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
어느 분이 예매권을 주셨는데, 서울에서는 거의 이번 주가 마지막 상영이 될 것 같아 어제 부랴부랴 극장을 찾았다. 처음 영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니만, 막상 영화를 보니 인기없는 이유가 대략 짐작이 간다.
식민지시대가 배경이지만, '조선, 일본, 남자, 여자'를 떠나서 오로지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쓴 한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는게 감독의 변이었던 것 같은데, 글쎄, 영화는 이도저도 아니다. 20년대가 아니라 90년대를 살고 있는 듯한 주인공 박경원은 서슴없이 "뭐야, 여자가 담배 피우는 거 처음 봐?" 같은 대사를 날려주시고, 부자에 친일파인 아버지를 둔, 요즘 유행하는 부드럽고 귀여운 남성상인 한지혁과의 로맨스도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다.
기억에 남는 건 생뚱맞게도 쓸데없이 들어가 있던 고문 장면. 별 이유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잔인한 장면에 놀랐기 때문인가.
박경원은 서른셋에 죽었다. 같이 영화를 본 친구는 그 나이를 생각해서인지, "난 여태 뭐했나."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부터 그런 말을 하긴 했는데, 자기 일과 관련해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둥 어쩌고 한다. 야박한 나는 거기다 대고 "오버는 하지 마라."라고 대꾸했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망하는 영화는 이유가 있다니까.
원작 소설은 꽤 인기있는 것 같더구만, 어쩜 이렇게 지루한 영화를 만들었을까.
나니아 연대기
루시만 귀엽다.
앞으로 판타지 영화들은 <반지의 제왕>의 비주얼을 벗어나는게 목표가 되어야 할 듯.
왕의 남자
감우성이 장생으로 캐스팅되면서 장생의 비중이 늘었다 한다. 꽤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작대로 공길이 주인공인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동성애적 요소를 대폭 들어내고 장생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은 15세 관람가를 받기 위한 선택이었나.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긴 한데, 조금 더 찐하게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싶다.
네 명, 아니 '육갑' 역의 유해진까지 다섯 명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나날이 변신을 거듭하는 감우성에게 박수.
장항선이 분한 김처선이라는 캐릭터의 모호함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 턱 걸린다.
작업의 정석
그/그녀가 작업에 목숨 거는 이유.
1. 시간 많고 돈 많은데 심심하다.
2. 부모님께 물려받은 능력을 썩히는 것은 아깝다.
작업의 내용.
1. 상대방이 내게 안달복달하게 만든다.
2. 잠자리는 한두번으로 끝낸다.
3. 최대한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게 헤어진다. (주로 차이는 쪽으로.)
....... 잘 생기고 돈 많고 능력 있어서 좋겠다. (흥이다.)
킹콩
너무 인간적인 킹콩이랄까.
나무님이 말씀하신 대로, 킹콩에게 남우주연상을. 앤 대로우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도, 자살(나는 킹콩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보는데)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납득할 수 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건 이런 스타일.
보통 2시간 넘어가는 영화는 허리가 아파 힘들어하는데, 시간 가는 것도 허리 아픈 것도 모르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