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살았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도 더 힘들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느낀다. 품성의 차이가 아니라 가치관의 차이. 10년 째 나도 독립을 꿈꾸며 남편과 아들들에게 늘 독립을 꿈꾼다고 이야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김숨의 소설집 [당신의 신]에 실린 <이혼>이라는 단편의 마지막 문장에 눈을 멈추고 자꾸만 되새긴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많은 여성들이 신이라는 표현대신 엄마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남편을 나무라곤 한다. "난 당신의 엄마가 아니야."라고 말이다. 많은 남편들은 아내를 자신의 엄마인 양 신인 양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많은 아내들은 공감할 것이다. 이 책, 너무 읽고 싶다.

 

 

 

 워낙에 중국사를 좋아하기에 구입했다만 다른 목적도 있다. 남편에게 권하기 위해. 남편은 자신의 말과는 달리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다행히 남편도 이 책을 보더니 읽어보겠다고 먼저 말한다. 중국사에 나온 여러 인물들을 보면서 그도 많은 생각을 하게될까? 책을 읽을 때 나와는 무척 다른 관점으로 읽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남편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연애할 때 그는 서점에 들르거나 책을 사서 오곤 했는데 그 이후엔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보았나 보다. 그는 참 행복한데, 나는 왜 점점 행복과 멀어지는지 모르겠다.

 

 

  어제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중 사람들은 어떤 즉흥적이고 천재적인 사람을 좋아한다는 내용(정확한 문구는 기억할 수 없다.)이 있었고 그것에 공감했다. 성실함이 훌륭한 가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나 역시 어떤 즉흥성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즉흥적인 것에서 발현되는 아름다움을. 남편은 성실한 사람이라 이 점에서도 우린 많이 다르다. 피터 레이놀즈의 마리솔이 드디어 그림을 그리는구나! 싶어 반가웠고 그 그림이 마리솔만의 아름다움이라 더 좋았다. 피터레이놀즈의 창작 시리즈는 강추!

 

이번에 관심을 가진 신간 도서들이 자꾸만 남편과 나의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서로의 차이점에 주목하고 남편은 서로의 공통점에 주목한다. 그로 인해 나는 좀더 불행하고 남편은 좀더 행복하다. 이 간극을 무엇으로 메꿀 것인가? 나의 독립은 최소한 17년 후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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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1-0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김숨 인용하신 문장이 정말 ...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그렇게혜윰 2017-11-17 15:5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결혼하지 마소!!!!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