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은 죽지 않는다 - The Gifted Nobless Club 19
이슬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노블레스클럽의 열 아홉 번째 책 『탐정은 죽지 않는다』는 제목부터 흥미로운 책입니다. 원래 노블레스클럽 라인업에는 ‘기프트’로 소개되고 있던 이 소설은 막상 책으로 출간되었을 때 이렇게 제목이 바뀌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바뀐 제목이 훨씬 낫다고 느껴집니다. 일단 바로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탐정이 나오는 책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또 문장형 제목이 이 책에 흥미를 더욱 불러일으킵니다. 
  이 책은 탐정물이면서 또한 가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입니다. 그건 바로 페이지를 넘기면 나오는 ‘사흘전’ 파트에서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상처를 입지만 금세 자신의 상처를 능력으로 치료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로 인해 탐정인 주인공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는 ‘자가치유’ 능력자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또한 제목의 이유도 밝혀지게 됩니다. 주인공이 웬만한 상처로는 쉽게 죽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제목이 나온 것이죠. 이때부터 소설은 일찍 흡인력을 발휘하면서 독자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독자는 이 능력이 어떤 식으로 소설에서 영향을 발휘할지, 또 탐정인 주인공에게 어떤 의뢰인이 나타나고, 사건은 어떤 식으로 풀릴지 궁금하게 됩니다. 정갈한 문장으로 이어진 빠른 사건 전개는 독자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한 번에 읽어내려가게 만듭니다. 재미있는 오락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은 괜찮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탐정 소설. 하드보일드 판타지. 마법과 능력자가 나오는 이야기.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소재들이 상당히 잘 배치되어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문장이나 플롯이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읽은 노블레스클럽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추리소설의 재미도 가지고 있고, 능력을 사용하는 능력자물의 재미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캐릭터들도 개성있게 잘 그려진 편입니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결점이 없고 곧은 것처럼 보이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적당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캐릭터에게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주인공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당차고 또 사랑스럽기도 한 소녀, 에이레네 키르헨펠도 이 소설에 재미를 주는 요소입니다.
  캐릭터들과 함께 숨가쁘게 사건을 해결하고 나자, 문득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이 탐정인만큼 앞으로 다른 사건들도 주인공을 찾아올테니 새롭게 펼쳐질 이들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아쉬움은 배경 묘사입니다. 세계관이 독특한 편이나 도시의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야기 전개에 집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도시의 외관이나 어떤 건물들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지 전체적인 도시의 형상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배가 되는 분량이 필요하겠지요. 따라서 이 세계관과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다음 소설이 나와서 좀 더 이 도시와 이 도시에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번이나 하는 말이지만, 이런 퀄리티 높고 색다른 장르소설이 정식으로 출간되어 읽힐 수 있는 것은 노블레스클럽이라는 브랜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단권 분량에다가 판타지 추리 소설이라는 지금까지 보기 힘든 퓨젼 장르의 소설이 기존 대여점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에서는 출간될 수 없었죠. 덕분에 독자들은 이렇게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블레스클럽 브랜드가 아직 많은 인지도를 쌓은 것이 아니고, 이 책의 저자 역시 신인이기 때문에 작품이 가지는 재미에 비해 많이 읽히지 않을 것 같아서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새로운 장르 소설의 재미를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또 재능있는 신인 작가의 보석 같은 작품을 찾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한국 장르 소설에 기대할 만한 작가의 등장으로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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