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가 좀 늦었다. 깐따삐야님 만난 일을 후기로 쓴다면 좀 정돈된 마음으로 쓰고 싶었는데 그간 너무 정신이 없었다. 흐흐. 실은 깐따삐야님이 너무 착하셔서, 아름다운 밤이에요, 모드로 후기를 쓰셨지만, 그건 오해다. 난 고생해서 올라오신 깐따삐야님을 얼마나 고생시켰던가.
만나기로 한 날 아침 예쁜 깐따삐야님 목소리를 처음들었다. 고속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의 로망은 좀 먼저 나가서 샤샤샹 기다리는 거였는데, 토요일마다 늘 배차간격이 긴 것을 잊는 나는 약속시간에 간당간당 도착하게 생겼다. 게다가 깐따삐야님은 심지어 10분 일찍 도착하신 사건 ㅜㅜ 덕분에 나는 깐따삐야님 있는 곳을 깐따삐야님에게 물어물어 찾아갔다.
메피님이 맛있다고 하신 명동칼국수를 갈까 해서 명동으로 이동하기로 하고, 아프님을 그 곳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날이 너무 더웠다. 그래서 명동에서 일하는 M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맛있는 냉면집을 긴급 수배했다.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데려갔으나, 나는 그 냉면집을 찾지 못했다. 언니가 말한 장소를 잘못 찾은 건지, 아니면 냉면집이 사라진건지. ㅜㅜ 어쩔 수 없이 더워도 그냥 칼국수를 먹자며 간 명동교자는 정말 줄이 길었다. 예매해놓은 영화시간까지는 매우 촉박했고, 결국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가서 밥을 먹었다. ㅜㅜ (다행히 맛은 괜찮았지만)
영화는 대한극장에서 예매해놓았다.영화를 보고 난 후에 원래는 남산을 가고 싶었으나,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는 제보가 들어와 한옥마을을 산책할 계획으로 변경했기에 충무로로 이동을 하려 했던 것이었는데, 희박한 거리감각에 충분히 걸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게다가 날도 좋았으니. 함께한 아프님도 거리감각이 좀 희박하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ㅋㅋㅋ 우리 깐따삐야님, 내색은 않으셨지만 청주보다 유해물질이 5배쯤은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중심가 거리를 걷느라 너무 고생하셨다. ㅜㅜ 그 곳에서 살청님을 만나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살청님께 한옥마을을 걷는 것은 무리일듯 하여,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곳으로 마음을 급 변경했으나, 아 충무로는 너무 마땅한 곳이 없는 것이지. 결국 영화를 보고 에쓰님이 합류, 다시 택시를 타고 명동으로 이동했다.
명동은 오전에 비해 사람이 두배는 많았고, 그곳에서 우리는 호프를 찾는다며 또 두바퀴를 뱅뱅뱅 돌았다. 돌다보니 오전에 냉면집 찾는다고 돌던 데였기도 하고 ;; 암튼 결국 호프에 들어가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며, 가는길을 잘 모르는 깐따삐야님을 버스에 태워보내기 위해, 나만 믿으라며 -_- 지하철을 탔으나 나 또 자신있게 거꾸로 가는 지하철을 안내한 것이지. 저녁 약속에 이미 늦은 아프님과 귀가 시간이 이미 많이 늦어 걱정하는 깐따삐야님께 어찌나 죄송하던지. 독립문에 갈 때까지 전혀 눈치도 못채고 ㅜㅜ
이러니, 우리 깐따삐야님의 성품은 얼마나 아름다우신가. 이 좋은 날, 좋은 곳도 많은데, 결국 사람 많은 곳에서 뱅뱅 고생만 시키다 내려보내니, 마음이 어찌나 어찌나 찢어지던지. 그럼에도 좋았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 고운 마음씨라니. 다음엔 내가 청주로 갈 생각이지만, 만약 다시 깐따삐야님이 서울에 오시면 그 땐 정말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데이트하고 싶다며, 울분을 토했다.
우리 깐따삐야님은 굉장히 여성스러운 체구와 말투를 지닌 분이었다. 어찌나 참한지, 내가 남자였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았을!! (500% 진심이다) 조곤조곤 말하는 게 예뻐서 내가 멍한 눈으로 여러번 쳐다봤는데, 눈치 채셨을까나 몰라. 나는 기골이 장대한지라 -_- 우리 깐따삐야님처럼 가녀린 몸매를 지니신 분을 보면 정신을 못차린다. 그 조곤조곤함 속에 가끔 덧글스러운 말투가 묻어나는데, 그건 또 어찌나 정겹던지... 흐흐흐.
페이퍼에 약속하셨던 곶감을 잊지않고 챙겨오셨는데, 실은 나는 깐따삐야님을 만나러 갈 때부터 깐따삐야님이 곶감을 가져오실지가 궁금했었다. 원래 계획은 커피랑 마실 거였는데, 맥주 안주로도 괜찮았다. 하나 남은 곶감을 스스슥 눈치보다가 또 낼름 먹어버렸다. 나의 M(먹보)기질 ㅋㅋㅋ
깐따삐야님은 사진이라도 봤었지. 사진조차도 보지 못했던 에쓰님도 매우 궁금했었고, 또 해소됐다. ㅋㅋ. 에쓰님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싶지만, 어쩐지 우리 에쓰님의 신비주의는 지켜줘야 할 것 같아서 긴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 패션에 반했다는 이야기 외에는. 탁구공루나 고맙습니다. 에쓰님과 깐따삐야님을 보내고 동네로 와 맥주 한잔을 더 마셨다. 얘기는 그때 많이 한듯. 깐따삐야님의 상경을 핑계로, 나도 보고싶던 에쓰님을 보게 되니 참 좋더군. ㅋㅋ
살청님은 잠시 1번, 아프님도 전에 몇번 본 적이 있어서 궁금하다 할 것은 없었는데, 또 이렇게 여러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좀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살청님은 이번에도 후루룩 금세 가버리셨다. 아쉽아쉽, 이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에, (으음, 그렇죠?) 아쉬운 마음 덜고 기꺼이 보내드렸다. 호탕하게 쏴주신 맥주와 다양한 안주들을... 우리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다먹었다 -_- (모두 함께 M?)
어제였나, 한국 인터넷 진흥원에서 조사한 2007년 정보화실태조사 결과를 보니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을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경험 비율은 약 11% 가량이다. 그 글을 보며 우리 알라디너 중 많은 사람들이 저 11%에 속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나는 이래저래 온라인을 통해 인연이 닿아 현재까지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는 관계들이 많은 편이다. 인터넷 보급 초창기의 여러 폐해들과 지금까지의 안좋은 이미지들로 저 11%에 대한 좋지 못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있는 것도 무시 못하겠지만, 나는 요즘, 내가 하고 있는 이 11%의 경험이 주는 즐거움 덕에 좀 더 스스로가 풍성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온라인이라는 공간 안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면,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당신도 좋은 사람일 수 있음을 믿는 마음이 이런 것들을 가능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알라딘이 있다. 참 다행하고 감사한 일이다.
(아, 그런데 내가 좋은 사람이었던가, 쓰고보니 또 그렇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