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네임 가시
황기록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코드네임 가시




  노블레스클럽 18번째 책인 황기록 작가의 『코드네임 가시』는 첩보물입니다. 황기록 작가는 원래 무협 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지금까지 <수라도>, <귀역>, <외인계>, <비조리>, <편월> 등을 출간했습니다. 따라서 책 날개에도 지금껏 써 왔던 무협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대 첩보물이라 산고가 따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는 무협 소설 느낌이 나는 곳이 꽤 있습니다. 몇몇 용어나, 대결 장면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어색한 느낌을 줍니다. 그렇다고 글 자체가 아주 형편없지는 않습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시원스러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의 글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단기주’입니다, 경북의 소도시 중 하나인 K시에서 검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연히 두 남자에게 쫓기는 여자를 발견하고 여자가 도망갈 수 있게 두 남자를 막게 됩니다. 이 일이 단기주가 사건에 끼어들게 되는 계기입니다. 처음에는 흥미로웠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사건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후 단기주는 국가와 해외 조직이 연계된 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여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소설은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 중요한데, 단기주라는 인물은 인간미가 없습니다. 마치 인형처럼 사건을 맞닥뜨리면 척척 해결만 하고 무슨 일이 주어지든 거침없이 앞으로 나갑니다. 심리 묘사가 부족한 편입니다. 괴로워하거나 고민하는 모습이 없고, 단기주 개인사가 완전히 배제되어 입체적으로 캐릭터가 형상화 되지 못했습니다. 몇 가지 배경 설명만 간단히 언급될 뿐, 구체적인 사건으로 캐릭터를 그리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난 영화는 바로 테이큰입니다. 테이큰 역시 주인공이 먼치킨에 가까울 정도로 극강이며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코드네임 가시』를 재미있게 읽을 분들은 바로 이런 시원한 전개를 좋아하는 분들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테이큰의 주인공은 납치된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라는 설정이 영화 전체를 꿰뚫는 정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직 행동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일지라도 인간미가 느껴지고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즉,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글로 이루어진 소설과는 달리 또한 배우의 어투, 표정 등에서 미묘한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목표도 부성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코드네임 가시』의 주인공은 그런 점들이 빠져 있습니다. 왜 그가 그렇게 이 모든 사건에 목숨을 걸며 뛰어드는지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부족합니다. 살아있는 인간 같지가 않고 작가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최강의 로봇처럼 느껴집니다. 이상주의자라는 신념은 부성과는 달리 보편적이지 않은 정서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고 따라서 독자들이 이 캐릭터를 더 이해하게 하려면 많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단권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모든 캐릭터들을 형상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캐릭터들이 단순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가 적고, 애정이 갈만한 캐릭터가 보이지 않습니다. 다들 개연성들이 떨어집니다. 실제 현실이라면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을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만큼 핍진성이 떨어지는 글이었습니다. 단기주의 친구이며 역시 먼치킨처럼 엄청난 해킹 능력을 가진 권용조라는 캐릭터 역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가 그토록 단기주를 돕는 이유도 알 수 없고, 감정의 변화도 적은 편입니다. 국정사를 해킹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바로 국정사 외근 요원이 된다는 설정은 현실감을 떨어트리는 요인입니다. 이처럼 몇몇 전개는 다들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또한 이야기 전개가 편한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글 전체가 인공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점들이 아쉽게 느껴졌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담백한 구성의 글입니다. 복잡하게 꼬거나 다른 이야기로 빠지는 구석이 없습니다. 무난한 문장과 빠른 이야기 전개로 글 전체가 흡인력이 있습니다. 복잡한 플롯이나 많은 묘사의 글보다 단순하고 무난한 글을 읽고 싶다면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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