도 알겠고, 땀흘리면서 잡생각 없이 운동에 집중하는 기쁨도 생긴다. 여전히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뭐, 이것도 언젠가 좋아지지 않겠어?
수련이 끝나면 10분 정도 그냥 누워서 쉬며 명상하는 시간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 시간이 아까워 슬금슬금 나가기도 한다. 나도 점심시간에 가서 할 때는 급하게 뛰어나갔지만, 사실 나는 이 시간이 제일 좋다. (운동 예찬할 때는 언제고 ㅋ) 50분쯤 힘들게 운동했으면, 10분쯤은 푹 쉬어주어야 한다는 것.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나를 내버려둠으로써 오히려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 돌아오는 길, 또 혼자 신나서 그냥 주3회 반으로 바꿔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건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고, 주2회라도 빠지지 말고 해봐야지, 생각. 정말이지, 운동 끝나고, 나름 '웰빙' 하자면서 사 마신 2000원짜리 얼그레이, 그러니까, 도무지 1/20도 다 마실 수 없던 그 비릿한 얼그레이만 제외하면 나름 완벽했다고. ^-^
* 나름 운동했다고, 일기도 끝까지 못쓰고, 쓰다가 잠들어버렸다. 흐흐. 그러니까 이건 어제 일기. 일찍자는 새나라의 아가씨 프로젝트도 덕분에 성공. (일찍 자도 일어나는 시간은 똑같더라. 그러니까, 반쪽짜리 새나라의 아가씨인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