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대,언제까지 갈 것인가
이필렬 지음 / 녹색평론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받은 충격으로만 치자면 이 책에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솔직히 글솜씨는 좀 아니올씨다...싶은 것이, 이필렬이라는 분은 작가도 아니고 저널리스트도 아니고 과학자다. 틀렸다. 이 분은 국내에선 꽤 유명한 환경운동가다. 약력을 보니 '베를린 공대 졸업(디플롬 화학자)'라고 써있다. 디플롬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독일 대학의 무슨 학위제도 비슷한 것인 것 같고, 요는, 이 분은 화학을 전공한 분이라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에너지대안센터라는 곳이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연구하고 캠페인하는 환경단체인데 작년인가 올초인가 환경운동연합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거기 대표로 계신 분이 바로 이필렬선생이시다. 센터의 어느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피크' 얘기가 나왔다. 석유 생산은 보통 종형 곡선을 그리게 되는데, 일단 피크(정점)에 오르고 나면 생산량은 반드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쉬운 말로 하면 석유는 한정된 자원이라는 얘기다. 


쉬운 얘기를 왜 어렵게 하느냐. 석유는 한정된 자원이다 라는, 그 당연한 것을 인정치 않는 사람들이 하도 많길래 하는 얘기다. 이것저것 근거를 들이밀려다보니 피크니 종형곡선이니 하는 어려운 말이 나오게 된다. 제레미 리프킨의 '수소혁명'이라는 책이 바로 그 '피크'에서부터 시작된다. 석유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항상 피크를 얘기한다. "석유가 언제까지 펑펑 쏟아져나올 거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석유생산의 피크는 이미 지났다! 혹은 곧 지난다!" 여기서부터 석유 이야기는 시작된다.


에너지대안센터 간사는 내게 피크 얘기를 하면서 "이필렬 대표님이 피크론자(?)"라고 했다. 표정을 보니 어쩐지 반가워하는 분위기. 석유 문제를 생각지 않는 사람들은 피크를 모르거나, 인정치 않는다. 내가 피크에 관심을 보이자 상당히 반가워하던 이 간사 양반, 이필렬 선생님이 오시니깐 다짜고짜로 나를 가리키며 "이 분이 피크에 관심이 많으시대요" 라고 하는 것이다. 허허... 이런... 어떤 곳에서는 사람을 소개하고 설명하는데에 '피크'라는 말이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니,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우연한 만남 덕분에 이 책을 하나 얻어쥐는 행운이 따라왔다. 책 참 거시기하다. 값 8000원. 262쪽짜리 책에, 요즘 이 정도면 싼 거다. 책 겉모양부터 환경스럽다. 촌스런 느낌이 나는 책표지, 녹색평론사라는 겉표지의 인쇄 하며 흑백사진 표지, 주황색 타이틀배경에... 종이도 누렇다. 재생용지를 사용한 듯한 꺼끌꺼끌한 감촉. 맘에 든다. 환경문제를 다룬 책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렇게 책을 얻어서, 공짜 생긴 마음에, 90% 의무감으로 책을 펼쳤다. 석유문제를 논한 책은 이전에도 몇권을 봤었고 늘상 외신에서 접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코가 깨졌다. 

"핵분열은 과학자들이 이런저런 과학활동을 하는 가운데 우연히 얻어낸 발견이 아니다. 거기에는 현대과학의 근본 속성이 다른 어떤 발견보다 더욱 충실하게 응집되어 있다.
현대과학의 중심 행위는 실험이다. 실험이란 자연을 인간의 의도대로 조작하고 변형하는 행위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실험은 인간이 자연에 대해서 행사하는 폭력이다. 실험이란 그 근본 뿌리가 인간의 파괴욕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도구 사용이 초래한 자연의 변형이 자연의 순환을 파괴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과학이 성립하고 기술이 과학과 결합하여 보편성을 얻은 후부터이다. 파괴는 서서히 그러나 단호하게 진행되었고, 주로 물질적 자연의 영역에서 이루어졌다. 파괴의 주역은 과학과 기술이었는데, 과학은 실험실에서 소규모로 자연을 조작하고 변형했고, 기술은 과학의 발견과 과학의 방법이라는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대규모 자연조작에 뛰어들었다.
... 나는 원자력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인위적인 핵분열은 인간이 물질적인 자연에 가하는 최악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행위란 자연을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내밀한 부분인 원자핵에 인간의 칼날을 들이대어 마음대로 난도질함으로써 자연을 철저하게 짓밟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 구절 때문이다.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환경론자가 아니다. 환경문제에 솔직히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에코~~하게 살아가고 있지도 않다. 저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의 환경觀에 절망했고, 혼자 괜히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명은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 생명(환경)을 받아들이는데에 '근본적인 시각'이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구나, 하는 충격.  

책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더 거창하게 말하면 전 지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외국의 재생가능 에너지 도입 현황과 제도 등을 살펴보고, 국내 실태를 점검한다. 우리나라 사정과 관련된 부분은 업데이트가 좀 덜 되어있다. 책이 나온 것은 2002년이고, 책 중에 몇몇 에세이들은 그 이전에 쓰인 티가 팍팍 난다. 당장 민간부문 소규모 전력판매만 보더라도 이 책이 나온 뒤에 상당히 괜찮은 수준의 법이 만들어졌으며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뒷부분은 에세이들을 묶은 것이 되어서 일관된 흐름이 있긴 하지만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이 있고, 앞서 말했듯 아름다운 문장도 아니다. 굳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사람도 내 생각에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핵분열 자체를 '가장 근원적이고 내밀한 부분인 원자핵에 인간의 칼날을 들이대어 마음대로 난도질함으로써 자연을 철저하게 짓밟는 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 정도 개념을 갖고 있어야 진정한 '환경론자' 혹은 '생태주의자'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난 아니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식물 종자의 변형에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개입해왔다. 그 많은 애완견들, 품종개량된 그 모든 발바리들은? 심지어 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도 '예스'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사람인데, 핵무기에는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언정, 핵분열은 그 자체가 자연파괴적인 것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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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4-1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렇게 말할 자신은 없어요. 지금 쓰고 있는 석유가 다 고갈되면(언젠가는 다 고갈될 거 아닙니까?) 그때 쓸 수 있는 대체에너지로 원자력을 빼놓을 수 있을까요? 빼놓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태양열 에너지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다 충당할 수 있다든지.
저는 가끔 인간이 이렇게 에너지를 많이 써도 좋은지, 이 시스템 그대로 영원히,가 가능할지 그게 의문이랍니다. 영원히, 는 고사하고 백년도 가능해 보이지 않아서요.

숨은아이 2005-04-11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자연을 전혀 파괴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문제는 자연 재생이 가능한 정도까지만 파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겠지요...

딸기 2005-04-12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핵에너지는 대체에너지에서 당연히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핵발전을 '대체에너지' 운운하는 사람은 전세계에서 울나라 원자력 관련자들 외엔 없어요 ^^;; 그래서 요샌 환경단체들도 애매모호한 '대체에너지'라는 말 대신에 '재생가능 에너지'라는 용어를 쓰더군요. 깍두기님, 자세한 설명은 못 드리겠고 '석유의 종말'이나 저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숨은아이님, 맞아요.

2005-04-12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산 2005-04-1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공짜로 얻었어요. 인터넷으로 회원 가입을 했더니 저 책을 보내주더라구요.
이필렬이라는 분, 책을 몇달에 한권씩 써내는 것 같아요.
모임에는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한 유령회원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움직여주는 사람들에 대한 응원 차원에서 이름이라도 남겨놓고 있답니다.

딸기 2005-04-12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도 회원가입하셨군요.
저도 회원가입했습니다. 그것도, 한달에 2만원 내는 엄청난 고급 -_-;; 회원입니다.
바람구두님, 책 한권을 24만원에 샀다구요. 이제 덜 억울하지요? 흐흐.

바람구두 2005-04-1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글에 이름 밝혀서 더 억울해졌소, 흐흐.

딸기 2005-04-1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오 그랬군요... 죄송 ^^;;
구두님 얼굴(어린 소년)이 참으로 억울해보입니다그려.
그나저나 저 그림, 꽤나 좋아하는 모양이네요. 사실 구두님한테 잘 어울려요.

쿠자누스 2008-11-25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 실험은 자연에 가하는 폭력'이라는 저자의 말, 황당하군요. 인류의 역사는 과학의 발전 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부인하고 반 과학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일까요? 석유가 정말 고갈될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인류 역사는 에너지를 창조하는 역사라는 사실을 저자는 모르는가 봅니다.

이창우 2013-10-24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원자핵 발전소는 자연의 내밀한 부분에 폭력을 가한 것이라는 말씀이 제 심금에 와 닿는군요. 좋은 글 감사하구요. 제 블로그에 퍼가고 싶네요. 일단 퍼가겠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연락주세요.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제 블로그 주소를 남깁니다. 시간나시면 한 번 오세요. 저는 루마니아 목사님이 받았다는 예언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미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서 원자핵 저장고가 폭발하여 도시들이 불타버리는 광경을 환상 중에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핸리 그루버라는 미국 목사님도 환상을 보았는데요. 러시아의 잠수함이 미국 본토에 가까이 와서
미사일을 발사하여 도시에 한순간에 사라지는 광경을 보았답니다.

물론 언제 러시아가 미국을 공격할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푸틴 대통령 뒤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나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저도 최근에 이런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유튜브에서 핸리 그루버와 두미트루라는 분들을 검색하면 볼 수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는 [설교 동영상]메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리뷰를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창우 2013-10-24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입니다. 너무 좋아서 제 블로그에 퍼 갑니다.
원치 않으시면 연락주세요.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핵발전 노동자들을 기계부품으로 만든다.

우라늄을 이용하는 핵발전 기술은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에너지 기술보다 인간다운 삶을 좀더 극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핵발전은 방사능 오염과 핵사고라는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개개인이 노동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빼앗아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핵발전소의 방사능 오염구역에서 작업하는 기사들은 자신의 노동의 처음과 끝을 전혀 확인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복잡한 장비를 걸치고 짧은 시간 동안만 노동한다.

“이러한 곳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작업을 절대 끝까지 해서는 안 된다. 항상 한 조각만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 노고의 시작도 그 최종 결과도 모른다. 그들은 어떠한 노동만족감도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로버트 융크, ‘원자력 제국’)


2. 수혜자와 피해자의 불일치(공간 측면)

전기를 쓰는 사람 vs 핵발전소 지역 주민


3. 수혜자와 피해자의 불일치(시간 측면)

전기를 쓰는 현재 세대 vs 오염을 떠안을 미래 세대


4. 핵에너지 기술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핵발전의 확장은 궁극적으로 기술의 중앙집중화, 규모의 거대화를 가져온다. 또 핵에너지라는 상품은 테러리스트와 저항자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에 핵과 관련된 문제에서 일반인은 철저히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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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돈...
어쩐지, '죄와 벌' 같은 어감.

돈이 없다. 돈을 아끼기로 했다.
얼마전 카드 석장을 뽀솼다. 난 정말 알뜰주부야~~~

책값도 아끼기로 했다.
그러려면 책을 안 사야 한다.
갖고 있는 책만 읽고, 새로 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갖고 있는 책은 한정돼 있다.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어버리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립계에서 엔트로피를 늘리지 않으려면 에너지를 써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완전 고립계는 아니고, 부분개방계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대머리예정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댓가로 받은 보더니스 책 한 권.
(리뷰는 언제 올리지 -_-a)
오늘 선배를 쪼솨서 받은 과학의 탄생(1000쪽이 넘는다!)
바람구두님한테 줄까말까 고민중인 서양철학사(읽고프진 않은데 껍데기가 가죽이다)
역시 공짜로 생긴 '과학의 변경지대'
지난번에 거액을 들여서 산 몇권의 책들(거의 두꺼움)
오늘 쪼솼던 선배의 옆자리 선배에게서 땡겨온 책 하나(사로잡힌몸)
그 뒷자리 선배에게서 받아온 책 한권
또다른 선배가 이유없이 갖다준 책, '정치생태학'.

그러고보니 난 참 훌륭한 선배들을 많이 두었구나. 에헤라디야~

언제 읽냐구. ㅠ.ㅠ

자칫, 에너지 과잉 부분개방계가 될지도 모르겠다.
행성이 스스로 빛을 발하는 날 세상이 뒤집어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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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4-08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대머리예정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댓가로 받은" ... 이건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비로그인 2005-04-0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선배님들 두셨습니다요~

서연사랑 2005-04-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 여기 공짜 좋아하는 아줌마 한 명 더 있지요. 그런데 대게 소소한 거에는 공짜에 목숨 걸면서 큰 거는 너무나 쉽게 질러버린다는..ㅠ.ㅠ
뽀솨버릴 카드, 저에게도 족히 5장은 있지요....

마냐 2005-04-0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 동네 물이 좋은가? 혹은 딸기님 인덕 때문? 심지어 그 동네 책들은 뽀다구 나는 책들이네...아마, 딸기님 책장에도 책이 넘쳐서 가로로 누워있다는...^^;

바람구두 2005-04-1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끌면 안 좋아요. 빨랑 주세요. 흐흐.
아이콘을 바꿨구랴...

딸기 2005-04-1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았어요, 드리죠... 흐흐
제가 저런 책을 언제 보겠습니까.
 

비가 많이 올 때 흔히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들 하는데, 대기 전체에는 실제로 어느 정도의 수증기가 있을까.
기상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하늘에 가볍게 떠 있는 작은 구름도 100∼1000t의 수분을 가지고 있다. 지구를 덮고 있는 구름의 양은 엄청나서, 낮은 곳에 있는 것만도 지구 표면의 약 30%를 덮고 있다. 이런 구름 입자나 지구를 둘러싼 대기 전체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의 평균량을 물로 환산하면 13조t에 이르는 분량이 된다. 지구표면 전체가 2.6cm 두께의 물 장막에 덮여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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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토요일. 출근하는 날.

모레는 일요일. 경복궁 산책가기로 했는데, 날씨가 좀 안 받쳐줄 모양이다. 낮에도 11도까지 밖에 안 올라간다니. 아이 데리고 다니려면 날씨가 따땃~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번주, 영 정신이 없었다. 일이 많은 것도 아니면서 이것저것 귀찮은 것들이 좀 있어서. 책도 사실 못 읽었고. 다음주를 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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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4-0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욜날 비올지도 모른데요. 테니스 쳐야 하는데....

딸기 2005-04-0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오전에 비오다가 오후에 갠대요. ㅠ.ㅠ

서연사랑 2005-04-0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주 내내 서연이가 아파서 맘고생을 좀 했지요.....엄마로서 딱히 더 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왜그리 안쓰러운지. 그나저나 일요일날 나들이는 좀 어렵겠어요. 아직 열이 올랐다내렸다해서 푹 쉬게 해야할 것 같아요 ㅠ.ㅠ

딸기 2005-04-02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럼 나들이는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
 

나는 요즘 근 백여년 전을 살고 있다.
800쪽이 넘는 아인슈타인 전기를 읽다가, 그의 첫아내 밀레바 마리치의 고향 세르비아로 가서 <집시의 시간>의 배경이 된 그 지역을 둘러보기도 하고, 아인슈타인과 친했던 채플린의 영화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라임라이트>를 보고 흑백의 화면에서만 우러날 수 있는 진한 감동에 취했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아니지만, 과학자들의 전기를 읽다보면 느끼는 것이, 우리가 옛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더 나아가 동구권 전체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문학 작품, 더 나아가 문화 콘텐츠, 더 나아가 문화적 역사적 이해..., 이해 정도가 아니라 그냥 낯설다는 것이 동구에 대한 우리의 현재 느낌이 아닐까. 유럽-북미의 지역들 중에서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순으로 하면 영미, 불독, 이탈리아, 스페인 등등 해서 맨 마지막이 동구인 것 같다. 그들이 유럽사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에게 위대한 인물과 위대한 작품이 없지 않았는데 우리는 전혀 거기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서구의 근대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에 관심이 많아졌고, 그 시대에 써진 책들, 소위 고전 또는 명작이라는 책들을 읽으려고 뒤늦게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씩 도서관에 가서 이런 저런 책들을 여러 번역본과 영어본을 비교해서 몇 구절 읽어보는 일이 많다. 그 중에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루소의 에밀,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살펴본 경험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톨스토이는 박형규 교수 번역이 최고인 것 같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번역을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무작위로 일부를 살펴봤을 때 문체도 무난하고 명료하며 정확하다. 다른 사람 번역본을 하나 더 살펴봤는데, 사실 볼 필요도 없었다. 전쟁과 평화는 3권에다 마지막에 에필로그 1, 2가 붙어 있는데, 에필로그 1은 말 그대로 소설의 결말 부분이고, 에필로그 2는 거의 독립된 에세이이다. 그런데 이 번역본은 이 에필로그 1,2를 수록하지 않았다. 번역을 덜한 셈이다. 이룸출판사에 2001년도 찍은 책인데, 책표지에 "위대한 작가의 최초 완역본"이라고 써놓고도 이 모양이니 망연자실이다. 전쟁과 평화는 아주 여러 판본이 오랜 세월 동안 출판되었는데, 대부분이 박형규 교수 번역본이고, 아마 수정 없이 계속 나온 거 같다.

루소의 에밀은 한길사에서 나온 김중현 번역이 있고, 또 서강대 불문과에서 은퇴한 박은수 교수의 에밀(인폴리오)이 있는데, 이 책은 절판이다. 에밀도 여러 판본이 있지만, 내가 중시한는 판본은 위의 두 가지이다. 박은수의 에밀은 1998년에, 김중현의 에밀은 2003년에 나왔다. 박은수는 프랑스어를 번역가 자신의 순우리말체로 번역했다. 그의 문체로 번역된 프랑스 고전이 같은 출판사에서 여러 권 나와있고, 읽을만하다. 이 번역본에 대해 평가하자면, 좋기는 하지만 걸작은 아니다.

사실 걸작 번역은 참 나오기 힘들다. 특히 우리 나라 같은 풍토에서는. 사주는 사람이 없으면 미술품이든 문학 작품이든 걸작은커녕 수작도 없을 것이다. 어쨌든, 에밀의 김중현본은 역주를 포함해서 880쪽이 넘어간다. 루소, 이 친구 글을 보면 대단히 재치가 있다. 루소의 글을 딴지 일보 스타일로 번역해도 아주 재미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재기발랄한 글을 학술적이라는 미명하에 둔중하게 번역하지 말고 딴지식은 과하지만 좀 가볍게 번역하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물론 나는 불어를 모르니까 영어본을 좀 읽어봤는데, 그의 재치, 세상에 대한 심통 등이 잘 느껴졌다. 물론 영어본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기존 번역은 문제가 좀 있다고 하고, 현대에 번역되어 서점에 팔리는 영어본과 내가 직접 비교한 결과 나도 동의한다.
에밀은 김중현본이 더 최근에 나왔고, 문체도 무난하고 번역가의 텍스트 이해도도 무난하다.

레미제라블은 방곤(범우), 김은희(금성), 송면(동서)본이 있다. 송면의 번역이 최근의 번역이다. 현대적인 어휘 사용으로 봤을 때는 최근 번역본인 송면의 것이 좋고, 문학적인 표현에는 김은희의 것이 나아 보인다. 사실 방곤의 번역과 송면의 번역은 너무 비슷하다. 방곤의 것을 저본으로 수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지난 시절에 출판된 고전 번역서를 보면서, 나는 고성장과 부실이라는 빛과 그늘을 생각한다. 며칠전에 우연히 노대토령이 LA 교민들 앞에서 하는 연설을 잠시 들었다.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세금을 많이 걷어서 사회 간접자본을 만들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은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 국민소득이 만불이 넘었지만, 사회간접 자본의 축적은 크게 부족하다... 그나마 도로와 교량에는 투자가 많이 되었지만, 도서관 같은 곳의 투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도서관에 대해 한국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 이게 처음이 아닐까... 도서관을 도로와 교량과 동등한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정한다는 것, 이제 건설업자가 아니라 출판업자가 돈벼락 맞는 세상이 올까... 논란이 많은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그를 미워하기 힘든다.

되돌아가서, 지난 60년대와 70년대에 고성장과 함께 부실 기업, 부실 아파트, 부실 교량이 많이 만들어졌고, 그것들이 뻥뻥 넘어가는 것도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다들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거기에 발맞추어 부실 출판물도 엄청나게 많이 나왔다. 명저라는 이름의 서구의 저작물들이 일어중역에 날림번역에 몇십권짜리 전집이라는 외형만 맞춰서 많이도 나왔다.

어쩌면 고성장 시대에 부실은 하나의 영특한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재수없는 부실 건물이 극소수가 무너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은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현대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아서 자기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해체되었으니까.

그래서 부실 아파트들은 싼 값에 제 역할을 다하고 조기에 퇴역했지만(차액이 어느 주머니에 들어갔는지는 논외로 하고), 부실 출판물들은 아직도 도서관에 모셔진 채 군림하고 있다.

고성장 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재건축되듯이 부실 번역물도 재건축되면 좋겠다. 그런데, 아파트는 누군가가 살아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돈을 내서 짓는데, 서구의 저작물들은 안읽어도 그만이거나 부실 번역물을 값싸게 재탕하지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성수대교가 무너지면 잽싸게 다시 짓는데, 수많은 부실 번역물들은 무너진 채로 몇십년째 방치되고 있다. 교량이 공공재이듯이 번역서도 공공재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이런 사정에서, 그나마 있는 번역물 중에서 어떤 것이 제일 읽을만한가 하는 정보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원어로 읽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사람은 없을 줄 안다. 흔히들 대한민국 1퍼센트라는 말을 하는데, 노어로 된 전쟁과 평화는커녕 불어로 된 에밀을 원어로 읽을 수 있는 한국인은 퍼센트 단위가 아니라 퍼밀 단위로 따져야 할 것이다.

우리말만 알면 세계의 모든 중요 저작물을 쉽게 읽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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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전문 번역가 김희봉님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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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4-01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

책속에 책 2005-04-0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하고 퍼갈께요^^

딸기 2005-04-0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 글을 퍼올 기회가 많으면 좋을텐데... 재미있고 좋은 글을 많이 쓰시거든요.
앞으로도 종종 훔쳐올께요.

딸기 2005-04-0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데이드리머님, 실시간 접속이로군요. 반갑. :)

서연사랑 2005-04-0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계약설 가르치다보니 루소를 한 번 완독을 해 줘야겠구나...생각했었는데, '에밀'김중현본. 기억해야겠군요^^

로쟈 2005-04-02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룸출판사에서 나온 건 톨스토이의 '초판' <전쟁과 평화>를 번역한 것입니다. '초판'에는 톨스토이 장황한 역사철학을 상술하고 있는 에필로그가 들어 있지 않으며, 에필로그는 그가 나중에 삽입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