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생님이 Y대 신학대학원에 미국신학사를 강의하시기 위해 금요일마다 서울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함께 모임을 하고 있는 I가 이번에 그 학교 국문과 대학원에 입학을 해 내일 당장 찾아가서 선생님을 뵙고, 우리 모임에도 한번 와주십사, 하겠단다. 우리도 6월에 미국 종교사를 함께 읽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 큰일이다. 흥분한 I에게 그러지 말아줘, 할 수도 없고, 모임에 내가 있다는 얘기는 말아줘, 라고 오버를 할 수도 없고. 이렇게 결국 선생님을 뵙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단체로 모임 안에서 어머, 그간 안녕하셨어요 선생님,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뵙게 되느니, 차라리 메일을 드려서 H와 따로 금요일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는게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모르겠다, 참 어렵다.

2

어제 비에 유난히 꽃떨어질 것 걱정을 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 많았다는 걸 알고 놀랐다. 잊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을. 나의 목련은 오늘 퇴근길에 보니 벌써 잎가가 누렇다. 목련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멀리서 목련을 봐주었다. 여전히 예쁘다,고 얘기해줬다.

3

출근할 땐 감기에 걸리고, 퇴근할 땐 온몸의 진이 쪼옥 빠져나가서 집에오면 10분 정도를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다. 그러고나면 쌩쌩해진다. 그리고 다시 아침에 출근할 땐 감기에 걸리고. 하하하.

4

계절만큼 정직한 게 또 있을까? 날이 좀 더워진다 싶더니, 집에 모기가 날아다닌다. (까지 쓰고는 방금 일어나서 잡았잖아 ^-^v) 봄옷을 사야겠다는 의지가 소멸됐다. 좀만 버티다가 여름옷이나 사자 -_- ㅋㅋ

5

새로 오실 실장님과 면담을 했다.

회사 생활에 어려운 점은 있나요? / 아니요 특별히 없습니다
팀원들간의 관계는 어떤가요? / 저는 즐겁게 잘 지내고 있는 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업무는 어떤 것들인가요? / 현재 업무에 전문성을 더해서 가져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론은
아무 문제 없이 원활하게, 업무에도 만족하고 관계에도 만족하며 회사생활을 잘 하고 있는 사람
으로 나버렸다. 하하하.

저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실장님....이라고 이야기를 하자 무엇이 문제냐고 물으시기에
나는 또 침묵했다
아침마다 대빵대빵 출근하기 싫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지않은가 ㅜㅜ

면담을 마치고 팀장님께,
저 완전 초긍정적으로 회사생활 잘 하고 있는 사람이 됐잖아요, 라고 이야기하자
우리 팀장님 마구 웃으신다

그리고 뒷편에 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렇게 된김에, 한번 그렇게 살아보려고요 ㅎㅎ


6

오늘 팀장님과 함께 본 GP506은 조금 과도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부족한 것 같기도 한
좀 많이 아쉬운 영화였다

조현재는 피를 튀기고, 숯검댕을 묻혀도 참 잘생겼으나,
여전히 그는 '안드레아' 이상의 역할을 만나지 못하는구나


최고의 대사는 '나는 외과 전공의란 말이요' (공수창감독님, 유머도 쫌 하시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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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4-1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알아서 잘 하시리라 믿겠습니다. 저녁식사대접은 간장게장으로?
2. 목련이 고맙다고 전해달랍디다.
3. 혹시...성수선님의 책에 써있는 표현을 빌리자면 웬디양님도 "짐승"인 것인가요?
4. 온난화로 인해 가장 편안한 계절인 봄과 가을이 점점 줄어듭니다. 서글픕니다.
5. 혹시 궁금한 것 있으면 말해보세요 / 대체 메피스토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6. 음..음..볼일은 없는 영화이겠지만...글쎄요. 고립된 군인 연작씨리즈가 먹힐까 모르겠습니다.(알포인트는 분명 웬디양님은 꺄아 하면서 봤을 꺼라 예상 중..)

웽스북스 2008-04-11 01:05   좋아요 0 | URL
1. 아 모르겠어요 ㅜㅜ (어쩌면 좋을까 ㅜㅜ)
2. 아이쿠, 목련의 마음도 막 읽으시구
3. 어랄라, 그게 뭐였떠라? (읽고 막 까먹고 ㅜㅜ 찾아볼래도 책은 이미 다른사람에게 줘버렸고 ㅜㅜ)
4. 그죠그죠 너무 서글퍼요 난 봄가을이 정말 좋은데, 벌써 모기라니 얘들 11월까지 사는데 말이죠 ㅜㅜ
5. 맞아요 그것보다 더 궁금한건 없어요
6. 빙고! 꺄아 하면서 봤지요, 멋져서 꺄아 무서워서 꺄아

푸하 2008-04-1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마다 대빵대빵 출근하기 싫어요,"이 말씀하셨다면 실장님 대답 "나도 이질문하기 대빵대빵 싫어요" 했을지도...^^
그다음에 "우리 놀러갈까요?"하고 간부 몰래 하루 노는 거 성공했을 수도 있겠어요.ㅎ~

웽스북스 2008-04-11 01:05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ㅎㅎ
일단 처음이라 좀 재보고, 이미지관리해보고 해야되요
그런데 저에대한 선입견이 없으신 분이라, 좀 걱정이에요 ㅋㅋㅋ

(먹고 들어가는 게 없다는거)

그나저나 저도 방금 푸하님 집에 댓글달고 왔는데 ㅋㅋ

다락방 2008-04-1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은 알람을 끄고 걍 자서 늦게 일어났거든요. 그런 주제에 아침밥까지 듬뿍 먹고 오느라고 7분 지각했잖아요. 하하하하.

아이고, 지각하겠네, 그래도 아침은 먹자,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러면서 밥을 꾹꾹 씹어먹었어요. 하하하하. 저도 초긍정적인 직장인인가봐요.

아, 그런데요 웬디양님.
아침에 출근할때 감기에 걸리는게 아니라 혹시 알러지성 비염이 있으신거 아닐까요? 계절이 바뀔때마다 저도 앓곤 하거든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이들수록 괜찮아지지만 말입니다.

웽스북스 2008-04-11 23:06   좋아요 0 | URL
흐흐 다락방님 저 아침에 이 댓글 보고 막 웃었잖아요 흐흐흐
여유로운 다락방님의 모습이 마구마구 그려져요

저는 아침을 안먹어요
중학교 때부터 안먹어서 이젠 거의 습관이 돼버렸지요
대신 전, 잠을 택해버렸답니다
아 세상에서 아침밥보다 달콤한건 아침잠이에요

도넛공주 2008-04-1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목련 이야기가 가장 아름답게 느껴져요.그리고 제가 보기에도 웬디양님 긍정적인 씩씩 커리어우먼이신걸요.

웽스북스 2008-04-11 23:07   좋아요 0 | URL
도넛님, 그 얘기 우리 사장님한네 쫌 전해주시겠어요? ㅋㅋㅋ
목련 이야기가 아름다웠다니, 감사합니다 (__)

개인주의 2008-04-13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련을 못 본지가 어언... 고3때 목련나무가 3층(이었나;) 교실창까지 뻗어서 꽃을 피웠었는데..

웽스북스 2008-04-13 12:38   좋아요 0 | URL
와, 3층까지 뻗은 목련나무라니,
아래에서 전체를 보면 꽤 멋진 나무였겠어요

그런데, 그래서 고3이 몇년전이었다는 거에요? ㅋㅋ

개인주의 2008-04-1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령님이 돌아가신 해 였다고만.....;;;;

웽스북스 2008-04-13 21:37   좋아요 0 | URL
음..... 제가 그 때 중2였으니까....그러니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