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전 K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문득 스무살의 내가 참 반짝거렸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는 그 때의 내가 온맘으로 누군가를 빛나게 하고 있었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정작 빛나고 있던 건 그 때의 내 마음이었다.
이젠 다시 그 때의 순수한 절박함을 닮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하면
슬픈 일일까, 덤덤한 일일까.
시간이 많이 지났고, 그 때의 마음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양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스무살의 나를 생각하면 가끔 아찔해지더라는 그 농담아닌 농담 뒤에서 나는,
내심 그 때의 나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질펀질펀하게 맥주를 마시며
처음에는 베바 방영시간에 눈을 감고,
다시 다가온 막차시간따위 알면서도 모른척해주시며
그저 깔깔거리기 바쁘던 오늘의 나는, 스무살이었다.
2
이전에는 만나서 옛날얘기만 하는 관계들은 참 후지다, 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만나서 건설적인 얘기만 하는 관계보다는,
함께 공유하고 있는 과거의 어떤 시간이 있어,
그것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추억이고 위로가 될 수 있는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얘기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진상을 떨게 되서 좀 민망하긴 했지만 말이지.
3
오늘은 맥치, 담번엔 와치.
이들과 술잔을 기울이게 되는 날이 올줄이야. ㅎㅎㅎ
아. 졸립다. 출근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