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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에 참전했던 분들에게는
당시 대치점에 있던 북한군들이 말 그대로
'괴뢰군'이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야만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래야만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눠야만 하는 자신을
스스로가 용서할 수 있을테니까

그 트라우마에서 본인을 건져내기 위해서는
평생 그들은 나쁜 사람이라고 믿는 수 밖에 없다고

경찰의 무력 진압은 몰상식한 짓이지만,
그 상황 속에서 더 안쓰러운 사람들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그 자리에 나온 시민들이 아닌,
스스로 '판단할 권리'가 없는,
그래서 그 몰상식을 스스로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야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는,
또 그래야만 생을 견뎌낼 수 있는
그리하여, 그 무자비한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는 전경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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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할 권리'가 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는 놈들에 대해서는
말할 가치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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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가지
시위에 참여하는 일이 옳다 판단되고, 자신이 참여해야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면
자신은 그 결론에 맞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그 판단을 타인에게 적용하는 일은 위험할 수도 있기에,
또 어쩌면 그건 다른 방법의 폭력이 될 수도 있기에
나는 좀 우려가 된다

이건 내가 시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해해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 쓴 것은 아니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고달픈 심신을 몰라서 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처럼
사고 역시 극단화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러울 뿐인 것이다
그저 기우인지도 모를 일이다

혹 윗윗문단과 같이 받아들인 사람이 있다면
역시나 나의 우려는 기우는 아닌 듯하다만 말이다


요즘 계속 고민해왔던 화두가
자신의 기준을 타인에게 들이미는 일의 폭력성에 대한 것인지라
조금 과민하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 나 역시 이런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할 마음은 없다
단지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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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코멘트]똑같은 목소리를 낼까..?
    from 내가 사귀는 이들, 翰林山房에서 2008-06-05 12:04 
    소모적 논쟁으로 바뀔까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저의 의견을 첨부하겠습니다. 1. 광우병에 대해 더 많은 연구 결과가 필요한 분야이지만 전문가가 없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연구가 완료형인 분야가 몇 개나 되겠습까? 연구가 진행중이라도 가장 많은 지식을 갖고 미래의 연구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분이 전문가이며 광우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2. 근본적인 문제 중에 다음 세 가지 중 1.일차적으로 자본주의 논리에 의한 인간의 욕심, 2.공장적 동물
 
 
마늘빵 2008-06-0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편하게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순오기 2008-06-0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자의 소신대로, 처한 상황대로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는 자유가 보장된 나라잖아요.^^
불편해할 것도 강요할 것도 없는...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느낀다.라고 읽혀져요.
누가 누구에게 강요한다고 또 무조건 따르는 사람도 없을테니까요! ^^

웽스북스 2008-06-0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순오기님 말씀이 맞아요
아프님 글을 읽고 불편해서 쓴 글이 아니에요
다만 이런 저런 글들을 읽고 여론을 접하다보니, 조금 위험해 보이는 부분들이 보여서...
아! 물론 그것도 제 기준에서이겠지요...
제가 원래 걱정쟁이랍니다 ;;

오히려 아프님이 제 글을 읽고 불편해하신 것 같아서 제가 죄송하네요
그래도 아프님이니까, 언제 함께 얘기할 기회가 분명 있을테지요 ^_^

Arch 2008-06-03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의 말에 동감해요. 저도 우려되는 부분이 좀 있었거든요. 게다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촛불집회에도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저흰 토요일날 촛불집회가 있어서 아이들하고 참석할 생각입니다.

웽스북스 2008-06-03 23:26   좋아요 0 | URL
사실 그래서 글을 쓴 거였어요
공감해주시니 참 좋네요 ^_^

시니에님 계신 곳은 어디신가요
아이들과 무사히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