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水巖 > 프랑스 사진전 2편


사진의 종주국 … 눈길 끄는 프랑스 사진전 2편 [중앙일보]
예술가들의 일상
끌레그가 잡은 피카소·달리·장 꼭도
눈에 익은 명장면
브레송·호니 등이 찍은 20세기 걸작들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요즘 국내 미술계에 프랑스의 문화를 맛볼 수 있는 전시가 속속 기획되고 있다.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사진이라는 장르가 처음 생겨났고, 이후 걸출한 사진작가를 배출한 사진 종주국 프랑스를 느낄 수 있는 전시 두 편이 나란히 문을 연다.


아기를 품에 안고는 해맑은 미소를 짓는 파블로 피카소, 기타 연주를 들으며 알 듯 모를 듯 장난스런 표정을 짓는 살바도르 달리…. 20세기 예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피카소.달리.장 꼭도 인물사진전'(28일부터 10월 24일까지.김영섭사진화랑.02-733-6331)은 프랑스의 유명 사진작가 루시앙 끌레그의 렌즈에 비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전시다. 끌레그는 아를르국제사진축제를 세운 장본인으로 주로 누드사진 작업을 해온 작가다.

이번 전시는 특이하게도 그가 친하게 지냈던 예술가인 피카소, 달리, 장 꼭도 세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며 촬영한 작품들이다. 이들은 모두 예술이라는 끈으로 연결됐다. 끌레그는 피카소와 40년간 우정을 나눴다. 피카소는 끌레그를 더 큰 무대로 진출하도록 힘을 북돋아주었고, 아방가르드 시인인 장 꼭도와 만남을 주선해 몇몇 작업에서 협업을 하기도 했다. 30여 점의 사진 속에서 자화상을 그리는 장 꼭도, 퍼포먼스를 벌이며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달리를 보다 보면 어느새 인간미 넘치는 예술가의 또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사진전문갤러리인 갤러리 뤼미에르가 선보이는 '프랑스 사진명작 전'(10월 29일까지.02-517-2134)은 프랑스에서 한창 사진으로 주가가 올랐던 1900년대 초반부터 1950년대까지의 작품들이다. 작품 모두 갤러리 뤼미에르의 소장품들이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윌리 호니.만 레이.유진 아제 등 이름만 들어도-아니 이름은 모르더라도 작품은 눈에 익은- 친숙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와인병을 끼고 걸어가는 소년(브레송), 바게뜨 빵을 옆구리에 끼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아이(윌리 호니) 등 가족과 이웃의 일상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 유진 아제는 텅 빈 파리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1930년대 파리가 도시 전체를 리노베이션 하면서 시민이 모두 도시를 떠난 후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파리는 생경한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기록상 한점만 남아있다는 윌리 호니의 '와인재배자, 지롱드'(웨이트리스가 와인을 따라주는 장면 사진)도 볼 수 있는 기회다. 이 작품은 현재 90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박지영 기자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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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9-2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토요일에 와우북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가 보지 않아서 비교가 안 되지만, 북페스티벌 자체가 괜찮은 행사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20~30여 출판사들의 부스에는 대개 어린이책과 인기 소설, 경영서들이 펼쳐져있었다.
장소가 협소하니 많은 책을 가지고 나오기는 힘들었을테고, 대개 좀 팔리는 책들인 듯 했다.
평상시 꾸준히 새책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딱히 북페스티벌이라고 해서 뭔가를 얻기는 힘들 듯.
신간의 할인율은 대개 20~30% 정도인데, 인터넷 서점을 애용하는 내게는 그다지 매력적인 조건도 아니다.
그나마 할인폭이 큰 책들은 대개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제일 뒤쪽에 테마(인도, 라틴아메리카 등등)별로 책들을 모아놓은 부스가 하나 있었는데,
썰렁할 뿐더러 새로운 책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도 동화책 구연이라든가 책 만들기라든가 어린이들을 위한 놀거리는 좀 있는 모양이다.
역시 대세는 어린이책인가.  
이래저래 아쉬운 행사다.   

나의 수확이라면,
책은 아니고, 또마님을 만났다는 것.
어느 출판사에 다니는지 모르고, 사진으로만 봤는데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보는 순간 딱 알았다.
사진보다 훨씬 잘생기고 늘씬한 모습. 오~
자유 복장을 해도 되는지 모르고 정장을 챙겨 입었다는데 검정색 셔츠가 잘 어울렸다.
쑥스럽게 인사나누고, 애인과 내게 축하인사 건네주시고. ^^
아쉽게도 그 출판사에 진열된 책들 중에는 살 만한 게 없어서 한 권 팔아주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포스트잇을 챙겨주셔서 낼롬 받아왔다. ㅎㅎ

 

아무튼 구입한 책들은,

 지난 번에 서평단 신청했다가 안됐는데, 이 책을 5,000원에 판매했다. 이 출판사의 소설 중에는 볼만한 것들이 꽤 되지만, 일단 자제.

 

 

 

 이것도 5,000원.
 커트 코베인, 제니스 조플린, 마키아벨리 평전이 몽땅 5,000원이었지만, 딱히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서 관뒀다. 그치만 이런 책들을 5,000원에 팔아야하는 출판사 사람들은 얼마나 속이 쓰릴까.

 

 

 50% 할인이라는 말에 애인이 혹해서 고른 책. 비싼데다 언제 읽을지 몰라 구입을 미뤄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주문한 책들.

 5,000원 할인 쿠폰이 붙어 있으니 지금 사야지. 그치만 너무 비싸다고!
영국은 일단 미루고, 러시아가 나오면 구입할 예정.

 

 

 

 박민규의 새 책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북페스티벌에서부터 고민했지만 역시 구입.
그나저나 이 책의 세일즈포인트를 보고 놀랐다. 박민규는 인기 작가구나!

 

 

 

 지난 주부터 박태균의 <한국전쟁>과 김동춘의 <전쟁과 사회>를 이어 보고 있다.
다음은 이 책. 잠깐 미뤄둔 사이에 할인 쿠폰이 사라졌다. -_-

 

 

 

 며칠 전이 정운영 선생의 1주기였다고 한다. 애인은, 평소 정운영 선생이 와인을 좋아했다면서, 와인을 마시며 이 책들을 봐야겠다고 한다.

 

 

 

다음 달은 책 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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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9-2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저런 책들을 오천원에 팔아야하는 출판사는 너무 슬플 듯..;;
그나저나 정말 많이 사셨군요. 그댁도 책구입비가 제법 많겠습니다.

urblue 2006-09-2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살 때마다, 먹을 걸 줄이자,고 말한답니다. 하지만 말 뿐이에요. -_-;

urblue 2006-09-25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 그렇긴 하죠.

반딧불,, 2006-09-2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차피 시월은..추석 있어서 정말 책 못사죠.흑.

2006-09-25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쎈연필 2006-09-25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솔리니 저 책 보고 싶었는데 5000원이었다니 쇼킹하군요 ㅎ
책 파느라 다른 부스엔 거의 가 보지도 못했어요 ㅠ.ㅠ

아영엄마 2006-09-26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또마님을 만나셨군요. ^^ (책관련 행사치고 판매가 빠지는 일이 별로 없죠?)

urblue 2006-09-2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마님, 원래 일하는 사람은 다른 거 하나도 못 보게 되죠. 수고했어요. ^^

바람구두님, 5,000원은 너무하죠. 균일가로 나와 있는 몇몇 좋은 책들이 눈에 띄었는데, 제가 다 속이 상하더라구요.

아영엄마님, 또마님 꽤 멋진 청년이던걸요. ㅎㅎ (어리고 멋진 남자 보면 그저 좋아라~)

stella.K 2006-09-2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국제도서전과 별로 다를게 없을 듯 보이네요. 그래도 뭔가 좀 신나지 않을까 싶었는데...지난번 국제도서전 갔을 때 좀 실망했거든요.

urblue 2006-09-2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진열해 놓는 것 말고 뭔가 다른 행사들이 많아야할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09-2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결혼식 끝나고 우리 식구도 가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서.
파졸리니 책은 내 보관함에도 있는데...아까비.

urblue 2006-09-2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식이 있었군요. ***출판사 부스도 들여다봤는데 젊디젊은 사람들만 보이더라구요. ㅎㅎ
 

아우, 무척 쑥스럽습니다만, 제 결혼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결혼 반지만 맞추면 되어요.

청첩장이 다음 주에 나옵니다.

제 결혼식에 오시겠다는 의사를 밝혀주신 분들이, 따우님을 포함해서 몇 분 계십니다.

(따우님 설마 논문 땜에 못 오실라나. -_-;)

청첩장 보내드릴테니 주소를 남겨주시와요.

뭐 주소 알고 있는 몇몇 분들한테는 그냥 보내기도 할랍니다.

오실 분들은 미리 귀뜸해주시구요.

10월 22일 오후 1시 신촌 근처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청첩장을 참조하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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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2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행복하세요^^


urblue 2006-09-2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

조선인 2006-09-21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은 못 가지만, 정말 축하해요.

sudan 2006-09-21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축하드려요. (부러워서 늘 투덜이 모드였지만. ^^ )

urblue 2006-09-2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네, 못오셔도 마음은 오실거죠? 고마워요. ^^

수단님, 안 오실라고? 집도 가까운데?

Mephistopheles 2006-09-2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축하드립니다 블루님~!!

진/우맘 2006-09-21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축하드려요.^^

chika 2006-09-2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2006-09-21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6-09-2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너무 가고픈데.. 아무래도 힘들것 같네요..
축하드립니다....*^^*

가랑비 2006-09-2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드디어... 축하 축하드려요!
(일요일은 방콕 모드라서 아마 게으름 피우다 안 갈 거 같아요. 죄송... ^^a 음음, 토요일만 돼도 갈 텐데. =3=3=3)

하늘바람 2006-09-2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축하드려요. 한참 분주하실 때네요

라주미힌 2006-09-2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하소서... :-)

Volkswagen 2006-09-2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정말 축하드려요. ^^

ceylontea 2006-09-2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마법천자문 2006-09-2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축의금은 urblue님의 스위스 비밀계좌로 빠른 시일내에 송금하겠습니다. 요즘 CIA의 감시가 심해져서 송금하기가 좀 힘듭니다.

쎈연필 2006-09-21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참석하고 싶네요~^-^

2006-09-21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09-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사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주소 남기신 분들께는 다음 주 중에 청첩장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식사나 하고 가세요.

소소너님은 감시가 풀리는대로 스위스 비밀계좌에 꼭 입금하셔야함다~ ^.~

구절초 2006-09-22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 결혼이라 좋으시겠네요..하기사 몇월이라고 안좋으시겠어요?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세요.

sandcat 2006-09-2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 동료 결혼식도 그 날이던데 길일인가봐요.
절호의 기횐데, 못 갈 듯합니다. 아흐, 아수워라...
축하합니다, 좋으시겠어요.

아영엄마 2006-09-2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 합니다. 결혼식 잘 치르시길~~ ^^

2006-09-26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6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28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6-10-1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어찌될지 모르겠지만(그노무 얼라 땜시) 장소를 알려주세요.
 
 전출처 : 로쟈 > 페트루솁스카야의 <복수>

재작년 모스크바 통신에 러시아 단편들을 두어 편 번역해서 올려놓은 바 있었는데, 생각난 김에 페트루셉스카야의 <복수>를 이미지 버전으로 옮겨놓는다. 국내에도 일부 단편과 드라마가 번역돼 있는 작가 류드밀라 스테파노브나 페트루솁스카야(뻬뜨루셰프스까야)는 물론 이름에서 알 수 있지만, 여성작가이다. 1938년생이고, 모스크바대학의 언론학부를 졸업했다. 1972년부터 잡지에 단편들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극작가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주된 관심은 인간관계에서의 소외 현상과 비정함, 그리고 잔혹성에 있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데, 1960-90년대에 활동한 대표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작가 10명 안에 꼽힌다(아동문학작가이기도 하다).

출간된 그녀의 작품집들을 여러 권 구경할 수 있었는데, 아직 잘 정돈된 전집은 나오지 않은 듯하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만, 3쪽짜리 단편 하나 읽을 거 가지고 크게 떠들 일도 아니어서(나는 이 작가의 이름은 들어봤었지만, 직접 작품을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작가소개는 이 정도에 그치도록 한다. 참고로, 문단은 원작과 일치하지 않으며, (당연한 말이지만) 번역에는 작품에 대한 나의 ‘읽기’가 얼마간 반영돼 있다(모든 번역은 원작을 얼마간 ‘구부리기’ 마련인데, ‘왜곡’과는 구별되는 이 ‘구부리기’는 번역의 불가피한 조건이기도 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엔 괄호 안에 *표시를 하고 역주를 달았다.



한 여자가 혼자서 애를 키우는 이웃여자를 증오했다. 아이가 자라서 점점 온 집안을 뛰어다닐 때쯤 되자, 이 여자는 전혀 고의가 아닌 듯이, 복도 바닥에 끓는 물이 담긴 양동이나 가성소다(*양잿물)가 든 물통을 놓기도 하고, 복도 바로 앞에 바늘곽을 떨어뜨려놓기도 했다. 불쌍한 아이 엄마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딸아이가 아직 잘 걷지 못하는 데다가, 겨울이었기 때문에 복도로는 나가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방에서 널찍한 복도로 저 혼자 나갈 수 있는 시기가 오고야 말았다. 엄마는 이웃여자에게 아이가 다닐 만한 길목에 물통이 놓여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혹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라에치카, 당신은 또 바늘곽을 흘렸더군요.” 그러면 이웃여자는 기억을 더듬으면서 정신머리가 없어서 그랬노라고 푸념했다.

한때 그들은 절친한 친구였다. 그럴 만한 것이 그들은 방 두 개짜리 집에 같이 사는 독신여성들이었다(*방 두 개는 각자가 쓰고, 복도나 화장실 등을 같이 쓰는 러시아식 가옥 형태이다. ‘집’이라고 옮겼는데, 대개는 아파트나 공동주택이다). 그들에겐 많은 것들이 공동의 것이었으며, 심지어 손님들도 공동의 손님이었다(*한쪽에 손님이 오더라도 같이 먹고 놀았다는 얘기다). 생일날이면 그들은 서로 선물을 주고받았다. 게다가 그들은 서로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지냈는데, 그러던 어느날 지나가 어느새 잔뜩 부른 배를 하고 다니게 되자, 라야는 그녀를 거의 미칠 지경으로 증오하기 시작했다(*‘지나’와 ‘라야’가 두 여자의 이름이다. ‘지나이다’ ‘지노치카’ 등이 ‘지나’의 별칭이며, ‘라이사’ ‘라샤’, ‘라에치카’ 등이 ‘라야’의 별칭이다).

그녀는 순전히 증오 때문에 병이 나기 시작했으며, 집에 늦게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에겐 벽 너머 지나의 방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내내 들려오는 듯했고, 지나가 진짜로 혼자 있는 시간에도 말소리와 노크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지나는 반대로, 라야에게 전보다 더 애착을 느꼈다. 심지어 하루는 그녀에게 말하길, 자신에게 큰언니 같은 좋은 이웃이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했다. 아무리 힘들 때에라도 결코 자신을 내버리지 않을 큰언니.

라야는 실제로 지나가 출산준비물을 바느질하는 걸 도와주었고, 때가 되자 그녀를 조산원에 데려다 주었지만, 단 한번도 산모와 아이를 보러 가지 않았다(*직역하면 “갈 수가 없었다”이다). 때문에, 지나는 하루 더 조산원에서 아무런 출산준비물 없이 앉아 있다가 결국, 반환 약속을 하고 누더기 같은 관용 모포에다가 아이를 감싸서 데리고 왔다(*라야가 출산준비물을 갖다 주지 않은 것이다. ‘관용 모포’란 표현에서 지나가 사설 조산원이 아닌 국영/관영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은 걸 알 수 있다. 영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에서 주인공 카테리나가 딸을 낳은 조산원 같은 걸 떠올리면 되겠다).

라야는 아파서 못 가봤다고 변명을 했고, 내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면서 단 한번도 지나를 위해서 상점에 가지 않았고, 그녀가 물건을 사는 걸 도와주지 않았다. 그저, 어깨에 찜질 같은 걸 하면서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지나가 아이를 손으로 안고 목욕탕에 갔다가, 부엌에 갔다가,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와서 한번 보란 듯이 내내 방문을 열어놓고 있었어도 아이를 단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지나는 미리,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로 일거리를 바꾸었고, 재봉틀에 익숙해졌다. 그녀에겐 친척이 없었기 때문이고, 이웃 사촌이란 말은 그저 듣기 좋은 소리에 불과했다. 사실상 그녀는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으며, 혼자서 모든 걸 해나가고, 혼자서 짐을 날라야 했다. 딸아이가 어렸을 때, 지나는 아이를 재운 다음에 일거리를 날라왔고, 혼자서 노임을 받으러 갔다. 하지만, 딸아이가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고 좀더 크게 되자 일이 번거로워지기 시작했다. 지나가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하게 된 것이다. 한편, 라야는 자신의 어깨 관절에만 고집스레 매달렸고, 심지어는 그 때문에 병원에 입원도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잠깐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하는 게 지나로선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라야는 아이를 죽일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점점 자주, 버둥대는 아이를 양손에 안고서 복도를 다니면서(*복도에 위험한 것들이 있어서), 지나는 부엌 바닥에 물컵인 듯한 게 놓여 있는 걸 보거나(*가성소다가 담겨있을 듯), 탁자에 뜨거운 찻주전자가 손잡이를 늘어뜨린 채 놓여 있는 걸 보게 되었다. 하지만, 지나에겐 아무런 의심도 들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는 “엄마라고 말해봐!”라고 말하면서 딸아이에게 항상 즐겁게 종알댔다. 하지만, 상점이나 직장에 나갈 때는 아이가 못나오게 가둬두고 다녔고, 이건 좋게 넘어가지지 않았다. 라야는 극도로 화가 났다.

지나가 무슨 일인가로 밖에 나갔을 때, 방안에 있던 아이가 잠이 깨서는, 아마도 침대에서 떨어진 듯했다. 문쪽까지 기어와서는 울어댔다. 라야는 아이가 잘 걷지 못하고, 침대에서 떨어졌으며, 빽빽 울어대는 걸로 봐서 아마도 크게 다쳤고, 바로 문 앞에 누워있는 걸로 짐작했다. 라야는 더는 울음소리를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고무장갑을 끼고 목욕탕에서 거기 보관하고 있던 가성소다 병을 가져와서 양동이에다 따르고는 복도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용액을 문 밑쪽으로 끼얹었다. 아이가 누워있는 쪽으로. 울음소리는 자지러지는 소리로 바뀌었다. 라야는 복도바닥을 닦아냈다. 양동이와 수세미와 장갑까지 모두 깨끗하게 닦았다. 그리고는 옷을 입고 병원으로 갔다.

의사가 왔다간 후에 그녀는 영화관에 갔다가 상점을 들러서 저녁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지나의 방은 불이 꺼져 있었고, 조용했다. 라야는 텔레비전을 한동안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나는 밤새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라야는 도끼를 들고와서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는 먼지투성이인 방안에서 침대 옆 바닥에 말라붙어 있는 핏자국과 문쪽에 있는 더 큰 핏자국을 보았다. 가성소다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라야는 이웃여자의 방바닥을 닦아내고, 정돈한 다음에 흥분 어린 기대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마침내 일주일쯤이 지나자 지나가 돌아왔다. 그녀는 딸의 장례를 치렀고, 주야로 일하는 직장을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의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움푹 들어간 눈과 누렇게 뜨고 늘어진 피부가 그녀를 대신해서 모든 걸 말해주었다. 라야는 지나를 위로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집안에서의 삶은 이제 숨이 멎은 듯 고요했다. 라야는 혼자서 텔레비전을 보았고, 지나는 주야로 하루를 일하면 온종일 잠을 잤다. 그녀는 마치 정신이 나간 듯이, 사방에다가 딸의 사진을 걸어놓았다.

라야의 병은 더 심해져서, 그녀는 팔을 들어올릴 수도, 걸어다닐 수도 없었고, 심지어 관절주사도 도움이 되질 않았다. 의사들은 관절염이라고 진단했다. 사태는 더 나빠져서, 라야는 자신의 끼니를 챙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심지어 차를 끓일 수도 없었다(*러시아에서 차를 끓이기 위해서는 가스렌지를 켜고 성냥 등으로 불을 붙여야 한다. 우리의 갈비집에서처럼. 라야에게 그런 불을 붙일 힘도 없어졌다는 얘기다). 지나가 집에 있을 때는 그녀가 손수 라야에게 음식을 먹여주었다. 하지만, 지나가 집에 들르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고, 일이 힘들다는 핑계를 댔다. 어깨의 통증 때문에 라야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지나가 무슨 병원 같은 곳에서 간호보조원으로 일한다는 걸 알고서, 라야는 그녀에게 모르핀 같은 강한 진통제를 얻어달라고 부탁했다. 지나는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맡고 있는 일이 아니야.”

<그럼 이걸 더 많이 먹어야겠어. 나한테 30알만 세줘.>
<아니, 안돼.> 지나가 말했다. <내 손으로 죽게 하진 않을 거야.>
<하지만 나는 손을 움직일 수가 없잖아.> 라야가 따지듯이 말했다.
<넌 그렇게 값싸게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지나가 말했다.
그때 환자가 초인간적인 힘으로 병을 입에 갔다 대더니, 이빨로 마개를 빼내고, 약을 몽땅 입에다 털어넣었다. 라야는 아주 오랫동안 죽어갔다. 아침이 밝아오자, 지나가 말했다.

<이제 잘 들어둬. 난 너를 속였어. 우리 레노치카(*딸의 이름)는 죽지 않았어. 아주 잘 뛰놀고 있지. 그 아인 탁아소에 있어. 나는 거기서 간호보조사로 일하고. 그리고 네가 문밑으로 끼얹었던 건 가성소다가 아니라 일반 식용소다야. 내가 바꿔놓았었지. 바닥에 있던 피, 그건 레노치카가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 난 코피야. 그러니까, 넌 아무런 잘못도 없어. 누구도 그것 때문에 너를 문책하진 않을 거야. 하지만, 나도 잘못이 없어. 우린 서로에게 빚이 없는 거야.>

그리고 그때 그녀는 죽은 이의 얼굴에서 천천히 행복한 미소가 번져 나오는 걸 보았다.

 

 

 

 

04. 06. 03/ 06. 0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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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을 도쿄와 하코네 온천으로 가려고 여기저기 여행사 프로그램을 알아봤다.
대개 일정이 마음에 안 들고, 꽤 괜찮은 한 곳은 가격을 너무 세게 부르고. (뭐 그래봐야 일반 신혼여행에 비하면 저렴하긴하다.)

안되겠다 싶어 어제부터 직접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코네 온천의 전통 료칸을 먼저 예약하고 (원하는 방이 많지 않으니까)
비행기와 도쿄 호텔도 예약 완료!
여행사에서 알아본 내용이랑 거의 비슷하게 맞춰서 40만원 절약했다. -_-v
이 돈은 몽땅 먹는데 써야지.

하코네 온천에서 묵을 방.
테라스에 노천탕이 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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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9-2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핫. 절약한 돈으로는 맛있는 회 많이 드시라고 할려고 했는데 다시 읽어보니까, 맛있는거 드시겠다는 계획이 이미 서계신거군요. ^^

sudan 2006-09-2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에 딸린 노천탕이라니 너무 사치 아닌가요? 흥. 쳇. -_-

paviana 2006-09-2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너무 멋져요...실례가 안 된다면 살짝 저런 료칸은 일인일박에 얼마인지 알려주세요....나중에 여행사진도 기대할게요. 료칸은 너무 가보고 싶어요.ㅎㅎ

urblue 2006-09-2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맛난 거 많이 먹겠습니다. ㅎㅎ
근데 흥. 쳇.은 뭡니까. 명색이 신혼여행인데 저 정도 사치는 부려줘야... 저런 방에서 언제 또 자겠어요. 흑흑.

파비님, 쫌(실은 많이) 비싸더라구요. 여기서 하룻밤이 도쿄 호텔 3일 정도 됩니다.
www.ryokan.or.jp 여기 가시면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방 종류에 따라 가격이 꽤 다양하더라구요. 아무리 싸도 1인 10000엔 이상입니다만.

Mephistopheles 2006-09-2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안남으셨나 보군요...(유부클럽 가입 초읽기)
사진보니까......또 여행 가고 싶어지는군요...우씨...!

paviana 2006-09-2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좀 괜찮은 곳은 1인이 2만엔 정도 한다고 들었어요..가이세키 요리에 온천에 우리와 일본의 물가차이를 생각하면 뭐 그정도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전 근데 일본어는 젬병이라 ㅠ.ㅠ

urblue 2006-09-21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클럽.. ㅎㅎ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가을 여행 다녀오세요. ^^

urblue 2006-09-2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 료칸들 중 영어로 안내하는 사이트가 거의 없더라구요. 이건 무슨 배짱인지... 어쨌거나 저도 일본어 모르는데 한자로 대충 알아먹었습니다.

ceylontea 2006-09-21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넘 부러워요.. 노천탕이 딸린 방 너무 부럽네요.. 음.. 저도 여행가고 싶어요.. ^^

urblue 2006-09-2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이든 동남아든 무지 가까운 동네지만서도 여행은 잘 안/못 가게되죠. 지현이랑 같이 한 번 다녀오심 좋을텐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