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 상 - 낯선 조류 샘터 외국소설선 2
팀 파워스 지음, 김민혜 옮김, 김숙경 그림 / 샘터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해적. 당신이 ‘해적’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이 소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해적은 이미 만화나 영화, 소설, 게임으로 수없이 다루어졌다. 특히 월트디즈니에서 디즈니랜드 놀이기구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은 세계적은 흥행을 기록했으며,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를 최고의 영화 캐릭터 중 하나로 손꼽게 만들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18세기 해적에 대해 놀라울 만큼의 애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여기,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 4편의 원작으로 판권을 구입한 책이 국내에 번역되었다.



△ 팀 파워스(Tim Powers) 티모시 토머스 파워즈는 195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과학소설 및 환상소설 작가. 숨겨진 역사를 끌어들여 이야기를 만드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적 허구를 정교하고 절묘하게 결합한 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파워스는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서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역사와 허구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가!




  그 책은 바로 팀 파워스의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On Stranger Tides)』(팀 파워스, 샘터, 2010년 1월)다. 팀 파워스는 누구인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아누비스의 문』(팀 파워스, 웅진지식하우스, 2007년 9월), 『라미아가 보고 있다』(팀 파워스, 열린책들, 2009년 6월) 등 앞서 두 개의 책이 소개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 두 개의 책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도 아니다. 그만큼 국내 독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친숙할 만한 작품을 써내는 작가는 아니다. 가령, 국내에 소개된 두 작품은 모두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당시 시대와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기반 지식이 없이 흥미롭게 읽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 『라미아가 보고 있다』. 팀 파워스의 장편소설. 19세기 당대 최고 시인들인 바이런, 셸리, 키츠와 라미아 간에 펼쳐진 애증과 공포의 여정을 그들이 남긴 실재 기록과 여러 역사적 문헌을 통해 좇아가는 작품으로, 스팀펑크 문학의 완벽한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1990년 미소포에익 판타지상을 수상하였다.
 
  작년에 출간됐던 『라미아가 보고 있다 The Stress of Her Regard』(1989) 같은 작품은 그리스 신화의 흡혈귀 일족과 맞서 싸우는 19세기 낭만파 시인들을 다룬 작품이다. 따라서 19세기 낭만주의 시인인 조지 고든 바이런, 존 키츠, 퍼시 비시 셸리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작품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 작가는 또한 역사와 허구를 섞는 솜씨가 훌륭하며, 이 점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한데, 실제 역사를 모른다면 이런 매력을 도무지 체감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라미아가 보고 있다』의 프롤로그 장면은 1816년 여름의 역사적으로 유명한 밤인데 바로 바이런과 셸리 등이 지인들과 신기한 이야기를 하나씩 한 순간이다. 이때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퍼시 비시 셸리의 아내인 메리 셸리는 SF의 원조로 손꼽히기도 하는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1818)을 쓰게 된다. 이런 역사적 사실과 그런 역사 속에 알려지지 않은 흡혈귀들이 시인들의 피를 빨며 영감을 제공했다는 설정은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 『아누비스의 문』. 19세기 초 디스토피아적 풍경의 런던의 뒷골목과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기형의 어릿광대, 탐욕스런 거지 왕, 괴이한 이집트 마법사, 낭만적인 문학도, 그리고 모종의 음모를 간직한 채 시간을 거슬러온 20세기 이방인들이 펼치는 장대한 시간여행기.




  『아누비스의 문 The Anubi Gates』(1983)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그의 초기 대표작으로 역사와 환상, 과학과 마법이 혼재된 가공의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오컬트, 시간여행 요소가 섞이면서 또한 가공의 인물과 역사속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듯 티모시 토머스 파워스는 제임스 블레이록과 K. W. 지터 등과 함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대체역사 소설들을 썼고, 당시 유행하던 정치적 운동이자 스타일이었던 사이버펑크에 빗대어 자신들의 작품을 ‘스팀펑크’라고 지칭했다.

  팀 파워스가 이렇게 역사와 허구를 맞물리게 쓰는 것은 그의 장기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치밀한 조사와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 파워스 같은 작가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상상력은 때론 놀랍기도 해서 역사 속에서 빈 공백을 상상력으로 채워넣기도 했다. 때로는 불합리해보이던 사건들이 이런 식으로 설명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실제 그때 초자연적인 일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실제 역사까지 한번쯤 의심해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 에드워드 티치는 별명인 Blackbeard, 즉 검은 수염으로 잘 알려진 해적.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인공 잭 스패로우의 모델이기도 하다. 영국 브리스틀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커다란 키와 덩치를 가졌다고 전해진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도 역시 역사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적 중 하나인 ‘검은수염’이다. 팀 파워스는 ‘검은수염’을 다루면서 그의 기이한 행적들이 사실은 부두교의 흑마법 때문이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점이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주인공이 바로 그 역사적 인물은 아니다. 팀 파워스는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을 소설 속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실제 역사에서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존 섄더낵’(줄여서 ‘잭 섄디’)이라는 인물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서도 유명한 세 시인이 주인공이 아니라, 역사에 그려져 있지 않은 ‘크로퍼드’라는 외과의사가 주인공이었듯이, 이번에도 평범한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따라서 독자는 더욱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해가면서 역사적인 사건 현장에 함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주인공의 시선으로 역사적인 인물들을 보고 만나고 대화하면서 마치 시간이동을 하여 그 시대의 모험을 직접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캐리비안의 해적 4>는 2011년 여름에 공개될 전망이며, 제목은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로 결정되었다.(http://extmovie.com/zbxe/1896561 )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를 미리 엿볼 기회!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은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흥행 기록을 세웠다. 따라서 4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도 높다. 그러나 이미 3편까지 나온 영화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대표적으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만 봐도 2편으로 완결된 시리즈를 무리하게 늘리다 보니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평이 많았다. 그런 우려 때문일까?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제작진은 4편의 원작 소설 판권을 구입했다. 바로 1988년도에 처음 출간된 팀 파워스의 책 『낯선 조류 ON STRANGER TIDES』다. 2011년 여름에 개봉할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라는 제목으로 부제에 판권을 산 팀 파워스 소설의 제목을 사용했다. 그런 까닭에 번역본을 내는 샘터사에서는 영화 제목과 마찬가지로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로 번역했다.

  원작이 있다면 영화의 내러티브는 대개 탄탄한 편이다. 사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은 1편의 완성도는 준수했지만, 2편과 3편은 억지로 늘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복선과 암시 등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몇몇 캐릭터들이 제대로 그려지지 못 했다. 2편과 3편이 사실 상 하나로 붙어 있는 구조라는 것도 완결성 면에서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에 흥미롭게 봤지만, 내러티브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이다. 원작이 디즈니랜드에 있었던 해적 놀이기구를 가지고 만든 영화라는 것을 생각할 때는 놀라울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고 또 엄청난 성공을 기록했지만, 순수한 영화의 완성도만 따질 때는 아쉬운 점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러나 이번 4편은 원작을 구입한 만큼 종전과는 다른 방식의 플롯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이번 4편은 어떻게 보면 새롭게 시리즈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키이라 나이틀리, 올랜도 블룸 등이 출연하지 않는다.) 따라서 백지 상태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원작을 토대로 이야기를 각색하는 것이 훨씬 안정된 선택이 될 수 있다. 3편을 만들 때부터 제작진은 4편의 원작 소설로 이 소설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까? 영화 3편의 마지막, 잭 스패로우는 ‘청춘의 샘’을 향한 지도를 본다. 4편이 바로 잭 스패로우가 이 ‘청춘의 샘’을 찾아 떠나는 모험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에는 바로 그 ‘청춘의 샘’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미리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4편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다. 여기에 주인공 ‘존 섄더낵’이 아니라, ‘잭 스패로우’라면 어떤 식으로 행동했을까, 또 아니면 이 사건에 갑자기 ‘잭 스패로우’가 등장한다면 어떤 식으로 양상이 바뀔까 생각해보는 것도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읽으면서 또한 놀랐던 점은 이 소설이 지금까지 나온 1, 2, 3편의 원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몇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1편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던 해적과 좀비의 결합이 이 소설에도 부두교의 등장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 영화 속 부두교의 모습, 또 해적들의 섬, 유령선 등이 소설 속에서 유사하게 나오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그리고 3편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던 해적들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시점이라는 것도 같아서 묘하게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점은 이 책이 해적을 소재로한 매체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일 것이다. 유명한 게임인 『원숭이 섬의 비밀』 역시 제작자 론 길버트가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 동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만든 제작진도 이 소설을 참고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 원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1~3편 원작은 놀랍게도 놀이기구이다! 월트 디즈니가 60년대에 최고의 기술력을 동원해 만든 '캐리비안의 해적'은 말그대로 거대한 해적의 세계를 탐험하는데 목적을 둔 어트랙션. 거대한 보트를 타고 해적들의 도시, 해적선, 보물등을 구경하는 형식이다. 여기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 지난 3편의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들에서 ‘바르보사 선장’을 연기했던 제프리 러쉬는 MTV.com과의 인터뷰에서 “<온 스트레인저 타이드>가 이전 3부작과는 다른 새로운 연출과 스토리로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낼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http://extmovie.com/zbxe/1913043 )



△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4탄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는 현재 각본 작업이 진행 중. 조니 뎁이 그대로 해적 선장 ‘잭 스패로우’ 역을 맡고 감독은 고어 버빈스키에서 <시카고> <게이샤의 추억> 등을 연출했던 롭 마샬 감독으로 바뀌었다. 팀 파워스의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서 조류』를 원작으로 키이라 나이틀리와 올랜도 블룸은 나오지 않는다. 개봉은 2011년 여름이며 올해 2010년 5, 6월 여름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에드워드 디치(Edward Teach)

  블랙비어드(Blackbeard, 독일어로 Schwarzbart)를 위대한 전설적 해적, 진정한 해적이라고 부른다. 많은 다른 해적들과 같이 그는 프랑스, 스페인 및 다른 영국의 적군을 공격하였던 퀸 애니 전쟁(the Queen Anne's war)기간동안 그 적함들을 나포하는 선원으로 시작하였다. 다른 해적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전쟁이 끝난 후 해적으로 바다에 남았다.
  그가 살인적이고, 잔인하고 무시무시하고, 악마 같은 일을 하는 동안 블랙비어드는 약 40척의 배를 나포했다. 그의 가장 악명 높은 테러리즘은 1718년에 캘리포니아 남쪽에서 있었던 일주일 정도의 찰스톤 봉쇄작전이었다. 같은 해 그는 왕실해군 로버트 메이나드 중위에 의하여 습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블랙비어드와 처절한 싸움을 하였다. 해적들은 총탄과 칼로 몇 번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블랙비어드가 마침내 선상에서 굴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메이나드는 블랙비어드의 목을 잘라 그의 배 앞에 걸었다.



  "우린 이제 정말로 플로리다에 있는 게 아니오. 그러니깐, 말하자면, 플로리다도 아니고 다른 어떤 곳에 있는 것도 아니오. 혹시 조금이라도 피타고라스를 연구해 본 적이 있소?"
  데이비스와 검은수염 둘 다 없다고 말했다.
  "피타고라스의 철학이 안고 있는 모순은 여기선 모순이 아니오. 난 이곳 환경이 평범한지 특별한지는 모르겠소만, 어쨌든 이곳에서 2의 제곱근은 무리수가 아니오."
  "이곳에 존재하는 무한대, 즉 '아페이론무한을 뜻하는 그리스어'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충돌하지 않지요."
―――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 팀 파워스, 김민혜 옮김, 샘터사 248~249쪽
△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서도 확률이 다른 독특한 공간이 등장했었다. 같은 작가의 작품답게 이 소설에서도 청춘의 샘은 기묘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그때마다 물리적인 설명이 동반되는 것이 재미있다.


  치밀한 조사가 돋보이는 작품!




  팀 파워스는 이전 작품을 보아도 방대한 조사를 하는 작가이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서는 각 시인들이 쓴 작품이나 편지 문구까지도 인용하면서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마치 그 시대를 눈으로 보는 듯한 묘사가 압권이다. 풍경이나, 배의 묘사, 시대 묘사가 탁월하다. 그 때문에 마치 실제 있었던 일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배에 쓰이는 용어 등도 정확하고 음식이나 물건에 대한 명칭도 세세한 조사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덕분에 18세기, 해적들의 모습이 눈앞에서 그대로 그려지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작가가 다른 시대를 보여주려면 철저한 고증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작업을 할 수 없으며, 특히 이 작품처럼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부두교가 등장하고 초자연적인 마법이 핵심적인 소재로 사용될 때는 더욱 리얼리티를 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 나온 무대나 정세는 전부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했다. 등장하는 배 중에도 퀸앤스리벤지호(Queen Anne's Revenge) 같이 실제 해적선으로 활약했던 배가 있고, 검은수염의 최후 역시 역사를 그대로 따랐다. 오크라코크해협에서 그를 추적 하는 영국 해군 중위 로버트 메이나드에게 공격을 받은 것이다. 결국 배의 선수상에 목이 잘려 죽게 된다.

  물론 이런 배경 묘사나 설정만이 이 소설의 가장 뛰어난 장점은 아니다.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이다. 






  매력적인 해양 모험 소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팀 파워스의 모험담 _ 워싱턴 포스트




  이 소설은 재미있다. 바다와 해적, 그리고 모험. 부두교, 마법, 영생의 비법. 모든 재미있는 요소가 뭉쳐 있지 않은가. 복수심을 가슴에 품고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려는 청년.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상 모든 사람을 죽여도 괜찮은 남자까지.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소설이다. 사실 아무리 조사가 잘 되고,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게 잘 되었다고 해도,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다면 아무 소용도 없다.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덮을 것이고, 그런 상세한 고증을 알아주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고증보다도 이야기의 매력이 한층 더 뛰어난 작품이다.

  사실 팀 파워스의 기존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지루한 구석이 많았다고 할까. 물론 빛나는 구절이나, 감탄할 만한 설정, 정밀한 묘사, 엄청난 조사량에서 감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작품 자체가 주는 재미는 적은 편이었다. 캐릭터도 때론 정감이 가지 않았고, 지루한 묘사 부분도 많았다.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고 대화로만 진행되어서 따분한 경우도 있었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도 지루한 구석이 제법 많았으며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흥미롭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긴장감이 넘치고 피가 튀기면서 주인공이 직접 몸으로 행동하는 모험이 펼쳐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은 무척 짧았고 그 전까지는 지나치게 느린 행보였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달랐다. 팀 파워스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내 고정관념을 멋지게 날려버렸다. 잘 쓰는 작가지만 사람들이 열광하며 읽을 작품은 못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던 것이 단번에 바뀌었다. 아마도 그건 ‘해적’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해적이 테이블에 앉아 수다나 떨고 있겠나. 그 전에 배를 몰고 폭풍우와 싸우고 포탄을 발사하고 칼을 휘두르고 약탈하고 전투를 벌이지. 그 때문에 이야기는 잠시도 쉬지 않고 독자를 숨가쁜 모험 속으로 이끈다. 그렇다. 바로 이런 해적의 모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전투가 일어나고 상황이 뒤바뀐다. 사람들이 수없이 죽어나가고 늘어지는 부분이 없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속도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팀 파워스가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작가였구나, 새삼 놀라게 된 부분이었다.

  물론 그 전에 출간된 작품들에 비해 기반 지식을 덜 필요로 한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해적이라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요소가 많고, 따로 많이 알아야 할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수십 편의 게임, 영화, 책의 주인공이 된 ‘검은수염’에 대해서 전혀 몰라도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18세기 초반 카리브해와 서부대서양의 정세에 대해서 꼭 알고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런 것을 신경쓰기 전에 주인공의 운명과 모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이야기에 빨려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야기에 몰입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부두교 용어들은 낯설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처음 듣는 단어이고, 그 뜻도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전 작품들보다는 낫지만 초반 진입 장벽이 있는 것은 여전한 셈이다. 이런 낯선 용어들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점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부두교 용어인 ‘게데’, ‘로아’, ‘보르코’, ‘바론 사메디’는 적응을 해야하는 부분인 것이다.

  사실 용어 뿐만 아니라 부두교 전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 소설의 핵심 갈등은 바로 부두교의 마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죽은 자를 살리는 것. 또 영생. 각각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욕망은 바로 부두교의 마법이라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환상적인 모험이 펼쳐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부두교 마법의 존재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쳐도 금세 치료가 되고, 또한 죽어도 부활할 수 있는 마법까지 나온다.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해적과 함께 마법도 사라지는 시대다. 그로 인해 사라질것처럼 흐릿한 마법은 묘한 매력으로 나오고 있다. 해적과 마법 모두 과거의 유물이며 또한 낭만적이다. 이 소설은 바로 해적과 마법의 시대가 막을 내리기 전에 최후의 모험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마법이 한계를 가지고 있고 댓가를 지불해야 하며, 끈적끈적하게 묘사되는 것은 몇몇 소설에 나온 팀 파워스 마법 묘사의 특징이기도 한데, 인상적이고 또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설정들이 소설 세계관의 리얼리티와 개연성을 살리기 때문이다.






△ 2011년 여름이면, 매력적인 캐릭터 캡틴 잭 스패로우가 돌아온다.




  운명의 바다를 거침없이 항해하는 남자, 존 섄더낵!




  주인공 존 섄더낵은 매력적인 사내다. 그는 이성적이면서 때론 직감으로 행동하며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존 섄더낵은 갑판에서 베스 허우드 양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해적선의 습격을 받는다. 처음에는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은 위험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포로가 된다. 그때 존 섄더낵은 충동적으로 해적 데이비스에게 상처를 입히는데, 이때 해적이 될 것이냐, 죽을 것이냐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해적이 되는 것을 선택하고 해적들과 함께 섬으로 이동한다. 이후, 존 섄더낵이 어째서 배를 타고 있었는지가 서서히 밝혀진다. 아버지를 배신하고 재산을 가로챈 삼촌에게 복수하기 위한 길이었던 것이다. 또한, 베스 허우드와 그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비밀은 물론 검은수염의 야망까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긴장감을 더해간다. 이 소설을 이렇게 부두교 마법이 전면에 등장하고, 해적들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으며, 각각의 음모도 하나씩 밝혀지는 등 복잡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하나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주인공이 베스 허우드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소설을 매끄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배를 탄 순간, 어느새 낯선 조류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 조류는 상당히 위험해서 주인공을 도무지 어디인지 모를 곳으로 데려간다. 절망적이고 참혹한 곳까지 밀어넣지만 주인공은 결코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항상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하고 도망치는 경우는 없다. 그 때문에 이야기는 통쾌하게 진행된다. 늘어지는 부분이 없다. 장황한 설명도 없고 지루한 묘사도 없다. 이야기의 전개가 거침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모험은 더욱 재미있게 다가온다.








  2011년 영화를 기대하며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된 팀 파워스의 소설 중 가장 만족스럽게 읽은 책이었다. 특히 읽는 속도가 가장 빠른 작품이었다. 모험 소설이며 무엇보다도 ‘해적’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적’이 나와서 모험을 펼친다는데 사실 구구절절한 말이 필요할까. 해적의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냥 읽을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이 어떤 식으로 영상화 될지 무척 기대된다. 탄탄한 구조와 다양한 캐릭터, 복잡한 이야기들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넓은 바다, 거기에는 세상 모든 모험이 펼쳐져 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아직 낭만이 살아있는 해적의 시대가 살아난다. 아직 캡틴 잭 스패로우는 없지만, 일단 바닷내음부터 맡고 싶은 독자라면 과감히 읽어라. 그리고 모험에 빠져라.


△ 작년에 출간된 샘터 외국소설선 첫 번째 소설인 『노인의 전쟁 Old Man's War (2007)』(존 스칼지, 이수현 옮김, 샘터사, 2009년 1월). 호평이 자자했던 SF 소설로 3쇄를 찍었고 2부 『유령 여단』도 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1년 만에 샘터 외국소설선 두 번째 소설로 팀 파워스의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가 출간되었다. 앞으로 나올 샘터 외국소설선으로는 003 『쉐르부크 부인의 초상(근간)』 제프리 포드 지음, 004 『화성 연대기(근간)』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005 『저 태양의 금빛 사과(근간)』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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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블레스클럽의 열 아홉 번째 책 『탐정은 죽지 않는다』는 제목부터 흥미로운 책입니다. 원래 노블레스클럽 라인업에는 ‘기프트’로 소개되고 있던 이 소설은 막상 책으로 출간되었을 때 이렇게 제목이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바뀐 제목이 훨씬 낫다고 느껴집니다. 일단 바로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탐정이 나오는 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또 문장형 제목이 이 책에 흥미를 더욱 불러일으킵니다. 
  이 책은 탐정물이면서 또한 가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입니다. 그건 바로 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사흘전’ 파트에서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상처를 입지만 금세 자신의 상처를 능력으로 치료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로 인해 탐정인 주인공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는 ‘자가치유’ 능력자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또한 제목의 이유도 밝혀지게 됩니다. 주인공이 웬만한 상처로는 쉽게 죽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제목이 나온 것이죠. 이때부터 소설은 일찍 흡인력을 발휘하면서 독자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독자는 이 능력이 어떤 식으로 소설에서 영향을 발휘할지, 또 탐정인 주인공에게 어떤 의뢰인이 나타나고, 사건은 어떤 식으로 풀릴지 궁금하게 됩니다. 정갈한 문장으로 이어진 빠른 사건 전개는 독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한 번에 읽어내려가게 만듭니다. 재미있는 오락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은 괜찮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탐정 소설. 하드보일드 판타지. 마법과 능력자가 나오는 이야기.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소재들이 상당히 잘 배치되어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문장이나 플롯이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읽은 노블레스클럽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추리소설의 재미도 가지고 있고, 능력을 사용하는 능력자물의 재미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캐릭터들도 개성있게 잘 그려진 편입니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결점이 없고 곧은 것처럼 보이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적당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캐릭터에게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주인공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당차고 또 사랑스럽기도 한 소녀, 에이레네 키르헨펠도 이 소설에 재미를 주는 요소입니다.
  캐릭터들과 함께 숨가쁘게 사건을 해결하고 나자, 문득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 탐정인만큼 앞으로 다른 사건들도 주인공을 찾아올테니 새롭게 펼쳐질 이들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아쉬움은 배경 묘사입니다. 세계관이 독특한 편이나 도시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야기 전개에 집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도시의 외관이나 어떤 건물들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지 전체적인 도시의 형상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배가 되는 분량이 필요하겠지요. 따라서 이 세계관과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다음 소설이 나와서 좀 더 이 도시와 이 도시에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번이나 하는 말이지만, 이런 퀄리티 높고 색다른 장르소설이 정식으로 출간되어 읽힐 수 있는 것은 노블레스클럽이라는 브랜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단권 분량에다가 판타지 추리 소설이라는 지금까지 보기 힘든 퓨젼 장르의 소설이 기존 대여점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에서는 출간될 수 없었죠. 덕분에 독자들은 이렇게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블레스클럽 브랜드가 아직 많은 인지도를 쌓은 것이 아니고, 이 책의 저자 역시 신인이기 때문에 작품이 가지는 재미에 비해 많이 읽히지 않을 것 같아서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새로운 장르 소설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또 재능있는 신인 작가의 보석 같은 작품을 찾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한국 장르 소설에 기대할 만한 작가의 등장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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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네임 가시
황기록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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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가시




  노블레스클럽 18번째 책인 황기록 작가의 『코드네임 가시』는 첩보물입니다. 황기록 작가는 원래 무협 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지금까지 <수라도>, <귀역>, <외인계>, <비조리>, <편월> 등을 출간했습니다. 따라서 책 날개에도 지금껏 써 왔던 무협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대 첩보물이라 산고가 따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는 무협 소설 느낌이 나는 곳이 꽤 있습니다. 몇몇 용어나, 대결 장면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어색한 느낌을 줍니다. 그렇다고 글 자체가 아주 형편없지는 않습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시원스러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의 글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단기주’입니다, 경북의 소도시 중 하나인 K시에서 검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연히 두 남자에게 쫓기는 여자를 발견하고 여자가 도망갈 수 있게 두 남자를 막게 됩니다. 이 일이 단기주가 사건에 끼어들게 되는 계기입니다. 처음에는 흥미로웠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사건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후 단기주는 국가와 해외 조직이 연계된 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소설은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 중요한데, 단기주라는 인물은 인간미가 없습니다. 마치 인형처럼 사건을 맞닥뜨리면 척척 해결만 하고 무슨 일이 주어지든 거침없이 앞으로 나갑니다. 심리 묘사가 부족한 편입니다. 괴로워하거나 고민하는 모습이 없고, 단기주 개인사가 완전히 배제되어 입체적으로 캐릭터가 형상화 되지 못했습니다. 몇 가지 배경 설명만 간단히 언급될 뿐, 구체적인 사건으로 캐릭터를 그리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난 영화는 바로 테이큰입니다. 테이큰 역시 주인공이 먼치킨에 가까울 정도로 극강이며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코드네임 가시』를 재미있게 읽을 분들은 바로 이런 시원한 전개를 좋아하는 분들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테이큰의 주인공은 납치된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라는 설정이 영화 전체를 꿰뚫는 정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직 행동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일지라도 인간미가 느껴지고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즉,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글로 이루어진 소설과는 달리 또한 배우의 어투, 표정 등에서 미묘한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목표도 부성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코드네임 가시』의 주인공은 그런 점들이 빠져 있습니다. 왜 그가 그렇게 이 모든 사건에 목숨을 걸며 뛰어드는지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부족합니다. 살아있는 인간 같지가 않고 작가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최강의 로봇처럼 느껴집니다. 이상주의자라는 신념은 부성과는 달리 보편적이지 않은 정서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고 따라서 독자들이 이 캐릭터를 더 이해하게 하려면 많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단권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모든 캐릭터들을 형상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캐릭터들이 단순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가 적고, 애정이 갈만한 캐릭터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들 개연성들이 떨어집니다. 실제 현실이라면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을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만큼 핍진성이 떨어지는 글이었습니다. 단기주의 친구이며 역시 먼치킨처럼 엄청난 해킹 능력을 가진 권용조라는 캐릭터 역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가 그토록 단기주를 돕는 이유도 알 수 없고, 감정의 변화도 적은 편입니다. 국정사를 해킹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바로 국정사 외근 요원이 된다는 설정은 현실감을 떨어트리는 요인입니다. 이처럼 몇몇 전개는 다들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또한 이야기 전개가 편한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글 전체가 인공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점들이 아쉽게 느껴졌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담백한 구성의 글입니다. 복잡하게 꼬거나 다른 이야기로 빠지는 구석이 없습니다. 무난한 문장과 빠른 이야기 전개로 글 전체가 흡인력이 있습니다. 복잡한 플롯이나 많은 묘사의 글보다 단순하고 무난한 글을 읽고 싶다면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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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상 - 스티븐 킹 단편집 밀리언셀러 클럽 100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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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상 -




  단편 이야기가 잊혀진 예술은 아니지만, 소멸의 구덩이에 곤두박질칠 순서로 따진다면 시보다 오히려 더 가깝다는 데 전 재산을 걸겠다. 1986년이라는 아득한 옛 시절에 최초의 단편소설집을 팔 때에 도 이미 시장의 마모 현상을 한탄했었다. 싸구려 잡지는 온데간데없고 다이제스트 판은 축 늘어졌으며(《선데이 이브닝 포스트》같은) 주간지들도 죽어가고 있었다. 그 후 몇 해 동안 내가 본 것이라고는 단편 소설 시장의 위축뿐이었다. 오, 신이여. 힘없는 잡지들을 굽어 살피소서! 젊은 작가들이 선집에나마 낄 가능성은 그곳뿐이옵니다! 신이여. (2001년 탄저병 위기에서도 꿋꿋이) 잡동사니 원고들을 읽고 있던 편집자들에게 복을 주소서! 오, 신이여. 독창적인 단편선집에 기회를 부여하는 출판업자들을 칭송하소서!




― 『모든 일이 결국 벌어진다 상』, 스티븐 킹, 황금가지, 12쪽




  밀리언셀러클럽 101번째 책으로 출간된 스티븐 킹의 단편집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바로 이 스티븐 킹이 쓴 서문이었다. 한국보다 당연히 시장이 클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리고 실제로 더 많은 잡지들이 존재하고 작가 층이 있는 미국에서도 단편은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축소되고 있는 시장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한국에서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많이 팔리는 단편 수상집이라는 문구가 있듯이, 주류문학 쪽이 단편 중심이었고, 최근 들어 장편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장르소설은 주로 장편 위주였으며 장르 단편은 발표할 곳을 찾기 힘들었다. 최근 들어서야 몇 개의 잡지가(HAPPY SF, 판타스틱, 파우스트, 미래경 등) 생겨났고 웹진 등에서 장르 단편을 발표할 공간이 생겨났으며,(환상문학웹진 거울, 크로스로드 등) 스티븐 킹이 출판업자들을 칭송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칭송받을 만한 몇몇 출판사들이 ― 꾸준히 공포소설, 추리소설, 환상소설 단편집을 내는 황금가지나, 또 장르 단편을 출간한 시작, 해토 ― 단편집을 출간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얻고 있다. 이로 인해 가능성 있는 신예 작가들이 기성 작가들과 함께 출간을 하며 여러 독자들과 만나게 되었고 독자들 역시 여러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대표적으로 SF단편집인 웹진 크로스로드의 기획으로 출간되는 단편집들이 있다. 이영도, 듀나 등의 기성작가 뿐만 아니라 신예작가들의 단편도 함께 출간하는 SF 단편집을 3권 째 출간했다.) 어디나 절충이 필요하다. 주류문학이 지나치게 단편 중심에서 이제야 장편 소설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면 반대로 장르문학은 장편 중심 시장 속에서도 연이은 장르 단편집의 출간으로 다양한 작가들이 발굴되고 또 실력을 기르는 계기가 되면서 추후에 좋은 작가와 작품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되었다.(그렇기에 장르 단편이 나오면 곧바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4호 부검실




정신은 말짱하지만 몸이 마비된 코트렐은 그만 사망 판정을 받고 부검실에 끌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정신을 말짱한데 몸이 마비되어 부검실에 온다는 상황 설정이 독특하고 신선하며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인 공포를 가져다 준다. 이 작품은 이번에 밀리언셀러클럽 100권 돌파 기념 파티에서 연극 무대로 먼저 접했다. 책으로 읽고 느낀 것은 연극이 상당히 각색을 잘해서 옮겼다는 점이었다. 이야기를 전부 다 알고 읽는 것이기 때문에 원작을 어떤 식으로 옮기고 수정했는지 확인하는 수준에 머무른 독서가 되고 말았다. 아무튼 어떤 형식으로든 처음 접하게 되면, 호기심을 자극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발상이며 흥미로운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검은 정장의 악마




이 단편은 오 헨리 문학상을 수상한 단편이었다. 그렇다고 큰 기대를 하고 읽을 만한 어떤 심도 깊은 이야기나 뛰어난 구성이 있는 단편은 아니다. 스티븐 킹이 후기에 적었듯이 미국의 ‘설화’를 읽는 기분이었다. 마침 최근에 한국구비문학대계라는 각 지역 노인분들에게 설화를 채록하여 묶은 책을 읽었는데, 이 역시 한 노인이 어린 시절 낚시를 하러 갔다가 악마를 만난 이야기를 회고조로 담고 있어서 그 동일한 형식 등이 재미있었다. 현실에 ‘악마’의 직접적인 등장이라는 초현실을 몰입이 갈 정도로 묘사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자살을 앞 둔 남자가 자신이 수집한 낙서들을 보며 여러 가지 걱정을 하는 이야기. 화장실에 적힌 낙서들이 주요 소재로 쓰인 소품이다. 화장실에 적힌 낙서들을 가지고 한 편의 단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멋지게 생각되는 글이었다. 계속 한 남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글이기 때문에 단순하고 단조로운 느낌의 글이지만, 잠언처럼 빛나는 몇몇 문장들은 인상적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확정 짓지 않는 결말 역시 좋았다. 부디 그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잭 해밀턴의 죽음




1930년대 유명한 갱스터 존 딜린저와 그 일당들의 이야기다. 최근 같은 인물들을 다룬 조니 뎁과 크리스챤 베일이 주연한 『퍼블릭 에너미』를 봤는데, 존 딜린저에 대해서 자세히 찾아보지 않아도 스티븐 킹의 단편을 읽고 갔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는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었던 듯하다. 영화와 이미지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스티븐 킹의 이 단편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작품의 가장 근사한 점은 일대기가 밝혀진 존 딜린저 일당의 행방이 묘연한 며칠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빛난 부분이었고, 이렇게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된 우리가 알 수 없는 시간대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다.




죽음의 방




남미의 어느 조사실에 갇힌 남자 이야기. 전기 고문을 당하고 죽음에 위협 속에서 굉장히 몰입감을 가지고 읽었던 작품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단번에 역전이 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방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까지는 긴장감이 살아있어서 재미있었다. 상황이 긴박하고 주인공의 생사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고, 비록 상황을 역전시켰다고 하더라도 언제 바깥에서 문이 열리고 주인공을 잡기 위해 들어올지 모른다는 점이 긴장을 유지시켰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간 이후로부터는 지나치게 편안하게 전개되어서 약간은 맥이 빠졌다. 약간 더 끝까지 긴장을 주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단편이기도 했다.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




이 단편집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또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다. 처음 스티븐 킹의 대작 판타지 장편 소설 『다크 타워』의 외전이라는 문구를 읽었을 때는 그리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떤 작품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단편의 완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다크 타워』의 내용을 어느 정도 숙지해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단편의 내용은 『다크 타워』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기 전을 배경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많은 배경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단편으로서의 완성도도 매우 높기 때문에 흥미로운 구성을 따라 읽다가 마지막에는 깊은 여운도 남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잘 그러졌고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어서 흡인력이 높았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고 마지막까지 인상 깊게 읽은 글이었다. 아직 읽지 않은『다크 타워』의 기대치를 무한정 높인 단편이기도 했다.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한 남자가 어떤 단체에게 제의를 받는다. 그 단체는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딩크의 능력을 사용하는 대가로 편의와 금전적 보상을 제공한다. 이 단편은 놀랍게도 스티븐 킹이 어느 날, 한 남자가 하수구에 동전을 버리는 단 하나의 미지를 떠올리고 기억했다가 그걸 토대로 쓴 단편이다. 단 하나의 이미지에서 이만한 분량의 단편 소설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표제작으로 선정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가장 이 단편집에서 좋은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갖고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대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전체적으로 예상 범위대로 진행되는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하여 올해 안에 개봉 예정작이라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영상화 했을지 기대된다. 영화로라면 무궁무진한 각색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편집이라는 특성 상 아쉬운 단편도 있었지만,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단편도 섞여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었다. 사실 실망할 거란 예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스티븐 킹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다양한 소재를 스티븐 킹 식으로 비틀고 재해석하여 쓴 8편의 단편들이 매번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기분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기쁘다. 아직 6편의 단편이 수록된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하』가 남아 있다. 여기에는 또 어떤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누구라도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상』을 읽고 하권만 읽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벗어날 수 없다. 당연하다. 그렇게 되어 있다. 스티븐 킹의 글을 읽게 되는 것은 말이다.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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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8-2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미국은 오히려 단편시장이 훨 적군요.국내에 비해서 이러 저러한 잡지들이 많아서 단편 시장이 꽤 큰줄 알았는데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twinpix 2009-08-23 01:12   좋아요 0 | URL
국내 순수문학 쪽이 확실히 이상하게 단편 중심이라고 하죠. 예전에 기사를 보면 프랑스던가 그쪽에서는(장르는 아니었지만) 단편은 거의 쓰지를 않는다고 하고요.(문단에서 장편으로 가야한다고 이야기 나올 때 나왔던 기사였던 듯.)
 
먼 곳의 바다 Nobless Club 16
민소영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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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의 바다




  노블레스클럽의 열 여섯 번째 출간된 책은 『먼 곳의 바다』입니다. 작가는 PC통신 시절부터 연재를 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출간을 해온 작가입니다. 『검은 숲의 은자』를 시작으로, 『폭풍의 탑』, 『겨울성의 열쇠』, 『홍염의 성좌』, 『북천의 사슬』, 『적야의 일족』 등의 장편 소설을 출간했으며, 노블레스클럽에서 나온 단편집 『꿈을 걷다』에 단편 「꽃배마지」를 수록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첫 단권으로 출간된 장편소설입니다. 그러나 이미 수십 권의 소설을 써온 작가답게 안정감 있는 소설입니다. 문장도 단아하고 인물도 개성 있게 그려졌으며 무엇보다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구성이 눈이 가는 작품입니다. 단권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인물이 나오며 처음에는 이들이 전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쉽게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누가 주인공이고, 도대체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소설의 재미는 그 인물들이 하나씩 스쳐가고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퍼즐을 맞추듯 조각들이 맞으면서 전체의 그림이 어렴풋이 보이게 되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의 형상화를 잘 해야 하겠죠. 이 소설에는 정감이 가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옵니다. 게다가 매사에 쿨하게 대응하면서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사건 하나하나 일비일회 하면서 길게 늘어뜨리거나 신파적으로 흐르는 부분이 없습니다. 담담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방식이 깔끔한 느낌을 주는 소설입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현실의 이면에 있는 환상을 다룬 점도 좋았습니다. 환상의 매력 중 하나는 이렇게 우리가 사는 세계 속에 숨겨진 면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다른 공간에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은 머릿속에서 멋진 영상으로 떠오른 장면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이공간의 느낌이 나는 섬, 신비한 존재들도 환상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었습니다.

  학원물이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겠지만, 학교 모습이나 학생들 간의 이야기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이 점도 제가 좋아하는 부분들이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로 제대로 권수도 많은 학원물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다른 학생들도 추가된, 그래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고 싶기도 했습니다.

  노블레스클럽에서 나온 책 중에 몇 권을 빼고 대부분 다 읽었는데 그 중에서 만족스러운 책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털털한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네요. 문장도 안정적이고 구성도 매력적이고요. 노블레스클럽 중 최근에 나온 책들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주저없이 추천할 만한 책이었습니다. 일상 속에 숨겨진 환상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먼 곳의 바다, 섬에는 무엇이 있는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단절과 그 극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담고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누군가에 대한 기억, 안타까움, 엇갈림 그리고 황량한 마음이 인적이 드문 섬으로, 먼 곳의 바다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시종일관 꿋꿋하게 좌절하지 않는 인물들이 만나면서 연을 맺고 마침내 치유하고 회복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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