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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에 참전했던 분들에게는
당시 대치점에 있던 북한군들이 말 그대로
'괴뢰군'이어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야만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래야만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눠야만 하는 자신을
스스로가 용서할 수 있을테니까
그 트라우마에서 본인을 건져내기 위해서는
평생 그들은 나쁜 사람이라고 믿는 수 밖에 없다고
경찰의 무력 진압은 몰상식한 짓이지만,
그 상황 속에서 더 안쓰러운 사람들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그 자리에 나온 시민들이 아닌,
스스로 '판단할 권리'가 없는,
그래서 그 몰상식을 스스로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야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는,
또 그래야만 생을 견뎌낼 수 있는
그리하여, 그 무자비한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는 전경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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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할 권리'가 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고 있는 놈들에 대해서는
말할 가치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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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가지
시위에 참여하는 일이 옳다 판단되고, 자신이 참여해야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면
자신은 그 결론에 맞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그 판단을 타인에게 적용하는 일은 위험할 수도 있기에,
또 어쩌면 그건 다른 방법의 폭력이 될 수도 있기에
나는 좀 우려가 된다
이건 내가 시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해해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 쓴 것은 아니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의 고달픈 심신을 몰라서 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처럼
사고 역시 극단화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러울 뿐인 것이다
그저 기우인지도 모를 일이다
혹 윗윗문단과 같이 받아들인 사람이 있다면
역시나 나의 우려는 기우는 아닌 듯하다만 말이다
요즘 계속 고민해왔던 화두가
자신의 기준을 타인에게 들이미는 일의 폭력성에 대한 것인지라
조금 과민하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 나 역시 이런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할 마음은 없다
단지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