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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 아포크리파 5 - 사룡과 성녀
히가시데 유이치로 지음, 코노에 오토츠구 그림, 한신남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7년 11월
평점 :
솔직히 인상적인 건 2화의 잔다르크 화형식이었다. 과거를 회상하는지 어두운 장면이 비춰지다가 막 돌을 맞아서 잔다르크가 눈을 떴는데 자신이 끌려가는 모습을 인식한다. 그래서 갑자기 누구든지 간에 십자가를 자신에게 달라고 한다, 한 소녀가 어머니를 밀치고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십자가를 건넨다. 그리고 화형 전에도 주님께 기도하면서 화형당하고 끝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안 좋은 시기에 룰러로 소환되서 페이트 서번트 모두에게 끔살대상으로 찍힌 처지가 되었다. 자신도 아는 듯한데 담담하다,
잔다르크는 예전부터 달덕들에게는 진히로인 같은 대상이었다. 무교인데다 잔다르크 팬이 아닌데도 정말 저를 자리에 앉히고 하루종일 잔다르크에 대해서 늘어놓은 달덕도 있었다. 그런 만큼 이 애니메이션은 달덕에게 있어 중요한 상징이었다.
개인적으로 잔다르크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에서 이게 가장 맘에 든다. 원래 성녀는 스스로를 성녀로 생각하지 않는 게 기본적인 성녀가 되는 조건이겠지. 여성을 비정상적으로 숭상하는 의미로선 별로 좋지 않은 단어고 말이다. 그녀는 차라리 이 세상의 룰러이고 싶었고 그 상황이 더 좋았던 게 아닐까.
갑자기 서번트의 복지권과 명예롭게 죽을 권리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성배가 타락할 대로 타락하고 서번트나 마술사나 모두가 자기 욕망을 채우는 싸움을 벌이는 곳에서 그런 소망을 품는다는 건 덧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지크와 그를 도우려는 아스톨포가 더욱 빛나 보이는 건 사실이다. 여기선 단연 지크가 돋보이는 존재라 하겠다. 그는 일개 호문쿨루스에서 벗어나 존경하는 한 영웅을 마음 속에 담아 재현하는 그릇이 되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기술만 보면 아처보다 훨씬 더 귀중한 존재일지도.
반전이라서 말을 아끼긴 하겠는데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를 비인간화되었던 영국 자본주의 사회의 희생자로 해석한 게 돋보이는 듯하다. 뭐 어차피 너무 많은 사람을 죽여서 효과는 그닥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