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생들은 언제나 자기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인격을 폭력으로 벌충하는 그런 인간들이었다.- p. 51

 

 

김규항은 본인이 살면서 본 사람들 중 가장 웃음이 안 어울리는 참 별난 사람이다.

저 뚱하면서도 어딘가 못마땅하다는 얼굴이 그에게는 가장 잘 어울리는 얼굴인 듯하다.

 

 사실 세간에서는 김규항과 진중권의 댓글배틀로 유명한 그분이시다. 언뜻 보면 그냥 우스워 보였겠지만 이 책을 보면 알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그들의 치열한 언어 전투와 함께 김규항의 유별난 한국의 지식인에 대한 비난을. '창녀'라던가 '잠지를 까라'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쓰는 패기와 그의 과거사 이력을 보면 언뜻 깡패 시인 송경동이 생각나겠지만, 이 둘은 같은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다. 송경동이 문학의 세계에 말 그대로 올인을 했다면 김규항은 예수를 통해 본 상징의 세계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수에게서 그는 혁명과 영성의 결합을 보았고, 그로 인해 그만의 독특한 좌파의 세계가 구축되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아웃사이더로 취급당하고 미움까지 받더라도 그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김규항은 본인과는 상당히 의견이 맞지 않는 지식인이다. ('B급 좌파 세번째 이야기'와 이석기에 대한 의견.) 하지만 지식인 누구도 감히 말할 수 없는 '지식인에 대한 혐오'를 자기 자학까지 해가면서 말하고 있는 그는 외면하기엔 너무 매력적이다. 그의 칼같은 의견은 내 의식을 압도하고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마치 팔을 잡아채고는 벽치기를 시도하는, 드라마에나 나오는 와일드한 남자같달까. 그에 대한 내 감정은 애증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본인은 특히 자기 자식을 군대로 보내지 않음으로서 다른 사람이 삽 두 번 파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국회의원들 보고 개새끼들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반한 듯하다... ㅠ 독자들이 사회주의에 호기심을 가지도록 의도하고 쓴 거라면 그 의도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코노미21 Economy21 2013.8
이코노미21 편집부 엮음 / 이코노미21(월간지)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즉, 현행 국민연금 급여액(현재 평균 31만원)과 기초노령연금(20만원)에 노인일자리 사업(최소 20~30만원)을 엮어서-퇴직 이후 최저 80만원 정도 이상의 소득을 만들어내는- 한국형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체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p. 119

 


매경이코노미를 보다가 이 잡지를 보니 확실히 진보적인 냄새(...)가 느껴졌다.

음식에 관련된 코너에서는 홍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나. 그거 의도적으로 집어 넣은 거 맞죠?

흑산도나 영산강이나 신성하다는 뜻이라는 데 이건 웃어야 할지 진지해야 할지.


 아무튼 내용은 유익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날선 비판까지 가미했다. 게다가 비교적 진보적인 경제전문가의 사적인 의견이 거의 완전히 반영이 되어 있어서 좋았다고 해야 할까. 정확한 경제기사를 올리기 위해 경력있는 치프기자 몇 명 빼놓고 기자들의 기사는 대부분 나중으로 양보하는 그 미덕이 보기 좋았다. 생각보다 박근혜에 대해 그렇게 많이 까는 법도 없었다. 이런 건 봐줄 만하고 이런 건 문제없이 잘 하고 있는데 저건 좀 문제라던가... 하는 식의 말투를 써서 좋았다. 경제학자들이 요즘 그렇게 칭찬하고 있는 양적 완화에 대해서도 은근히 날선 비판을 드러내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미국은행의 돈을 증권에 집어넣어 금리를 마이너스화 시키는 정책이기 때문에 증권 세계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보수언론들에서는 양적 완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거의 없다시피했는데, 이 잡지에 의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단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영산강 등 어휘의 유래에 대한 설명에서는 한자가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하겠지만, 다른 기사들에서도 한자가 과다하게 들어간 것을 들 수 있다. 요새는 지식인 티를 너무 내지 않기 위해 보수 언론에서도 한자를 자제하는 편인데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따로 있었는지 궁금하다. 두번째로, 경제잡지를 읽는 사람이라면 자기 개발적인 내용을 중요시할 텐데, 복지라던가 너무 거창한 내용이 많았고 마지막에 나온 기초노령연금 이야기를 빼고는 세부사항에 대해서 일일히 접근하는 글이 별로 없었다. 다음 호에서는 그런 부분에서도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경 Economy 2013.08.28 - 1722호
매경Economy 편집부 엮음 / 매일경제신문사(잡지)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세계에서 한국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전세 제도가 아예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월세 비중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p. 24



요새 전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이렇게 사다리를 오르는 위태로운 그림이 자주 나온다.


 그만큼 요즘 전세를 사기도 힘들고, 전세 집에서 살기도 힘들다는 뜻이다. 전세를 사려는 사람들은 전세 값이 껑충 오르다보니 선뜻 살 수 있을 만큼의 목돈이 없고, 기존에 전세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집값이 내려가려 하자 부리나케 값을 올리는 전세 주인의 이유있는(?) 횡포 앞에 오래 버티기 힘들어 부자들에게 전세를 내주는 형편이다. 내가 보기에 근본적인 이유는 점점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지는 상황과 점점 1인가구가 많아지기 때문인 것 같다.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보니 목돈을 내기가 힘든 저소득자와 중산층의 형편은 말 할 필요가 없다. 부잣집에서는 1인가구가 유행이다보니 얼른 자식을 내보내고 싶고, 유산 싸움 나기 전에 증여까지 깔끔하게 해주고 싶으니 전세를 많이 이용해먹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전세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은 중산층들의 소망을 부자들이 짜고쳐서 간단히 물리쳐버린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끝까지 전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물을 계속해서 내놓게 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고. 그 덕분에 전세집을 구입하는 부자들은 더욱더 많아질 것이고. 구역질이 치밀어오르는 인간 군상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다고 월세 사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살기 위해' 집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골때리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본인에게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하겠지만.

 기존 전세에 사는 사람들을 아예 놓아버릴 수는 없지만, 이제 슬슬 원룸이나 고시원에 월세로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도 마련할 때가 왔는데 이슈가 전부 전세에 매달려있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번 호에서는 창업자금 증여세 면제제도 등 신종 제도와 사회문제에 대한 좋은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경 Economy 2013.08.21 - 1721호
매경Economy 편집부 엮음 / 매일경제신문사(잡지)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바햐므로 한국은 픽션이라고 여기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마치 사이비 소설같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p. 96

 

 짧게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번 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첫째로 일베에 관한 기사.

 

 사진에서 보다시피 일베는 단순히 보수층들이 모이는 게시판이 아니라서 문제이다. 일베가 어떤 과정으로 생겨났는지, 어떤 사람을 관리자로 뽑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최근의 경향만을 보고 꼭 일베를 정치보수층이 모이는 게시판으로 착각하곤 한다. 지금 내가 보기엔 생각없는 일베인들을 가지고 정치알바들이 선동시켜 보수로 몰아붙이는 게 아닌가 싶다. 심한 말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일베에 대해 가지고 있는 혐오감은 둘째친다고 해도, 어쩌다가 주요층이 나뉘었을 뿐이지 처음부터 오유가 진보게시판으로 일베가 보수게시판으로 '낙인'찍힌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베의 몇몇 독자들도 자신들이 보수게시판이라 불리는 걸 꺼리는 판이다. 사회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좋지만 일부의 사실만을 진실인마냥 올리는 건 좋지 않다.

 두번째로 기아차 강성노조에 대한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복지 수준이 하도 후지다보니 뒤늦게 깨어난 사람들이 시시콜콜 지적하기 시작하면서 요구사항이 많아진 게 문제일 뿐이다. 노조가 모두 다 기업의 돈을 원하는 욕심꾸러기인 마냥 치장하는 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겠다. 역으로 FTA를 선언했으면 당연히 노조랑 직접 쇼부를 치던 해서 회사를 글로벌 세계에 맞게 개혁할 생각을 해야지, 개방하면 그냥 성장할 줄 알았던 기업의 높은 분들에게도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아직도 비정상적으로 싼 금액에 전기를 펑펑 써대면서 일반 시민들더러 절약하라고 등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싶은데.

 가만히 보다보면 신율 교수님 혼자서 옳은 소리 하고 있고 나머지는 멍때리고 있거나 개드립(...)치는 구조같아서 안타까웠다. 다음 호에서는 좀 더 조사하고 글을 올리던가, 아니면 다 때려치고 주식에 대한 이야기만 올렸으면 한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둘리야!

이제 제발 네 걱정만 하고 살아!

더 이상... 명랑만화가 아니잖니!

 

 

최규석의 만화는 보통 이 법칙을 따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규석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 미성숙의 느낌이라고 할까... 순박하고 투박한 느낌이 나서 오히려 마음에 든다고 할까. 특히 아직 뎃셍티가 남아있는 그 그림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습지생태보고서같은 만화를 보면 개구진 캐릭터 얼굴의 완성도는 마음에 쏙 들지만 동선에 방해가 되는 잔가지들을 많이 지워낸 티가 나서 좀 아쉽다.) 열린엔딩만 빼면 그렇게 내용이 복잡하지도 않아서 일반인들도 간단히 보기에 좋다.

 예를 들어서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단편 <공룡 둘리>가 그 예이다.

 

 

표지를 보고 뿜을 수는 있겠지만 (...)

내용을 보면 단순한 동심파괴로 치부할 수도 없는 게 이 만화의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예전에 짱구를 그리던 만화가가 등산하다가 사망한 이후로 짱구만화의 결말이라던가 짱구가 어른이 된다는 내용의 만화도 여러가지 나왔던 적이 있다. 이 만화도 비슷한 테마를 취해 내용을 전개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어른의 씁쓸한 세계만을 다룬 만화가 아니다.

 중요한 건 둘리가 공장 노동자로 취직해서 일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구해주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공장 노동자로 취직했다. 하지만 둘리같이 확실한 신분증명이 안 되는 사람들은 온갖 차별을 받았고, 공장 안에서 사고가 일어나서 다쳐도 그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고길동 이후의 고씨 인간들. 기세 좋게 둘리 일행을 발로 걷어차고 몇 번이나 쫓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슬쩍 불쌍한 마음이 들어 다시 한 번 돌아서는 고길동은 이 만화 안에선 죽은 인물이다. 사실 희동도 고길동의 아들이 아니며, 미국으로 간 그의 친척의 아들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최근 알게 되었다. 엄마아빠를 거의 못 보다시피 자라서 그런지, 그나마 그를 돌봐주던 둘리 일행이 뿔뿔이 흩어져서 그런지, 희동은 가슴 속의 울화를 폭력으로 풀게 된다. 반면 고길동의 아들로 애니메이션에도 그닥 비중이 없던 철수는 둘리 일행 쫓아내기 프로젝트를 오래 전부터 세워뒀으며, 도우너를 과학자에게 팜으로서 그 끔찍한 소망을 모두 이루게 된다.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라 할 수 있겠다.) 원작에서도 고길동을 호구로 아는 불량배 캐릭터로 만들려다가 검열 때문에 심심한 캐릭터로 등장했다고 하니, 원작의 소원을 충족시켰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만화 말고도 촌절살인의 유머와 웃지 못할 현실이 적절히 섞인 단편들이 많으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