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이어리 기록을 좀 성실하게 하는 중인데 어제 혼자 막 통계를 내보니 2009년에는 9권의 책을 읽었고 (아 오늘로 10권이 됐구나) 32명의 사람을 (이 역시 어제를 기준으로 34명?)만났다고 했더니 니나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 너 3명이지? 

ㅋㅋㅋㅋ 그러게. 나도 세보고 깜짝 놀랐다. -_- 그 와중에 1위에 등극한 N과 H님은 4번이나 만났고, (음, N은 어제로 다섯번?) 벌써 2번씩 만난 사람들도 꽤 된다. (한 테이블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사람들은 계산도 안했다. 게다가 기분나쁘면 같이 있었던 사람도 안적고 막 ㅋ) 4명씩 7명씩 만나고 하는 경우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건 니나의 표현을 그대로 빌자면, 깜놀. 책도, 이번달에는 한권도 사지 않았고, 집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달래주는 의미로 한권씩 꺼내서 보고 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볼게 많다며?) 어찌하다보니 너무 달려주신 거지. 게다가 피아노 연습은 일주일에 두번씩은 꼭꼭 했는데, 지난 주에는 무려 1시간 이상 연습한 날이 4일이나 된다. 게다가 어머, 영화도 연극도 두편씩이나 봤네. 내가 생각해도 좀 놀랍긴 하다. 

오늘 목수정 책을 읽다가 이 모든 걸 가능케했던 원인을 알았다. 

   
  "TV 드라마를 이렇게 재밌게 만드는 나라에서 그걸 끊는다는 건 담배끊기보다 힘든 일이다. 그러 만큼 취향 획일화의 선봉에 TV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말의 스케줄을 TV에 헌납한다. 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3년마다 실시하는 통계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애를 TV에 바치고 있다. 백지에 그림을 그려 넣는 일, 빈 시간을 스스로 찾아서 재미있게 보내는 일은 이제 그 무엇보다 힘든 일이 되었다. (중략) 나 역시 파리에 처음 정착할 무렵 5개월간 TV 없는 생활을 하는 동안 나 자신과 친해지고 내가 잊고 있던 다양한 능력을 무궁무진하게 발견했던 경험이 있다"  
   

사람들이 주말에 TV를 많이 보는구나. 나는 주말에는 물론 주중에도, 1월 들어 한 번도 TV를 보지 않았다. 유일하게 봤던 거라곤 그저께 D대리님을 졸라서 받은 고현정 무릎팍 도사를, 본 것도 아니고 다른 일을 하면서 들었던 정도? 원래도 잘 안보긴 하지만, 너는 그런 것들을 다 언제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TV가 주는 기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나는 내가 TV를 지배하고 싶지, 내가 TV에 지배당하고 싶지 않다. 물론 강마에에 홀릭하던 시절엔 본방사수를 외치고 외쳤지만, 그리고 그 기쁨을 알고 누렸지만, 그 외의 평균적인 경우에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TV가 내게로 와주었으면 좋겠다. TV를 보기 위해 시간을 체크하는 일은, 그리고 나의 일상을 조절하는 일은, 그야말로 그냥 매우 특수한 케이스이길 바란다. 그랬을 때 그 특수한 일이 나에게 더 큰 기쁨이 되어줄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나는 그보다 좋아하는 일들이 훨씬 많으니까. IPTV의 출현은 나에게 그런 의미에서 매우 기쁜 일이지만, 사실 그조차도 설치하지 않았다. 하하. 

목수정과 희완처럼 내 자식 낳으면 절대 TV는 보지 말게 해야지, 라는 강경한 어떤 철학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는 또래들이 동시대적으로 느끼는 감성의 공유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다. 어린 시절 봤던 천사소녀 새롬이나 요술소녀같은 만화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서 난 아직도 가끔 텔레포트같은 허황된 꿈을 꾸기도 하고, 우울하면 만화 주제가를 부른다. 같은 만화를 보며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자란 또래를 만나면 반가워하고, 같이 만화주제가를 합창하던 일에서 내 자식이 소외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요즘 TV를 보면, 이걸 꼭 애들한테 보여줘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건 갑자기 왠 육아고민 버전인가 ㅋㅋ)

비는 시간이 많지 않은 내게 (물리적으로 많지 않은 건지, 내가 여기에 대한 강박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비는 시간을 찾아 최대한 즐겁게 보내는 건 최상의 과제이자, 최고의 기쁨이다. 책을 찾아 읽고 반성과 자학으로 가득차있다해도, 일기를 쓰고, 기록하고, 자꾸만 뭔가를 찾아내는 것들이 내게는 즐거운 것들이어서 참 다행스럽다. 

TV를 끊으면 내가 세명이 되는구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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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4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5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9-01-25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그러게 말입니다.
전 요즘 TV 드라마에 빠져 삽니다. 중독이예요. 꽃보다 남자, 유리의 성, 가문의 영광...이러면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얘기하다니. ㅠㅠ

웽스북스 2009-01-25 15:48   좋아요 0 | URL
흐흐 세실님. 그렇군요.
꽃보다남자는 정말 인기 많던데, 재밌나봐요. ㅋㅋ (유리의 성이랑 가문의 영광은 처음 들어요. 쿵!)

마태우스 2009-01-25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내의 유혹이란 드라마에 빠져 살아요. 근데 아내 때문에 꽃보다 남자도 보게 되었어요...게다가 1박2일도....ㅠㅠ

웽스북스 2009-01-25 15:50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은 잘생기셨으니까 괜찮아요 ^_^

그러니까 위 덧글을 총체적으로 한마디로 정리하면 꽃보다 남자도 1박2일도 다 '아내의 유혹'인 거군요 ㅋㅋ

깐따삐야 2009-01-2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얀거탑'을 다시 보기 한 이후론 요새 드라마들이 넘 시시해졌어요. 말이 안 되어도 너무 말이 안 되는 막장 드라마들이 판을 치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래도 이유리의 연기가 좋아서 '사랑해, 울지마'는 챙겨보고 있어요. 그나저나 TV를 끊은 웬디양님은 손오공일세요.^^

웽스북스 2009-01-25 15:51   좋아요 0 | URL
사랑해 울지마? 음. 그것도 처음 들어요. ㅜㅜ 나 어쩌다가. ㅋㅋ 저도 한국 드라마 본 건 거탑이 마지막인 것 같아요. ㅎㅎ 그때 이후론 도통 보고싶은 드라마들이 없네요. 당분간 손오공 모드로 좀 살아야지 ㅋㅋ

다락방 2009-01-25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말 하면 정말 챙피한데요...


저....



『꽃보다 남자』봐요. 저도 제가 이럴줄은 몰랐어요!! ㅎㅎ

웽스북스 2009-01-25 22:49   좋아요 0 | URL
응? 나는 왜 다락방님이 그럴 줄을 알고 있었을까요? ==333333

깐따삐야 2009-01-27 13:13   좋아요 0 | URL
저도 왜 그럴 줄 알고 있었을까요? ==33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