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아니, 대체 누구한테? 실은 아마도 나한테) 모든게 또렷이 기억난다. 좀처럼 취할 정도로 마시는 일이 없는 나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게 이번이 두번째였던 것 같은데 두번의 경험을 종합해 볼 때, 나는 취했을 때 정신을 놓는다기보다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보려고 고군분투하는 쪽인 것 같다. 스스로의 정신력을 최대한 발휘하려 노력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초인적 정신력은 아니기 때문에 -_- 비틀비틀 걸어다니며 쿵쿵 부딪치던 기억, 그 와중에 새 와인을 더 마시겠다고 큰소리 뻥뻥치던 기억 같은 게 생생하다. 화장실 거울로 보던 얼굴도 생생하게 기억나고 -_- 10살은 많은 분을 계속 놀리던 기억도 -_-;;;;;;; 실은 그래서 더 창피하다. 차라리 기억하지 않는 편이 속은 더 편할듯.

취하고 후회하고, 이런 것들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음은 알지만, 통제되지 않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보여주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또 보여주는 것, 이 모든 게 실은 나 자신에게 제일 창피한 것 같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취하기 전에 몸이 먼저 나가떨어지는구나 -_- 술먹고 헛소리할 일은 별로 없겠다, 뭐 이런거?

술 마시는 것도 취하는 것도 즐기지 않아온 터라 스스로의 주량을 몰랐는데, 내 주량은 와인 반병인가보다. 그럼 소주로 따지면 얼마나 되는 거지? 소주는 2잔 이상 마셔본기억이없는데 -_- 맥주도 500 이상은 잘 안마셔봤는데 ;;;;

하지만 이제 다시는 안마실테야, 라고 말하면, 이거 너무 애주가의 결심같잖아 -_- 꼴랑 두번째 취해놓고 애주가의 결심이 웬말이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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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기한일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8-05-12 23:41 
    취기후, 페이퍼에서 내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본 건 이번이 두번째라고 썼다 오늘 미니홈피 다이어리를 정리하다가 눌러본 투데이히스토리버튼 >> 접힌 부분 펼치기 >> 2005.5.12 나는 술을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저 술 안마셔요, 라고 굳이 말하지도 않는 편 다만 취하는 내 모습을 보는 건 너무 싫으니까 천천히 절대 취하지 않도록 조절해가면서 마셔서 한 번도 술에 취
 
 
시비돌이 2008-05-1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개인 것 같은데요.

웽스북스 2008-05-12 16:55   좋아요 0 | URL
오오오 님좀 예리하신듯

Mephistopheles 2008-05-1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가....2잔이라.....2잔이라..흠...

웽스북스 2008-05-12 18:32   좋아요 0 | URL
왜요 -_- 소주 2잔이 문제에요? ;;;;;

Mephistopheles 2008-05-12 22:29   좋아요 0 | URL
한 병이 되기에는 무려 5 1/2잔이나 모자르는군요.

웽스북스 2008-05-12 22:33   좋아요 0 | URL
에헴, 저요 와인 반병이나 마시는 사람이거등요
소주는 취할 때까지 마셔보지 않았을 뿐이거등요

Mephistopheles 2008-05-12 23:19   좋아요 0 | URL
소주 한 병 = 와인 열 병 그리고 마셔보지 않았을 뿐이라뇨. 마시지 못 할 뿐이거등요가 맞는 표현 같아 보입니다...오호호

웽스북스 2008-05-12 23:43   좋아요 0 | URL
저기, 와인도 10% 넘고요...
반병이면 소주한병이랑 양은 거의 비슷하구 그래요 흥흥

마시지못할뿐이거등요...는......
인정 -_-

Jade 2008-05-1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한 웬디양님 정신력 좀 짱인듯 ㅎㅎ

웽스북스 2008-05-12 18:33   좋아요 0 | URL
내가 생각해도 좀 짱인듯 ㅋㅋㅋㅋㅋㅋ
역시 나는 체력을 지배하는 정신력인가봐요 ㅎㅎ

라주미힌 2008-05-12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짓말 그짓말 그짓말~ ㅎㅎㅎ
주사도 없으신 분이 뭘 그리 두려워 하실까...

웽스북스 2008-05-12 18:39   좋아요 0 | URL
두려움의 대상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인 것 같아요
그래도 주사가 없다는 걸 알았으니,
담번엔 좀 더 대담해질 것 같기도 하고 (얼래? ㅋㅋㅋ)

니나 2008-05-1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글을 왜 이제 읽었지? 암튼... 난 사실 효림이 데려다주고 올라온 이후의 기억은 거의 없다는거...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