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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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네 번째 책. 결혼을 앞둔 커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나는 혼전에 지금의 남편과 역할 분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생기고, 집에 들어앉는 순간부터 합의는 사라지고 가사와 육아에 파묻히는 주부와 엄마만 남는다. 이 책은 그 점을 낱낱이 고발하고 경고한다. ‘섹스도 집안일이 되어 버렸다‘에서 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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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1 16: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제가 올린 음악 포스팅의 작곡가 세실도 결혼전의 남편이 적극적으로 창작 활동 하는걸 지지해주어서 믿고 결혼 하고 나니 남편은 결혼 하지마자 즉각 자신이 있던 사회의 자리로 돌아 갈 수 있었지만 세실은 결혼과 동시에 육아로 창작 생활을 중단 해야 했습니다 여전히 사회는 여성에게 일과 가정 두가지를 선택하라고 하는 제도와 구조로 속박하고 있죠

행복한책읽기 2021-10-02 00:59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둘 중 하나가 아닌 둘다이면 좋겠는데, 해보니 사실 많~~~이 버거워요. 그래서 저는 가사노동자이자 양육노동자인 주부(남녀를 떠나)에게 월급을 주어야한다고. 진심으로 바라고 그런 세상을 꿈꾼답니다^^;;

붕붕툐툐 2021-10-01 17: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섹스가 집안일이라니~ 전 왜 슬프죠?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10-02 01:02   좋아요 2 | URL
제가 툐툐님을 슬프게 했군요. 우째요. 근데, 저는 저 대목에서 에르노 여사에게 너무나 강렬한 유대감을 느끼고 말았답니다.^^;;

초딩 2021-10-02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로젝트에서 쓰는
일감 관리 도구를 써야할 판이에요.
그래서 정량적으로 평가해서 누가 얼마나 많이 했는지..
그리고 가용한 시간대비 일은 얼마나 했는지 ㅎ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0-02 17:5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왠지 초딩님이라면 능히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리 대마왕이시잖아요^^
 

20210929 #시라는별 61 

천문의 즐거움 
- 김선우 

하늘을 오래 바라보다 알게 되었다 
별들이 죽으면서 남겨놓은 것들이 
어찌어찌 모여서 새로운 별들로 태어난다는 거 
숨결에 그림자가 있다는 거 
당신도 나도 그렇게 왔다는 거 
우리가 하나씩의 우주라는 거 

수백억광년의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른 
빛의 내음 
소리의 촉감 
온갖 원자들의 맛 

지구에서 살아가는 나는 가끔 
죽은 지 오래인 별들의 임종게를 발굴해 옮겨 쓴다 

그대들이 세상이라 믿는 세상이여, 나를 받아라. 내가 그쪽을 먼저 사양하기 전에. 

오늘 아침 닦아준 그림자에서 흘러나온 말
임종게가 늘 탄생게로 연결되는 건 아닐 테지만 
가끔 유난히 아름다운 탄생의 문양들이 있어 
우주가 지나치게 쓸쓸하진 않았다


16년만에 설악 산행에 나섰다. 이 여행길에 배낭에 끼워 간 책은 김선우의 『내 따스한 유령들』 느릿느릿 아껴가며 읽는 시집이다. 이 시를 읽고 모르는 낱말이 있어 찾아 보았다.

임종게(臨終偈)는 고승들이 입적할 때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나 글이다. 
탄생게(誕生偈)는 석가모니 부처가 태어났을 때 외쳤다고 하는 게송을 일컫는다. 부처님의 탄생게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다.

˝죽은 지 오래된 별들의 임종게를 발굴해 옮겨 쓰˝는 김선우 시인의 이 시는 내게 ‘천문의 즐거움‘ 뿐 아니라 ‘산행의 즐거움‘까지 물씬 느끼게 해주었다. 하늘이든 무엇이든 ˝오래 바라보다˝ 보면 전에 모르던 것들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다. 16년 전 겨울 설악에서 나는 바람의 무늬가 새겨진 눈밭을 ˝오래 바라보다˝ 우주를 발견한 적이 있다. 소금밭 같기도 설탕밭 같기도 한 하이얀 눈밭은 우주와 이어져 그 속으로 나를 빨아들이곤 했다.

만 가지 경치가 올려다보이고 내려다보인다는 만경대(922.2m)에 앉아 ˝수백억광년의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른 / 빛의 내음 / 소리의 촉감 / 온갖 원자들의 맛˝을 오감으로 느꼈다. 하여 알게 된 것들

소나무 잎은 두 가닥, 잣나무 잎은 다섯 가닥 
마가목 열매 바닥에는 별이 박혀 있다 
둥글둥글한 돌 속에는 수정이 숨어 있다 
진달래는 아래서부터 거북이처럼 올라가고 
단풍은 위에서부터 내달리듯 내려간다
설악에는 ˝유난히 아름다운 탄생의 문양들이 있어˝ 
쓸쓸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 

사진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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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29 07: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설악산 사진보니 시원시원 하네요 ^^ 저 높은 절벽같은 곳에 올라가시다니 대단합니다. 무서움이 없는 책읽기님~!!

행복한책읽기 2021-09-30 12:52   좋아요 4 | URL
벌벌 떨면서 올라갔어요. 사진 남길라구요^^;; 설악은 기기묘묘 암벽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청아 2021-09-29 09: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온갖 원자들의 맛~♡ 암벽도 잘 타시나봐요! 사진 모두 훌륭한데 돌 사이에 핀 꽃 예술입니다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9-30 12:54   좋아요 3 | URL
암벽 못 타요. 겨우 올라갔어요. 무서워서 서 있지 못하고 앉아있었다는^^;; 돌 사이에 핀 구절초. 정말 기특하죠. 놀라운 생명력이에요^^

막시무스 2021-09-29 09: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6년 전 겨울 설악에서 나는 바람의 무늬가 새겨진 눈밭을 ˝오래 바라보다˝ 우주를 발견한 적이 있다. 소금밭 같기도 설탕밭 같기도 한 하이얀 눈밭은 우주와 이어져 그 속으로 나를 빨아들이곤 했다.> 크~~~눈발 날리는 설악을 너무나 멋지게 그려낸 이 표현은 완전 시인 같으심요!ㅎ 등단하셔도 될 듯 합니다. 덕분에 설악산 구경 잘했네요! 즐건 하루되십시요!ㅎ

행복한책읽기 2021-09-30 12:55   좋아요 2 | URL
등단할까요?? 막시무스님이 물주 되어주심 생각해 보겠어라ㅋ 9월 마지막날도 즐겁게 보내시와요~~~^^

붕붕툐툐 2021-09-29 10: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히야~ 저같은 등린이에게 꿈의 산인 설악산! 바위 위의 자태가 넘나 멋지심다~~
시도 참 좋네용~ 당신도 나도 그렇게 왔다~ 우리가 하나씩의 우주다!

행복한책읽기 2021-09-30 12:58   좋아요 2 | URL
툐툐님 곧 설악을 밟을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등린이라는 표현 넘 좋네요. 툐툐 등린이 화이링~~~^^

scott 2021-09-29 12: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수백억광년의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른
빛의 내음
소리의 촉감
온갖 원자들의 맛 ]

행복한 책읽기님은 플친님들에게 설악상의 풍경을 선물로 주셨네요
가을은 분명 인간이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맞닿을 수 있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ㅅ^

행복한책읽기 2021-09-30 13:00   좋아요 2 | URL
네네. 정말 가을 하늘은 자연을 더욱 찬양하게 만들어요. 우주도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구요.^^

얄라알라 2021-09-30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야, 행복한 책읽기님 덕분에 제대로 호강 하네요. 구절초 사진에 아찔한 고도의 청량감에


16년만의 산행, 제대로 하셨는걸요^^ 기분 끝내주셨겠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10-01 09:59   좋아요 1 | URL
네에 정말 좋았어요. 설악 입구부터 든 생각이 16년간 뭘하느라 이제야 왔지?? 물음표를 던졌는데. 아아들을 키웠더군요. 이제, 저도 독립을 할까 생각 중^^;;

2021-10-01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1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9-30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지인과 점심대화하다가 천문학자들이 겸손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이런 이야기했는데, 시를 읽어보니 다시 낮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이 단어를 몰라서, ˝계˝의 오기인가 할뻔했네요^^

좋은 밤 되세요. 행복한 책읽기님!

행복한책읽기 2021-10-01 10:02   좋아요 1 | URL
저도 저런 단어가 있는 줄 몰랐어요. ^^ 저 백신 2차 맞고 해롱대다 이제 좀 정신을 차리는 중이요. 몸살기가 제법 오래가네요.ㅡㅡ 북사랑님 10월의 가을을 같이 만끽해 보아요~~~^^
 

20210924 #시라는별 60 

여행으로의 초대 L‘invitation au voyage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내 소중한, 내 사랑아, 
꿈꾸어보아요. 
그곳에서 함께 사는 달콤함을! 
한가로이 사랑하고 
죽는 날까지 또 사랑할 테요. 
그대 닮은 그곳에서! 
흐린 하늘의 촉촉한 태양이 
내 마음 매혹시키네, 
못 믿을 만큼 
신비로운 그대 눈동자에
스치듯 반짝이는 눈물로. 

그곳엔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뿐. 

세월의 광택으로 
빛나는 가구들로 
우리 침실을 장식하리라. 
진귀한 꽃들 
그 향기와 어우러지는 
은은한 호박향 
호화로운 천장 
깊숙한 거울 
동방의 찬란함 
그 모든 것이 들려주리라. 
내 영혼에 은밀하게
정겨운 그대의 고향 언어를. 

그곳에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뿐. 

저 운하 위에 
잠든 배들을 보아요.
방랑벽에 젖은 채로 
그대 소망 아주 작은 것까지 
채워주려 
세상 끝에서 왔답니다. 
ㅡ 저무는 저 태양이 
물들이고 있어요. 저 벌판과 
운하와 도시 곳곳을, 
보랏빛과 금빛으로. 
이제 세상은 잠들 거예요, 
따뜻한 햇빛 속에서. 

그곳엔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뿐. 


아니 에로느의 『얼어붙은 여자』 에서 보들레르를 만났다. ˝뜨거운 사랑이 나타나기까지 어쨌든 살아야 한다. 누군가 손을 잡게 내버려둬요, 나의 사랑 나의 누이여.˝(111쪽) ˝나의 사랑 나의 누이여˝가 등장하는 시의 제목은 보들레르의 <여행에의 초대>라고 주석이 달려 있다. 그래? 나는 보들레르를 더러 읽었건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여 읽던 책 잠시 내려놓고 소장하고 있던 보들레르의『악의 꽃』​ 을 꺼내 찾아 보았다.

민음사 번역과 문예출판사 번역은 꽤 다르다. 시적 리듬에선 민음사에 손을 들어 주고 싶고, 번역 자체로는 문예출판사 쪽이 더 잘 읽힌다. 이 시는 보들레르가 Marie 라는 젊은 여배우를 향한 사랑을 노래한 것이다. 스물다섯에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땐, 나 역시 시인처럼 사랑의 달콤함과 영원함을 믿으며 사랑하는 이와 ˝따뜻한 햇빛˝ 속을 거니는 꿈을 꾸었으리라. 시인의 말처럼

[그곳엔 오직 질서와 아름다움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

이 가득하리라 생각했을 테니까. 그러나 살아온 만큼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고 이 시를 읽으니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죽는 날까지 또 사랑할 테요˝는 무슨! 나는 저 시행을 이렇게 바꿔 읽었다. ˝죽는 날까지 또 읽을 테요.˝ 왜냐하면 책들은 언제나 나를 여행으로
초대하고(코로나 이후 더해졌음) 나는 책속에서 ˝질서와 아름다움 / 풍요와 고요 그리고 쾌감˝을 가장 짙게 느끼기 때문이다. 오래 전 읽은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의『내 방 여행』도 생각나는구나. 지호에서 2001년 출간되었던 이 책은 2016년 유유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다. ​

보들레르의 <여행에의 초대>는 여러 작곡가가 곡을 붙여 가장 애송되는 시이기도 하단다. 다음은 그 중 하나인 프랑스 작곡가 앙리 뒤마르크가 작곡한 가곡이다. (1870년)

​​https://youtu.be/o-d2KXgpa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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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24 08: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보들레르 예전에 시집(?)도 있었는데 어데로 갔는지 모르겠어요 ㅜㅜ
다시 한번 찾아봐야 겠어요 😄

행복한책읽기 2021-09-24 14:24   좋아요 3 | URL
퇴근 후 찾아, 보고해 주십시오^^

청아 2021-09-24 10: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어쩜 이렇게 찍으세요?! 항상 감탄ㅎㅎ~♡ 문예출판사는 번역 믿고 보는데 앙리 마티스 그림 때문에도 끌려요!😉

오거서 2021-09-24 10:22   좋아요 5 | URL
미미 님의 말을 흘려듣지 말아야지 ^^

청아 2021-09-24 10:25   좋아요 5 | URL
오거서님ㅋㅋㅋㅋㅋ😆

오거서 2021-09-24 10:31   좋아요 4 | URL
저 자신을 타이르는 거에요. ^^;

행복한책읽기 2021-09-24 14:27   좋아요 4 | URL
사진이야 자연이 주시는 거라서요.^^ 이 시집 마티스 그림 땀시 구매한거였어요. 소장용소장용 ㅋㅋ 마티스가 보들레르 찐팬이었대요.^^

행복한책읽기 2021-09-24 14:28   좋아요 4 | URL
오거서님. 지두 따르겠습니당^^

오거서 2021-09-24 14:48   좋아요 3 | URL
행복한책읽기 님의 말도 흘려듣지 않아야죠~ ^^

scott 2021-09-24 1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구름이 구름이!!!!
보들레르는 시어로 여행으로 초대 했지만
행복한 책읽기님은 푸른 하늘 구름위로 플친님들 초대 하쉼!!

행복한책읽기 2021-09-24 22:03   좋아요 2 | URL
가을하늘은 정말 마술을 부리는 듯해요. 하늘 바라보기 여행도 참 좋아요~~~^^

희선 2021-09-25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는 날까지 읽겠다, 저도 그러고 싶네요 책을 보려면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죠 아프면 책 읽기 조금 힘들기도 하잖아요 어지러운데도 책 본 적 있지만... 가만히 책만 보면 어지럽지 않고 시간이 가고 괜찮아졌어요 아프다고 오래 누워 있으면 더 아프니 일어나 앉아 있기라도 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그것도 못하면 누워 있는 게 낫겠지만...


희선
 

20210923 박물지, 드디어

책을 가까이할 수 없는 연휴를 보내고 도서관에 왔다.

플리니우스 《박물지》가 희망도서 신청 한 달 열닷새 만에 내 품에 안착. 물론 2주간만. 물론 정독하지 않을 예정. 일단 수박 겉핥기만.^^;; 아무튼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과 만나니 기분이 조으다.

더불어 대출한 책들, 읽고프나 읽을 수 있을까 싶은 책들.ㅡㅡ

온종일 책만 읽는 날은 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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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9-23 18: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박물지! 표지가 멋지네요~ 두께도 으마할 것 같고^^;
<딸에 대하여> 반갑네요. 저는 꽤 좋았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9-23 23:50   좋아요 1 | URL
네. 표지가 재질도 넘 좋아요. 자꾸 만지고 싶어요. 두께는 생각보다 안 두껍답니다. 주석까지 고작(ㅋㅋ) 600페이지에요. 독서괭님 <딸에 대하여> 읽으셨군요. 책 좋아하는 동생이 김혜진 소설이 너무 좋다고 강추를 해주었어요. 저, 대출만 벌써 세 번째. 이번엔 꼭 읽어야지 이러면서.^^;;;

새파랑 2021-09-23 18: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님만의 휴가가 필요합니다~!! 온종일 책 휴가 ^^

행복한책읽기 2021-09-23 23:51   좋아요 1 | URL
ㅠㅠㅠ 새파랑님 감격해서 눈물 나요. 맞습니다. 저에겐 온종일 책 휴가 절실해요. 제 진정한 휴가는 책과 떠나기 ^^

mini74 2021-09-23 18: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신청했는데 ㅠㅠ 무슨 이윤지 모르겠지만 ( 아마 비싸다고 아닐까요 가격제한이 있더라고요 )취소 당했어요 ㅠㅠ 넘 예쁩니다 ~~

얄라알라 2021-09-23 23:06   좋아요 2 | URL
제가 신청하는 도서관은 5만원 미만으로 제한을 두었는데
신청한 도서가 취소당하면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행복한책읽기 2021-09-23 23:56   좋아요 1 | URL
아니 세상에. 미니님 정말 속상했겠어요. 가격 제한을 두는 도서관이라니요. 공공 도서관의 본분은 아닌 듯합니다. 저는 이런 경우, 계속 건의를 해대는 좀 피곤한 이용객입니다. 제가 이러는 데는 <쇼생크 탈출>의 쥔공이 그러는 걸 봐서요.^^;;;

2021-09-23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9-23 23:59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이 책 보자마자 그런 느낌 딱 들었답니다. 책을 펼치면 더욱 그렇습니다. 플리니우스 시대의 식물, 동물, 사람이 독자를 반겨요. 글은 아직 못 읽었는데, 플리니우스의 문체가 어떤 느낌일까 몹시 설레하고 있습니다. 즐독 응원 감사!!^^

오거서 2021-09-23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2020년 6월 신간 목록을 정리할 때 본 책이 있군요. 즐독하시길!

행복한책읽기 2021-09-24 00:01   좋아요 1 | URL
우와. 오거서님은 신간 목록 정리도 하시는군요. 하긴 오거서 뜻이 다섯 수레 책 맞요? 오거서님은 책수레를 끌고 밀고 타고 다니시는 중인 거죠.^^

2021-09-23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24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9-23 2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800번대 100번대 골고루 골고루^^ 행복한 책읽기님 손에 가장 먼저 들어온 <박물지>, 즐독하시기를^^

행복한책읽기 2021-09-24 00:06   좋아요 1 | URL
800번대가 압도적 우위. ^^ 저 북사랑님이 추천해준 만화책 딸이랑 넘 잼나게 읽었어요. 딸의 감상을 곧 올려드릴게요.^^

희선 2021-09-23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던 책을 만나셨군요 책만 봐도 기분 좋을 듯합니다 읽기도 하면 더 기쁘겠네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9-24 00:07   좋아요 1 | URL
그럼요. 책만 봐도 기분 좋더라구요. 읽어서 더 기뻐지면 좋겠다 바라고 있어요. 희선님 고마워요.^^

얄라알라 2021-09-24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톤 다운된 오렌지빛, 그리고 파인애플 무늬.... 저자가 인생의 참 부모였던 할머니 할아버지께 품은 큰 애정을 생각하면, 책은 반납했어도 눈물은 계속 제가 가지고 가네요^^ 따님이 재밌게 읽으셨다니 저도 아주 기쁩니다요. 행복한 책읽기님^^
 

20210920 #시라는별 59 

대설(大雪)
- 안도현 

상사화 구근을 몇 얻어다가 담 밑에 묻고 난 다음날, 
눈이 내린다 

그리하여 내 두근거림은 더 커졌다 

꽃대가 뿌리 속에 숨어서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 
방안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어도 들린다 

너를 생각하면서부터 
나는 뜨거워졌다 

몸살 앓는 머리맡에 눈은 
겹겹으로, 내려, 쌓인다. 


선운사에 다녀왔다. 새해맞이 건달산 해돋이 산행, 6월의 광교산 산행 이후 3개월 만의 가족 나들이였다. 선운사가 자리한 선운산에는 옆지기가 즐겨 찾는 암벽이 있다. 오른팔 힘줄이 끊어져 클라이머들이 오르는 모습을 구경이나 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건만, 가고 싶은 마음에 나를 꼬드겼다.
ㅡ 여보, 이맘때 선운사 상사화가 활짝 핀대? 
ㅡ 상사화? 
ㅡ 상사화 몰라? 붉은 꽃인데, 선운사에 이 꽃이 흐드러지게 펴서 아마도 당신, 꺼뻑 죽을 걸. 

꺼뻑 죽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선운사 상사화, 아니 정확하게 말해 꽃무릇 군락지는 장관이었다. 상사화와 꽃무릇은 같은 듯하지만 다른 꽃이라고 한다.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다음에 나오는 것은 같지만, 상사화는 8월~9월, 꽃무릇은 9월~10월에 꽃이 핀다. 꽃무릇에 관한 설명으로는 안도현 시인의 글만큼 상세하면서도 간결한 것이 없을 듯하다.

[꽃무릇은 나무 그늘이나 축축한 땅에서 잘 자라는데, 한자 이름은 석산(石蒜). 9월 중순께 30~50cm 꽃대가 올라와 그 머리에 열흘 정도 붉은 꽃이 핀다. 꽃이 지고 나면 꽃대가 곧 쓰러진다. 10월에 수선화 이파리 같은 푸른 잎이 나와 눈을 맞으며 겨울을 보내게 된다.
잎은 이듬해 5월 누렇게 시들어 사라진다. 잎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에서 여름을 보낸다. 그러다가 9월 초에 땅을 뚫고 한 뼘쯤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잎을 보지 못한다. 상사화와 생리가 닮았다. 서로 그리워하기만 할 뿐 만나지 못하는 연애! 꽃무릇은 수선화과, 상사화속이지만 상사화와는 구별해야 한다. 몇해 전 이른 봄에 황동규 선생께 몇 뿌리를 캐드린 적이 있는데, 나중에 여쭈어보니 죽고 말았다고 말씀하셨다. 잎이 사라져버린 걸 죽은 것으로 착각하셨던 모양이다. 꽃무릇은 한개의 암술과 여섯 개의 수술이 빨갛게 화관의 장식처럼 달려 있다. 나비들이 수분을 도와주러 오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꽃을 피우되 열매는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물들은 오랜 옛날부터 씨앗으로 종을 퍼뜨리는 대신에 알뿌리로 번식하는 게 쉬워 그것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세상 사람들아, 꽃무릇을 보지 말고 가을이라고 말하지 말라. 9월이 가기 전에 고창 선운사로 당장 떠나라.] ( 『안도현의 발견』 중)

안도현 시인이 시 절필을 선언하고 8년만에 출간한 최근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제​3부 <식물도감>에도 꽃무릇이 등장한다.

[꽃무릇 이파리 저마다 푸른 치마를 펼치고 
내리는 눈을 받는다.]

초록 꽃대 위에 피어오른 붉디붉은 꽃들이야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답지만, 나는 열흘간의 만개를 위해 추운 겨울날 ˝내리는 눈을˝ 온몸으로 받는 푸른 ˝이파리˝들과 ˝뿌리 속에 숨어서 쌔근쌔근 숨쉬는˝ 꽃대들에게 눈길을 보내고 시구를 선사한 시인의 마음씀이 더 좋았다.

2021년 9월 18일 토요일. 초가을 하늘은 변함없이 열일을 했고, 선운사 꽃무릇은 어김없이 흐드러지게 폈으며, 고창의 밤은 별과 달과 풀벌레 소리로 가족탑에 추억돌 하나를 얹어 주었다.

다시,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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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0 00: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ㅅ@

우와 ! 사진에 입이 쩌억!
선운사 풍경에 두눈이 황홀 @ㅅ@

행복한 책읽기님 사진 실력에 감탄을!!

능소화 상사화 구별 못하는 저!🖐

[꽃무릇 이파리 저마다 푸른 치마를 펼치고 내리는 눈을 받는다.]

행복한 책읽기님의 두 눈에 담으신 선운사 풍경 사진 속 화려한 꽃술에 빠지고
마지막 흑백 석탑의 자태에 감동을!

가족모두 행복한 연휴!!
행복한 책읽님 이제
달님에게 소원을 ~~

〃∩.∧_∧
⊂⌒( ・ω・)
 \_っ⌒/⌒c
   ⌒🌕/⌒



행복한책읽기 2021-09-20 14:05   좋아요 1 | URL
ㅎㅎ 숨돌릴 여유 생겨 한눈 팔기 중입니다. 밤사진 제외 전부 딸이 찍은 겁니다. 요즘 이 친구한테 제가 밀리네요 ㅋ 안도현 시인 덕에 능소화는 6월에. 상사화 꽃무릇은 9월에 핀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근데 시인이 말했어요. 이름을 알든 모르든 꽃은 꽃이라고. 꽃처럼 화사한 명절 되세요~~~^^

막시무스 2021-09-20 09: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꽃무릇! 이름의 느낌이 좋은데 잎은 한몸인데 꽃과 잎이 서로를 보지 못하니 뭔가 애잔하기도!ㅎ 두번째 사진은 대나무에 단풍든 줄 알고 깜놀요!ㅎ 즐건 휴일되십시요!

행복한책읽기 2021-09-21 12:30   좋아요 1 | URL
그래서 꽃말이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이래요. 두번째 사진 진짜 예술이죠. 딸이 요즘 사진으로 다르기 보기를 시도하고 있네요. 막시무스님 남은 휴일 푹 쉬세요^^

오거서 2021-09-20 0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선운사 가는 길이 정말 걷고 싶은 길이었어요. 벌써 십수 년도 더 지난 기억이지만.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날에 말이에요

동백꽃 숲이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건만, 상사화군요. 꽃사진이 참 좋구요, 흑백 사진인데 하늘이 푸르게 느껴져서 한참 바라보았어요. 오랜 만에 송창식 노래 한 자락 들어 가야겠어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지만 이제는 사그라진 기억을 대신하는 노래라도 들어야 ^^

행복한책읽기 2021-09-21 12:34   좋아요 1 | URL
오거서님 댓글 읽노라니 추억이 방울방울 맺히는 느낌이어요. 단풍 들 때 또 훌쩍 가보고 싶더라구요. 저는 절이 있는 풍경은 그저 걷고 싶어서^^;; 송창식 노래를 저도 들어볼까봐요. 진정 추억의 노래입니다^^ 오거서님 남은 휴일 알차게 잼나게 보내세요~~~^^

새파랑 2021-09-20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와 사진과 글이 너무 멋지네요~!! 상사화 너무 예뻐요 ^^

행복한책읽기 2021-09-21 12:59   좋아요 1 | URL
이뿌지요. 새파랑님은 명절을 어찌 보내시까나. 여전히 책과 함께 맞죠?? 걷기 좋은 계절이에요. 새파랑님 즐가을 합시다요~~~^^

mini74 2021-09-20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꽃무릇에 대해 읽고나서 사진을 보니 더 예뻐보여요 ㅎㅎ 선운사에서 란 시를 읽고 예전에 한 번 가 본 기억이 납니다 ~~ 달 사진 정말 멋져요 ~~

행복한책읽기 2021-09-21 13:04   좋아요 2 | URL
하하. 선운사는 최영미 시인덕에 아주 핫했졌더랬죠. 저도 그 즈음 가본 적이 있는 듯한데 저는 별 기억이 없습니다. ㅋ 안도현 시인이 설명을 넘 잘해줘서 머리에 쏙쏙 박히더라구요. 꽃무릇 꽃대는 꼿꼿하면서 유연하더라구요. 닮고싶은 점이었어요. 미니님 남은 휴일 푸욱 쉬시길요. 저는 시댁서 잠시 탈출했습니다^^;;

독서괭 2021-09-20 2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저 선운사 가봤는데 꽃은 커녕 풍광도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좋았던 건 분명하지만.. 장어와 복분자주가 기억을 앗아갔나 봅니다 ㅜㅜ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네요. 사진 멋져요!!

행복한책읽기 2021-09-21 13:09   좋아요 2 | URL
장어와 복분자!!! 선운사에 오면 이 둘을 먹어줘야한다고 주민들이 다들 말씀하시더라구요. 괭님 가족 여행지로 추천이요. 단풍 깊게 물들었을 때 또 예쁘겠더라구요. 사부작사부작 걷기 넘 좋습니다. 글램핑 캠핑 모두 가능합니다. 캠핑카도 많았어요. 삼대가 캠핑카로 놀러온 팀도 있었어요. 괭님도 남은 휴일 잘 쉬세요~~^^

희선 2021-09-21 0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상사화 꽃무릇 조금 다르군요 같은 건가 했습니다 꽃무릇을 피안화라고도 하죠 꽃무릇은 안 지 얼마 안 됐고 피안화라 생각했네요 앞으로는 꽃무릇이라 해야겠습니다 알뿌리를 심어야 하는군요 달도 탑도 멋집니다

식구들과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9-21 13:13   좋아요 2 | URL
오호. 피안화라고도 하는군요. 일본 문화에 빠삭한 희선님 덕에 저도 하나 알게 됐어요. 피안화. 저 언덕 위 불바다이군요. 일본에선 이 꽃이 죽음의 꽃으로 불리나봐요. 선홍색 핏빛이라 그런가봐요. 희선님도 남은 휴일 좋은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