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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너무 흔하다. 그만큼 인류에게 사랑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만큼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왔기 때문에 사랑 이야기는 개성을 얻기 힘들다. 그 중에서 이 책은 개성 획득에 설득했다.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보기 힘든 독특한 사랑을 이야기라도 했던 걸까? 아니다. 독특한 남녀가 나오나? 그것도 아니다. 아주 평범한 사랑,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책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사랑 이야기들과 차별화된다. 그것은 바로 ‘무엇을’ 이야기 하느냐 보다 ‘어떻게’ 이야기 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연락을 하고, 약속을 잡고, 관계를 진전시키고, 사랑을 나누고, 싸우고, 다투고, 다시 화해하고, 그러다 미래를 그리고, 어이없는 이유로, 불현듯 헤어지게 되는 연애. 누구나 몇 번이고 겪게 되는 흔한 연애 이야기라 영화나 드라마로도 만들어지기 힘들 이야기다. 그러나 이것은 소설이기 때문에, 소설이라는 장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다른 이야기 전개 방식을 선택한다. 평범한 사건들 속에서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의 변화들을 꼼꼼히 사고하고, 분석한다. 우리는 읽으면서 ‘아, 맞아 그렇지.’ ‘어, 나도 그랬는데.’ ‘내 얘기 같아.’ ‘오, 이렇게도 설명이 되는 구나.’ ‘그때 내 치졸한 감정이 이런 거였구나.’ 등등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은 더욱 흡인력을 가지며 독자를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신화, 마르크스, 니체, 등 각종 철학과 정치, 종교, 사회 등의 지식을 인용해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색다른 이야기 방식이 우리들에게 새로운 사랑의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낯설게 하기’라고 볼 수도 있다. 이 낯설음이 우리가 겪는 사랑을 또 다른 사랑을 보게 만든다. 우리의 사랑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을 갖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칭찬만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책이 마냥 재미있는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사실 많은 지식을 갖지 않고는 책의 내용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재미를 충분히 느끼기 힘들다. 즉, 어려운 인용들을 읽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좀 더 다양한 인문학 소양을 키워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만든다.
‘사랑하라, 다시는 상처받지 않을 것처럼.’이라는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면 다시 한 번 사랑을 하고 싶게 만들어준다. 우리가 지나쳤던 사랑이 다른 사람들도 어쩌면 비슷하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들은 모두 각기 다른 것이 아닐까? 이번에는 자신만의 사랑을 분석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다 읽고 나서 만족감이 들었던 책이다. 씁쓸한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그럼에도 읽고 나서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이 작가의 가장 좋은 책이라는 소리도 어디서 얼핏 들었지만, 그럼에도 이 작가의 입담에 반해버리고 만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 또 이 작가 책의 리뷰를 적고 있을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아직 이 책을 접하지 않았다면 추천한다. 자신의 사랑을 추억하게 만들거나, 지금 진행중인 사랑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공감과 의문을 갖게 만드는 이 책이 마음에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