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백한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0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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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오~~름!! 저~~언~~율!! 2권의 첫 장은 21세기판 팔림프세스투스(재록양피지)를 보는 느낌이다. 압도적이다. 미친 악의 접목. 이런 덮어 쓰기는 전무후무할 듯. 긴장과 재미의 줄타기가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는다. 읽기의 즐거움이 증폭된다. 쪽수 길어 환호한 적은 처음이요, 쪽수 줄어들어 아쉬운 적은 간만이다. 별 열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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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8-24 15: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오오오 별 열다섯 ㅋㅋㅋㅋㅋ 저보다 다섯개나 많이 주셨잖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22   좋아요 3 | URL
3권은 스무 개 달 생각임다. 아님 하늘의 별을 다 따거나^^ 잠자냥님 추천 무쟈게 고마워하며 읽고 있어요. 요 책 끝남 펠리시아도^^

잠자냥 2021-08-24 15: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장 그 말씀하신 부분 정말 대박이죠. 와, 정말.... 다시 생각해도 저어어어어~~언~~~~율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26   좋아요 3 | URL
네. 진짜 저 등골이 오싹오싹했어요. 온몸에 전기 쫘르륵. 어떻게 이렇게 쓰지? 이게 가능해?? 읽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읽히는 것이 또 어찌나 놀랍던지. 감탄 감탄 감탄. 이 부분은 읽고 또 읽고 싶어요.^^

독서괭 2021-08-24 15: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크윽… 이런 감상평은 처음이야… 정말 대단한 작품인가 봐요 ㅠㅠ

scott 2021-08-24 16:02   좋아요 7 | URL
괭님 이 작품 쵝오 입니다
제가 원래 쪼개져서 출판되는 책은 선호 하지 않는데
이책 만큼은 더 쪼개져서 나오도 좋을정도 입니다!!

잠자냥 2021-08-24 16:22   좋아요 5 | URL
괭님 이거 빨리 읽으시라니깐요~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24 17:10   좋아요 5 | URL
커흑 지금 읽고 있는 고독의 우물이랑 피프티피플 끝내고 나면 읽을게요 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27   좋아요 5 | URL
올해 최고이고. 올해 제 최애 도서가 될 것으로 사려됩니다.^^

청아 2021-08-24 15: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오 별이 15개라니! 😳기대됨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27   좋아요 3 | URL
미미님은 곧 읽으시리라 예상됨요. 좋아 죽을걸요 ㅋ

scott 2021-08-24 16:0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책읽기님도 고백 하셨군요.
이책 올해 만난 소설 중에 쵝오! 라고!!

중역이 아닌 작가의 모국어 카탈루냐어로 번역한 작품이여서 넘 ㅎ 좋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30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저도 중역 아닌 원어 번역이라 더 좋았어요. 번역도 완전 깔끔하고. 게다가 웬일이래요, 오타 투성이 민음사 편집 이래 아직까지 오타 미발견요. ㅋ

2021-08-24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08-24 16: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무지무지무지 좋았어요. !!!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31   좋아요 5 | URL
와. 미니님 읽으셨군요. 무지무지무지!!! 그럼요.^^

페넬로페 2021-08-24 16: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넵, 빨리 읽겠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32   좋아요 6 | URL
ㅎ 페넬로페님 반응도 넘 궁금해집니다. 진짜 반하실 거예요^^

새파랑 2021-08-24 17: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100자평 소오름😆 페이지가 줄어드는게 아까우시다니~!!

행복한책읽기 2021-08-24 17:34   좋아요 7 | URL
소설 마니아 새파랑님도 분명 폭 빠질 겁니다. 이 책은 찐찐 물건이에요.

붕붕툐툐 2021-08-24 18:56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 읽오어야 하는데~~ 조급해진다~ㅎ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8-27 11:24   좋아요 3 | URL
툐툐님 뻑이 가실 겁니다. 이산하 시집 읽었으니 더 깊이 빠지실 것임. ^^

라로 2021-08-24 19: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뽐뿌 하시면 어떻게 해요??? 넘 좋잖아요~~!!ㅎ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8-27 11:25   좋아요 4 | URL
저 요즘 지인들에게 이 책 광고하고 다닙니다. 넘 좋아서.같이 좋아하고파서^^

희선 2021-08-25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을 게 줄어들어서 아쉬운 책이군요 마지막까지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8-27 11:26   좋아요 3 | URL
네. 아쉬워 천천히 읽는 중요^^;;

얄라알라 2021-08-27 16: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님께서 밀어주시는, 별 열다섯!!!
 

20210823 #시라는별 52 

버킷리스트 
- 이산하 

요즘 ‘다음 차례는 너‘라는 듯 지인들의 부고문자가 쌓인다. 
내 눈에는 내 잉여목숨의 고지서로 보인다. 
허공이 초점 없이 나를 내려다본다. 
40대 중반 서교동 골목길의 교통사고와 
50대 초반 합정동 골목길의 백색테러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반품된 후 모든 게 허망해지고 
오랫동안 애써 부정하고 망각했던 고문의 악몽마저 되살아나 
날마다 피가 하늘로 올라간다. 
우울증 알약으로 버티며 내 살점을 베어 멀리 이송하지만 
그마저 반품되자 벼랑의 꽃처럼 더욱 조급하고 초조해진다. 
언제 다시 또 죽음의 그림자가 급습할지 몰라 더 늦기 전에
수배 4년 동안 나를 ‘은닉‘ 혹은 ‘묵인‘해준 119명의 실명을 
여기 시 한 줄로나마 깊이 새겨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자 하며 
그나마 내 체포 뒤 한 사람도 연행되지 않아 큰 다행이었다. 
그 얼굴들 하나씩 떠올리며 새벽에 물안개처럼 울었다. 

강양희 故 강철주 강춘희 강형철 고광헌 고원정 고형렬 故 기형도 김경미 김경형 김동건 김명곤 김선택 김선희 김성걸 김소영 김숙경 김영호 김은숙 김인호 김재승 김지나 김진경 김형경 김형수 김해숙 김호성 김홍희故 나병식 노승만 도정일 라종일 문장순 박덕규 박몽구 박방주 박순선 故 박영근 故 박이엽 박재현 박정희 故 박종철 박해현 故 백두산 백무산 부수아 서천 손수호 송인성 신경준 신동근 신명식 신현태 신형식 안상호 안선희 안수철 원용선오해영 유기홍 유승찬 유시민 유재주 유진월 윤현주 이권우 이규동 이기숙 이동형 이만희 이명호 이명환 이무명 이문재故 이범영 이봉선 이상희 이승철 이연철 이영애 이영진 이옥자 이윤재 이인재 이정국 이정우 이택희 이해영 이화형 장인식 장지태 전경하 전경희 전선하 전성희 故
전우익 정경미 정경연 정상홍 정승혜 정원영 정연수 정호승 조미아 故 조영관 조정아 차미경 차응춘 故 채광석 채현국 최상무 최상일 최성우 최성필
하재봉 한홍구 현무환 홍명규

이산하 시인은 1979년 대학생이 되었다. 나는 그보다 10년 뒤 대학생이 되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교정에 ‘백골단‘이라고 불리던 사복 경찰이 어슬렁거리지 않았다. 학교 안에선 고민은 있었지만 공포는 없었다. 옛날보다 운동하기 좋아졌어 라며 선배들이 투쟁 미담처럼 들려준 87년 이전의 교내 시위 에피소드 중 하나.

˝점심 시간에 말이야. 용감한 여학생이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창문을 깨뜨리고 식당으로 들어와. 메고 있던 가방에서 유인물을 꺼내 밥을 먹고 있는 학생들에게 흩뿌리며 소리쳐. ‘독재 정권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그와 동시에 어딘가 있던 백골단 놈들이 후다닥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 그러면 여학생도 숨이 넘어갈 듯이 내달려 서로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있는 학우들 사이로 슬쩍 끼어들어. 마치 전부터 거기 앉아 있던 것처럼 말이지. 그러나 숨도 채 고르지 못했을 때 백골단 놈들이 다가와 그 여학생의 머리를 확 잡아채며 말하지. ‘요년, 이렇게 숨어 있으면 모를 줄 알았지. 얼른 나와!‘

이산하 시인은 그런 엄혹했던 시절 대학을 다녔다. 그는 정의와 민주를 지향하는 피 끓는 청춘이어서 독재 치하의 불의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독재 정권 타도를 외친 여학생, 그 여학생이 뿌린 유인물을 제작 배포하는 일을 한 사람이 이산하였다. 그 혐의로 그는 일찍부터 수배선상에 올라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해야 했다. 도피 4년째 되던 해인 1987년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장편 서사시『한라산』을 발표하면서 기어이 구속되고 만다. 스무살 대학 새내기가 장년을 얼마 앞두지 않은 스물여덟 살 때였다.

이산하 시인이 수배 기간 중에, 복역 중에, 감옥을 나와서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나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쓴 시들을 통해 그의 고통을 짐작만 해볼 뿐이다. 그러나 ˝날마다 피가 하늘로 올라˝가는 ˝악몽˝과 ˝우울증 알약으로˝ ˝살점을 베˝는 듯한 고통을 감내하는 삶을 헤아리기란 역부족이다. 하여 다만 읽을 뿐. 아플 뿐. 나눌 뿐.

˝내 시집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고 시인은 말했으나, 그 말을 보기 좋게 뒤엎은 시가 <버킷 리스트>이다. ˝비범성이 없는˝ 평범한 악이 도처에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두려움을 무릅쓰고, 때론 죽음을 불사하고 친구를, 아우를, 형을, 제자를 지켜준 아름다운 이들이 있었다. 이산하 시인을 ˝‘은닉‘ 혹은 ‘묵인‘˝해 주었다는 119명의 이름을 치는 동안, ˝그 얼굴들 하나씩 떠올리며 새벽에 물안개처럼 울었다˝는 이산하 시인의 말이 심장 언저리를 맴돌았다. 저들이 연행되지 않아 다행이고, 이산하 시인이 살아 주어 다행이다.

살아 있어야 날마다 가을맞이 열일하는 구름을 보며 살 기운을 더 내볼 수 있다. 시인처럼 나도 나를 살게 한 이들의 ‘버킷리스트‘를 써보아야겠다. 그 리스트 최상단에 오를 이는 단연코 나의 엄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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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23 06: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시와 글의 내용이 좀 가슴이 아프네요 ㅜㅜ 그래도 사진에는 희망이 보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32   좋아요 3 | URL
그럼요. 희망도 고문이 되곤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있죠. 잠깐의 취하는 행복감이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준다고 저는 믿어요.^^

mini74 2021-08-23 10: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산하 시인 ㅠㅠ 이 책을 내셨군요. 큰언니가 가끔 그때 이야기해요.백골단. 그리고 사복입고 대학생인척 하던 경찰들. 눈빛이며 행동이며 표가 확 나는데. 참 무서웠다고 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34   좋아요 4 | URL
어머. 큰언니가 그 시절 대학을 다녔군요. 정말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학교조차 살얼음판이라니오. 야만의 시대였어요. 이만큼 숨통을 트이게 해준 분들에게 고마워하고 살자 생각해요.^^

청아 2021-08-23 11:5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열일하는 구름들~♡ 요즘 하늘을 보면 어찌나 황홀한지 미켈란젤로의 구름도 한번씩 보이더라구요.
백골단..그 여학생은 끌려가 무슨일을 당했을까요ㅠㅠ 살벌한 시대가 아직도 세상 곳곳에서 진행 중이란것도 가슴아픈일이네요ㅠ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36   좋아요 3 | URL
그죠. 요즘 하늘은 보는것만으로 넘 찬란찬란. 이 찬란함에 찬물 끼얹는 일들이 제발제발 줄어들기만을 바래요.

붕붕툐툐 2021-08-23 2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시집 읽고 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41   좋아요 3 | URL
툐툐님 진정 좋아하실 것임. 주의. 좀 아프고 많이 찔립니다^^;;;

붕붕툐툐 2021-08-27 02:26   좋아요 1 | URL
진짜 진정 너무너무 좋았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렇게 시 소개 안해주셨으면 안 읽어봤겠지만 시집의 맥락 안에서 읽으면 <버킷리스트>에서 감동 쓰나미가 100배~
진짜 이건 다들 시집으로 꼭 읽어보셨음 좋겠어요~ 흐엉흐엉~~

행복한책읽기 2021-08-27 11:20   좋아요 1 | URL
툐툐님 다 읽으셨어요?? 저는 아직두 읽는 중인데. 맞아요. 맥락 안에서 읽음 진짜 감동 쓰나미. 툐툐님이 좋아할 거라 예상했지만 너무너무라 해서 지두 감동 쓰나미^^

scott 2021-08-23 2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날마다 피가 하늘로 올라˝]갔던 시인의 삶이 그의 시어 속에서도 느껴집니다
버킷 리스트 작성하기전 오늘 ,지금 이순간 열쉼히! 살아야 하겠죠 ^ㅅ^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42   좋아요 3 | URL
지당한 말씀. 이 순간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이가 scott님 같습니다. 대단대단^^

희선 2021-08-24 0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70년대 대학교는 무서웠겠습니다 그때 대학생이 싸워서 지금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때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많은 사람 덕분에 지금이 있네요 이산하 시인이 힘들었겠지만, 많은 사람이 도와줘서 살아 있군요 어쩌면 한사람은 많은 사람 도움을 받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48   좋아요 2 | URL
정곡을 지적해주시네요. 네 우리 모두는 많은 타인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걸 모르고 살 때가 넘 많죠. 그걸 재인지시켜 주는 데 책만한 것이 없는 듯해요^^
 

20210819 #시라는별 51 

악의 평범성 2
- 이산하 

˝불교 승려들이 숲을 지날 때 혹 밟을지도 모르는 풀벌레들에게 
미리 피할 기회를 주기 위해 방울을 달고 천천히 걷는다는 말에 
난 아주 깊은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얼마나 많은 생물들을 밟아 버렸던가.˝ 

득음의 경지에 이른 어느 고승이나 성자의 얘기가 아니다. 
유대인 학살을 총지휘한 나치 친위대장 하인리히 히믈러의 말이다. 
전 친위대원을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로 만들고 
가난하고 소박한 생을 최고의 삶으로 꿈꾼 사람이기도 했다. 
악의 비범성이 없는 것이 악의 평범성이다. 
우리의 혀는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악의 평범성 3

몇 년 전 경주와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그때 포항의 한 마트에서 정규직은 모두 퇴근하고 
비정규직 직원들만 남아 헝클어진 매장을 수습했다. 
밤늦게까지 여진의 공포 속에 떨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 학생들과 아기 엄마들이었다. 
목숨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차별받는 세상이다. 
지진은 무너진 건물의 속살과 잔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인간의 부서진 양심과 잔인한 본성까지도 보여준다. 
정말 인간은 언제 인간이 되는가. 
불쑥 영화 <생활의 발견>에 나오는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 사람 되는 거 힘들어. 
힘들지만 우리 괴물은 되지 말고 살자.˝ 


놀라운 발견. 이산하 시인이 22년 만에 펴낸 시집  『악의 평범성』은 자우메 카브레의  『나는 고백한다』 를 시로 읽는 느낌이다. 아우슈비츠와 제주 4.3 사건과 오늘날의 평범한 악이 교차 편집되어 있다.

이산하와 동지들은 제주 4.3사건을 ˝가스실 없는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렀다. 이산하의 <한라산>이 당대 정권에 던지는 ‘폭탄‘이 된 것은 아우슈비츠가 여전히 현재형이었기 때문이다. <한라산>의 문제의식을 현재화한 이산하의『악의 평범성』은 아우슈비츠의 역사적 사례들을 시적으로 재구성한다. 주된 방식은 나열과 병치이다. (김수이 문학평론가 해설 중)

시들이 우리가 몰랐던, 혹은 모르고 싶었던 숨은 본성을 일깨운다. 인간은 상황만 달라지면, 누구나 악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반성과 고찰이 중요하다. 이산하 시인의 시들은 읽기가 쉽지 않다. 말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찌릿찌릿 가슴을 찔러서이다. 시로 읽는 역사이고,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이다.

놀라운 발견 2. 어제 scott님이 올린 알마 로제의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극화한 시도 있다. 제목은 <아우슈비츠 오케스트라>

시인의 말도 서늘하다. 

자기를 처형하라는 글이 쓰인 것도 모른 채 
봉인된 밀서를 전하러 가는 ‘다윗의 편지‘처럼 
시를 쓴다는 것도 시의 빈소에 
꽃 하나 바치며 조문하는 것과 같은 건지도 모른다. 
22년 만에 그 조화들을 모아 불태운다. 
내 영혼의 잿더미 위에 단테의 <신곡> 중 이런 구절이 새겨진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내 시집에는 ‘희망‘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 

이산하 시인은 『악의 평범성』으로 ‘제18회 이육사詩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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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19 07:1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악의 평범성 글 보니 무섭네요. 가장 무서운게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2 14:05   좋아요 2 | URL
ㅠㅠ 맞아요. 사람은 진짜 무섭워요. 근데 또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어서. 그런 두 바퀴로 사람 세상이 굴러가나 보다 생각하게 돼요.^^

페넬로페 2021-08-19 09: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시인이 단테의 신곡 구절을 인용할 정도로 이 시집을 읽으면 마음이 암울할 것 같지만 외면하지 말고 꼭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8-22 14:10   좋아요 3 | URL
네에. 적극 추천하고 싶지만 조심스럽기도 해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는 건 유쾌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럼에도페넬로페님이 꼭 읽어보시겠다 하니 든든해요.^^

mini74 2021-08-19 19: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스실없는 한국판 아우수비츠 ㅠㅠ 전 현기영작가님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던 시대도 있었지요 ㅠㅠ 참 맘이 아파요 ㅠ

행복한책읽기 2021-08-22 14:12   좋아요 2 | URL
맞아요. 입밖에 낼 수조차 없던 시대도 있었잖아요.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려구요.

scott 2021-08-19 20: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목숨도 정규직
비규정직 ㅠ.ㅠ

아우슈비츠 오페라
저만 ㅋㅋ 알고 있었던게 아니였네요
알마 로제 시인은 어떤 시어로 남겼는지
행복한 책읽기님에게 땡!🤞

행복한책읽기 2021-08-22 14:15   좋아요 2 | URL
올해 scott님께 배우는 게 참 많습니다. 님 페이퍼 아니었으면 레비나 이산하 시집이 이만큼 읽히지 않았을 거예요. 앎과 느낌도 서로를 증폭시킵니다. 늘 감솨!!!^^

붕붕툐툐 2021-08-20 00: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흐음~ 꼭 읽어봐야할 시집이네요. 4.3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아직도 많이 아픈 역사죠... 「나는 고백한다」와의 연관성도 너무 궁금하고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2 14:17   좋아요 2 | URL
네. 툐툐님껜 적극 추천이요. 읽어주세요. 샘이시잖아요.^^

희선 2021-08-20 02: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시집 나온 것만 보고 별로 관심 갖지 않았군요 가끔 어떤 시집이 나왔는지 보기도 해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싶네요 다 같이 해야 할 텐데, 그것보다 그날은 모두 돌아가라고 해야지...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8-22 14:19   좋아요 2 | URL
그죠. 재난에도 취약한 것이 취약계층 ㅠㅠ 저 글 읽으면서 넘 속상하더라구요. 직위 높은 사람들이 더 책임을 져야하는 일인 것을.ㅡㅡ

얄라알라 2021-08-20 03: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행복한책읽기님 시선으로 세상보기!
포항경주지역 지진 이후,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신 분들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당시 수습인력에 누가 남아 동원되었는지는 궁금해본적도 없었어요. 시를 통해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요 행복읽기님^^

행복한책읽기 2021-08-22 14:22   좋아요 3 | URL
저도 궁금해본 적도 없었어요. 그래서 또 부끄럽더라구요. 그래서 또 시인에게 고맙더라구요. 북사랑님 말처럼 말해지지 않아,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꺼내 주어서 말이죠. 지두 북사랑님께 감솨!!^^

han22598 2021-08-20 05: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람 목숨 값도 차이가 있는 세상 ㅠㅠ 슬퍼요. 사람 되기는 언감생심. 괴물이 되지 말아야지 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8-22 14:24   좋아요 2 | URL
목숨에 값을 매기지 않는 세상을, 우리 같이 꿈꾸어요 한님^^

라로 2021-08-20 0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님! 저 <시녀 이야기> 다 읽고 <증언들>이틀 전에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지금 안 읽으면 올해는 못 읽을 것 같아서요. 다른 책 다 던지시고 얼릉 <증언들>집어 드시와요. (죄송해요. 제 세끼줄에따라 막무가내로 떼쓰는;;;) 엄청 재밌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2 14:26   좋아요 2 | URL
헐. 라로님 내쳐 <증언들> 집어들었다니. 아으. 우짜든가 짬을 내 달려보도록, 아니 거북이 걸음이라도 걷도록 해볼게요. 더 재밌단 말이죠. 아. 벌써 다 읽으셨을 수도 ㅡㅡ
 
나는 고백한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9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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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기똥찬 물건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악의 그물 짜기. 흥미 만점. 스릴 만점. 구성 만만점. 머리가 딸려 도돌이표처럼 회귀를 거듭히지만, 다시 읽으면 아니, 그렇다고, 라고 감탄하게 된다. 미치게 재밌음. 2권도 기대 만땅. 별 10개도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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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8 16: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책읽기님 이책 100자평 좋아요♡10개 .🖐 ♡.🖐

행복한책읽기 2021-08-18 23:41   좋아요 3 | URL
히히히. scott님한테 칭찬 받는 기분입니다요.^^

새파랑 2021-08-18 16: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우 환상적인 100자평이네요. 구매유혹 강렬~!!

잠자냥 2021-08-18 16:48   좋아요 4 | URL
아니 아직 안 사셨어요?! ㅋㅋㅋ

새파랑 2021-08-18 17:01   좋아요 5 | URL
전 아주 예전에 폴스타프님 글 보고 샀었습니다만 다만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어요 😅

행복한책읽기 2021-08-18 23:43   좋아요 5 | URL
구매했으니 조만간 읽으시겠네요. 펼치면 놀라움 세계가 열려요. 닫기 힘듬^^

잠자냥 2021-08-18 16: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별 10개 모자르죠. 암요...

행복한책읽기 2021-08-18 23:44   좋아요 4 | URL
암요~~~^^ 잠자냥님 추천은 일단 GO!!^^

청아 2021-08-18 16: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야하는데 3권이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8-18 23:46   좋아요 5 | URL
그죠. 근데요, 이거 지금 읽으시는 그 어려운 책보다 더 빨리 읽으실거임. 장담함요. ^^

붕붕툐툐 2021-08-18 17: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꺄악! 이번 여름방학에 빌려만 놓고 시원하게 말아먹은 책인데~ 이제 개학했으니 읽어야겠다~ 별 10개!!!!⭐⭐⭐⭐

행복한책읽기 2021-08-18 23:47   좋아요 4 | URL
ㅎㅎ 션하게 말아드셨으니 이제 가을바람에 말려보심 될듯. 대박대박 잼나요^^
 

20210816 #시라는별 50 

인생연감 
- 프리모 레비 

무심한 강물은 하염없이 돌지만 결국은 바다로 흘러가고 
거대한 빙하는 표류하면서도 끊임없이 정착을 하려다가 
한순간에 미끄러져 어린 생명의 숲들을 지우기도 한다. 
바다는 풍요로울수록 더욱 탐욕을 내며 싸우고 
태양과 별과 행성들은 언제나처럼 자기궤도를 유지하며 
지구별 역시 정교한 우주의 이치대로 돌고 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아니다. 
반란의 씨앗에다 지능까지 높다는 그 멍청한 인간들은 
항상 불안하고 탐욕스런 나머지 마구 짓밟고 파괴해왔다. 
조만간 울창한 아마존 숲과 삶이 꿈틀거리는 이 세상 
그리고 마지막엔 따뜻한 인간들의 가슴까지 
모조리 황폐한 사막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 이 시는 1987년 4월 11일, 프리모 레비가 자살 직전에 쓴 마지막 작품이다. 따로 남긴 유서가 없으므로 이 시가 결국 유서가 된 셈이다. 강물과 빙하는 디아스포라를 연상시키며, 자연과 우주는 특별한 사태 없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데, 유독 인간만은 다르다. 68세에 그는 결국 인간에 대한 희망의 단서를 찾지 못하고 완전히 절망한 것처럼 보인다.(이산하)

이산하 시인이 편역한 시집 『살아남은 자의 아픔』 은 가슴을 쿡쿡 찌르거나 저릿하게 만드는 아픔이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이산하 시인이 쓴 편역자 해설은 프리모 레비의 68년 인생을 수용소 경험을 중심으로 영화처럼 그려 보여 읽고 또 읽게 된다. 문장은 간결하고 내용은 풍성하다.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지낸 기간은 1년 10개월이었다. 스물넷에 체포되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스물다섯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후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살아 있는 43년 동안 그가 한 일은 수용소에서 겪은, 믿고 싶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그 참혹한 일들을 기록으로 증언하는 것이었다. 회고록도 쓰고 소설도 쓰고 시도 썼다. 이산하 시인의 말처럼 ˝추억이 고통이고 기억이 고문˝인 사람이 상처
투성이인 그 기억들을 일일이 끄집어내 어떻게 쓰고 또 쓸 수 있었는지, 생각만으로도 아프고 또 아프다.

나는 전태일 평전을 읽기 전까진 ‘자살‘에 비판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청년 전태일이 그 앞길 창창한 삶을 내려놓겠다 결심하기까지 있었던 숱한 사건들을 읽으면서 나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저리 살아보지 않고서, 저리 처절해보지 않고서,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프리모 레비의 죽음 또한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레비의 자살을 이산하 시인은 이렇게 해석한다.

˝1987년 4월 11일, 프리모 레비는 투신자살을 했다. 그는 죽음으로써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다시 들어간 것이다. 지난번에 타의였고 이번엔 자의였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회의를 끝내 떨치지 못한 그의 마지막 항변에 나는 거듭 동의하면서도 거듭 절망한다.˝

이산하 시인은 프리모 레비의 작품들이 ˝잎이 무성한 여름나무보다는 간명한 겨울나무˝ 같다고 했다. 나는 막바지로 접어드는 여름의 찬란한 빛과 뜨거운 열기가 스며든 숲에서 ˝간명한 겨울나무˝로 추운 계절을 버틴 뒤 살아남을 여름나무의 무성함을 오감으로 즐겼다. 이 또한 인생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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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6 0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전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당한 여성들의 삶 읽으며 레비의 작품 항상 곁에 두고 수시로 펼쳐보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끝까지 갔던 이들 지옥에서 살아 돌아와도 고통속에 살아 간다고 ㅠ.ㅠ 인간들은 이제 마스크 없는 세상 꿈꾸지 못하고 있는데 행복한 책읽기님이 포착하신 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투명하게 빛나는 블루, 분명 행복한 책읽기님 눈은 자연을 포착하는 [眼]

행복한책읽기 2021-08-16 14:41   좋아요 3 | URL
scott님의 독서 지평은 역시 넓군요. 그 여성들의 삶을 언제고 페이퍼에 담아주시겠죠. 마스크 없는 삶. ㅠㅠ 그 삶이 이렇게나 요원해질 줄 몰랐네요. 증말 속상합니다. 백신 맞으신 scott님 무리 마시고 쉬엄쉬엄 하세요. ^^

새파랑 2021-08-16 08: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주일만에 보는 책읽기 님의 시네요 😄 그에게 있어서 수용소의 기억은 평생 고통이었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저도 자살에 대해서 예전에는 왜 그렇게 하지?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행복한책읽기 2021-08-16 14:45   좋아요 3 | URL
애들 방중이라 이래저래 뺏기는 시간이 많네요. 주에 두 번은 시 포스팅을 하려건만. 더 노오력!!!^^;;;

mini74 2021-08-16 2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록하고 증언하기 위해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갖고 살아내는 느낌을 받았어요. (추억이 고통이고 기억이 고문인 사람. )이란 문구가 참 슬프네요 ㅠㅠ

행복한책읽기 2021-08-17 09: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죠. 사람에게 그런 고통과 고문을 주는 것도 인간이라, 정말 인간이 무엇인가를 자꾸 묻게 돼요. ㅡㅡ

희선 2021-08-19 0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사람은 불안하고 탐욕스럽고 마구 짓밟지 않나 싶네요 그게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여러 가지 안 좋은 게 많기는 해도 사람을 믿고 싶기도 하네요 프리모 레비는 아주 힘들어서 그게 어려웠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