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의 바다 Nobless Club 16
민소영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먼 곳의 바다




  노블레스클럽의 열 여섯 번째 출간된 책은 『먼 곳의 바다』입니다. 작가는 PC통신 시절부터 연재를 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출간을 해온 작가입니다. 『검은 숲의 은자』를 시작으로, 『폭풍의 탑』, 『겨울성의 열쇠』, 『홍염의 성좌』, 『북천의 사슬』, 『적야의 일족』 등의 장편 소설을 출간했으며, 노블레스클럽에서 나온 단편집 『꿈을 걷다』에 단편 「꽃배마지」를 수록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첫 단권으로 출간된 장편소설입니다. 그러나 이미 수십 권의 소설을 써온 작가답게 안정감 있는 소설입니다. 문장도 단아하고 인물도 개성 있게 그려졌으며 무엇보다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구성이 눈이 가는 작품입니다. 단권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인물이 나오며 처음에는 이들이 전부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쉽게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누가 주인공이고, 도대체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지 감이 오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소설의 재미는 그 인물들이 하나씩 스쳐가고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퍼즐을 맞추듯 조각들이 맞으면서 전체의 그림이 어렴풋이 보이게 되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의 형상화를 잘 해야 하겠죠. 이 소설에는 정감이 가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옵니다. 게다가 매사에 쿨하게 대응하면서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사건 하나하나 일비일회 하면서 길게 늘어뜨리거나 신파적으로 흐르는 부분이 없습니다. 담담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방식이 깔끔한 느낌을 주는 소설입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현실의 이면에 있는 환상을 다룬 점도 좋았습니다. 환상의 매력 중 하나는 이렇게 우리가 사는 세계 속에 숨겨진 면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다른 공간에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은 머릿속에서 멋진 영상으로 떠오른 장면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이공간의 느낌이 나는 섬, 신비한 존재들도 환상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었습니다.

  학원물이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겠지만, 학교 모습이나 학생들 간의 이야기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이 점도 제가 좋아하는 부분들이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로 제대로 권수도 많은 학원물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다른 학생들도 추가된, 그래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고 싶기도 했습니다.

  노블레스클럽에서 나온 책 중에 몇 권을 빼고 대부분 다 읽었는데 그 중에서 만족스러운 책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털털한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네요. 문장도 안정적이고 구성도 매력적이고요. 노블레스클럽 중 최근에 나온 책들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주저없이 추천할 만한 책이었습니다. 일상 속에 숨겨진 환상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먼 곳의 바다, 섬에는 무엇이 있는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단절과 그 극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담고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누군가에 대한 기억, 안타까움, 엇갈림 그리고 황량한 마음이 인적이 드문 섬으로, 먼 곳의 바다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시종일관 꿋꿋하게 좌절하지 않는 인물들이 만나면서 연을 맺고 마침내 치유하고 회복하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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