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아니, 대체 누구한테? 실은 아마도 나한테) 모든게 또렷이 기억난다. 좀처럼 취할 정도로 마시는 일이 없는 나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게 이번이 두번째였던 것 같은데 두번의 경험을 종합해 볼 때, 나는 취했을 때 정신을 놓는다기보다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보려고 고군분투하는 쪽인 것 같다. 스스로의 정신력을 최대한 발휘하려 노력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초인적 정신력은 아니기 때문에 -_- 비틀비틀 걸어다니며 쿵쿵 부딪치던 기억, 그 와중에 새 와인을 더 마시겠다고 큰소리 뻥뻥치던 기억 같은 게 생생하다. 화장실 거울로 보던 얼굴도 생생하게 기억나고 -_- 10살은 많은 분을 계속 놀리던 기억도 -_-;;;;;;; 실은 그래서 더 창피하다. 차라리 기억하지 않는 편이 속은 더 편할듯.
취하고 후회하고, 이런 것들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음은 알지만, 통제되지 않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보여주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또 보여주는 것, 이 모든 게 실은 나 자신에게 제일 창피한 것 같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취하기 전에 몸이 먼저 나가떨어지는구나 -_- 술먹고 헛소리할 일은 별로 없겠다, 뭐 이런거?
술 마시는 것도 취하는 것도 즐기지 않아온 터라 스스로의 주량을 몰랐는데, 내 주량은 와인 반병인가보다. 그럼 소주로 따지면 얼마나 되는 거지? 소주는 2잔 이상 마셔본기억이없는데 -_- 맥주도 500 이상은 잘 안마셔봤는데 ;;;;
하지만 이제 다시는 안마실테야, 라고 말하면, 이거 너무 애주가의 결심같잖아 -_- 꼴랑 두번째 취해놓고 애주가의 결심이 웬말이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