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상한 데서만 발현되는 까칠함 때문인지,
나는 어려서부터 민폐를 끼치는 것과 민폐를 당하는 것 모두를 참 싫어했다
그럼에도 생각해보면 무의식중에 민폐는 참 많이 끼치고 살았겠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내가 당하기 싫은 민폐 정도는 끼치지 말고 살기 위해
노력하자,는 주의고 많은 사람들도 그러리라 믿는다
비가 오는 날 아침이면 가급적 우산이랑 빳빳한 비닐백 하나를 같이 챙긴다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바뀌는 그 1회용 우산 비닐이 아까운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지하철 역은 우산 비닐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젖은 우산을 털어서 우산 케이스에 넣고 가방에 넣으면
방수가 완벽하게 되지 않아 꼭 가방 안에 있는 내용물을 적시곤 하기 때문에
우산은 가급적 비닐백에 넣고 똘똘 말아 가방에 넣는다
그게 어려운 경우라면 우산은 반드시 접어서 똑딱이를 콕 채워넣는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다리로 스치는 젖은 우산의 축축하고 차가운 느낌이
나는 정말이지 너무 싫다
특히나 2단 우산이나 3단 우산을 쓰고 물 뚝뚝 떨어지는 우산천을 그대로 달랑달랑 들고
지하철을 타는 사람의 이기심은 도저히 이해 불가다
물론 우산의 안녕과 평안을 위해서라면 젖은 우산을 그대로 접어 통풍이 안되는 곳에 넣는 게
우산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겠다
하지만 우산에 대한 예의보다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먼저인 것을...
지하철이라는 장소는 사람을 참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들고,
별것 아닌 일에도 확! 화가 나버리는 쪼잔한 사람으로 만드는 장소이다
게다가 비오는 날의 지하철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사람도 평소보다 많고, 우산의 영향력하에 있지 못한 발, 바지 뒤축, 혹은 어깨 등이
이미 축축한 상태로 서로 밀착된 채 오랜 시간을 가야 하기 때문에
맑은 날의 쪼잔민감 지수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쪼잔민감지수를 기록하는
자신과 타인을 만나는 일은 피할 수가 없다
그러니 부디,
우산은 접거나 넣어주세요
며칠 전에 비오는 날 우산이 없어서
우산 케이스 밖에 튼튼한 케이스가 하나 더 있는 우산을 구매했다
(알고보니 우산자랑? 막이러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