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 상 - 낯선 조류 샘터 외국소설선 2
팀 파워스 지음, 김민혜 옮김, 김숙경 그림 / 샘터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해적. 당신이 ‘해적’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이 소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해적은 이미 만화나 영화, 소설, 게임으로 수없이 다루어졌다. 특히 월트디즈니에서 디즈니랜드 놀이기구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은 세계적은 흥행을 기록했으며, 조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를 최고의 영화 캐릭터 중 하나로 손꼽게 만들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18세기 해적에 대해 놀라울 만큼의 애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여기,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 4편의 원작으로 판권을 구입한 책이 국내에 번역되었다.



△ 팀 파워스(Tim Powers) 티모시 토머스 파워즈는 195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과학소설 및 환상소설 작가. 숨겨진 역사를 끌어들여 이야기를 만드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적 허구를 정교하고 절묘하게 결합한 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파워스는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서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역사와 허구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가!




  그 책은 바로 팀 파워스의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On Stranger Tides)』(팀 파워스, 샘터, 2010년 1월)다. 팀 파워스는 누구인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아누비스의 문』(팀 파워스, 웅진지식하우스, 2007년 9월), 『라미아가 보고 있다』(팀 파워스, 열린책들, 2009년 6월) 등 앞서 두 개의 책이 소개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 두 개의 책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도 아니다. 그만큼 국내 독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친숙할 만한 작품을 써내는 작가는 아니다. 가령, 국내에 소개된 두 작품은 모두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당시 시대와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기반 지식이 없이 흥미롭게 읽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 『라미아가 보고 있다』. 팀 파워스의 장편소설. 19세기 당대 최고 시인들인 바이런, 셸리, 키츠와 라미아 간에 펼쳐진 애증과 공포의 여정을 그들이 남긴 실재 기록과 여러 역사적 문헌을 통해 좇아가는 작품으로, 스팀펑크 문학의 완벽한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1990년 미소포에익 판타지상을 수상하였다.
 
  작년에 출간됐던 『라미아가 보고 있다 The Stress of Her Regard』(1989) 같은 작품은 그리스 신화의 흡혈귀 일족과 맞서 싸우는 19세기 낭만파 시인들을 다룬 작품이다. 따라서 19세기 낭만주의 시인인 조지 고든 바이런, 존 키츠, 퍼시 비시 셸리에 대하여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작품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 작가는 또한 역사와 허구를 섞는 솜씨가 훌륭하며, 이 점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한데, 실제 역사를 모른다면 이런 매력을 도무지 체감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라미아가 보고 있다』의 프롤로그 장면은 1816년 여름의 역사적으로 유명한 밤인데 바로 바이런과 셸리 등이 지인들과 신기한 이야기를 하나씩 한 순간이다. 이때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퍼시 비시 셸리의 아내인 메리 셸리는 SF의 원조로 손꼽히기도 하는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1818)을 쓰게 된다. 이런 역사적 사실과 그런 역사 속에 알려지지 않은 흡혈귀들이 시인들의 피를 빨며 영감을 제공했다는 설정은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 『아누비스의 문』. 19세기 초 디스토피아적 풍경의 런던의 뒷골목과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기형의 어릿광대, 탐욕스런 거지 왕, 괴이한 이집트 마법사, 낭만적인 문학도, 그리고 모종의 음모를 간직한 채 시간을 거슬러온 20세기 이방인들이 펼치는 장대한 시간여행기.




  『아누비스의 문 The Anubi Gates』(1983)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그의 초기 대표작으로 역사와 환상, 과학과 마법이 혼재된 가공의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오컬트, 시간여행 요소가 섞이면서 또한 가공의 인물과 역사속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듯 티모시 토머스 파워스는 제임스 블레이록과 K. W. 지터 등과 함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대체역사 소설들을 썼고, 당시 유행하던 정치적 운동이자 스타일이었던 사이버펑크에 빗대어 자신들의 작품을 ‘스팀펑크’라고 지칭했다.

  팀 파워스가 이렇게 역사와 허구를 맞물리게 쓰는 것은 그의 장기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치밀한 조사와 많은 노력이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 파워스 같은 작가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상상력은 때론 놀랍기도 해서 역사 속에서 빈 공백을 상상력으로 채워넣기도 했다. 때로는 불합리해보이던 사건들이 이런 식으로 설명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실제 그때 초자연적인 일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실제 역사까지 한번쯤 의심해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 에드워드 티치는 별명인 Blackbeard, 즉 검은 수염으로 잘 알려진 해적.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인공 잭 스패로우의 모델이기도 하다. 영국 브리스틀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커다란 키와 덩치를 가졌다고 전해진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도 역시 역사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적 중 하나인 ‘검은수염’이다. 팀 파워스는 ‘검은수염’을 다루면서 그의 기이한 행적들이 사실은 부두교의 흑마법 때문이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점이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주인공이 바로 그 역사적 인물은 아니다. 팀 파워스는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을 소설 속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실제 역사에서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존 섄더낵’(줄여서 ‘잭 섄디’)이라는 인물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서도 유명한 세 시인이 주인공이 아니라, 역사에 그려져 있지 않은 ‘크로퍼드’라는 외과의사가 주인공이었듯이, 이번에도 평범한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따라서 독자는 더욱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해가면서 역사적인 사건 현장에 함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주인공의 시선으로 역사적인 인물들을 보고 만나고 대화하면서 마치 시간이동을 하여 그 시대의 모험을 직접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캐리비안의 해적 4>는 2011년 여름에 공개될 전망이며, 제목은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로 결정되었다.(http://extmovie.com/zbxe/1896561 )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를 미리 엿볼 기회!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은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흥행 기록을 세웠다. 따라서 4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도 높다. 그러나 이미 3편까지 나온 영화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대표적으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만 봐도 2편으로 완결된 시리즈를 무리하게 늘리다 보니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평이 많았다. 그런 우려 때문일까?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제작진은 4편의 원작 소설 판권을 구입했다. 바로 1988년도에 처음 출간된 팀 파워스의 책 『낯선 조류 ON STRANGER TIDES』다. 2011년 여름에 개봉할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라는 제목으로 부제에 판권을 산 팀 파워스 소설의 제목을 사용했다. 그런 까닭에 번역본을 내는 샘터사에서는 영화 제목과 마찬가지로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로 번역했다.

  원작이 있다면 영화의 내러티브는 대개 탄탄한 편이다. 사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은 1편의 완성도는 준수했지만, 2편과 3편은 억지로 늘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복선과 암시 등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몇몇 캐릭터들이 제대로 그려지지 못 했다. 2편과 3편이 사실 상 하나로 붙어 있는 구조라는 것도 완결성 면에서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에 흥미롭게 봤지만, 내러티브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던 것이다. 원작이 디즈니랜드에 있었던 해적 놀이기구를 가지고 만든 영화라는 것을 생각할 때는 놀라울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고 또 엄청난 성공을 기록했지만, 순수한 영화의 완성도만 따질 때는 아쉬운 점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러나 이번 4편은 원작을 구입한 만큼 종전과는 다른 방식의 플롯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이번 4편은 어떻게 보면 새롭게 시리즈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키이라 나이틀리, 올랜도 블룸 등이 출연하지 않는다.) 따라서 백지 상태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원작을 토대로 이야기를 각색하는 것이 훨씬 안정된 선택이 될 수 있다. 3편을 만들 때부터 제작진은 4편의 원작 소설로 이 소설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까? 영화 3편의 마지막, 잭 스패로우는 ‘청춘의 샘’을 향한 지도를 본다. 4편이 바로 잭 스패로우가 이 ‘청춘의 샘’을 찾아 떠나는 모험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에는 바로 그 ‘청춘의 샘’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미리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4편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다. 여기에 주인공 ‘존 섄더낵’이 아니라, ‘잭 스패로우’라면 어떤 식으로 행동했을까, 또 아니면 이 사건에 갑자기 ‘잭 스패로우’가 등장한다면 어떤 식으로 양상이 바뀔까 생각해보는 것도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읽으면서 또한 놀랐던 점은 이 소설이 지금까지 나온 1, 2, 3편의 원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몇 겹쳐지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1편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던 해적과 좀비의 결합이 이 소설에도 부두교의 등장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 영화 속 부두교의 모습, 또 해적들의 섬, 유령선 등이 소설 속에서 유사하게 나오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그리고 3편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던 해적들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시점이라는 것도 같아서 묘하게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점은 이 책이 해적을 소재로한 매체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일 것이다. 유명한 게임인 『원숭이 섬의 비밀』 역시 제작자 론 길버트가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 동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만든 제작진도 이 소설을 참고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 원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1~3편 원작은 놀랍게도 놀이기구이다! 월트 디즈니가 60년대에 최고의 기술력을 동원해 만든 '캐리비안의 해적'은 말그대로 거대한 해적의 세계를 탐험하는데 목적을 둔 어트랙션. 거대한 보트를 타고 해적들의 도시, 해적선, 보물등을 구경하는 형식이다. 여기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 지난 3편의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들에서 ‘바르보사 선장’을 연기했던 제프리 러쉬는 MTV.com과의 인터뷰에서 “<온 스트레인저 타이드>가 이전 3부작과는 다른 새로운 연출과 스토리로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낼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http://extmovie.com/zbxe/1913043 )



△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4탄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는 현재 각본 작업이 진행 중. 조니 뎁이 그대로 해적 선장 ‘잭 스패로우’ 역을 맡고 감독은 고어 버빈스키에서 <시카고> <게이샤의 추억> 등을 연출했던 롭 마샬 감독으로 바뀌었다. 팀 파워스의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서 조류』를 원작으로 키이라 나이틀리와 올랜도 블룸은 나오지 않는다. 개봉은 2011년 여름이며 올해 2010년 5, 6월 여름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에드워드 디치(Edward Teach)

  블랙비어드(Blackbeard, 독일어로 Schwarzbart)를 위대한 전설적 해적, 진정한 해적이라고 부른다. 많은 다른 해적들과 같이 그는 프랑스, 스페인 및 다른 영국의 적군을 공격하였던 퀸 애니 전쟁(the Queen Anne's war)기간동안 그 적함들을 나포하는 선원으로 시작하였다. 다른 해적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전쟁이 끝난 후 해적으로 바다에 남았다.
  그가 살인적이고, 잔인하고 무시무시하고, 악마 같은 일을 하는 동안 블랙비어드는 약 40척의 배를 나포했다. 그의 가장 악명 높은 테러리즘은 1718년에 캘리포니아 남쪽에서 있었던 일주일 정도의 찰스톤 봉쇄작전이었다. 같은 해 그는 왕실해군 로버트 메이나드 중위에 의하여 습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블랙비어드와 처절한 싸움을 하였다. 해적들은 총탄과 칼로 몇 번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블랙비어드가 마침내 선상에서 굴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메이나드는 블랙비어드의 목을 잘라 그의 배 앞에 걸었다.



  "우린 이제 정말로 플로리다에 있는 게 아니오. 그러니깐, 말하자면, 플로리다도 아니고 다른 어떤 곳에 있는 것도 아니오. 혹시 조금이라도 피타고라스를 연구해 본 적이 있소?"
  데이비스와 검은수염 둘 다 없다고 말했다.
  "피타고라스의 철학이 안고 있는 모순은 여기선 모순이 아니오. 난 이곳 환경이 평범한지 특별한지는 모르겠소만, 어쨌든 이곳에서 2의 제곱근은 무리수가 아니오."
  "이곳에 존재하는 무한대, 즉 '아페이론무한을 뜻하는 그리스어'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충돌하지 않지요."
―――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 팀 파워스, 김민혜 옮김, 샘터사 248~249쪽
△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서도 확률이 다른 독특한 공간이 등장했었다. 같은 작가의 작품답게 이 소설에서도 청춘의 샘은 기묘한 공간으로 묘사된다. 그때마다 물리적인 설명이 동반되는 것이 재미있다.


  치밀한 조사가 돋보이는 작품!




  팀 파워스는 이전 작품을 보아도 방대한 조사를 하는 작가이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에서는 각 시인들이 쓴 작품이나 편지 문구까지도 인용하면서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마치 그 시대를 눈으로 보는 듯한 묘사가 압권이다. 풍경이나, 배의 묘사, 시대 묘사가 탁월하다. 그 때문에 마치 실제 있었던 일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배에 쓰이는 용어 등도 정확하고 음식이나 물건에 대한 명칭도 세세한 조사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덕분에 18세기, 해적들의 모습이 눈앞에서 그대로 그려지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작가가 다른 시대를 보여주려면 철저한 고증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작업을 할 수 없으며, 특히 이 작품처럼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부두교가 등장하고 초자연적인 마법이 핵심적인 소재로 사용될 때는 더욱 리얼리티를 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 나온 무대나 정세는 전부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했다. 등장하는 배 중에도 퀸앤스리벤지호(Queen Anne's Revenge) 같이 실제 해적선으로 활약했던 배가 있고, 검은수염의 최후 역시 역사를 그대로 따랐다. 오크라코크해협에서 그를 추적 하는 영국 해군 중위 로버트 메이나드에게 공격을 받은 것이다. 결국 배의 선수상에 목이 잘려 죽게 된다.

  물론 이런 배경 묘사나 설정만이 이 소설의 가장 뛰어난 장점은 아니다.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이다. 






  매력적인 해양 모험 소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팀 파워스의 모험담 _ 워싱턴 포스트




  이 소설은 재미있다. 바다와 해적, 그리고 모험. 부두교, 마법, 영생의 비법. 모든 재미있는 요소가 뭉쳐 있지 않은가. 복수심을 가슴에 품고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려는 청년.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는 세상 모든 사람을 죽여도 괜찮은 남자까지.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소설이다. 사실 아무리 조사가 잘 되고, 현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게 잘 되었다고 해도,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다면 아무 소용도 없다.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덮을 것이고, 그런 상세한 고증을 알아주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고증보다도 이야기의 매력이 한층 더 뛰어난 작품이다.

  사실 팀 파워스의 기존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지루한 구석이 많았다고 할까. 물론 빛나는 구절이나, 감탄할 만한 설정, 정밀한 묘사, 엄청난 조사량에서 감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작품 자체가 주는 재미는 적은 편이었다. 캐릭터도 때론 정감이 가지 않았고, 지루한 묘사 부분도 많았다.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고 대화로만 진행되어서 따분한 경우도 있었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도 지루한 구석이 제법 많았으며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흥미롭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긴장감이 넘치고 피가 튀기면서 주인공이 직접 몸으로 행동하는 모험이 펼쳐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은 무척 짧았고 그 전까지는 지나치게 느린 행보였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달랐다. 팀 파워스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내 고정관념을 멋지게 날려버렸다. 잘 쓰는 작가지만 사람들이 열광하며 읽을 작품은 못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던 것이 단번에 바뀌었다. 아마도 그건 ‘해적’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해적이 테이블에 앉아 수다나 떨고 있겠나. 그 전에 배를 몰고 폭풍우와 싸우고 포탄을 발사하고 칼을 휘두르고 약탈하고 전투를 벌이지. 그 때문에 이야기는 잠시도 쉬지 않고 독자를 숨가쁜 모험 속으로 이끈다. 그렇다. 바로 이런 해적의 모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전투가 일어나고 상황이 뒤바뀐다. 사람들이 수없이 죽어나가고 늘어지는 부분이 없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속도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팀 파워스가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작가였구나, 새삼 놀라게 된 부분이었다.

  물론 그 전에 출간된 작품들에 비해 기반 지식을 덜 필요로 한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해적이라면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요소가 많고, 따로 많이 알아야 할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수십 편의 게임, 영화, 책의 주인공이 된 ‘검은수염’에 대해서 전혀 몰라도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18세기 초반 카리브해와 서부대서양의 정세에 대해서 꼭 알고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런 것을 신경쓰기 전에 주인공의 운명과 모험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이야기에 빨려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야기에 몰입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부두교 용어들은 낯설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처음 듣는 단어이고, 그 뜻도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전 작품들보다는 낫지만 초반 진입 장벽이 있는 것은 여전한 셈이다. 이런 낯선 용어들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점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부두교 용어인 ‘게데’, ‘로아’, ‘보르코’, ‘바론 사메디’는 적응을 해야하는 부분인 것이다.

  사실 용어 뿐만 아니라 부두교 전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 소설의 핵심 갈등은 바로 부두교의 마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죽은 자를 살리는 것. 또 영생. 각각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욕망은 바로 부두교의 마법이라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환상적인 모험이 펼쳐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부두교 마법의 존재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쳐도 금세 치료가 되고, 또한 죽어도 부활할 수 있는 마법까지 나온다.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해적과 함께 마법도 사라지는 시대다. 그로 인해 사라질것처럼 흐릿한 마법은 묘한 매력으로 나오고 있다. 해적과 마법 모두 과거의 유물이며 또한 낭만적이다. 이 소설은 바로 해적과 마법의 시대가 막을 내리기 전에 최후의 모험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마법이 한계를 가지고 있고 댓가를 지불해야 하며, 끈적끈적하게 묘사되는 것은 몇몇 소설에 나온 팀 파워스 마법 묘사의 특징이기도 한데, 인상적이고 또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설정들이 소설 세계관의 리얼리티와 개연성을 살리기 때문이다.






△ 2011년 여름이면, 매력적인 캐릭터 캡틴 잭 스패로우가 돌아온다.




  운명의 바다를 거침없이 항해하는 남자, 존 섄더낵!




  주인공 존 섄더낵은 매력적인 사내다. 그는 이성적이면서 때론 직감으로 행동하며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존 섄더낵은 갑판에서 베스 허우드 양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해적선의 습격을 받는다. 처음에는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은 위험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포로가 된다. 그때 존 섄더낵은 충동적으로 해적 데이비스에게 상처를 입히는데, 이때 해적이 될 것이냐, 죽을 것이냐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 해적이 되는 것을 선택하고 해적들과 함께 섬으로 이동한다. 이후, 존 섄더낵이 어째서 배를 타고 있었는지가 서서히 밝혀진다. 아버지를 배신하고 재산을 가로챈 삼촌에게 복수하기 위한 길이었던 것이다. 또한, 베스 허우드와 그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비밀은 물론 검은수염의 야망까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긴장감을 더해간다. 이 소설을 이렇게 부두교 마법이 전면에 등장하고, 해적들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으며, 각각의 음모도 하나씩 밝혀지는 등 복잡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하나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주인공이 베스 허우드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소설을 매끄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배를 탄 순간, 어느새 낯선 조류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 조류는 상당히 위험해서 주인공을 도무지 어디인지 모를 곳으로 데려간다. 절망적이고 참혹한 곳까지 밀어넣지만 주인공은 결코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항상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하고 도망치는 경우는 없다. 그 때문에 이야기는 통쾌하게 진행된다. 늘어지는 부분이 없다. 장황한 설명도 없고 지루한 묘사도 없다. 이야기의 전개가 거침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모험은 더욱 재미있게 다가온다.








  2011년 영화를 기대하며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번역된 팀 파워스의 소설 중 가장 만족스럽게 읽은 책이었다. 특히 읽는 속도가 가장 빠른 작품이었다. 모험 소설이며 무엇보다도 ‘해적’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적’이 나와서 모험을 펼친다는데 사실 구구절절한 말이 필요할까. 해적의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냥 읽을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이 어떤 식으로 영상화 될지 무척 기대된다. 탄탄한 구조와 다양한 캐릭터, 복잡한 이야기들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넓은 바다, 거기에는 세상 모든 모험이 펼쳐져 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아직 낭만이 살아있는 해적의 시대가 살아난다. 아직 캡틴 잭 스패로우는 없지만, 일단 바닷내음부터 맡고 싶은 독자라면 과감히 읽어라. 그리고 모험에 빠져라.


△ 작년에 출간된 샘터 외국소설선 첫 번째 소설인 『노인의 전쟁 Old Man's War (2007)』(존 스칼지, 이수현 옮김, 샘터사, 2009년 1월). 호평이 자자했던 SF 소설로 3쇄를 찍었고 2부 『유령 여단』도 출간될 예정이다. 그리고  1년 만에 샘터 외국소설선 두 번째 소설로 팀 파워스의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가 출간되었다. 앞으로 나올 샘터 외국소설선으로는 003 『쉐르부크 부인의 초상(근간)』 제프리 포드 지음, 004 『화성 연대기(근간)』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005 『저 태양의 금빛 사과(근간)』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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