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한산, 노량 각본집 & 스토리보드북 콜렉션
김한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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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순신을 사람으로서 존경한다. 존경한다는 것은 내가 그 발밑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 의미한다. 자기가 죽을 곳을 스스로 정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순신은 그 과업을 달성하고 전쟁 속에서 죽음을 맞았다. 죽기는 매우 힘들고 결코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죽음을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그렸다. 그게 좋았다. 나도 나이들고 추해지기 전에 얼른 죽고 싶은데 몸이 너무 튼튼해졌는지 죽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아픔을 감수할 자신도 없다. 술도가니에 빠져 죽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데 그마저도 힘든 일이다. 안락사 의자나 얼른 나오길 기다리는 판국이었는데 이조차도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아무튼 이 영화 보니 난중일기 다시 읽고 싶어졌다. 모름지기 책을 읽고 싶은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김한민이던데 이 분 영화 중 최종병기 활이라는 작품이 있다. 총 다섯 번은 본 것 같다. 그래도 재밌다. 추천한다.

2. 한국어에도 자막이 달리던데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았다. 한국영화는 대체로 말을 뭉그러뜨리는 경향이 있어서 알아듣지 못해 짜증이 난다.. 사실 쿠키영상과 같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걸로 보였다. 아니 무슨 지금이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긴 한데 우리나라 영화에 갑자기 쓸데없는 해설이 많아졌다고 본다. 설명이 많은 밈은 재미가 없다.

3. 자신의 적이 누군지를 파악해야 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사는 곳은 사는 것이 아니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사람이 착할 필요는 없는데, 다만 명징하게 사람과 사물을 정의해야 한다. 그래야 우린 짐승이 아닌 인간이 된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돈이나 지위로 볼 때, 너는 너가 아니고 내 꺼가 될 때, 머리 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댈 때 아군은 아군이 아니고 적은 적이 아니게 되고 전쟁은 전쟁이 아니게 되며 우리는 인간이 아니게 된다.

4. 그 와중에 처음 이순신이 맞은 총알은 누가 쏘았는지 분명하게 나오는데 두 번째 총알은 분명하게 나오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후반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데 왜 초반과 맨 끝부분만 그렇게 되었는지..

5. 와중에 성녀도 마녀도 나오지 않아 마음에 든다. 뭔지 모르면 아예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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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 USB] 마크로스 극장판+마크로스 플러스 합본
포켓USB무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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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는 이제 손가락 하나 닿게 하지 않겠어."

"헤에, 그럼 네놈은 손가락 10개를 대도 괜찮은 거냐? 아니, 발가락까지 20개. 설마, 21개째의..."

(젠트라디 씩 웃음)

"네 이놈!"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때를 찾아보니 2017년 7월이다. 20대 끝물이었고 금방 달아오르는 주변 사람들 모두에 거의 신물이 났을 때이다(이 영화 보고 얼마 안 되어 결국 다 정리함.). 그럼에도 페미니즘 사상에 대해 아직까지 심층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시기라고 해야 할까. 뮨이 무슨 맛있는 음식마냥, 남자 둘이서 밀고 당기고 용을 쓰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긴 한데.. 왜 이렇게 귀엽지 이것들? ㅋㅋ 옛날의 상처가 일반인들에 비해 좀 크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보기엔 한창 어려보이는 것들이 한 여자한테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닿아보려고 끙끙거리는 게 사람이라기보단 영락없는 강아지 꼴이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손주보고 우리 똥강아지라고 하는 것인가.. 진지하게 까까라도 주고 싶다 ㅡㅡ 뮨도 그래서 죽이네 사네 사태가 저렇게 되도록 냅둔 거 아닌가 싶고.

한물 가기 전에 그만해! 나 때문에 싸우지마! 이런 것도 한 번 해보고 싶었겠지 ㅋㅋ 본능에 충실한 샤론 애플은 그런 의미에서 흑역사에 가까웠고 마크로스 플러스는 다 큰 척하는 애기들의 성장물이었다.

다만 너무 남들을 휘두르는 관계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전투인간 젠트라디가 이제 더 이상 서브컬쳐에서 통용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평화를 위해선 없어야하는 인종들이긴 한데.. 슬슬 진실도 덮어두고 옆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잃어버리게 되는 시기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솔직하지 않은 주인공이 옛날엔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은 ㅋㅋㅋ 쟤 그냥 떠나지 않았으면 저 인간과 젠트라디 어떻게 되었겠어 ㅋㅋ 이젠 감독이 말하려는 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됨. 발악하지 않아도 언젠가 인간 다시 만나게 되는 게 이 좁은 지구의 법칙이기도 하고. 그래도 나중에 40대에 다시 보려고 한다 ㅋㅋㅋ 근데 이젠 젠트라디도 남주도 다 싫어 너무 끈적끈적해 ㅋㅋ 얽히면 내 자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그나저나 내가 처음 보고 기겁한 그 "그야 간단히 정조까지는 손에 들어오지 않잖아." 명대사라던가 손발 오글오글 욕정 끝장나는 남자들 플러팅들은 다 짤려서 안 나오네 ㅋㅋㅋ 난 전투씬보다 그게 더 재밌었는데 ㅋㅋ 무튼 이 작품의 후기가 둘로 갈라져 마크로스 7(젠트라디 쪽)과 마크로스 프론티어(남주 쪽)로 연결되는 큰 줄기가 되니, 마크로스 프론티어 팬들도 한번 시청하길 바란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마크로스 극장판이 아예 안 나오던가 적어도 한 번은 프론티어가 나오던가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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トライガンマキシマム 14 (ヤングキングコミックス) (コミック)
나이토우 야스히로 / 少年畵報社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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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가스백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이 특이하다. 사기는 절대 하지 말자는데 큰 한탕을 노린다. 조그마한 걸 도둑질하지 말자는데 사람 죽이는 데엔 아무렇지도 않다. 하기사 우리가 추앙하는 의적들도 실제로는 사람을 죽이는 데 별 주저함이 없었다고 하긴 하는데.. 아무튼 그를 이해못하는 동료들은 그를 배신할 계획을 세우고 가스백은 성질뻗쳐 그들을 죽이려 하지만, 밧슈에 의해 모두가 저지당한다.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는 밧슈의 사상에 동조하지 않는 가스백은(밧슈에게 '지나가기만 해도 남아나는 게 없는 태풍'주제에 무슨 말을 하느냐고 맞받아치는데, 사실 그 말이 맞긴 하다. 지켜보면 맞아도 가만히 있는 그런 인물도 아니고...) 배신한 동료들이 무슨 사업을 벌이던 훼방을 놓고, 밧슈는 이를 저지하려 쫓아다닌다. 어느덧 사기꾼이 싫다는 악당 가스백은 어마어마한 현상범이 되었고, 배신자의 주도범은 시장이 되어 자신의 얼굴을 대문짝만한 동상으로 만든다(어디 국가 지역들에서 많이 본 방식 아닌가.. 이 애니를 만든 국가도 괴랄한 지역 동상들을 꽤 볼 수 있었나 보다.). 그 동상을 지키기 위해 보험단 언니들이 파견되고, 가스백으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 밧슈가 그에게 다가오고, 가스백은 무슨 꿍꿍이인지 울프우드를 경호원으로 둔다.

액션 정말 대단하다. 모바일로 보지 말고 극장이나 최소한 TV 화면으로 감상 바란다. 1990년대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아직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트라이건 TV판치고는 사회풍자성이 강한데, 이는 사실 요즘엔 좀처럼 찾기 힘든 트라이건 원작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라이건 설정이 워낙 간단해서 트라이건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도 서부물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볼 수 있다. 최근 나온 스탬피드도 이런 강한 풍자적 분위기였음 좋겠는데.. 원작과 다른 분위기라고 하니 무리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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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Holic 6 (Paperback)
CLAMP 지음 / Del Rey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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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도 와타누키는 선천적 체질로 인해 마물들에게 괴롭힘을 받으면서 산다. 그런데 극장판이라서 그런가 마물의 괴롭힘이 좀 더 격화된 듯한 느낌이 든다. 아니 아무리 와타누키가 친구가 별로 없는 애여도 그렇지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으면 사람들은 미친 놈이라는 생각밖에 더 할까;; 아무튼 마물에게 그 이상 큰 일을 당하지 않게 하는 조건으로 유코의 집에서 일하는 그는 어느 날 유코에게 온 손님을 맞이한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 들어가고 싶어하지만 장기여행을 다녀온 이후 그렇게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유코와 와타누키, 그리고 그의 친구 도메키는 그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그 집 안에선 온갖 수집가들이 모여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오만과 허황된 자랑, 그리고 그들이 모으는 기묘한 컬렉션을 마주한 와타누키는 기가 질려버리는데..

작화에는 그닥 변화가 없다. 단지 인물들의 그림자가 좀 더 부각되어 입체감이 약간 살아난 정도? 그런데 요괴는 매우 실감나게 그려서 이 작품의 장르가 무엇인지를 실감나게 한다. 하기사 클램프는 씹덕양성소같은 회사라 요괴를 그려도 귀엽거나 예쁜 점이 있는데, 오히려 애니메이션에서 공포스러운 면을 더 부각시킨 듯하다. 폐가를 묘사할 때도 화면이 부드럽게 흘러가지 않고 그림이 휙휙 튀어나와 기괴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도 XXX 홀릭의 설정이 워낙 단순명쾌한지라 아무 설명 없이 이 극장판만 보아도 대강 이해가 된다는 점이 좋다. XXX 홀릭도 꽤나 옛날 작품이었던 데다가 워낙 클램프가 자본력 있는 회사이다 보니 비즈니스에 매달리지 않고 제작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고 할까. 나는 정말 아무 기대도 안 하고 봐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걸 보고 TV판을 보면 너무나도 2차원스러운 그림체에 오히려 실망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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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 블루레이] 바빌론 (2disc: 4K UHD+BD Bonus) - 아웃케이스 없음
데미안 차젤레 감독, 브래드 피트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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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3시간짜리로 굳이 찍을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쓸데없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 특히 그 LA의 똥구멍이라는 장면, 난 좋았지만 엽기를 넘어 고어로 가면서 갑자기 액션 장면으로 넘어가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거기에 엽산을 넣겠다고 협박하는 장면만으로도 여주인공에겐 충분히 위기였고 남주인공이 도망가도 괜찮을만한 상황 아니었을까? 이번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하는 영화도 3시간 정도라는데 이런 영화가 아닌지 겁난다. 어떤 사람이 1시간 분량은 빼고 2시간짜리로 만들어도 되지 않느냐고 나랑 비슷한 소감을 적었던 거 같은데..

2. 수위가 일단 겁나 쎄서 가족이나 자녀들과 같이 보지 말고 혼자 시청하길 권한다. 뭐 일본 애니메이션이 야하다고? 얘넨 더 심한뎁쇼 ㅋㅋ 할리우드가 되기까지 충분히 난장판이었단 걸 너무나 심하게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런 걸로 지적을 하는 건 아니고, 내가 지적하려는 부분은 마지막이 너무 다큐멘터리 같았다는 것이다. 맨 마지막 부분에 남자 주인공이 살짝 웃는 부분은 좋았다. 궂이 장르를 꼽자면 이 작품은 코미디이니 말이다. 이렇게 박장대소를 하면서 영화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파벨만스도 그렇고 확실히 난 이런 영화가 취향인 듯. 애잔함이 느껴진다는 리뷰를 봤는데 솔직히 제대로 이 영화를 보신건가 그런 의심이 든다.. 그러나 바빌론은 일단 망해야 하는 영화이긴 하다. 감독이 다시 이런 영화를 찍는다면 큰일이다. 배우들이 노래 부르는 뮤지컬 영화로 돌아와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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