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출퇴근 때 보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말렸다. 집에서 보라고. 그래야 할 이유, 충분하다. 지하철에서는 마음껏 웃을 수 없으니까.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지만, 최규석의 최대 장점은 유머보다는 솔직함이다. 그 솔직함에 흠칫 놀란다.

 

 

 작년부터 김승옥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쭉 했다. 그러나, 때가 아닌가보다. 2일에 읽기 시작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마치지 못하고 있다. 뿐 아니라, 읽을 때마다 뭘 읽었는지 모를 지경이다.

 


 

 리뷰를 쓰려면 다시 읽어야 한다.
 내게는, 뭐랄까,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잡다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꽤 재미있긴 한데, 짧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거의 베르메르 전문인 것 같고, 베르메르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썼던데, 이 책은 호기심 유발 수준이다. 더 알고 싶으면 내 다른 책을 사 보시오, 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베르메르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신비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당시에 화가협회 이사직을 두 번이나 맡았고, 장모의 금전 관련 문제를 처리하기도 했다고 한다. 작가가 보기에 베르메르는 상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 베르메르는, 신경질적이고 병약한 부인에게 꼼짝 못하는데다 과묵하고 자신의 그림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걸 고바야시 요리코의 관점으로 바꿔 보자면, 부인과의 금슬이 좋으면서도 자신을 흠모하는 하녀 그리트를 마음 먹은대로 이용해 먹는, 매력적이지만 이기적인 나쁜 남자,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림책 연속 읽기. 두 권 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아주 높은 책이다. 도판 풍부하고 설명 훌륭하다. 하지만, 역시 다른 소비를 부른다. 카라바조와 가우디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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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5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15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15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01-1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승옥의 소설은 잘 읽으면 참 좋은데, 때를 못 맞추면 별로인가봐요. 그래서인지 전 김승옥의 다른 단편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상하게도 [무진기행]만은 별로더라구요.
주말여행을 다녀왔더니, 서재 브리핑이 꽉 찼어요. 뜸 하시던 얼블루님 페이퍼 보고 반가워서 얼른 들어와봤죠. 덕분에 읽고 싶은 책 몇 권 더 늘어났어요.

happyant 2006-01-1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습지'의 마지막 이야기에서의 작가의 나레이션이 잊혀지지 않네요. 정말 즐겁고 (약간은) 서글픈 솔직함이었죠. 김승옥의 소설들은 일이 없는 날 밤 열두시 이후에만 읽는다는 게 저의 원칙입니다.ㅋ 그래서 그런지 읽어도 읽어도 무진기행은 한 문장만 기억하게 되네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괜시리 그림에 관심이 생겨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저는 보쉬가 너무 좋아요. 하하.

urblue 2006-01-1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미술책들은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네요. 언젠가 원서를 보고 싶을 때가, 올까요? ^^ 그럴 필요 없게 좋은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군요.

수단님, 주말 여행이라니, 어디 좋은 데 다녀오셨어요? 부러워라~
오늘 아침에도 김승옥을 들고 나왔는데, 한 편 밖에 읽지 못했어요. 나머지 시간에는 눈감고 자버렸다네요. 으음... 대학 때 김승옥을 꽤 좋아했는데, 대체 무슨 일이람.

urblue 2006-01-16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ppyant님, 전 일러스트레이션 보고나서 가우디가 가장 궁금하더라구요. 주말에 교보에 나갔다왔는데, 가우디 책은 한 권도 보질 못했어요. 어째 찾는 책만 항상 없어요.
시공아트에서 나온 <히에로니무스 보스>를 잠깐 들춰봤는데, 제목에 '중세 말의 환상과 엽기'라고 되어 있더군요. 참 제목 짓는 것 하고는. 일러스트레이션에 나온 보쉬의 그림들은 대개 부분 컷이었어요. 전체 그림을 보니까 느낌이 또 다르더군요. 보쉬에 관한 책도 조만간 볼 생각입니다. 올해는 '그림의 해'가 되려나. ^^
김승옥을, 님처럼 읽어볼까도 생각했으나, 요즘은 열두시를 넘기는 법이 없습니다. 흑흑.


2006-01-17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17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연

 어느 분이 예매권을 주셨는데, 서울에서는 거의 이번 주가 마지막 상영이 될 것 같아 어제 부랴부랴 극장을 찾았다. 처음 영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니만, 막상 영화를 보니 인기없는 이유가 대략 짐작이 간다.
 식민지시대가 배경이지만, '조선, 일본, 남자, 여자'를 떠나서 오로지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쓴 한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는게 감독의 변이었던 것 같은데, 글쎄, 영화는 이도저도 아니다. 20년대가 아니라 90년대를 살고 있는 듯한 주인공 박경원은 서슴없이 "뭐야, 여자가 담배 피우는 거 처음 봐?" 같은 대사를 날려주시고, 부자에 친일파인 아버지를 둔, 요즘 유행하는 부드럽고 귀여운 남성상인 한지혁과의 로맨스도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다.
 기억에 남는 건 생뚱맞게도 쓸데없이 들어가 있던 고문 장면. 별 이유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잔인한 장면에 놀랐기 때문인가.  
 박경원은 서른셋에 죽었다. 같이 영화를 본 친구는 그 나이를 생각해서인지, "난 여태 뭐했나."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부터 그런 말을 하긴 했는데, 자기 일과 관련해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둥 어쩌고 한다. 야박한 나는 거기다 대고 "오버는 하지 마라."라고 대꾸했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망하는 영화는 이유가 있다니까.
 원작 소설은 꽤 인기있는 것 같더구만, 어쩜 이렇게 지루한 영화를 만들었을까.

 

 

 

 

 

 

 
 

 나니아 연대기

 루시만 귀엽다.
 앞으로 판타지 영화들은 <반지의 제왕>의 비주얼을 벗어나는게 목표가 되어야 할 듯.

 

 



 

 왕의 남자

 감우성이 장생으로 캐스팅되면서 장생의 비중이 늘었다 한다. 꽤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작대로 공길이 주인공인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동성애적 요소를 대폭 들어내고 장생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은 15세 관람가를 받기 위한 선택이었나.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긴 한데, 조금 더 찐하게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싶다. 
 네 명, 아니 '육갑' 역의 유해진까지 다섯 명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나날이 변신을 거듭하는 감우성에게 박수. 
 장항선이 분한 김처선이라는 캐릭터의 모호함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 턱 걸린다.

 

 


 

 작업의 정석

 그/그녀가 작업에 목숨 거는 이유.
 1. 시간 많고 돈 많은데 심심하다.
 2. 부모님께 물려받은 능력을 썩히는 것은 아깝다.

 작업의 내용.
 1. 상대방이 내게 안달복달하게 만든다.
 2. 잠자리는 한두번으로 끝낸다.
 3. 최대한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게 헤어진다. (주로 차이는 쪽으로.)

 ....... 잘 생기고 돈 많고 능력 있어서 좋겠다. (흥이다.)

 

 

 

 
 킹콩

 너무 인간적인 킹콩이랄까.
 나무님이 말씀하신 대로, 킹콩에게 남우주연상을. 앤 대로우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도, 자살(나는 킹콩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보는데)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납득할 수 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건 이런 스타일.
 보통 2시간 넘어가는 영화는 허리가 아파 힘들어하는데, 시간 가는 것도 허리 아픈 것도 모르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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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95 2006-01-15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서 제가 본 건 <작업의 정석>과 <왕의 남자>뿐이에요. 아~~ 이번 방학은 영화도 얼마 못 보고 지나가고 있어요 ㅜ.ㅜ

이매지 2006-01-1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님 괜찮아요. 전 하나도 본게 없어요 ㅠ_ㅠ
왕의 남자, 킹콩, 청연 모두 보고 싶은데 언제쯤 보러 갈런지.

urblue 2006-01-15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님, 방학 아직도 한 달도 더 남았잖아요. 그 동안에 많이 보세요. ^^

이매지님, 많이 바쁘신가 보네요. 청연은 이제 곧 내려갈 것 같습니다.

merced 2006-01-1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연: 장진영을 좋아해서, 소재가 대략 마음에 들어서, 별루라는 여러 의견에도 볼까 하였으나, 이인화가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는 말에, 딱 접었음
왕의남자: 언니 말대로, 재밌더군요.
작업의 정석: 언니가 이걸 보리라곤... 의외.
킹콩: 킹콩에게 남우주연상을, 동감. 언니한테 빌린 총균쇠를 읽던 중이라서, 저런 원주민 사회는 있을 리가 없잖아, 쓸데 없는 생각. 무서운 걸 못보니까, 언니 예고대로 각종 파충류, 설치류, 벌레 등등에 깜짝깜짝 놀라느라, 보고 나니 온몸이 굳었어요.

urblue 2006-01-15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인화가 각본 작업에 참여했는지는 몰랐네. 아무튼 너무 현대적인 설정과 대사야. 장진영과 김주혁의 연기도 전에 보던 거 그대로고. 싱글즈와 홍반장.
작업의 정석,은 친구 때문이지 뭐. 미스터 소크라테스 등등의 영화를 같이 보는 친구.
원주민 사회에 대해서는, 듀나는, 무슨 원숭이 바이러스 때문에 다들 미친걸로 표현한게 아니냐고 하더군.(진담인지 농담인지) 그 배에 실려 있던 각종 우리 중에 그 원숭이 이름도 적혀 있었다네. 예리하기도 하지, 그런 걸 보다니. -_-

balmas 2006-01-1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영화 많이 보셨네요. 내가 본 건 [나니아 연대기] 하나뿐.
그것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는 ... -_-a

urblue 2006-01-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브리핑 보고 누구신가 했어요. ㅋㅋ
왕의 남자와 킹콩을 추천합니다. 바쁘셔서 영화 보기 힘드신가...

그림자 2006-01-1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연은 왠지 제작할때부터 망할거 같더니 역시나...장진영때문에 보고 싶긴 했으나 보고나면 별루일거 같아 패스...
왕의 남자는 기대 안하고 봤다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영화^^
나니아 연대기 워낙 재미없다는 소릴 듣고 나서인지 그럭저럭 볼만은 했으나 <반지의 제왕> 아동용버전인듯... 이걸 앞으로 4편 더 만든다고 하더군요...--
킹콩에게 남우주연상을!!! 피터잭슨의 영화는 확실히 다르다^^

히피드림~ 2006-01-1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연같은 경우는, 일본의 30년대가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옛날은 아니예요. 특히 영화속 소도구나 의상은 철저히 고증을 한것으로 알고 있고요. 일제시대의 신여성들은 어찌보면 요즘 여성들보다도 더 래디컬하고 진보적이었답니다. 한마디로 요즘 사람들이 동아시아의 30~40년대 생활상과 사회상을 잘 모르는 거죠.

미완성 2006-01-16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털썩 (__).
하나도 없어요 ㅜ_ㅜ

urblue 2006-01-16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님, 태풍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대체로 평은 왕의 남자가 낫더군요.

새벽별님, 요즘 뭐하시느라고~ ㅎㅎ

그림자님, 나니아 연대기는 모두 7편인데 5편만 영화로 제작하는 거군요. 사실 책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안보게 되지 싶습니다.

punk님, 소도구나 의상이나 배경이나 그런 것에 불만은 없습니다. 하기야, 일본까지 건너가 비행사가 될 정도의 여성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시대극을 만들 때는 감독이 선택을 하긴 해야겠지요. 왕의 남자만 하더라도 인물들의 대사라든가 행동이라든가, 당시에 실제로 그랬다고는 믿기 어려우니까 말입니다. 다만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있고 필요한 묘사인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청연의 경우, 제가 보기엔 그다지 설득력이 있지 않았다는 편이 맞겠군요.

사과님, 아우, 오랫만이어요. 서재에 통 얼굴도 안 내미시면서 왜 그렇게 바쁜 거에요, 도대체?
 

올케가 책 선물을 해 주겠다고 한 것이 벌써 몇 개월 전이다.

찜해 놓은 책은 <열하일기> 3권 세트.
당시 판매 가격은 75,000원에서 10% 할인이었는데, 현재는 20% 할인해서 60,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팍 필이 꽂힌 책이 있으니...

바로 이것이다, <아발론 연대기>

 이전에 나온 책의 표지를 잘라 보내면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벌여 알라딘 독자들로부터 원망의 소리를 듣기도 한 책. 
 그동안 그다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 지금은 무조건 갖고 싶다. 우웅...
 5,000원 할인 쿠폰을 받아도 75,000원 쯤 하니까, 역시 비싼 걸로 사달라는게 낫나.


뭘 사지?  고민중.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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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1-1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따우님, 저도 두 가지 다 가질거에욧!

2006-01-13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13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굼 2006-01-1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비싼거!;

물만두 2006-01-1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urblue 2006-01-1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 역시 비싼게....흠...

만두님, 아니, 왜 그러세요? @.@

바람돌이 2006-01-1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금이라도 더 비싼거.... ^^;;

2006-01-13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13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01-1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발론으로 주문했습니다. ㅎㅎ

속삭님, 뭐 어차피 한번 받는건데 미안해할 필요 있나요. 쫌 뻔뻔한가요. ^^;

바람구두님, 뽀대는 좀 나는 것 같지만 올케는 책을 전혀 안 보기 때문에 같이 보면서 즐거워할 일은 없겠군요. 열하일기는, 네, 돈주고 사도 아깝지 않지요.

바람돌이님, ^^

happyant 2006-01-13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부러워요. 전 오래 전부터 열하일기 '갖고' 싶었는데ㅋㅋ아발론 연대기도 재밌겠네요!

2006-01-13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01-13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미님, 저도 처음 출판되었을 때부터 쭉~ '갖고만' 싶었어요. ㅎㅎ

mira95 2006-01-13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하일기도 좋을 것 같지만 아발론 연대기도 재미있겠네요. 저는 아발론 연대기 예전판으로 1,2권 샀는데 바뀌는 바람에 다시 살 생각이 없어졌어요..
 

문상(問喪)하러 갈 때마다 내 표정이 어색하다고 느낀다.
막상 내가 상제(喪制)였을 때는 조문(弔問)하는 이들의 표정이 어땠는지 전연 기억에 남아있지 않고,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것도 아무렇지 않았었다.
그런데 조문객이 되면 절을 할 때부터 떠나올 때까지 거의 내내 내 표정에 신경이 쓰인다.

 

서양의 장례는 죽을 사람을 위한 것이고
우리나라의 장례는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고도 하지만,
그래서 상가(喪家)에서 떠들썩하니 잔칫집 같은 소란스러움이 풍겨도 흉 될 것이 없다고 하지만,
불편한 걸 어쩔 수 없다.

 

이제는 뿔뿔이 흩어진 옛 직장 동료들이 수십명씩 만나게 되는 자리는 거개 예식장이나 장례식장이기 십상이고,
어제도 여기저기서 반가운 인사말이 넘쳐 났다.
술 권하고 간간이 웃음소리도 터져 나오고 이래저래 시끌벅적.

 

와중에 이제 겨우 열 예닐곱 되어 보이는 맏상제의 핏기 가신 얼굴을 보고 있자니 짠하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막내는 엄마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작은 누나에게 매달려 몸을 배배 꼬는 모습에서 별다른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이미 아내의 부재를 준비하시던 그 분은 담담해 보였고, 인사를 드리자 가벼운 미소까지 보여주셨다.

 

어떤 사람은 이런 악상(惡喪)도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요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달리하는 사람이 한둘도 아니다.
그러나, 역시 악상은 악상이다.

 

두 시간쯤 앉아있다 일어났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더 있으라고 붙잡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반가움보다는 불편함이 컸다.

 

세 번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동안 무진기행을 읽었는데,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다는, 국어 교과서에 등장한 표현을 다시 확인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10시. 발인할 시간이다.
화장하여 납골묘에 안치한다고 한다.
화장장에서 눈물지을 큰 아이 생각에 시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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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1-0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코가 시큰해져요..ㅜㅜ

조선인 2006-01-0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ㅠ.ㅠ

하늘바람 2006-01-0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고

반딧불,, 2006-01-0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도 모를 것입니다.
받아들이지도 못하구요..휴...맘이 넘 안좋네요.

깍두기 2006-01-05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상일 때 문상가면 마음이 편한데.
남아 있는 가족들이 너무 안쓰럽네요.

히피드림~ 2006-01-05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예전에 황우석과 관련한 페이퍼에서 부인이 암에 걸려서 사람도 못알아 본다던 그 분이신가요? 하여튼 아직 젊으신데 아이들까지 두고 안됐습니다...

로드무비 2006-01-1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 글을 왜 놓쳤을까!
짜안합니다.
저는 문상 가면 허둥지둥합니다.
마땅한 인사말도, 표정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블루님, 오랜만이네요.
일, 월요일 동해 바닷가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
블루님 고향이 이곳일까, 저곳일까 두리번거렸죠.^^
 

오늘 시작한 폴 오스터의 <브루클린 풍자극>은 올해의 146번째 책.
그림동화책이랑 만화책은 제외. 몇 권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2004년 내가 읽은 책은 70여 권이었고, 그것은 내 생애, 1년간 읽은 책으로 가장 많은 수였다.
하여 올해 목표를 100권으로 잡았던 것.
목표 한참 초과다.
이렇게 많은 책을 읽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올해는 양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양서를 많이 보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 베스트를 뽑자고 덤비니,
이 책 저 책들이 자기를 잊지 말라고 아우성이다.

일단 베스트 10.
읽은 순서대로 나열.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갈레아노의 독설과 유머 감각에 제법 킬킬거리다가도, 그 내용의 심각함 때문에 씁쓸함과 분노를 함께 느꼈다. 세계화 관련 책들을 열댓권 읽은 듯 한데, 그 중 비교적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
 <수탈된 대지>는 내용은 비할 바 없이 훌륭했으나 개판인 번역 때문에 장장 2주간 고생하며 읽었다. 아마 올해 가장 오래 읽은 책이 아닌지.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발전과 성장과 풍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을 추구할 때 발생하는 환경적, 이데올로기적인 문제 제기.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그들 스스로는 부정하고 있으나 어째서 미국이 '제국', 그것도 역사상 가장 위험한 제국인지를 설명. '미국'에 대해 이 한권으로 종합할 수 있다.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 중 하나.
 이 주의 리뷰로 뽑혀 50,000원을 받기도 함.
 그러나 뒤에 읽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세계 챔피언> 등 로알드 달 아저씨의 다른 책들은 실망스러운 편. 기대가 너무 컸나.


 유랑가족

 아직도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데서 희망을 본다.
 내가 확실히 소설을 좋아한다는게, 공선옥의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를 최근 읽었는데, 구체적인 사안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저 소설만큼의 감흥은 없었다는 사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아아, 이런 SF소설이라니. 
 8편의 작품 중 어느 하나 함량 미달이 없다. 굉장하다,라고 감탄하는 수밖에. 

 


 총,균,쇠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훌륭한 점은, 방대하면서도 꼼꼼한 연구와 그것들을 이야기처럼 풀어내며 자신의 주장으로 접근해간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유라시아와 유라시아에서 아메리카로 건너간 백인종이 현재와 같은 정치/사회/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원인을 농경이 시작되던 8,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한다. 지역적 차이는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적 자원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문명의 붕괴>도 올해의 베스트로 꼽을만하다. 역사상 환경을 파괴한 문명은 모두 붕괴했음을, 역시 방대한 자료로 보여준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인간성에 대해 이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복제 기술을 개발하기에 앞서 이런 정도의 고민과 논의는 있어야 할 것이다.

 


 고릴라 이스마엘

 한마디로 충격.
 이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어봐야 한다.


 


 대담

 최재천과 도정일이라는, 생물학과 인문학을 대표하는 학자들이 만나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하는 문제에 대해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훌륭한 대담의 모범.

 

 

열 권을 꼽긴 했으되 그냥 빼버리기엔 아까운 책들도 많다.
좋은 책들을 너무 많이 봤다고 스스로 놀라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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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2-31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놀랍습니다..^^
제가 저기서 읽고 감동했던 책은 무서록 딱 하나 있네요..^^;;
이런 슬픈 상황임에도 인사는 해야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urblue 2005-12-31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그런 일로 슬픈 상황이라고 하심 됩니까. ^^;

blowup 2005-12-31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 존경. 다짐.
어떻게 칭찬해드려야 좋아하시려나.
대단해요.

이매지 2005-12-3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균쇠를 반쯤 읽다가 반납해서 아쉬움이 남는데, 다시 잡고 읽어봐야겠어요.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는데 두께에 압도당했었거든요 ^-^;;

urblue 2005-12-31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쑥스럽습니다. 감사하구요. ^^

이매지님, 쫌 두껍죠. ㅎㅎ 문명의 붕괴는 더 두껍더군요. 그치만 두 권 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시 한번 도전해 보심이...

라주미힌 2005-12-3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만 골라내셨네요.. 저도 참고해야겠습니다. ㅎㅎㅎ

mira95 2005-12-3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이 읽으신 책들은 너무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거의 소설 위주로 읽었는데.. 암튼 전 올해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50권이었는데... 내년에는 기필코..

비로그인 2005-12-3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럽군요. 정말 다양한 책들을 읽었네요. 05년 마지막 날 잘 보내시고, 새해 건강하시고 소원성취하세요.

urblue 2006-01-0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책을 200권도 넘게 보신 분이 그런 말씀 하시면...음...우린 취향이 많이 다른가봐요? ^^;

엔도님, 작년부터 100권을 못 넘겼다 하심은, 그 전에는 계속 넘겼다는 말씀이신거죠? 전 100권 넘긴게 올해가 처음입니다. 에구.
책이 한 해에도 수만권씩 쏟아져 나오는데, 겹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책도 좀 읽으시고, 글도 많이 쓰시기를.

사라진님, 새해 아침, 아니 낮입니다. 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새해에는 좀 더 여유있는 삶을 누리시길.

미라님, 올해에는 기필코! ^^

라주미힌님, 넵. 님 좋은 책 많이 보시는 거 제가 압니다. ㅎㅎ

水巖 2006-01-0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rblue님, 지난 해에 책 많이 읽으셨군요. 나보다 30권이나 더 읽으신것 같군요.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책 많이 읽으세요.

로드무비 2006-01-0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소프트한 책은 제가 사고, 어렵고 비싼 책은 블루님이 사고
새해에도 역할 분담 합시다.
건강하시고, 허리도 아프지 마시고 유쾌하고 알찬 한 해가 되기를......^^

2006-01-01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01-01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블루님과 로드무비님 사이에 오고가는 모종의 뭔가가 뭘까 늘 궁금했었는데.
소프트한 책은 로드무비님이, 어렵고 비싼(!) 책은 얼블루님이. 그런거였구나. -_-

urblue 2006-01-01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수암님께서도 책을 많이 읽으셨군요. ^^

로드무비님, 네에~ 알겠습니다. 어려운 건 잘 모르겠고, 비싼 책은 뭐, 제가 사도록 하지요. ㅎㅎ

수단님, 그런 거였는지 저도 지금 알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