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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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지배를 꿈꾸지 마라. 그런건 없다. 오로지 섬김만이 있다.
진정으로 인민을 위하고 세상을 위하고 싶다면 섬겨라. 가장 고통스러운 삶의 현장에 함께하라.


높은 자리에 앉아서 하는 좋은 정치란 없다. 맞아.
'가장 고통스런 삶의 현장'이 좋은 정치의 현장이다. 맞아.

불가능한 것에 대한 꿈꾸기를 중단하지 마세요.
믿으면 이루어집니다.

천천히 읽는다.


2.
2009년 4월 초판 1쇄 발행, 한달만인 5월 28일 3쇄를 발행했다.
예수전은 흥미로운 소재다.
'200주년 신약성서'를 해석하는 기본 텍스트로 하는데 유일하게 예수가 존대말하는 판인다.
명령하는 예수가 아니라 권하고 존중해주는 예수다.
이미 신성을 갖아 높은곳에서 아랫사람들에게 말하는 예수가 아니라
인간예수의 행적을 쫓는다.

김규항은 구구절절이 쓰지않고 간결하게 영혼의 성찰을 경제적으로 쓴다.
화려하지 않고 소리높여 잘난척하지 않는다. 그러니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다.
쉬운 문장이 단단하다.

예수다.
예수처럼, 술과 음식을 즐기며, 가난한 자들을 애끓어하며,
가난한 자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체제에 분노하며 예수처럼
즐거운 하느님 나라를 위해. 나는 그 나라를 노동해방세상이라고 하지.

한평범한 시골 청년이 어떻게 하느님의 아들로 여겨지게 되었는가. 그것이 마르코복음이다.

나눔은 '불쌍한 사람'과 그 불쌍한 사람을 돕는 '훌륭한 사람'으로 역할을 나누어서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쇼가 아니라, 누구든 제 능력과 개성에 맞추어 정직하게 일하는 것만으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자존심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다.

진정한 혁명가는 영성가이지 않을 수 없고 진정한 영성가는 혁명가이지 않을 수 없다. 기도든 명상이든, 하루에 30분도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않는 혁명가가 만들 새로운 세상은 위험하며, 혁명을 도외시하는 영성가가 얻을 수 있는 건 제 심리적 평온뿐이다.

예수는 좋겠네.
죽고난 2000년 후에도 뜨거웠던 당신의 삶을 쫓아 학습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끊이질 않으니


3.
랍비라는 자들이 적당히 지배계급에 봉사하며 인민들의 등쳐먹은것은 역사가 오랜일이군.
예수 생전에도, 그 이전부터 그랬군, 참.

한걸음 더 나아가 오늘날의 랍비는 시민운동을 하는 저명한 사람들이라고 하네, 김규항은
왜일까 나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가 생각났다.

이른바 시민으로서 양심과 윤리로 무장하고 그에 맞게 실천하고 행동함으로써 모든 사람의 존경과 신망을 얻는, 그러나 고통받는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선 근본적인 변혁이 아니라 동정과 시혜의 방식으로만 접근하여, 고통의 구조를 영속화하는 '저명한 사람들'. 


4.
'200주년 신약성서'의 마르코복음은 절판되었다.
언제든 예수를 읽어보고 싶다.
김규항처럼 마르코복음의 행간 예수와 제자들 사이에 오가는 마음, 민중들의 마음까지
시대배경을 담아 해석할수는 없겠지만 

나를 존중해주는 예수의 말을 잘 들어 그의 어깨에 기대 쉬고 힘을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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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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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에 집착하지 않고 요리와 추리의 조화가 자연스럽다.
캐릭터들도 튀지않고 흥미롭게 서로 어울린다.
어렵지않고, 심각하지 않고, 가볍고, 재밌다.
킬링타임 용으로 부족하지 않음.

추리소설의 재미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이 뭔가 구린 의혹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것이다.
그 의혹이 어떻게 얽히고 풀리는지의 과정이 재미를 좌우하기도 하는데
무리없다.

대체로 예상한대로 가는데
마지막 부분은 내 취향에는 지나치다.
이렇게 자극을 주려고 작정을 할 필요가 있나 싶다.
감성을 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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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 Mr. Know 세계문학 60 Mr. Know 세계문학 60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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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라는 매체가 생명을 얻어 사람들의 감성을 지배하기 이전과 이후의 문학은 많이 다르다.
1800년대의 사실주의 소설들은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자기 철학이다.
'종교와 왕정을 두가지 영원한 진리'라고 생각한 왕당파 발자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치밀하게 뭐하나 빠짐없이 당대의 모순과 위선, 욕망을 소설속에서 보여준다.

요즘같으면 생략할 그많은 풍경들은 지루하기도하지만
발자크가 그려내는 시간과 공간에는 분위기와 냄새와 공기의 밀도까지 들어있다.
그의 정직한 문장은 가끔 시적이기도 한데

억제되고 너덜너덜해진 궁핍함
얼굴은 차갑고, 굳어있고, 마치 이제 유통되지 않아 쓸모없어진 은화의 표면처럼 무뚝뚝했다.


이런 문체는 최근에는 챈들러에게서나 본다.
세상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직관이 있어야 가능한 문체를
발자크는 여유있고 자신감있게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며 꼼꼼하고 집요하게, 근면하게 쓴다.


2.
뒤로갈수록 문체의 빼어남보다는 스토리의 전개와 인물의 캐릭터가 중요해지고
그래서 오히려 읽기는 편해진다.
고지식한 왕당파 답게 욕망에 충실한 면모도 있고 등장인물에 대한 호오를 표현하기도 한다.

당대를 대표할만한 다양한 인물들이 딱 그사람답게 그려져 흥미를 더하는데 
역시 나는 보트랭이 좋다.
궁상떨지 말고 다시 탈옥해서 잘 살아주오. ^^*

일부러 찾아서라도 고전문학들을 더 읽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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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일 - 쌍용자동차 노동자 파업 사진 기록
미디어충청 지음 / 메이데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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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쌍용자동차의 공장점거 투쟁이 끝난후 1주일은 패닉상태가 되어 누워있었고
그다음은 외곡된 평가들이 지긋지긋해서 거짓없이 힘들었다.

평생을 라인에서 일해온 노동자가 상하이 중국자본이 빼돌린 돈때문에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을 받아들일수가 없어서
모두들 그렇게 열심히 싸웠는데 

애초에 이럴줄 뻔히 알면서 상하이자본에 쌍차를 내준 국가는
오히려 무장한 병력으로 노동자들을 때려잡고
그저 찍소리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저항한 자들은 지금도 48명의 동지들이 감옥에서 징역살고 있다.
노동조합은 용역깡패들에게 파괴되고
구속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출입하지 못한다.
야만의 세월, 야만의 공장  
찍소리하지 말고 살라한다.

사실은 이지경이면 쌍용자동차는 국유화했어야 하는거다.
그것이 이 사회 구성원으로 평생을 열심히 일해온 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의 책임이다.


2.
그렇게 투쟁이 교란되고 평가가 교란되는 사이
미디어충청에서 사진집이 나왔다.
실제 벌어진 전투의 격렬함에 비해 사진집은 오히려 순하고 심심하다.
떼를 쓰면서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불법폭력집단이 아니라 
소수좌파 외부세력에게 경도된 폭도들이 아니라

아이와 아내를 사랑하는 평범한 아버지들
평생을 고단한 노동후 가족들과 둘러 앉아 김치찌개, 된장찌개 먹으며 마음을 나누며 살아온
그 노동자들이 고립된 섬같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과 밖에서 어떻게 77일을 살았는지, 싸웠는지

'당신은 참 예뻐요'
점거투쟁하는 신랑이 보내온 편지의 마지막구절을 읽은 아내의 마음은 어땠을까.
걱정되고 걱정되지만 10년 넘게 아이 낳고 살아온 남편이 새삼 소중하고 사랑스러웠겠지.


3.
미디어충청은 쌍차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현장에 있었고 그것은 마치 전선기자 같았다.
노동자들의 투쟁의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을 지키며
보수언론이 말하지 않는 사실을 온힘다해 전달해준 미디어충청의 우직함이 고맙다.
또한 스스로 그 투쟁의 현장에서 함께 했던 77일이 행복했다고 말하고
이제 이렇게 투항하는 자들의 비굴한 소리 가득할때
거칠고 소박해도 진실을 온전히 기억하자고 사진집을 내놓은 미디어충청에게 동의하며
박수를 보낸다.


4.
부디 아직도 감옥에 있는 동지들
77일의 투쟁을 온몸으로 했던 동지들, 그들의 정말 예쁜 아내들, 아이들
쌍용자동차 공장 밖에서 안타까운 마음이외에 아무것도 없이 빈주먹으로 
경찰과 용역깡패에게 폭행을 당하며 투쟁의 전선을 엄호하고자 했던 모든 마음들에게

지친 몸과 영혼을 일으켜 다시한번 싸움을 준비할수 있는 무기가 되었으면, 바란다.

ps.당신들이 참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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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사나이 - 새번역판 그리폰 북스 6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김선형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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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밌다.
파웰과 라이히 두 중심인물이 매력적이다.
현실세계의 부와 권력을 갖고있어 거침없고 거기에 체력도 좋은 라이히와
똑똑하고 재치있고 사려깊은 에스퍼 파웰
스토리의 전개는 매우 빠르고 다음장면이 궁금한데 예측하기 어렵다.
책장을 넘겨 읽고나면 대략 앞선 복선과 암시의 인과관계 성립에 무리가 없다.
두사람을 축으로해서 여러등장인물들이 모두 개성적이다.
눈으로 보는것 같아.

에스퍼의 능력이란것이 순간이동이나 폭력적이고 무시무시한 힘이 아니라
단지 다른사람의 마음을 읽는것인데
심지어 본인도 잘 모르는 심층의 마음까지도 읽는다. 

나도 모르는 내마음을 읽는 타인이라니.
이런 사람이 있으면 나도 좀 상담하도 싶어.
내 마음을 읽어주삼. 나는 내가 왜 이런지 모른다오. ^^

다만 베스터 이자도 마초네.
바바라의 캐릭터는 많이 억지스럽다. 변종 롤리타의 느낌은 생뚱맞다.
얼마전에 상욱이가 페미니즘계열 SF도 읽어보라더니
찾아서라도 읽어서 균형을 좀 맞추어야 겠다.

이정도 스케일의 상상력과 창조력은 부럽다.


2.
마무리의 '파괴'는 김빠진다.
정신없이 빠르게 몰아쳐가다가 갑자기 서둘러 마무리하는데
착하고 좋은게 좋은거라고 맹탕처럼 끝낸다.
마무리가 김빠진다. 머 이래.

더욱이 변형 롤리타에 하이틴로맨스 마무리다. 참 편리하고 쉬운.
특히 그와 그녀의 사랑은
착한 딸처럼 '네' 하고 그의 말을 잘듣는 섹쉬한 그녀가 행복하다니, 내참.

앞부분에 비해 마무리가 쫌 거시기하지만 그래도 재밌다.
어제 새벽 4시까지 읽어버렸다.
오늘의 일정을 무시한 이런 독서삼매경은 일종의 사고다.


3.
우리나라의 정서에 SF는 너무 다체로와서 가볍고 요란해보이는 빛이 아닌가.
나는 이 빛이 좋아졌다.
올해는 SF를 발견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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