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좀 놀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한참을 자고, 12시가 넘어 일어나서 아직 잠이 덜 깬 채 서재에 들어왔습니다. 그 사이에 올라온 발마스님과 어디에도님의 글에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찬찬히, 여러분들께서 제게 남겨주신 글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었습니다. 아아, 어쩌면, 오늘은 제가 서재를 시작한 이래로, 아니, 제 삶에서도 드물게 행복한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 어느 분께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내 서재에 대해 혹은 나에 대해 글을 써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당한 욕심이라고, 내게 그만큼의 관심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온당한가 모르겠다고. 그건 제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부러 그런다기보다 성향 자체가 그렇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도 지나치게 기댄다거나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건, 저에게는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이벤트를 벌였냐구요? 사실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로드무비님이 말씀하신 엽서나 바람구두님이 말씀하신 이미지 추천이나,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 그뿐이라고 여겼습니다.
제가 서재지인들을 과소평가한 것일까요? 저 혼자만 가볍게 여기고 있었던 걸까요? 남겨주신 글들 하나하나가 제 가슴에 묵직하게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따뜻하고 세심하고 애정어린 글을 쓰실 수 있는 건가요.
감동이고 감격입니다. 막 연애를 시작한 스무살인 듯 설렙니다. 행복합니다.
저에게 글을 남겨주신 분들, 물만두님, 조선인님, 바람구두님, 울보님, 스텔라님, 플레져님, 치카님, 반딧불님, 날개님, 로드무비님, 발마스님, 어디에도님,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께서 제게 주신 글을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두고두고 꺼내보겠습니다. 그러면, 혹여 오랜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여러분들을 기억할 수 있겠지요. 단지 기억이 아니라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따뜻한 댓글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님들 덕에 이벤트가 좀 더 풍성해졌네요.
오늘밤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