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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이야기 2부 - 끝나지 않은 전쟁
박건웅 지음, 정은용 원작 / 새만화책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1.
미군에 의한 노근리 피난민 학살사건을 생존자의 증언으로 보여준 1편의 노근리 이야기 이후 2편이 궁금했었다.
노근리 이야기 2편은 생존자들이 오랫동안 빨갱이로 몰릴까봐 말조차 못하고 살다가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글로 남기고 책으로 펴내고 민주화이후 94년 대책위를 구성하여 끝나지 않은 학살의 경험,
침묵을 걷어내고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하는 과정 또한 여전히 파렴치한 가해자의 폭력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박근혜 따위가 가끔 할말 없으면 역사가 평가할거라며 주접을 떤다는데
역사가 무엇인지, 학살을 당한 자들이 왜 고통스러운지, 여전히 너는 어떻게 가해자의 편인지
학살당한 자의 기억과 그 기억을 역사로 정당하게 만들기 위한 싸움의 결과물 노근리 이야기 같은 책을 좀 보라고
너의 뺨을 친다고 말해주고 싶다.
2.
1950년 그렇게 민간인을 학살해놓고, 아무리 봐도 한국의 민간인을 소나 돼지로 생각한게지.
사람으로 생각했으면 이렇게 죽일수가 있나.
그래놓고 그 소나 돼지가 50년이 지나서도 잊지않고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니 미국정부 황당한거지.
우리가 니네 한테만 그런것도 아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민간인을 죽이고 다니는데, 니네가 사람도 아니면서
우리가 니네를 북한의 빨갱이로부터 구해줄려구 그런건데. 뭐, 이런 입장인것 같다. 미국은.
사람을 그렇게 참담하게 죽여놓고 44년후 노인들이 진정서를 들고 미대사관을 방문하니 문을 열어주지 않다가
기자가 항의아니, 간신히 문열어 진정서 접수하고 쫓아내네. 이 땅의 주인이 미국이라는 거지.
노근리에서의 학살은 인정하지 않는 미국에게 분노하니
베트남에서의 학살을 인정하지않는 대한민국에게 분노한다.
나쁜다.
3.
절대 잊지못해 기록하고 책을 내는 정은용이 대책위 위원장이고 아버지의 고통을 보고자란 아들 정구도가 집행위원장이다.
이 양반들 참 존경스럽다.
특히 정은용, 이 노인의 끈질긴 싸움은 그가 경험한 학살 현장에서의 분노와 상처가 평생 그를 어떻게 짓눌렀는지.
말하지 못하며, 그러나 그 기억을 지켜내기 위해 꾹꾹 눌러 참으며 잊지 않으려 애쓰며
기필코 세상에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어둠과 절망을 이기며 어떻게 살아왔을지.
단단하고 단단하다.
박건웅은 생존자들과 그 아들, 이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 잘안다.
대책위 활동을 하며 세상의 무관심이 힘들때
정구도는 캄캄한 세상에서 길을 읽은듯이 느껴지고 '어둠, 그때 노근리 쌍굴다리 속이 이렇게 어두웠을까?'
자신의 위치를 1950년 학살현장의 어둠과 1990년대 학살의 진실을 외면하는 한국사회의 어둠은 같다는 것을 아프게 증명한다.
이런 장면은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이 다큐만화가의 직관과 감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림도, 이야기의 흐름도, 꼿꼿이 정직한 감성도, 의연함도 모두 좋다.
4.
한국정부야 제 인민이 미국과 이해관계가 엊갈릴때 언제나 미국편이니까 그렇다치고
조중동이야 늘 있는놈들 편인 이유가 애초에 친일하다 친미로 갈아타며 잘먹고 잘살아온 놈들이니 그렇다 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 엠네스티 한국지부가 노근리 대책위의 도움요청을 거절한 것은 쫌 구리다.
전쟁통에 민간인이 학살당한 사건, 여전히 가해정부가 진상을 인정하지 않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을 거부하면서
니네는 인권을 위해 뭘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