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출퇴근 때 보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말렸다. 집에서 보라고. 그래야 할 이유, 충분하다. 지하철에서는 마음껏 웃을 수 없으니까.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지만, 최규석의 최대 장점은 유머보다는 솔직함이다. 그 솔직함에 흠칫 놀란다.
작년부터 김승옥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쭉 했다. 그러나, 때가 아닌가보다. 2일에 읽기 시작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마치지 못하고 있다. 뿐 아니라, 읽을 때마다 뭘 읽었는지 모를 지경이다.
리뷰를 쓰려면 다시 읽어야 한다.
내게는, 뭐랄까,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잡다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에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꽤 재미있긴 한데, 짧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거의 베르메르 전문인 것 같고, 베르메르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썼던데, 이 책은 호기심 유발 수준이다. 더 알고 싶으면 내 다른 책을 사 보시오, 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베르메르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신비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당시에 화가협회 이사직을 두 번이나 맡았고, 장모의 금전 관련 문제를 처리하기도 했다고 한다. 작가가 보기에 베르메르는 상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 베르메르는, 신경질적이고 병약한 부인에게 꼼짝 못하는데다 과묵하고 자신의 그림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걸 고바야시 요리코의 관점으로 바꿔 보자면, 부인과의 금슬이 좋으면서도 자신을 흠모하는 하녀 그리트를 마음 먹은대로 이용해 먹는, 매력적이지만 이기적인 나쁜 남자,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림책 연속 읽기. 두 권 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아주 높은 책이다. 도판 풍부하고 설명 훌륭하다. 하지만, 역시 다른 소비를 부른다. 카라바조와 가우디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