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제국 - 개정판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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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선 활을 쏘실 때 50번을 다 쏘아 명중시키는 일이 없었다.
향사의같은 때 대소 신료들과 같이 활을 쏘아보면 너무나 기량에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문신들은 50사는커녕 30사만 넘으면 모두들 지쳐 화살이 땅바닥에 꽃히거나 아예 활을 당기지도 못하기 일쑤였다. 정조는 그런 신하들을 무안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49사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과녁을 겨냥해 쏘다가 마지막 한 발은 일부러 엉뚱한 곳을 쏘곤 했다.
(...) 싸울 때마다 이기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는 것이 전하의 지론이었다.- p. 49

 

 

영원한 제국 영화촬영 때는 안성기가 정조 역이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게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차라리 이 사람에게 정조역할이 어울렸다고 솔직하게 말하겠어...!

 

 '정조의 독살'은 사실 이 역사팩션소설에 의해 소설계의 화제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처음으로 하여 정약용도 얼마 안 되는 한국의 명탐정 반열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이 소설에서는 좋다고 탐정 역할을 자처한 건 아니고, 추리도 잠깐이었지만... 아무튼 이 책이 만들어졌던 그 당시에는 꽤나 신선하고 충격적인 소재였을 것이다.

 기대한 것이 너무 많아서인가. 은근 반전 소설을 기대했는데 스토리가 너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반전이라고 한다면, 완력으로나 문필력으로나 모든 것에서 완벽해 보였던 정조가 간계를 부릴 줄은 몰랐다고 해야 하나... 소설을 보면서 허무함을 느꼈던 이유는 절반 정도는 이 설정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서는 민주주의 시대에 전혀 맞지 않았던 박정희 유신보다는 국왕 시대의 정조 유신이 더 낫지 않았겠느냐고 하면서 은근슬쩍 정조 편을 드는데. 글쎄올시다? 노론 가문에서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기껏해야 연산군의 피바람이 좀 더 일찍 불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아무튼 성공하지 못하고 끝나버린 유신이라 사람들에게 더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주인공이 격투기술 하나 배우지 못하고 내시의 손에 쓰러지는 문인인지라 스릴러의 묘미도 없고, 주인공이 속한 남인이 한창 힘이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살인사건이 풀려봤자 누구 하나 제대로 사태를 수습할 수 없었으므로 추리소설의 묘미도 없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르네상스라고 불리우는 영정조시대의 분위기, 그 사상에 대해서 솔직담백하게 늘어놓은 저자의 기백은 독자들의 마음에 와 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나오는 정조는 좀 실망이었고...

정조도 당해내지 못할만큼 막 나가고 능글맞은 자학으로 적들을 곤경에 몰아넣는 연암 박지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조선을 배경으로 이런 캐릭터가 나오는 추리소설 어디 좀 없나 ㅠ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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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걸스 엑스트라 - Novel Engine
류세린 외 지음, Gilse 외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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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세요. 티 안 내고 지는 것에는 숙련되어 있습니다."
"그건 뭐야......."
"선배님들을 위한 막내의 기본소양입니다."- p. 264

 

 

 카드게임에서 꼭 들어가야 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카드의 사이드 스토리이다. 보통 소설이나 만화의 형태로 나오는데 작가의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골라서 (혹은 출판사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골라서) 스토리를 구성해나가는 형태이다. 단편이고 이미 캐릭터가 구성되있어서 머리를 쥐어짜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에 흠뻑 취해있으면 곤란하다. 일단 원작인 게임을 플레이해보는 건 기본이고 뚝뚝 끊어지기 일쑤인 게임의 스토리를 자신의 상상력으로 이어나가야 한다. 물론 원래 스토리와 상관없이 완전히 색다른 이야기를 짤 수도 있지만 원작 팬들의 격분을 살 수 있으므로 정말 잘 꾸미지 않으면 안 된다. 작가 분들은 이번에 골머리를 좀 썩혔겠지만 본인은 이 소설을 보면서 작가들의 기본 역량을 파악하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치프 메이드의 긴 하루>는 말 그대로 사립 메이드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선천적으로 반골인 치프 메이드와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그 유명한 막내 메이드가 등장하여 만담 2인조같은 분위기가 났다. 그러나 너무 억지로 교훈성을 붙이려하다보니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메이드간의 왕따 문제(?)를 훌훌 털어버리는 바람에 스토리에선 약간의 마이너스가 생겼다.

 

 <전령과 기수>에서는 기사단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완전히 군대 이야기다. 이 소설로 라이트노벨에 첫 발걸음을 들여놓으셨다니 축하하는 바이다. 하루동안의 해프닝을 끊어짐 없이 길게 끌 줄 아는 작가가 우리나라에 있다니 광영이라고 할까... 귀엽고 가벼운 스토리를 쓰는 데엔 안성맞춤이신 것 같다. 진지하고 묵직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나로선 별로이지만...

 

 <클라리스의 기묘한 의뢰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이미지를 버리고 조금만 더 과격하고 코믹하게 썼더라면 확연히 부상했을 작품이다. 어차피 이 분은 전체적으로 소설에 유머러스함이 모자라기 때문에 예상했던 바였지만. 본인의 작품을 만드실 땐 힘든 고민을 하셔야겠다. 본인의 스타일을 버리고 독자의 취향에 맞는 가벼운 작품을 쓰는가, 아니면 마이페이스대로 밀고 나가느냐.

 

 <그래도 현지사무소는 돌아간다> 이건 도대체 무슨 스토리인지도 모르겠고 편집장들이 어거지로 설정을 밀어넣었다는게 너무 확 티가 난다. 그래도 흡혈귀 쌍둥이 자매 캐릭터 자체가 귀여워서 간신히 살아난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드걸스 엑스트라 중에서 제일 별로였던 단편이다.

 

 <센트리버 메모리>는 예상했던 바이다. 단편을 쓰게 될 것을 아예 예상하지 못했던지 스토리가 급 조작된 티가 매우 난다. 특히 작가가 만들었다는 반전을 보았을 땐 살짝 열받기도 했다 -_- 차라리 Blasting의 반전이 더 반전다웠다고 해야 하나... 제발 이 단편이 작가의 원래 역량이 아니길 바란다.

 

 <막내 VS 막내> 개인적으로 엑스트라 단편 중 가장 재밌게 봤던 작품이다. <흑편일심>을 완결낸 인간실격 님이 일러스트레이터 Anmi 님과 다시 힘을 합쳐 쓴 역작이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이공간이 너무 뜬금없이 등장한다는 것? 아무래도 비밀의 베일에 싸여있는 '카나'와 연결되있다고 하면 어느정도 개연성이 생길 것 같다.

 

 

덕분에 로토리 등에 났다는 상처자국이 궁금해져서 그림까지 검색해봤다.

처음 그림을 볼 때는 코넌드림이 이뻤는데 소설을 보면 볼수록 로토리가 너무 이뻐진다 ㄷㄷㄷ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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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걸스 스쿨 2 - 요람의 수호자, Novel Engine
NEOTYPE 지음, 레반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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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걸스 카드 중에서 셀린과 레이나가 나란히 티타임을 즐기며 '남자친구라도 생겼는지'를 물어보는 그림이라 하는데

작가는 이 묘한 카드를 중심으로 이번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몰랐는데 이 카드에선 셀린 하스터가 셀린 하스터같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 ㅇ<-< 

 

 이번에도 여전히 셀린서비스 스토리로 시작해서 셀린성애자 스토리로 끝나는 건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주요 캐릭터는 레이나이다. 카나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유머스러운 설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카나에 관련된 이야기를 쫓던 노이셀린 커플과 레이나가 딱 만났는데, 뭣도 모르고 몸으로 셀린을 지키다가 노이와 탈렌티움 능력이 연결되어버린 것이다. 즉 노이랑 레이나랑 몸이 딱 붙어서 몸도 마음도 찰떡궁합... 스스로 10년동안 잠을 못자서 불행하다 했으면서 사립의 아이돌급 여자애들이랑만 골라서 스킨십을 하다니 네가 카미죠냐.

 아무튼 공격능력 말고도 탈렌티움엔 다양한 이능력이 있으며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설정은 충분히 통했다. 시타의 대사 하나하나도 앞으로 흘러갈 스토리에 대한 중요 단서를 제공해준다. 소드걸스 스토리 중 제일 가벼우면서도 제일 균형이 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문제는 류세린 작가인데. 잘 쓰고는 있지만 심한 일본식 말투,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어법정도는 변화시켜야 다크와 스쿨 작가에게 비교당하지 않는다고요.

 

 

 

근데 지금부터 겪을 일에 비하면 셀린은 납치를 취미라고 써야 할 듯...

무튼 사립에서 하도 괴롭히려고 하는 인간들이 많다보니;; (대표적으로 나나히히.)

뭐 저런 얼굴을 보면 가해자들의 심정이 좀 이해가 가긴 하지만.(?!?!)

무튼 저 강아지 셀린 누가 좀 카드로 만들어줘 ㅠ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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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걸스 다크 2 - 마탄의 사수, Novel Engine
Blasting 지음, seryl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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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종교는 영광이나 신성함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에요. 그늘을 올바로 알고 있지 않으면서 진정한 신앙이라 할 수는 없죠."- p. 230

 

 시간이 진행될수록 점점 작가 Blasting이 제 활약을 시작하는 것 같다. 첫번째로, 후기에 나왔듯이 루티카가 단독으로 나온다. 지금은 소드걸스의 주 내용이 아니지만 역시 소드걸스 원작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최강자가 루티카이므로 나중에는 Blasting 씨가 사건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소드걸스 소설 전체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두번째로, 스토리를 꼽을 수 있다. 생각해보면 루티카의 기사단 탈출 사건을 막장답지 않게 다룰 사람은 이 사람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기에 나름대로 반전이 숨어있으므로 별다른 언급은 삼가겠지만, 여러가지 사건을 엮어서 그녀가 곤란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기사단에 '못'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열심히 만들고 있음을 충분히 알겠다. 세번째는, 이 작가가 그렇게 스토리를 이끌어갈 만한 문장 실력이 충분히 된다는 것이다.

 

 

이 소설 뿐만이 아니라 작가 류세린님의 작품에서도 충실한 모습이 잘 그려져서 앞으로 루티카의 주가는 더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냥 옷 입고 나와도 15금은 충분히 찍을 것 같은 저 가슴 좀 어떻게 하면 안될까요... 다행히도 2권에서는 클라리스가 돋보이기 때문에 루티카를 뒤에 세워놔서 그럭저럭 자세히 보지만 않으면 괜찮았지만... 흠, 루티카가 표지에 나오면 책을 들고 다닐 때마다 좀 민망함.

 

 

그런데 루티카는 로리아이돌 클라리스한테도 호감이 먹히고

 

 

재벌여식 시니아에게도 호감이 먹히네요.

정말 그 쪽 계열인가 ...... ㅇㅅㅇ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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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간 - 멈춤이 선물한 기적 같은 이야기
이임복 지음 / 라이온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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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할수록 자꾸 '적'을 찾게 됩니다. 가령,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할 '동료'를 찾아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주는 '적'을 발견하게 되는 것과 같죠. 적을 발견한 후부터는 그 적에 대해 생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적에게 나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입니다.- p. 116

 

 

 

유리멘탈인 사람들에겐 좀 버거운 책인지도 모르겠다. 

 

 일단 이 책에서 나온 질문이 매우 간단해서, 그것부터 쭉 정리해본다.

 

오늘은 당신의 삶에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다.
당신은 왜 더 살아야 하는가?
- <당신의 시간> p. 46
1. 최소한 남자친구랑 오손도손 같이 살다가 죽고 싶다.
2.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맘에 드는 최애캐나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 (마이너 신세 꺼이꺼이)
3. 좋은 상사 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봤음 좋겠다.
4. 좀 더 지혜로워져서 더 많이 사랑하고 싶고 더 많이 사랑받고 싶다.

 

인간은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가? - <당신의 시간> p. 63
자기 자신, 어린 것들, 생명, 음악, 소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기타 모든 것들.

 

잊어버린, 아니 잊혀진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 <당신의 시간> p. 84
솔직히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지 않게, 나같은 애들이 나오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어른이 되다보니 선생님도 공무원이라는 현시창을 깨달았다.
그 외에 난 선생님을 '현자' 비슷한 무언가로 생각했었나보다. 그런데 현자는 직업이 아니었다. 망했다 ^_;

 

3시간의 완벽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당신의 시간> p. 142
혼자 나무가 있는 곳을 산책하며 생각에 잠길 듯하다.
아니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처럼 책 한 권 완독.
다단계로 확실히 정리된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는게 나의 목표다. 지금은 티스토리 블로그가 엉망이라서 완벽하게 정리할 계획.

 

 간단하게 인생을 돌아보기엔 좋은 책이었는데 작가의 고민이 산으로 간 적이 한 번 있는 것 같아서 그것이 좀 안타까웠다. 작가는 태어날 때부터 생기는 계급의 차이와 불공평성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을 잠깐 드러낸다. (혹은 작가의 페이스북 글들을 보고 내가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건 좀 안타까운 소리이긴 하지만, 그건 솔로몬도 밝혀내지 못한 수수께끼이다. 뭐 어찌보면 그것이 이 시니컬한 작가의 과제가 아닐런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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