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 1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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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본인은 디즈니의 이야기들 중에서 묘하게 미녀와 야수가 끌렸다.
 그리고 정말 미녀와 야수같은 이야기를 발견해냈다.
 '미녀와 야수' 비디오를 틀고 싶을 때마다 '혹시라도 이 이야기를 보는게 유치하게 보이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했던 본인의 기쁨을 상상해보시라.
 이 소설은 온 몸이 불에 타서 음경까지 없어져버린 전직 포르노배우 남자주인공과 정신분열증에 걸린(혹은 무시무시한 집착을 가진) 전직 수녀 여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도의 우울과 섬뜩함을 치달아가지만, 이 소설은 너무나 아름답다.
 실제로 남자주인공이 이 소설을 쓴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러나 작가의 얼굴은 너무나 멀쩡하고 심지어 잘생겼다.)
 그로테스크를 조각하는 마리안네의 모습에서 예술성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언제나 번역이 문제다.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내 상처 이상이다'라고 하는 주인공의 독백이 있는데, 그 부분이 본인을 심히 껄끄럽게 했다.
 문장을 좀 제대로 다듬을 역량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마감시간 앞두고 서둘러 번역하느라 문장의 어색한 구석도 그냥 지나친건지?
 로맨스를 보기보다는 천녀유혼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달리 표현을 못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이 소설이 막장뱀파이어 로맨스물들보단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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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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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정말 하늘 밑 빠진 것 마냥 비가 오더니 오늘은 거짓말같이 맑다. 당신은 어제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본인은 책 빌리러 국회도서관까지 걸었다. 말 그대로 우산하나 받쳐들고 광명에서 여의도까지 하염없이 걸었다.
 그리고 비가 그치는 간간히 이 책을 읽었다.
 오래된 책이라서 그런지 종이는 노랗게 바래져 있었지만, 
 이 책을 빌린 대학도서관은 대체로 책을 깨끗이 보존하는 편이라 그 흔한 물기 하나 안 묻어있었다.
 물기까지 묻어 흐물흐물해진 책이라면 아주 공포감이 최상이었을텐데 말이다.
 사실 '링'은 왠지 모르게 내용이 복잡해서 단순히 공포소설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럭저럭 내 취향인 것 같다.
 '어두컴컴한 물 속에서'라는 영화를 보고 이 소설을 보려 결심했지만, 역시 원작이 가장 나은 것 같다.
 물 속에서 부유하는 하얀 먼지들, 부표에 묻힌 어린아이의 신발, 수도관에 낑겨있는 축축한 머리카락들, 끝없는 심연이 담긴 밤바다..
 지금도 그 물컹물컹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뭐, 그래도 난 물이 좋으니 샤워하고 수영해도 무섭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정말 실감나게 읽고 싶다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이 책을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게다가 이 책의 매력은 단지 무서운 이야기만 나와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특히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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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하 - 미야베 월드 제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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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본 시대물이라서 그런지 꽤나 감명깊게 보았다. (혹은 이 책의 배경과 똑같이 비오고 천둥치는 날에 책을 봐서 그런지도.)
 이어질듯 말듯한 러브스토리는 여전히 아쉽지만, 역시 작가는 성실해야 한다는 걸 이 책을 읽고 다시 느꼈다.
 본인이 좋아하는 책 스타일이다. 서론본론결론이 매우 명확하게 구분지어진다고 할까.
 다만 그 순서가 너무 착실한 나머지 일의 전말이 드러날 때까지 너무 시간을 끌었다(...)
 미미여사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본인은 처녀작이라는 '퍼펙트 블루'와 역시 처음 쓴 시대물이라는 '외딴집'만 보았는데도 마냥 좋은데,
 대체 다른 본격작품들은 얼마나 좋은 걸까.
 생각만해도 가슴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라카미 류 씨의 소설도 다 정독하려 결심했는데... 잠시 지체되는건가ㅇ<-<
 처음엔 쇼군과 다이묘밖에 몰라서 한참 헤멨지만 하권을 보니 대강 정리가 되서 보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뭐, 일본 특유의 계급사회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중심은 일본의 하급신분들로 맞춰졌으니까.
 사람들 말대로 마지막 장면이 제일 감동적이었다. 추리소설보다는 그저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사실 본인은 외딴집이라는 제목을 보고 밀실살인인줄 알았음 ㅋ 원제는 '고독한 숙명을 지닌 사람'.
 책에 쓰여져 있는 일본어를 잘 보지 않고 냉큼 질러버린 분들 중 몇몇은 아마 본인처럼 낚이지 않았을까?
 아무튼 미미여사의 소설은 좀 더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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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용서하라 - 마음을 다스리는 책 2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 지음, 도솔 옮김 / 미토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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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어떤 익명의 분이 빌려주신 책을 읽어보았다.(...) 제길 이젠 책 바꿔보는 것조차도 힘이 드는군.
 여러가지 집안사정 때문에 잠도 못 자서 버스에서 자면서 읽었다.
 오늘따라 안 좋은 일이 많아서 평소같으면 짜증과 신경질이 목구멍까지 치밀어올랐을 텐데, 이 책 때문에 기분이 많이 안정되었다.
 비록 불교이지만 '네 이웃을 사랑하라', '왼쪽 뺨을 때리면 오른쪽 뺨도 내밀어라'라는 예수의 말과 많이 닮았다.
 특히 내부의 적에 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외부의 적은 용서할 수 있지만 내부의 적은 절대 용서하지 말라는 단호하고 직설적인 문장들.
 시원스러운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 깨달음의 경지에 높이 도달했지만 위엄이 숨겨져 있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이 책의 맨 마지막에 나와 있는 시는 너무나 생태주의적이고 우주적인 글이라서 꽤나 감명먹었다.
 이 책을 보기 전에 읽었던 '지구의 미래'에서도 달라이 라마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생태주의적 예수를 소개하는 외국저자의 앞에서 자랑스럽게 생태주의적 붓다를 소개하는 모습.
 게다가 달라이라마의 웃는 모습에 환경운동가들을 포함해 누구나 깜짝 놀라게 된다고 쓰여있다.
 비록 달라이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인정한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현명한 사람들이 그의 모습에 끌리게 될거라 여겨진다.
 불교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싶어진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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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조이스 캐롤 오츠 / 버팀목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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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환경에 관한 책 등등 정상인들에게 유익하고 대중적인 책(...)들을 보다가 갑자기 엽기소설을 보려니 적응이 안 된다.
 '좀비'라는 제목이 붙어있지만 그렇다고 좀비소설로 봐서는 안 될 책이다.
 왜냐하면 좀비를 만들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는 이야기인지라... 그런점에 있어서는 그저 매우 적나라한 환타지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이 소설을 처음보는 순간부터 주인공이 매우 찌질한 인간임을 느낄 수 있다.
 수학공부를 굉장히 잘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으면 정신이상에서 벗어나긴 힘들 듯.
 편집증 환자같은 면도 여러군데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일 역겨운 건 그의 눈에 비치는, 소위 정상적이라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교수의 허황된 명성,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텅 빈 머리, 그의 상태에 대해 번번히 헛다리를 짚고 있는 B박사.
 나중에 다른 박사들에 대한 반전들도 나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반전으로 남겨두기로 하겠다.
 차라리 전두엽 절제술에 대해 세세히 설명하는 주인공이 더 똘똘해 보임.
 아무튼 시간과 장소의 구분이 없이 에세이처럼 마구잡이로 그려져있고 쓰여져있다. 미국에 대한 적나라한 조소는 옵션 정도로 생각하시라.
 경고하자면 퀴어와 SM적인 것들도 꽤 있다.
 순수한 아이들과 노약자, 임산부 그 외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싶으신 분은 절대 이 소설을 보지 마시길..
 .....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선 왜 이런 소설에 19금 딱지가 없고 쓸데없는 데에만 잔뜩 붙이냐고요 버럭.
 고어, 호러, 엽기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물론 역대 최고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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