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을 알았어요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눈이 좀 낮다,기보다는 좀 특이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잘생겼다고 한 누군가를 사람들이 잘생겼다고 해주는 경우가 드물었달까. 어제 교수님 이야기에 썼던 교수님 중 잠깐 스쳐가며 언급된, 사은회날 내 편지를 받았던 신선생님의 경우, 솔직히 내가 잘생겨서 좋아했다고 말하면 친구들이 다 쓰러졌다. 애들은 내가 선생님의 지성을 좋아한 줄 알지만 솔직히 선생님 부임 첫해에 수업은 그리 훌륭하지는 않았. 근데 난 그 수업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저 마이너한 유머코드하며, 한석규 목소리에 감우성을 닮은 얼굴이라니! 난 친구들에게 우리 신선생님은 목소리는 한석규, 얼굴은 감우성이야, 라고 말했는데, 내 주변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정신차려, 웬디야- 선생님은 김용만을 닮았어, 하지만 난 한번도 김용만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멋지다고 했던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내눈엔 감우성 남들눈엔 김용만 아 너무해들 진짜

회사에서도 거래처인 K사의 차장님을 가리켜 내가 '아, 그 잘생긴 차장님이요?'라고 했다가 모두가 쓰러진 적이 있었다. 누구???? 잘생긴 차장님???? 아, 솔직히 나는 그 분은 정말 객관적으로 남들 눈에도 잘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응은 다들 쟤 뭐니,의 수준이었다. 그 차장님은 지금 봐도 너무너무 잘생겼는데- 아 너무해들 진짜-

그리고 또 거래처인 P사의 대표이사님 역시 비슷한 과다. 차이가 있다면 이분은 좀 더 피부가 검다는 것? 암튼 과장님께 저 이사님도 제 이상형에 가깝게 생기셨어요,라고 말했다가 죽도록 놀림 당하고 이사님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우리 과장님이, 선아는 이사님이 이상형이래요- 라고 말하시는 바람에 창피해서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아 너무해들 진짜- ㅜ_ㅜ

엄마는 나의 남자보는 눈이 영 못미더우신가보다. 엄마는 나랑 같이 살던 C양과 사람보는 눈도, 취향도 비슷해 둘이 짝짜꿍이 돼 나를 놀리곤 했다. 실제로 엄마가 나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사위삼고 싶어하며 침을 흘리던 K는 지금 C양의 남자친구다. (그러고보니 내 눈엔 K가 정말 김용만을 좀 닮은 것 같은데, -K야 미안~!- 다시 말하지만  내 이상형은 김용만이 아니라 감우성이다- 오다기리죠가 이상형이라 외치던 C였기에, 나는 주변사람들이 의혹을 수없이 제기해도 '아닐거야'로 일관했었다.)

교회에 최집사님이라는 분께서 새로 들어오셨을 때, 난 최집사님이 우리 교회에서 제일제일 멋있다고 얘기를 했었다. 저분 감우성 닮으셨다고- 난 저런 분 있으면 바로 시집간다고. 다들, 그래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성실하고, 바르고- 그럼 난 꼭 이렇게 말했다, 아니아니, 나는 최집사님이 잘생겨서 좋다고!!!!!!! 그러면 다들 어이없어하곤 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못생긴 얼굴'이거든? 이라고 하면서 ㅠ_ㅠ 정말 충격적이었다, 못생긴, 정도까지는 결코결코 아닌데 ;;; 특히 엄마와 C양이 놀림이 대단했다. 어떻게 최집사님이 교회에서 제일 멋있을 수 있냐며...

그리고 1년이 더 지난 지금, 사람들이 최집사님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한다. 이분 정말 너무너무 괜찮은 분이다. 내가 처음에 딱 봤던 그대로다. 가정에 잘하고, 부인 끔찍하게 아끼고, 애들한테 정말정말 좋은 아빠. 내 눈을 그토록 못미더워하는 엄마가 오늘은 딱 최집사님같은 스타일이 정말 최고라며, 그런 신랑감만 데려오면 된다고- 엄마가 니 눈을 못믿었었는데, 니 눈이 최고로 정확하다며- 어떻게 딱보고 그렇게 사람을 잘 알아보냐고, 이제야 좀 안심히 된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신다, 나는 의기양양하여, 응 엄마 내가 사람을 쫌 봐, 딱보면 쫌 알아,라는 초거만을 떨며 내가 잘 알아보고 데려올테니 걱정마,라고 답했지만 엄마가 잊고 있는 건, 내가 좋아했던 건 인간 됨됨이도 됨됨이지만, 그 이전에 얼굴이었다는 거!

후후 나 너무 외모지상주의인 것 같아,라고 말하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비웃으려나 ㅋㅋ 내 기준 안에서만 외모 지상주의, 남들이 보기엔 얼굴보다는 인성을 중요시 하는 사람-

그나저나 스물여덟살이 마감되는 시점이다보니 요즘들어 부쩍 엄마의 초미의 관심사가 나의 결혼이 되고 있는 듯 하다. 엄마맘대로 사위감 1순위였던 K군을 C에게 보냈기 때문인걸까? 암튼 난 향후 3년간은 계획에 없는데, 3년 이후에도 실은 잘 모르겠는데 말이다 -

그래도 일단 이런 건 엄마한테 처음 인정받아봤다는 기쁨 ^^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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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0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읽은 결과, 웬디양님은 다른 여성들과 한 남성을 두고 경쟁할 일은 없을거 같은데요. 이건 좋은거에요. 하하.

웽스북스 2007-12-02 12:51   좋아요 0 | URL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형'이라고 말하지만은 않아서 그렇지 실전에서는 다들 이쁜 마누라 얻어서 잘 사시는 분들이셔요 ㅋㅋ 그러고보니 저 이상형 분들은 또 다 유부남이라는 공통점이 ㅎㅎㅎ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이상형이랑 결혼하는 건 아닌 것처럼, 저도 꼭 제 이상형인 사람만을 만난 건 아니구요 ㅋㅋ 남자는 결혼후 살집이 잡혀야 저런 풍채(?)가 완성되는 건가? 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ㅋㅋ

Mephistopheles 2007-12-0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래도....감....우성정도면 지성미에 샤프한....눈이 높으신 거잖아욧.

웽스북스 2007-12-02 17:5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감우성....은... 그렇죠 -_-ㅋㅋ
문제는 그러니까, 저 분들을, 아무도, 감우성이라고, 생각, 안해준다는 거....아....갑자기 저분들게 죄송해지는데, 저분들 정말 잘생기고 멋진 분들이시거든요? 그러니까, 음...ㅠ_ㅠ 결론이 뭐라는거지? ㅠ_ㅠ

비로그인 2007-12-0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핫. '내 눈에 좋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결국 '사랑은 내가 하지 남이 하나~' 이니까요. ^^

웽스북스 2007-12-03 18:22   좋아요 0 | URL
글죠글죠, 오늘도 꿋꿋하게! 내 스따일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