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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ㅣ 블랙 캣(Black Cat) 17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이기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1.
에를렌두르 형사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호텔에서 나오지 않는다.
'속이 텅빈 구멍' 같은 집으로 가기 싫어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망할 호텔, 라디에이터가 고장나 추운 방에서 엉덩이를 뒤로 빼며 미적미적 댄다.
마지막 장면이 에바와 함께 호텔을 나와 집으로 간다.
다행이다.
에를렌두르가 예전만큼 지쳐 보이지는 않는다.
살짝 로맨스의 기대감이 있어서인지, 아니 로맨스를 걸어보는 정도의 상태라는 것은
더 원숙해 졌다.
에바는 여전히 속을 썩이는데, 여전히 미워할수 없다.
안아주고 싶은 에바, 이제 그만 아빠좀 도와줘. 그래도 된다구.
2.
인드리다손의 문장은 흰쌀로만 지은 죽같다. 향이나 맛이 없다.
별다른 멋을 내지 않는 소박한 문장, 그런데 그 문장이 자꾸 당긴다.
왠 중독성, 이 강하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쩌면 이렇게 모두들 춥고 외로울까
소재가 매우 자극적인데도 특별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느낌
차갑고 힘든 현실이지만 사람들은 서로 위로하고 아끼며 살기도 하고
아끼는 마음도 넘치면 독이 되기도 하고
다만 견디며 살때도 있다고
슬픈 이야기가 마음을 자꾸만 끌어당기는 이유가 뭐냐면
살인사건이 벌어진후 형사가 돈을 추적하지 않는다는거지
사기치거나 잘난척도 하지 않아. 머, 엄청난 음모가 배후에 있지도 않아요
리얼하고 성실하게 피해자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상처받은 아픈 마음을 추적한다.
착한 에를렌두르는 예민하게 고통을 읽고 피해자의 감정을 느낀다.
사실 그가 이미 넘치도록 외로운 사람이라 잘 아는거겠지.
그럼에도 질척질척한 느낌 없이 감정의 흐름이 쿨하고 대화는 위트있다.
3.
에들렌두르를 만나서 눈빛을 나누며 손을 한번 꼭 잡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