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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Y대 신학대학원에 미국신학사를 강의하시기 위해 금요일마다 서울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함께 모임을 하고 있는 I가 이번에 그 학교 국문과 대학원에 입학을 해 내일 당장 찾아가서 선생님을 뵙고, 우리 모임에도 한번 와주십사, 하겠단다. 우리도 6월에 미국 종교사를 함께 읽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 큰일이다. 흥분한 I에게 그러지 말아줘, 할 수도 없고, 모임에 내가 있다는 얘기는 말아줘, 라고 오버를 할 수도 없고. 이렇게 결국 선생님을 뵙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단체로 모임 안에서 어머, 그간 안녕하셨어요 선생님,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뵙게 되느니, 차라리 메일을 드려서 H와 따로 금요일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는게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모르겠다,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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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에 유난히 꽃떨어질 것 걱정을 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 많았다는 걸 알고 놀랐다. 잊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을. 나의 목련은 오늘 퇴근길에 보니 벌써 잎가가 누렇다. 목련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멀리서 목련을 봐주었다. 여전히 예쁘다,고 얘기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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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땐 감기에 걸리고, 퇴근할 땐 온몸의 진이 쪼옥 빠져나가서 집에오면 10분 정도를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다. 그러고나면 쌩쌩해진다. 그리고 다시 아침에 출근할 땐 감기에 걸리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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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만큼 정직한 게 또 있을까? 날이 좀 더워진다 싶더니, 집에 모기가 날아다닌다. (까지 쓰고는 방금 일어나서 잡았잖아 ^-^v) 봄옷을 사야겠다는 의지가 소멸됐다. 좀만 버티다가 여름옷이나 사자 -_-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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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오실 실장님과 면담을 했다.
회사 생활에 어려운 점은 있나요? / 아니요 특별히 없습니다
팀원들간의 관계는 어떤가요? / 저는 즐겁게 잘 지내고 있는 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업무는 어떤 것들인가요? / 현재 업무에 전문성을 더해서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론은
아무 문제 없이 원활하게, 업무에도 만족하고 관계에도 만족하며 회사생활을 잘 하고 있는 사람
으로 나버렸다. 하하하.
저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실장님....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무엇이 문제냐고 물으시기에
나는 또 침묵했다
아침마다 대빵대빵 출근하기 싫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지않은가 ㅜㅜ
면담을 마치고 팀장님께,
저 완전 초긍정적으로 회사생활 잘 하고 있는 사람이 됐잖아요, 라고 이야기하자
우리 팀장님 마구 웃으신다
그리고 뒷편에 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렇게 된김에, 한번 그렇게 살아보려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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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팀장님과 함께 본 GP506은 조금 과도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부족한 것 같기도 한
좀 많이 아쉬운 영화였다
조현재는 피를 튀기고, 숯검댕을 묻혀도 참 잘생겼으나,
여전히 그는 '안드레아' 이상의 역할을 만나지 못하는구나
최고의 대사는 '나는 외과 전공의란 말이요' (공수창감독님, 유머도 쫌 하시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