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힘든 일이 있으면 나는 책이 그렇게 더 좋다. 책만큼 내게 마음의 안정과 위안을 주는 대상이 없다. 한때 나는 책보다 영화를 더 좋아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영화를 혼자 본다는 것은 그저 그림의 떡인지라 아이를 낳고부턴 책에 더 의지했던 것 같다.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되었다. 의지의 문제는 아니니까.
SNS도 주로 책 위주로 하는데 어제 난다의 새 시리즈를 발견하곤 동공이 너무 커져서 소개를 아니할 수가 없었다. 다 살 순 없어도 다 구경할 수는 있는 거니까. 그중 요조의 책이 궁금했고, 강윤정장으뜸 부부의 에세이가 반가웠다. 요조는 도서전에서 본 적이 있는데 조곤조곤 말하는 그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생각들이 좋아서 책이 나오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터러 그러하고 강윤정 편집자가 만든 책에 독자모니터링을 한 적이 있어 그녀의 책 이야기라니 반갑지 않을리가!^^
아이들과 이번 달 함께 읽을 책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정하고 나는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사서 읽는데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줄줄이 이 책을 사서 읽고 우리반에서 책 안 읽기로 소문난 아이까지 오늘 이 책을 사서 들고와선 40쪽이나 읽었다며 자랑을 하였지만 개인적으로 더 흥미를 가진 책은 무적핑크의 [조선왕조실톡 스페셜에디션]이다. 읽어본 사람들 말로는 조선왕조실록을 읽은 후에 읽는 것이 좋다고 하니 한 세트 사서 설민석의 책을 다 읽은 후에 나도 읽고 내 아이도 읽고 아이들도 읽게 하면 좋겠다. 우리반은 현재 설민석파, 싩톡파, 박시백파로 나뉘어 있다. 물론 책으로만 따지는 이야기이다. 압도적으로 설민석파가 많지만 말이다^^
아울러 이제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시월의 말]. '시월의 말'이란 가장 뛰어난 군마를 뽑아 희생제물로 바치고 말머리는 시민들의 패싸움에 쓰이는 이 유서 깊고도 기이한 관습을 가리킨다고 하며 실제적으로는 마지막 이야기라고 하고 카이사르의 죽음을 담고 있어 더더욱 기대가 된다. '거인'의 죽음에 대하여 모르는 이는 없을지 모르지만 이 시리즈에서 맛보는 재미는 또 남다르니 말이다.
르 클레지오의 낭독회를 간 적이 있었고, 그때 그가 읽어준 [라가]의 한 구절은 지금도 귀에 들리는 듯 인상 깊게 남아있다. 그가 한국을 배경으로 소설을 쓸 것이라고는 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3권이나 출간된 줄은 몰랐다. 어떤 소설일까, 아주 정적이면서도 깊고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리라 짐작할 뿐이다.
그 외에도 읽고 싶고 갖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다. 이 만큼의 글을 쓰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기에 더이상은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문득 스스로에게 궁금하다. 갑자기 이렇게 글로 쏟고 책에 탐닉하는 것, 아무래도 좋은 징조만은 아닌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