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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 30년 전쟁의 한 연대기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이연희 옮김 / 범우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오래간만에 브레히트를 읽었다.
한마당 출판사에서 나온 '살아남은 자의 슬픔' 과 '흔들리는 사람에게'를 읽으며
충격과 감동을 느꼈던 것이 10년도 더 전 일이다.
시가 어떤 것인지, 요즘은 까맣게 잊고 있지만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마야꼬프스키와 브레히트였다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네. 

선동하며 사느라, 선동적인 시를 읽을 시간도 없었군. ㅎㅎㅎ 


2.
어지간해서 희곡은 잘 안본다.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니라 행위로 보아야 하는 글이다.
해석하고 연기하는 배우가 없다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대본일 뿐이라고,
왜냐하면 희곡을 읽는 것으로는 이야기에 잘 몰입이 안되니까.

그런데, 사실 연극을 볼 일이 전무하니

몇몇의 희곡은 보기로 했는데,
브레히트는 부러 찾아서 좀더 보려한다.


3.
브레히트 답다. 도전적이고 잘 비트는 풍자의 귀재.


4.
억척어멈은 전쟁터에서 낡은 포장마차를 끌고다니며 온갖것들을 판다.
그녀에게 마을은 전쟁터이고 포장마차는 집이다. 
아들둘은 징병되고 딸은 벙어리이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장소가 그녀의 거래장소, 삶의 장소이다.  
포장마차와 대포를 연결해 빨래줄을 만들고 대포위까지 빨래를 너는 그녀의 콧노래가 들린다.
씩씩하고 유쾌한 억척어멈.
먹고살려고 슬퍼할 시간도 없는 억척어멈.

브레히트는 억척어멈에게 관객이 분노를 일으키길 바랬다는데
운명에 끌려다니지 말고, 저항하길 바랬는지 모르지만

그러지 말아요. 브레히트.
그녀는 바보가 아닌걸요.
자꾸만 벼랑끝으로 밀리면서도 눈 질끈 감고 살아가는 끈질김이 그녀의 힘이라구요.
북치는 까트린이 바로 그녀의 딸이라구요. 

나는 그녀가 사랑스러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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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여성들 - 늑대를 타고 달리는
막달레나의 집 엮음 / 삼인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 늑대를 타고 달리는 이라는 표현은 절묘하다.
  두려움없이 몰아쳐가는 용감하고 의연한, 
  늑대의 발톱에 공격당해도 쓰러지지 않을것 같은.

1.
성매매는 논하기 쉽지 않은 주제이다.
성매매가 매우 천박하고 드럽다는 인식과 그런데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사실이 어렵다.
흔히 남성들은 성욕을 참지 못하기때문에 꼭 성매매여성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가장 천박하다.
이런 논리의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을 존중할리가 있나.
여성을 남성과 똑같이 존중할 줄 모르고 오로지 지들의 욕망이 중요한걸, 다른 어떤 것보다
좀더 자유롭고 쉽게 그러나 진지하게 성매매 문제는 아주 많이 논의되어야 한다.

적어도 성매매 직업여성의 인권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테니까.

논쟁은 그대로 두고
매우 쉽게 사례를 중심으로 씌어진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2.
사실 결혼제도는 일생일대 단한번의 성매매다.
아니 요즘은 이혼도 잘 하니까, 단한번이라기 보다는
결혼은 배우자에게만 내 몸을 주기로 하는 약속이 포함되는 거래이다.
단한번의 거래도 거래다.
딱 한번 파는 것도 파는거다.
먹고살기위해 결혼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이상하지 않다면
먹고살기위해 성매매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상할 것도 없다.

3.
왜 성매매가 범죄일까?
왜 그녀들이 자기의 삶이 성매매를 선택할 수 밖에 다른 밥벌이 수단이 없었다고 설명해야 간신히 설득되려 할까?

4.
성매매가 존재하는 현실구조에 대한 분석뿐아니라 그녀들의 삶을 알기위해
성매매 여성처럼 분장하고 그녀들의 공간에 들어가는 연구자 언니들의 노력이
정당하며 눈물겹다.
진지하고 솔직한 고민과 행동들이 어설퍼도 이해된다.
어쩌면 우리는 동시대를 이렇게 좁은 땅에서 다른 공간으로 나뉘어 살고있는걸까.

여성들, 저항하는 자들을 같은 공간에서 살게하는 문법을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한다.

5.
성매매 여성들의 '신분없음'
사회적으로 비하하고 폭력적으로 대해도 되는, 나쁜
어떠한 보호막도 갖지않고 노출된
그래서 반대로 남성들에게, 기둥서방에게 집착하고 의지함
두려운 구조안에서 노출되어 떨고있는 그녀들

소외되고 배제되어 존재하지 않음을 강요당해온 그녀들, 속으로
들어가 연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6.
성매매여성에게 술취해 와서 죽도록 패며
"오늘은 니가 좀 맞아야 겠다. 내 다음에 치로비 줄께"
라고 말하는 새끼들을 태연하게 생산하고, 은밀히 감추고, 구경하는 이사회가 참 싫다.

도대체 왜 너의 화풀이 대상이 그녀여야 하는거니?
치료비주면 그녀를 때려도 되니?
나쁜 새끼들, 나는 너 같은 것들 불쌍하지 않고, 용서하고 싶지도 않아.

7.
갈보, 매춘 여성, 성노동자
어떻게 호명되느냐는 그 사람에 대한 정의고 규정이다.
교도소에서 가장먼저 이름을 빼앗아 번호로 부르는 것은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
너의 인권을 무시해도 되는 곳이라는 것에 대한 선언이다. 우연이 아니지.
갈보, 매춘여성이 아닌 성노동자라는 말에는 어쨌든 그녀들의 위치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의미는 없다.

성노동자가 있어야 하는지, 없어야 하는지의 논쟁은 참 한가한 탁상공론이다.
성노동자가 있다면, 인권이 보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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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장따민의 행복한 생활
류헝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채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1.
소설은 장따민과 리윈팡 부부가 총명하지 않고 얼마나 바보같은지에 대한 서술로 시작한다.
류헝이 틀렸다.
장따민과 리윈팡은 현명하고 가진게 없어 착하며 끈질기다.
물론, 류헝은 그걸 잘 안다.
가난하고 배운것 없는 사람들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눈물겨운 지혜를 류헝은 잘안다.

그 궁상맞은 그을은 가난을 류헝은 모르는 척하며
유쾌하고 즐겁게 높은음자리 들어간 동요를 연주하듯이 쓴다.


2.
언어를 다루는게 예술이다.
중국 사람들의 정서가 이러한가봐.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말에 칼도 들었고, 꽃도 들어있다.


4.
끊임없이 공격해오는 삶의 고난들을 말로 토해내며
태연하게 살아내는 이 힘은 어디서 오는걸까?


5.
최근에 번역되는 중국 현대소설 작가들 중에 류헝이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작가이다.
반가와요. 류헝.
기대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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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 장애.장애 문제.장애인 운동의 사회적 이해
김도현 지음 / 메이데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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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장에서 투쟁하며 생산한 정책의 힘
현실과 만나는 이론
특히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의 장애에 대한 분석은
냉정하고 정확하다.
한번도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미안해라.

경험에 근거한 쉬운 서술, 친절한 설명
인간사회의 모순에 대한 사색과 성찰
혁명에 대한 전망을 버리지 않는 뚝심과 끈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만한 책이 나왔다니 ... 다행이다.
나처럼 장애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맙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해 파업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다른 아무것도 갖지 못해 몸을 무기로 투쟁하는 장애인들의 투쟁에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2.
고통스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한국사회의 장애문제를 몸으로 격어오며
행간에서 분노가 읽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따듯하고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조목조목 말하는, 김도현

신통한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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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으면서 전진한다 마이노리티 시선 24
조성웅 지음 / 갈무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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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지가 '상처위에 투쟁의 햇살' 이라고 서명해준 시집을 받았다.

2.
책상 한쪽에 미뤄놓고 잊고 있다가
어느 오후 무심코 손에들어
이런게 있었지 책장을 넘기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돈이 없어서 사지 않고 버티고 있던것이 아니라
실은, 이럴까봐 사기 싫었고, 읽기 싫었다.
내 이럴줄 알았어.
이 시집이 마음이 아플줄 알았어.

3.
나도 한때는 문학소녀 였다오 언젠가 한말을 기억하고
내게 구성진 소설을 기대한다고... 하

마치 천형처럼
노동자로 태어나고 노동자로 자라 노동자로 살면서
노동자로 투쟁하는 것이
그 소박한 삶에 대한 버리지 못하는 꿈이
반역이 되고 거친 물결이 되어 한바탕 끓어넘치는 화산이 되지 못하고
그저, 열사들의 뒤에서 곱씹어 울어버리는
화사한 봄날 햇살조차 예리하게 스윽 내 살을 베는

모른척하고 살고 싶어, 그런 감정들을.
그냥 언제나 씩씩하게 웃으며 지치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내는 것만
그런 것만 생각하고 싶어.

사실대로 말하면 슬프고,
희망을 말하면 거짓 도식이되는
노동자의 문학과

시가 무엇인지, 나는 살수록 모르겠어.

4.
그래도 한마디 하자면
시집의 표지가 맘에 안들어.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의 사진을 넣어도 꼭 이렇게 넣어야 해?
제목을 꼭 그렇게 까만박스에 붉은 글씨로 불안하게 비스듬히...
정말 마음에 안들어.

재미없는 책이라고 사지 말라고 홍보하는 표지라구.

갈무리 출판사 마음에 안든다.
노동자가 시인이면 시집도 이렇게 만들어야 하나?
성의없게 만들었다고 써있어.
기워입은 옷처럼, 가난해 보인다구.

노동자의 문학이 풍요로워 보이면 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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