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먼 내륙지방에서 자란 나는 아주 가끔 친척의 부름이나 있어야 바다에 갈 수 있었고, 기억에 가장 남는 바다 여행은 대학시절 친구들과 떠난 동해 여행이었다. 그전까지 괜히 바다를 두려워했었는데 그럴 건 아니었구나 싶은 마음도 들다가 가정을 이루면서 아이와 함께 다니기 시작하면서 바다는 즐거운 놀이터의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바다는 늘 신비롭다. 사람들은 그저 바다의 초입만 왔다갔다 할 뿐 그 깊은 속을 경험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러니 바다의 초입 중 초입만 경험하게 되는 아이들에게 바다는 인어공주가 사는 곳, 보물선이 가라앉은 곳 외에 자신만의 상상력이 가득 담긴 곳일 터이다.

 

신비로운 이야기로 잘 알려진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는 이런 상상력을 더 자극한다. 셀키 전설은 마치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평범한 어촌 가정의 세 식구, 아빠가 바다에 나가면 엄마는 바다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일곱쪽에 걸쳐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림으로만 나타내주는 장면은 언제봐도 신비롭다.

책은 고맙게도 마지막에 이 그림을 부록으로 선물해준다. 저 그림 속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면 두렵기도 하고 신이 나기도 한다. 엄마는 어떻게 그런 것들을 다 알까?(본문 중)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바다표범가죽, 전에 엄마에게 들어본 셀키 전설에 나온 바로 그 바다표범가죽. 그 가죽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려주고난 후 엄마는 사라진다. 아빠는 모든 것을 알겠다는 양 나를 껴안아 준다. 가끔 영문 모를 고등어 두 마리가 바위 위에 놓여 있을 뿐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선녀에게 하늘나라옷을 건네 준 나무꾼이 떠오른다. 과정이야 어떻든 인간과 신은 이별하게 된다는 이야기. 하지만 나는 다짐한다.

난 크면 뱃사람이 될 거야. 아니면 바다표범이 되거나.(본문 중)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그림책을 두어 권 읽었지만 이 책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두고두고 보아도 신비한 바다의 전설, 그리고 그 전설이 현실이 된 가족의 이야기는 좋은 환타지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이야기보다 더 흡입력이 있는 그림이 보는 이의 시선을 빼앗는다. 내 아이가 이런 이야기에 매료되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직접적인 괴물이야기에 더 큰 반응을 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를 기다리다 재밌어 보여서 빌려온 책인데 역시 재밌다! 화면으로는 표지의 반짝임이 안보이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유아들을 위한 책을 많이 쓴 작가답게 매우 단순하면서도 눈길을 끄는 글과 그림이 담긴 책이다.

 

처음엔 까만 바탕에 노란 눈 두 개만 구멍을 통해 보인다, 다음 장엔 거기에 초록 코를 구멍을 통해 드러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구멍을 통해 귀와, 입과, 머리카락을 보여주며 big green monster의 모습을 완성해간다.

그게 끝? 아니지! 다시 하나씩 구멍을 막아가며 마지막엔 까만 바탕만! 그때 하나씩 하나씩 내쫓으며 Go away!를 외치는 즐거움이 있다.

영어를 모르는 아들도 Go away만큼은 자기가 말하게 하는 힘이 있다.

 

칼데콧 수상작가답게 그림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것은 물론 단순하면서도 아름답다. 이런 괴물, 전혀 내쫓고 싶지 않은 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