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용산 - 딸에게 보낸 편지
김재호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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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이 철거민들을 죽인 용산에서의 학살사건으로 갑자기 테러리스트가 되어 

3년 9월의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김재호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에게 보내는 만화편지. 


김재호는 만화가가 아니었고 다만 금은세공과 시계수리하는 손재주 있는 사람이었다. 

펜으로만 그린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3년 9개월 그 긴시간동안 억울한 마음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어떻게 이겨 살아냈는지 알게된다. 

한컷한컷 소박하지만 정성가득한 그림을 유심히 보게된다. 

소박하고 세련되지 않지만 김재호는 빨강과 노랑으로 아내와 아이를 기억하며 그린다.

좁고 불편한 감옥에 갇혀 그린 그림들이 어찌 이렇게 밝은가. 

구김없이 회상할수 있는 과거. 

화사하게 편집할수 있는 가족들과의 기억이 있는 사람은 자기 존재를 긍정하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김재호를 한번도 본적 없는데 

단단하고 진솔한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만화를 받아보는 아내와 딸은 또한 남편과 아빠가 부재한 시간을 버티며 

그를 기다렸을것 같다.  


당장 철거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사람들을 죽여가며 철거하더니

막상 용산의 남일당과 그근처는 아직도 공사를 하지 않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 없지. 도대체 왜 죽였니. 이명박과 경찰청장, 그리고 삼성과 대림을 비롯한 자본들의 폭력을 잊지 않을거다. 


그러나 어서어서 언능언능 용산에 꽃피면 좋겠다. 

감옥에 갇혀 아내와 딸에게 보낸 만화 편지를 책으로 엮어내며 제목을 꽃피는 용산으로 정한 까닭이 있을 것 아닌가. 

부디 가난한 사람들을 몰아내고 높고높은 고층건물지어 꽃조차 죽이지 말고 

꽃피어라.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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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2013-06-1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반드시 피어나고 말리라 ! 용산! "꽃피는용산,, 저자 김재호 입니다.
 
노근리 이야기 2부 - 끝나지 않은 전쟁
박건웅 지음, 정은용 원작 / 새만화책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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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군에 의한 노근리 피난민 학살사건을 생존자의 증언으로 보여준 1편의 노근리 이야기 이후 2편이 궁금했었다.

노근리 이야기 2편은 생존자들이 오랫동안 빨갱이로 몰릴까봐 말조차 못하고 살다가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글로 남기고 책으로 펴내고 민주화이후 94년 대책위를 구성하여 끝나지 않은 학살의 경험,

침묵을 걷어내고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하는 과정 또한 여전히 파렴치한 가해자의 폭력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박근혜 따위가 가끔 할말 없으면 역사가 평가할거라며 주접을 떤다는데

역사가 무엇인지, 학살을 당한 자들이 왜 고통스러운지, 여전히 너는 어떻게 가해자의 편인지  

학살당한 자의 기억과 그 기억을 역사로 정당하게 만들기 위한 싸움의 결과물 노근리 이야기 같은 책을 좀 보라고

너의 뺨을 친다고 말해주고 싶다.

 

 

2.

1950년 그렇게 민간인을  학살해놓고, 아무리 봐도 한국의 민간인을 소나 돼지로 생각한게지. 

사람으로 생각했으면 이렇게 죽일수가 있나.

그래놓고 그 소나 돼지가 50년이 지나서도 잊지않고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니 미국정부 황당한거지.

우리가 니네 한테만 그런것도 아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민간인을 죽이고 다니는데, 니네가 사람도 아니면서

우리가 니네를 북한의 빨갱이로부터 구해줄려구 그런건데. 뭐, 이런 입장인것 같다. 미국은.

 

사람을 그렇게 참담하게 죽여놓고 44년후 노인들이 진정서를 들고 미대사관을 방문하니 문을 열어주지 않다가 

기자가 항의아니, 간신히 문열어 진정서 접수하고 쫓아내네. 이 땅의 주인이 미국이라는 거지.

 

노근리에서의 학살은 인정하지 않는 미국에게 분노하니

베트남에서의 학살을 인정하지않는 대한민국에게 분노한다.

나쁜다.

 

 

3.

절대 잊지못해 기록하고 책을 내는 정은용이 대책위 위원장이고 아버지의 고통을 보고자란 아들 정구도가 집행위원장이다.

이 양반들 참 존경스럽다.

특히 정은용, 이 노인의 끈질긴 싸움은 그가 경험한 학살 현장에서의 분노와 상처가 평생 그를 어떻게 짓눌렀는지.

말하지 못하며, 그러나 그 기억을 지켜내기 위해 꾹꾹 눌러 참으며 잊지 않으려 애쓰며

기필코 세상에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어둠과 절망을 이기며 어떻게 살아왔을지.

단단하고 단단하다.

 

박건웅은 생존자들과 그 아들, 이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 잘안다.

대책위 활동을 하며 세상의 무관심이 힘들때

정구도는 캄캄한 세상에서 길을 읽은듯이 느껴지고 '어둠, 그때 노근리 쌍굴다리 속이 이렇게 어두웠을까?'

자신의 위치를 1950년 학살현장의 어둠과 1990년대 학살의 진실을 외면하는 한국사회의 어둠은 같다는 것을 아프게 증명한다.

이런 장면은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이 다큐만화가의 직관과 감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림도, 이야기의 흐름도, 꼿꼿이 정직한 감성도, 의연함도 모두 좋다.

 

 

4.

한국정부야 제 인민이 미국과 이해관계가 엊갈릴때 언제나 미국편이니까 그렇다치고

조중동이야 늘 있는놈들 편인 이유가 애초에 친일하다 친미로 갈아타며 잘먹고 잘살아온 놈들이니 그렇다 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 엠네스티 한국지부가 노근리 대책위의 도움요청을 거절한 것은 쫌 구리다.

전쟁통에 민간인이 학살당한 사건, 여전히 가해정부가 진상을 인정하지 않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을 거부하면서

니네는 인권을 위해 뭘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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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묵자 - 문익환, 기세춘, 홍근수의 논쟁
문익환, 기세춘, 홍근수 지음 / 바이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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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밌다.

기세춘은 자기가 해석하는 묵자, 해방투쟁하는 협객처럼 말하고

문익환은 자기가 해석하는 예수, 인자처럼 말한다.

기세춘은 묵자가 혁명가라고 하고

문익환은 예수 또한 계급투쟁의 전사, '요새말로 PD계열'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이 계급투쟁의 전사 예수는 원수가 없다네. 요 대목이 예수스럽다.

계급투쟁의 전사가 원수가 없을수 있다고?

 

저자들이 서로 논박하는 것이 흥미롭다.

주로 예수에 대한 해석에서 부딪히는데 크게 긴장하지 않고 봐도 무리없다.

서로 반박하고 논쟁하며 이분들이 즐기신다. 좋았겠어.

 

 

2.

지난 12월 박근혜 당선되고 사흘만에 4명의 노동자가 죽고 심란하여 예수와 묵자를 읽었다.

그때죽은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의 장례를 치르기도 전에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윤주형이 죽고

살아 외롭다는 윤주형의 장례식장에서는 온갖 비루함이 마지막까지 펼쳐졌으니

그러나 오늘 윤주형의 장례를 치루었고 부디 평안히 가시길 바랄 뿐.

 

 

3.

기세춘이 해석하는 묵자는 매력적이다.

묵자는 고대 사상가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노동하는 동물'임을 발견했다. 이것은 혁명적 발견이며, 인간이 자주적 존재하는 선언이다.

 

묵자는 자신의 사상을 한마디로 '천하무인' 즉 '천하에 남이란 없다'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묵자는 하나님의 사도이면서 혁명가였다. 다만 그의 혁명은 폭력투쟁이 아니라 비록력 해방투쟁이었다. 그는 두가지 운동을 펼쳤다. 하나는 반전평화운동이고 또 하나는 절용문화운동이었다.

 

묵자의 제자들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땅위에 천국을 건설하려고 행동으로 투쟁한 협객집단이었다.
요새말로 사회주의자들이라는 말이다. 3000년쯤 전의 협객들이 멋지다.
오늘 나의 투쟁이 3,000년전 선배 협객의 이상적 사회에 대한 꿈과 맞닿아 있다는 것은

3,000년이나 착취와 억압이 인민의 껍질을 벗겨도

3,000년이나 저항이 멈추지 않았다. 이것이 전부이고 이 뿐이고, 이것으로 족하다.

 

예수의 아버지 요셉의 집안이 묵가 집안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묵자와 예수가 한뿌리라고 주장하는 기세춘이 재밌다.

묵자가 동이족으로 우리 민족의 조상중 하나라는 것도 재밌다.

그러니까, 우리민족은 묵가를 배출한 민족으로 협객 묵가의 민족이고 또한 예수와 한뿌리인 민족이라는 거지. ^^

 

묵자의 천은 인민을 사랑하는 민중해방의 신이다.

 

하늘의 뜻은

대국이 소국을 공격하는 짓을 바라지 않고

강자가 약자를 겁탈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다수가 소수를 폭압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지혜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는 것을 바라지 않고

높은 자가 낮은 자에게 오만한 것을 바라지 않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힘이 있으면 서로 돕고

동지가 있으면 서로 가르쳐주고

재물이 있으면 서로 나누기를 바란다.

묵자 / 천지 中

 

의는 이다.

의는 뜻으로써 천하늘 아름답게 하고

힘껏 인민을 이롭게 하느 것이다.

반드시 재화일 필요는 없다.

이로움이란 그것을 얻으면 기뻐하는 것이고

해로움이란 그것을 얻으면 싫어하는 것이다.

묵자 / 경. 경설 中

 

오래전에 중국과 한반도 근처에 살았던 사람들이 글을 기록하고 문명이 발생할 무렵

민을 아끼고 민을 통해 보고 들은 하느님을 확인한다.

하느님은 때로는 민중의 수호신이고 시간이 흘러 대체로 계급사회 왕의 수호신이 된다.

 

하늘의 뜻을 따르는 것은 겸(평등)이요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은 별(차별)이다.   

평등을 도로 하면 의로운 정치요

차별을 도로하면 폭력의 정치다.

 

기세춘이 해석하는 묵자는 간명하며 명쾌하다.

묵가의 협객들은 하느님의 사도로서 엄격한 규율을 가지고 평등사회를 실천하는 집단이었다.

당대의 협객들이 그 과한 강직함으로 죽고, 혹은 은둔한 후 2000년이 넘도록 묵가는 숨겨진다.

매력적이다.  

 

 

4.

요는 예수고 묵자고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려거든 인간의 먹을것을 해결해야 하고 존엄을 유지하며 살수 있어야 한다.

존중되어야 함이다.

현실에서 무조건 인내할것만 요구한다면 죽어 천당이든 하나님 나라든 다 개뿔 필요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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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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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을 당하기 전의 토비와 그후의 토비가 다른 사람인 것처럼 세상이 뒤흔들려 통째로 바뀐다.
그가 없어도 세상은 이미 가해자로 그녀에게 존재한다.
그의 이름만들어도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그녀의 몸을 뚫고 지나가는 것처럼 느꼈다.

인간종말 리포트의 여성 버전이다.
지미가 눈사람이 되었을때, 글렌이 크레이커를 창조하고 오릭스와 사랑을 할때
지구별 다른 귀퉁이에 토비와 렌이 있었구나.
건강현인단지와 평민촌거리, 고통공감옥과 건강클리닉, 아담들의 종교집회
애트우드는 깨알같이 세상을 창조하며 즐거웠겠다.

그녀의 뛰어남은
계급에 따라 다른 거주지에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폭력과 마약에 노출되어 비참하게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것이 아니라
인간과 환경을 파괴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이 성찰하지 않으면 어느수준까지 극단적으로 피폐해지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그것에 저항하는 근본주의자들 환경을 생각하고 검소하게 사는 공동체의 사람들을 보여주지만 
그곳에 조차 문제는 있다는 것을 모두, 모두 보여준다. 
단순히 양분하여 어떤 훌륭한 철학을 승인한 집단은 실수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것이 읽는 사람을 얼마나 편안하게 하는지 
우리는 그 모든 한계와 오류를 보고 그리고 그속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토비와 렌을 본다. 
두사람이 얼마나 예쁜지, 기왕에 인간종말 리포트를 본사람이라면 더욱더 놓치지 말고 볼것을 권한다. 
남성중심의 서술과 여성중심의 서술은 똑같은 사건이 이렇게 달라진다.  
애트우드, 멋져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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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의 시대 사계절 만화가 열전 3
박건웅 지음 / 사계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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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꽃부터 박건웅이 좋았다.
노근리마을의 고통을 수채화처럼 그려주어 감동먹었고

허영철 선생의 자서전을 그림으로 그린 나는 공산주의자다에서는

박건웅이 자신의 화풍을 완성한듯이 보여 뿌듯하였다.

단지 사실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행간의 마음을 굵고 진한 선과 여백으로 그리는 것이 경지에 이른듯이 보였다.

 

 

2.

그동안 역사를 그렸던 박건웅이 현실 세계를 그린다.

그의 그림 방식처럼 명암이 분명하고 진선적이며 정면돌파의 느낌이 있다.

역사를 그릴때보다 감정의 기복이 크고 분노가 감추어지지도 않는다.

나는 그것도 좋았다.

더 세련되게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고, 더 은유하려 애쓰지 않고, 분노를 담아 그려주는 그림도 좋았다.

아니, 박건웅의 그림들이 매우 불편하여 좋았다.

그동안 보았던 꽃이나 노근리 마을이나 나는 공산주의자다에서 박건웅은 등장인물에 대한 애정이 있어

고발하는 사실은 충격적인 내용일지라도 매우 서정적으로 표현했는데

이제 엠비를 고발하고 뒤틀린 현실을 고발하면서는 인물들을 풍자하고 조롱하며 그리기때문에

언듯 거칠게 느껴지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거칠고 참담하다고 말하는 박건웅의 소리가 책갈피에서 들린다.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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