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만화 전문 출판사로 옮긴 후배를 만나 저녁먹다. 홍대 기찻길옆 고깃집에서 땀을 줄줄 흘려가며 갈비살을 3인분이나 먹고, 그 근처 '꽃'이라는, 간판도 없는 조그만 바에서 후배는 맥주를, 나는 웰치스를 마셨다. 내게 빌려간 책 한 권을 지인에게 뺏겼다길래 대신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을 사달라고 했고, 그 책과 함께 자기가 보고 있던 <그린빌에서 만나요>를 함께 건네주었다. 그런데 이거 재미있네.

 사이비, 사이언 쌍둥이 남매가 동시에 남자 고등학생을 찍었는데,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는 오래 참을 수도 있다'라는 말의 의미가 궁금해진다. 이 남매의 정체는 대체 뭐냐. 이제 겨우 1권만 나왔다는게 아쉬울뿐. 요거 다 나올때까지 후배를 슬슬 구슬려야할까 생각중. (다 줄거지? ㅎㅎ)

 

 

 교보에서 이 책을 보고 재밌겠다 싶어 주문했는데, 그럭저럭 재미있긴 했으되,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보겠다 생각한 것인지 의아하다.

클라스트르의 말인즉슨, 인류는 원시공동체로부터 국가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아니다.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사회를 살펴보면 국가, 즉 강제력이나 폭력을 수반하는 권위가 생겨나는 것을 사회가 적극적으로 막고 있다. 추장은 공동체를 대표하지만 어떤 권위나 힘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추장은 사회에 봉사해야할 의무가 있고 구성원들의 이런저런 요구에 응해야 한다. 다만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의 기본 조건은 인구가 적을 것. 인구가 많아지면 통제 불가능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평균 노동 시간은 하루 3시간 정도였다고 한다. 으아, 부러워~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구~

역시 나는 문학적인 인간이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한다. 열심히 줄을 그어가며 읽었지만 내용을 정리해 리뷰를 쓰자니,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그냥 귀찮고 싫기만 하다. 흠.

 화면 죽이는군. 이런 건 극장에서 봐 줬어야 하는건데. 그렇지만 너무 시끄럽다. 밀턴이 어쩌구 성경이 어쩌구. 그렇게 말이 많아서야 원. 어쩐지, 바토가 강아지 사료를 사러 들어갔던 편의점의 종이 딸랑거리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어제 낮에 시작해서 오늘 아침 출근길에 끝냈다. 조금 읽어보고 재미없으면 그만두어야지 했는데, 한참 읽다 페이지를 보니 벌써 70쪽이 넘어가있다. 그만큼 재미있다. 항상 어째서 우리나라 작가들은 마르케스나 칼비노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할까/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천명관은 가능성이 좀 보인다. 다만 이 작품은 과잉이다. 작가는 별로 작품을 다듬어서 깔끔하게 만들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생각나는대로, 말하고 싶은대로 주저리주저리 다 늘어놓은 것 같다. 꽤 흥미롭게 읽었지만 딱히 뭔가 남지는 않는다. 뭔가 실마리가 있어야 리뷰를 쓸 수 있는 나로서는 어찌 손댈 수 없는 작품. 천명관의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다시 읽어보기는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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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08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나는 문학적인 인간이란 생각을 다시 한 번 한다.
금시초문이구만!=3=3=3

urblue 2005-08-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라도 말해야겠다,는 거죠 뭘. ㅎㅎ

날개 2005-08-0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후배분이 <그린빌~>나온 출판사 다니시나요? +.+ 좋겠다!!

2005-08-08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dcat 2005-08-0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명관이라...처음 들어요.
요새 마음이 쌀랑쌀랑해서(-.-) 소설을 읽고 있어요. 신장현과 최 윤이요.
근데 너무 서늘한 문체(최 윤)에 건조한 주제(신장현)라 진도가 안 나가거든요.
문학적인 블루님께서 얼얼한 소설 한 권 추천해주셨음 해요. ^^

히나 2005-08-0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적인 블루님, 고래 저도 넘 재미있어서 새벽 다섯시 동터올 무렵까지 붙잡고 있다 그 다음날은 갑자기 지겨워져서 다 건너띄고 마지막 줄거리만 확인하고는 덮어버렸어요..
술술술 정말 잘 넘어가죠? 그게 전부인 거 같아 아쉬웠지만.. 고래처럼 거대한 상상력은 과히 놀라웠어요.. ^^

sudan 2005-08-08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비,사이언이라는 이름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유시진 만화군요. 유시진의 [폐쇄자]는 절판되기 전에 사놓지 못한 걸 후회하는 만화에요.
[이노센스]의 대사는 감독이 아끼는 동서양의 경구들을 모조리 끌어들여 만들었다죠. 자막 따라가는 게 벅차서 '에잇, 일본어 공부할테다'생각했는데, 그게 일본어를 공부하겠다고 처음 결심하게 된 계기에요. 저도 화면이 좋아서 극장에서 두번이나 봤었어요.
[고래]는 한 두장 넘기다 말았는데, 문학적인 블루님이 ^^; 재미있다니 어디 한번.

urblue 2005-08-08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 문학적이라는 말 괜히 했군요. ㅎㅎ

수단님, 고래는 재밌게 읽히긴 하는데, 별로 남는게 없어요. 좀 아쉬운 작품이네요.
지금 일본어 공부 하고 계시는거죠? 전 외국어는 아예 손 뗄라구요. 공부하는 거 너무 싫어요. -_- 예전에 공각기동대를 영어 자막으로 보는데, 우와 정말 대사가 어찌나 많은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역시 한글로 봐야해요.

스노드랍님, 소설가한테 상상력이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중요할텐데, 적어도 천명관은 그런 점은 갖춘 것 같아요. 어디까지 좋아질 수 있을지는 뭐, 전혀 알 수 없지만.

샌드캣님, 신장현은 전혀 모르는 작가로군요. 최윤은, 언제가 잡지에서 본 단편에 반했는데, 다시 읽을 기회는 없었구요. 에에, 최근에 본 거로는 역시 로알드 달의 <맛>과 공선옥의 <유랑가족> 추천입니다.

날개님, ㅎㅎ 그래서 제가 좋아하고 있지요. <호텔 아프리카> 애장판도 노리고 있습니다.

속삭님, 뭘요. ^^

토토랑 2005-08-0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노센스도 멋지지만.. 공각기동대 TV 시리즈도 재밌어요~~
특히 타치코마 들이 귀엽답니다 ㅡ.ㅜ

urblue 2005-08-0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공각기동대 TV 시리즈는 어떻게 구하죠? DVD 같은게 나와 있나요? 아님 어둠의 경로를 살펴봐야 할까요? 흠. 그렇게 말씀하시니 보고싶군요.

urblue 2005-08-0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찾아봤는데, 무려 13장. 흑.

얼룩말 2005-08-08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님께서 주신 책..받았어요^^.. 고맙습니다. 받았을 때의 그 기쁨.. 아시죠?
잘 읽을께요..

urblue 2005-08-0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룩말님, 네, 재밌게 보세요. ^^

토토랑 2005-08-0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TV 판 보시려믄.. 어둠의 통로를 이용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시즌 1이 재밌어요. 이노센스랑 또 다른 느낌. 1,2 편보다 쬐금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