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명찰, 북스피어. 표지가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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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 - 제대로 알고 마음껏 즐기는 오감 만족 우리 맛 여행
손현철.홍경수.서용하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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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PD의 미식 기행, 여수- 제대로 알고 마음껏 즐기는 오감 만족 우리 맛 여행
홍경수 | 손현철 | 서용하 (지은이) | 민음사 | 2014-07-18

세PD의 미식기행, 여수 – 이순신도 인정한 여수의 풍부한 어류

나는 한 번도 제대로 여수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별로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단체 여행에서 스쳐 지나갔을지는 모르지만, 여수를 딱 목표로 하고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여수가 생각보다 넓다고 하는데, 여수 곳곳에 뭐가 있는지, 어떤 맛집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여수라는 지명은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비단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 때문만은 아니고, 그 전부터 어딘가 가보고 싶은 이미지로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을 떠났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먹거리일 것이다. 해외로 나가든, 국내로 가든 우리는 어떤 색다른 먹거리를 먹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수라는 곳을 먹거리라는 테마로 깔끔하게 묶어낸 책이다. 여수 여행을 가본 사람이라면, 다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분명 놓친 곳이 많았을 테니 말이다. 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고 미식 기행 지도를 그려볼만 하다.
처음 책을 펼치면 여수의 지명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바다의 진미가 넘쳐 나는 곳이며, 천혜의 항구라고도 소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 시대 초기부터 수군 기지가 있었고, 1479년에는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설치 되어 오백 년간 조선 수군의 본거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최근 영화 『명량』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은 임진왜란 일 년 전에 전라 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여수 시내 곳곳에 충무공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여수는 군항 역할만 한 게 아니다. 바다에서 잡히는 어패류, 조류도 풍부했다. 충무공도 『난중일기』에서 여수에 물고기가 많다고 증언한다.

1592년 2월 1일 임진.
선창(船艙)으로 나가 쓸 만한 널빤지를 고르는데 때마침 수장(水場) 안에 피라미 떼가 몰려들어 그물을 쳐서 이천여 마리를 잡았다. 참으로 장관이었다.
- 이순신, 노승석 옮김, 『난중일기-교감 완역』(민음사, 2010) 중에서

- 『세PD의 미식기행, 여수』, 10쪽


풍광이 아름답고 맛이 빼어난 곳이라는 여수. 인용한 부분처럼 역사적 사료를 토대로 여수를 설명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좋았다. 미식 기행이라는 제목에 맞게 음식 사진도 먹음직스럽게 삽입되어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 침이 꼴딱 넘어가는 ‘여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대표적인 향토 음식 서대’의 사진이 나오는데, 당장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목포에 홍어가 있다면 여수엔 서대가 있다. 서대는 회무침으로 먹고 구이로도 먹으며 조림이나 찜으로도 먹는다. 홍어처럼 깊이 있는 맛은 없지만 풍성하고 시원한 맛이 제법이다.(22쪽)

여수의 진미로는 갓김치, 돌게장, 갯장어 샤브샤브, 장어탕, 서대 회, 삼치 선어 회, 굴구이, 군평선이구이 등이 꼽혔는데, 다 처음 들어보면서 호기심이 드는 음식들이었다. 정말 여행을 해야 견문이 넓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내가 맡아보지 못한 냄새와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 보지 못한 풍경들이 얼마나 많을지 아득했다.
각 소제목들도 예를 들면 ‘조선 시대 선비들도 미칠 듯이 좋아했던 갓김치의 맛’ 같이 매력적으로 뽑혀 있고, 내용에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유래나 지명에 대한 몰랐던 내용을 잘 풀어주고 있으며, 다른 책이나 역사에서 인용한 부분들이 많아서 내용 면에서 매우 충실한 교양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에는 거문도로 떠나는데, 거기에는 소설가 한창훈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미 바다 음식에 관한 책을 냈고, 후속작을 쓰고 있다고 나오는데, 이 책이 나온 시점에서 과거에 냈던 책과 쓰고 있는 책이 모두 나온 점도 재미있었다. 과거에 나온 책은 문학동네에서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로 나왔고, 이 책에 쓰고 있다고 한 책은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로 출간되었다.

한창훈 (지은이) | 문학동네 | 2014-08-14


이 책을 읽고 나서 또 책이 책을 부르듯, 그 다음으로 읽어도 재미있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평선이를 먹다가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관련 기록이 남아 있난 뒤져 보았다. 음식에 대한 기록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쟁 중에 음식에 대한 글을 자세히 쓰기 어려웠을 것이며, 더구나 그런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점잖지 않은 일로 여겨졌을 터이다. 하지만 짧은 문장으로나마 이순신 장군이 여수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알 수 있긴 하다.
『난중일기』는 그가 ‘소찬을 즐겨 먹었다.’ 하는 사실을 알려준다. 정유년(1597년) 12월 5일 일기에서는 도원수의 군관이 가져온 유지의 내용을 소개하는데, 임금은 “전진(최전방)에서 용맹이 업ㅂㅅ으면 효가 아니고, 전진에서 용감하다는 것은 소찬이나 먹어서 기력이 노곤한 자가 능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고정된 법만을 지키지 말고 뜻을 깊이 깨달아서 소찬 먹기를 그만두고, 방편을 따르도록 하라며 유지와 함께 고기반찬을 하사하셨는데, 마음이 더욱 비통하였다.”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계사년(1593년) 8월 5일 일기에는 “이완이 술에 취하여 내 배에 머물렀다. 쇠고기를 얻어다가 배에 나누어 보냈다.”라는 내용이 있고, 같은 해 3월 8일 일기에는 “한산도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고 나니, 광양 현감, 낙안 군수, 방답첨사 등이 왔다. 방답첨사와 광양 현감은 술과 안주를 많이 준비해 왔고, 어란포 만호 정담수도 쇠고기로 만든 도림(桃林, 주나라 무왕이 소를 방목했던 지명으로 도림은 소와 관련된, 즉 쇠고기로 만든 음식을 뜻한다.) 몇 가지를 보내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병신년(1596년) 1월 8일 일기에는 “입춘인데도 날씨가 몹시 차가워서 마치 한겨울처럼 매섭다. 아침에 우우후와 방답첨사를 불러 약식을 같이 먹었다.”라고 쓰여 있다.
이렇듯 『난중일기』에는 일상적인 음식, 특히 쇠고기가 자주 등장한다. 역사적 기록에 근거할 때, 이순신은 검박한 소찬을 즐겼으며 그나마 고기반찬 중에서는 쇠고기로 만든 음식을 자주 먹었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해산물은 늘 접할 수 있어서 따로 기록하지 않은 것 아닐까 추측해 볼 따름이다 당시 생선은 구이로 많이 먹었을 테니, 그 구이 중에 필시 군평선이가 있었으리라.(163쪽)


일반적인 여행책자들이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설명만이 있다면, 이 책에서는 세PD들의 진솔한 체험 이야기도 있고, 각 음식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이 눈에 띄는 책이었다. 유래라든지, 역사에서 어떻게 언급이 되었는지 등등 다양한 참고문헌의 활용이 이 책을 다른 책들과 차별화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다른 여행서들처럼 책 뒤에는 각 책에 소개된 음식점들 주소와 전화번호가 수록되어 있어서 연락을 하고 찾아갈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묵은 숙소들도 적혀 있다. 이 책에 나온 곳들을 다 따라가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곳들을 한정해서 가야겠지만 말이다.
여수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혹은 아직 여행지를 정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곧장 여수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특히 맛있는 음식,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책이 가장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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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지 않는 습관 - 대한민국 건강 지킴이 이재성 박사의
이재성 지음 / 소라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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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요요로 고생한, 독한 다이어트로 몸을 망친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두꺼운 만큼 내용이 정말 방대하고 다 읽고 나면 의식이 바뀌게 됩니다. 엄청나게 자세한 잔소리를 듣는 기분이랄까요. 그만큼 생각이 바뀌고, 저절로 살 안 찌는 습관으로 바뀌어요. 평소보다 단 것도 줄이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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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고민상담소 - 독자 상담으로 본 근대의 성과 사랑
전봉관 지음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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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고민상담소 – 1930년대 미즈넷? 네이트판? 마녀사냥?

 

1930년을 살아가는 사람이든, 2014년을 살아가는 사람이든, 사람의 본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청춘의 고민들도 비슷한 고민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경성 고민상담소]는 남성 위주였던 1930년대 남녀 청춘들의 문제들을 보여주고 있다.

1930년대 조선일보 독자문답란인 ‘어찌하리까’와 조선중앙일보 독자문답란 ‘명암의 십자로’에 소개된 사연과 답변을 위주로 당시 남녀 관계 문제들을 정리하고 있다. 사실 살면서 1930년대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살았는지, 그때 청춘들의 일상을 생각해보려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도 지금 이 땅에서 똑같이 살아간 사람들이라는 점이 피부로 와 닿았다.

여기서 고민하는 불륜 등은 지금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고민 중 하나다. 미즈넷 등에서 사연을 읽어보면 근대의 불륜과 지금의 불륜이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시대나 사람들의 고민은 비슷비슷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고민들이 흥미로운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반대로 미즈넷의 사연들이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독자라면, 이 책 역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리라. 그렇더라고 하더라도 이 책은 1930년대 사람들의 사고관과 생활상을 훑어볼 수 있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미즈넷이이나 네이트판 말고도 TV 프로그램도 연상케 하는데, 독자 상담이라는 사료를 분석한 자료이니만큼, 비슷한 포맷인 KBS의 고민 해결 프로그램 “안녕하세요?”나 “마녀사냥” 같은 프로그램들을 떠올리게 한다. 모두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이야기하고 그 해답을 듣는다는 점에서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경성 고민상담소의 특징은 당시 시대가 구시대와 신시대의 경계에 있다는 점이다. 유교적 문화와 새로운 문화가 맞부딪치면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점들이 지금 살펴봐도 분명 흥미롭게 다가온다. 조선 시대의 사상과 새로운 사상이 혼재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구여성과 새로운 문물을 익히고 교육을 받은 신여성이 함께 있는 세계였다. 이런 시대는 격변기인만큼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당시 벌어진 문화적 충돌은 마치 시간 여행을 가서 그 시절을 생생히 살펴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한편, 생각해 볼 지점은 그때에서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고민들이다. 시부모의 갈등이 핵가족이 진행된 지금에 와서도 변함이 없다는 점이나, 불륜에 있어서도 구 여성과 신 여성의 차이 뿐만이 아니라, 여전히 지속되는 점들에 있어서 생각해 볼 점들이 있었다.

또한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남성들에 대한 시선, 가정 폭력, 여성들의 약자적 위치가 지금에 와서도 강도만 달라지고 퍼센트만 달라졌을 뿐, 비슷한 점들이 많다는 것도 아직 사회가 성숙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으며, 가족 제도나, 한국 사회의 남녀평등 문제도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아직도 남자에 예속되어 있는 여성의 지위 문제나 남녀 사이의 갈등과 폭력 등 근절되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당시 사회상을 들여다보고, 지금 이 시대를 성찰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책이지만, 논문을 단행본으로 만든 책이기 때문에 구성 자체가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사연을 인용하고, 그 뒤에 다시 한 번 사연을 설명하고 이어나가는 방식이 같은 이야기를 두 번씩 되풀이해서 듣는 듯해서 지루함과 답답함을 주기도 한다. 단행본으로 만들어지면서 이런 부분들은 과감하게 쳐내고 좀 더 간결하게, 대중들을 생각하게 바꿨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연과 답변도 나중 가서는 비슷한 패턴을 보여서 전체적인 서술이 지겨운 느낌을 준다. 따라서 단숨에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말 그대로 재미있는 논문을 읽듯이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역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다. 그저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고, 당시 무슨 사건이 벌어졌는지 외우던 역사가 사실은 그 시대에 숨 쉬고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던 시대였다는 것. 역사 교육이라는 게 그렇게 사실들만 외우는 것보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풍속사를 보는 것이 더 재미있게 와닿고 역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살던 세계로 접근하면, 역사가 어려운 과목이나 지루한 수업이 아니라, 다른 나라나 세계를 엿보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런 종류의 책들이 더 많이 나올 필요가 있고, 이런 미시사가 역사를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도 교육되면 좋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시대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고민을 하게 된다. 원시인들도 남녀 문제를 걱정했을 것이다. 자신의 외모를 생각하고,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기만하고 걱정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그들의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바로 책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닐까. 책은 과거를 되살리고, 머릿속에서 펼쳐지게 만든다. 우린 실제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는 없지만, 머릿속에서 활자를 통해 체험해볼 수는 있다. 그들의 고민을 공감하면서 내 고민과 연결시켜 볼 수도 있고, 다른 해답을 내놓을 수 있다.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과거를 재구성하고,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과거와 역사와 사람을 공부한다. 지금 우리의 삶도, 언젠간 책으로 변할 것이다. 미래에는 지금의 삶을 우리가 남긴 이런 리뷰와 책들, 드라마, 영화, 인터넷 게시판에 남길 글들로 재구성할 것이다. 그리고 깨달을 것이다. 환경이 다를 뿐 우린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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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joker 2014-07-2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ㅁㅅㄷㅅ
 
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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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이야기에 열광한다. 자신은 소설책을 읽지 않는다고? 열광하는 운동 경기, 정치에도 이야기는 깃들어 있다.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게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도 이야기를 지어낸다. 과거는 자신이 각색한 소설이고, 미래 또한 장밋빛 꿈으로 기대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이야기 없이 살아갈 수 없으며, 인간의 본질에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가 힘들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은 바로 이 인간과 이야기의 관계를 깊이 천착한 책으로, 픽션을 중심으로 하면서 모든 스토리텔링을 훑고 있다. 읽으면 구절구절마다 동감하면서 맞장구를 치게 되는데, 그야말로 놀라운 독서 경험이다. 뛰어난 흡인력, 흠잡기 힘든 구성은 이 책 역시 기막힌 스토리텔링이 녹아 있음을 알게 한다. 인간의 본질이자, 인간이 영원히 추구할 이야기 DNA를 파고든 이 책은 매력적이다. 특히, 평소에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의 서사에 애착을 가진 독자라면 더욱 빠져들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심도 깊게 전개해나간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건 마치, 좋아하는 작품을 두고 두 명의 매니아들이 수다를 떠는 흥겨운 대화의 시간과도 같다.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서 얼마든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밤새 떠들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이야기'라는 것을 두고 저자와 독자가 함께 수다를 떠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최근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일면 상업적인 이유로 단어가 소비되는 경향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우리 삶에 녹아 있는 이야기성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한 면도 크다. 소설 같은 전통적인 서사물에서 벗어나 누구나 연상하는 광고를 뛰어넘어 바야흐로 모든 분야에 스토리텔링이 화두다. 현대의 경쟁 사회 속에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수법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로 응집한 셈이다.
이 책은 학술서는 아니다. 따라서 딱딱한 책이라고 오인할 필요는 없다. 매우 읽기 편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즉 모든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물론, 소설가, 습작생, 영화 감독, 드라마 감독, PD, 카피라이터 등 창작에 관련있는 사람들이라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아는 사실이라도 공감하며 재미를 느끼고 미처 지나치고 있던 부분들도 짚어주며, 새로운 사실도 전해주기 때문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워낙 이곳저곳 다양한 이야기를 툭툭 던지는 책이기 때문에 쉽게 요약을 하거나, 내용을 갈무리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 책은 읽다보면 이야기를 심리학으로 풀어냈다는 인상이 강하다. 서두에서도 이 책은 생물학, 심리학, 신경 과학을 동원해서 이야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서술로 이야기를 다양한 학문으로 해부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속살을 엿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특히 심리학 부분은 누구나 흥미로운 학문일 것이다. 이를 통해서 이야기와 이야기에 열광하는 인간 심리를 다루고 있어서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프로 레슬링은 스포츠라기보다는 삼류 연극에 가깝다. 모든 장면은 사전에 짠 각본대로 진행되며 거드름 피우는 프로모터, 미국적인 남성, 사악한 공산주의자, 사내답지 못한 나르시시트 등 사랑스러운 주인공과 혐오스러운 악당이 등장해 정교한 플롯을 전개한다. 화려한 볼거리와 웅장한 규모, 사나운 포효와 과장된 동작은 오페라를 연상시킨다. 프로레슬링의 가짜 폭력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하지만 어토믹 드롭, 몽골리언 촙, 캐멀 클러치 등의 프로 레슬링 기술은 또한 작렬할 때마다 누가 누구 마누라랑 잤다느니, 누가 누구를 배신했다느니, 누가 미국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느니, 누가 무늬만 애국자라느니 하는 슬랩스틱 멜로드라마의 플롯에 기여한다.
각본 없는 격투 스포츠도 비슷한 스토리텔링 관습을 따른다.(33쪽)



먼저 인용한 부분처럼 꿈과 공상, 노래와 소설과 영화뿐만 아니라 픽션이 어디에나 있음을 저자는 상세히 짚고 넘어간다.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재미를 선사하는 지점이다.
2장 픽션의 수수께끼에서는 아이들이 흉내 놀이를 즐기는 이유, 아이들이 왜 이야기의 동물인지를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아이들의 놀이에서 픽션의 기능을 설명한다. 아이들의 심리나 놀이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저자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3장 지옥은 이야기 친화적이다에서는 이야기 세계가 현실 도피적이라면 즐거워야 하는데, 오히려 살인과 폭력 같은 위험이 도사리는 세계라는 점을 살펴본다. 독자는 그럼 지금까지 읽어온 작품들이 다 험난한 여정이 들어가 있고, 각종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왜 그럴까? 갈등이 드라마를 일으키는 힘이기 때문에? 저자는 이야기의 가장 기본적인 공식은 "이야기 = 인물 + 어려움 + 탈출 시도"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픽션이 대단히 창조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픽션의 창조성은 우물 안 개구리의 창조성에 불과하다. 이야기꾼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은 꽉 짜여진 문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며 이들이 지어내는 이야기는 전개, 위기, 해결의 패턴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100년간 문제 구조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려고 몸부리친 작가들이 있었다. 작가들은 자신이 관습과 공식의 잘 짜여진 테두리 안에 갇혀 있음을 깨닫고 몸서리쳤다. 그 순간 문학에서 모더니즘 운동이 탄생했다. 작가들은 인류만큼이나 오래된 스토리텔링 욕구를 가지고 새롭게 단장하려 했다.
관습적 이야기를 뛰어넘으려던 모더니스트들의 노력은 더없이 영웅적이었다.(실패할 운명이지만 숭고한 반란이었다고나 할까.) (80쪽)



이렇게 보편 문법을 이야기하면서 관습적인 스토리텔링에 저항한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 등을 인용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보편 문법과 서사를 무화하려는 소설들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정말 좁은 시선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이야기를 추구하는 것은 이야기를 즐기기 때문이지만, 이야기를 즐기도록 자연이 우리를 설계한 이유는 연습의 유익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픽션은 인간의 문제를 시뮬레이션 하는 데 특화된 아주 오래된 가상 현실 기술이라는 것이다.(85쪽)



위의 이론은 심리학자이자 소설가인 키스 오틀리의 주장이다. 이처럼 이 책은 각종 소설, 영화를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곁들여서 흥미로운 내용들을 알려주며 생각을 넓히게 만든다.

1990년대 이탈리아의 신경 과학자들이 아주 우연히 거울 뉴런을 발견했다면서 펼치는 이야기에서는 김보영 작가의 단편 '거울애'가 떠오르기도 했다.(소설집 [진화신화]에 수록되어 있다.) 아무튼 여러 뇌의 과학적인 반응을 예시와 근거로 들면서 픽션이 뇌의 시뮬레이션 기능이라는 것을 말한다. 이미 아는 내용이라도 다양한 이론, 학설, 심리학, 뇌과학과 결합해서 간단명료하게 정리된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매우 뛰어나다. 특히 이런 내용들을 뛰어난 입담으로 능숙하게 설명하는 데 매우 모범적인 책이다. 독자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고 어렵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모든 부분이 읽기에 매끄러웠다.
밤의 이야기에서는 꿈과 스토리텔링의 관계를 자신의 꿈과 연관시켜서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누구나 꿈을 꾸는 만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마음은 이야기꾼에서는 중증 간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뇌를 반으로 자른 실험 등 유명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역시 흥미진진한 파트였다.

가자니가와 동료들은 이 연구를 온갖 기발한 방식으로 변주했다. 분리 뇌 환자의 우반구에 우스운 그림을 보여 준 실험에서는 피험자가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왜 웃고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질문에 답하는 임무를 맡은 좌뇌는 말문이 막혔을 것이다. 함께 웃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명을 지어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피험자는 우스꽝스러운 사건이 막 떠올랐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걸으세요'라는 단어를 피험자의 우뇌에 잠깐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피험자는 시키는 대로 일어나 방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연구자가 피험자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피험자는 목이 말라서 콜라를 가지러 간다며 즉석에서 이야기를 지어내고는 스스로 믿었다.(129쪽)



유명한 실험이지만, 이야기와 연관해서 설명되는 지점들이 재미있었고, 이를 모든 사람의 뇌에 작은 셜록 홈스가 들어 있다고 말하며 이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야기하는 마음은 중대한 진화적 적응이다.'(133쪽)라는 것이다. 음모론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음모론적 사고를 단순히 멍청하고 무식하고 정신 나간 자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음모론은 바로 이야기하는 마음이 의미를 강박적으로 추구한 결과라는 것이다. 평소 여러 음모론자들에 대해서 답답함만을 가질 뿐이었지만, 이 부분을 읽고서 여러 차원에서 다시 음모론과 인간 사고에 대해서 또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했다. 이 외에도 이야기의 도덕에 관해서, 먹사람(텍스트 속 인물)이 세계를 바꾼 사례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아주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읽어내렸다. 8장 삶 이야기는 인간의 기억 서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너무나 인상적으로 읽었다. 필립 K.딕의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이작 아시모프, 테드 창 등 여러 SF 작가들이 기억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이야기와 작품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믿을 수 있는가. 기억은 정확할까? 우리가 스스로 속이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추억은 아름답게 각색된 기억이고 때론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믿는 경우까지 있다. 이야기하기의 동물인 인간이 자신의 과거를 자아내고 이를 믿어버리는 일이다. 이때 그럼 현실과 이야기의 구분은 가능한 것일까.

이제 마리 G에게 돌아가 보자. 마리의 얘기를 들은 행정관은 그녀를 데리고 강간 사건을 신고하러 경찰서에 가지 않고 히폴리트 베른하임이 요청한 대로 그의 정신 병원을 찾았다. 행정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베른하임은 마리를 소파에 뉘었다. 마리는 끔찍한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했다. 베른하임은 마리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아가씨가 본게 확실한가요?" "꿈꾸거나 환각을 본 건 아닌가요?" 마리가 질문에 '예'라고 답하자 베른하임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제가 아가씨에게 강간에 대한 거짓 기억을 심은 게 아니라고 확신하세요?"(202쪽)



인간의 기억이 불안전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인간의 과거가 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은 섬뜩했다. 내가 믿는 과거가 온전치 못하다는 사실. 윤색되고 편집된 과거. 가장 많은 생각을 한 부분이었다.
마지막 장인 이야기의 미래는 전통적인 서사인 소설에서 벗어나 여러 픽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픽션이 소설에만 한정될 수 없으며 다양한 매체로 픽션은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에서 유명한 사실이지만 영화를 넘어선 게임 등을 이 책에서도 당연히 최신 정보로 언급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고급' 픽션만이 아니다. '저급' 픽션도 애먹기는 마찬가지이다. 혐오스러운 싸구려 '리얼리티' 방송이 각본 있는 텔레비전 방송을 밀어내는 현상에 많은 이들이 개탄한다. 비디오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 오락이 전통적 이야기에서 관객을 뺏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게임 업계는 이제 출판계보다 규모가 훨씬 크며 심지어 영화계도 앞질렀다. 2009년에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는 발매 24시간내 판매액이 3억 6000만 달러로, 영화 [아바타]의 같은 기간 내 흥행 수입을 능가했다.(218쪽)



저자는 전통적 픽션이 죽어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의 보편 문법이 바뀌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토레틸링이 향후 50년간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말한다. 스토리텔링은 어느새 우리가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한다. [스타 트렉]의 홀로소설을 지향점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는 가상현실을 추구하는 인간의 목표와 맞닿아 있는 말일 것이다. 

다음번에 어떤 비평가가 소설이 참신함의 결여로 죽어 간다고 말하거든 하품이나 한번 쏘아 주기 바란다. 사람들이 이야기 나라를 찾는 이유는 새롭고 신기한 것을 바라서가 아니다. 보편적 이야기 문법이 주는 낡은 위안을 원하기 때문이다.(240쪽)



이야기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이 책만큼 대중친화적인 책이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한구석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야기 산업에 종사자들은 한 번씩은 펼쳐볼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이야기하는 욕망을 갖고 태어났으며, 또 이야기하는 종족으로 진화해 나갔다. 앞으로도 이야기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후손은 우리와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체감하며 즐길 것이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이 멸종하기 전까지 이야기는 생생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샘솟을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하기를 이토록 평생 즐기도록 설계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펼치면 목차가 나오기도 전에 인상적인 인용문 하나가 보인다. "신은 이야기를 사랑하여 인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인간은 이야기를 사랑하여, 신화를 써내고 읽었다. 때로는 이야기 속에서 신을 찬양하고, 때로는 죽였다. 이야기는 삶과 죽음, 신과 인간의 매개였다. 우리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소비하는 이야기 하는 동물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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