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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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밖에 없는 삶이기에 최선을 다하라고, 후회없도록 노력하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역으로 어차피 두 번은 없기에 그만큼 가벼운 게 인간의 삶이라는 쿤데라의 해석은 신선했다. 쿤데라의 책을 일 년에 한 권 정도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아둔한 머리를 탓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읽게 되는 것은 쿤데라만의 특별한 생각들 때문이다.

 

비교적 쉽고 재밌는 소설이라고 했다. 지난 번에 읽은 [느림]이 얇으면서도 내겐 굉장히 어려웠는데 이 소설의 두께에 지레 겁을 먹은 내게 그 말은 달콤했다. 사랑이야기라고 했고, 야하다고도 했고, 쿤데라의 소설 중 제일 재밌다고도 했다. 사랑 이야기였고, 야한 부분도 있었고, 그간 읽은 소설 중엔 제일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도 쉽지는 않았다. 또한번 아둔함을 탓해 보지만 곧바로 밑줄 친 문장들을 다시 읽어보고 몇 개는 옮겨 적어보기도 했다. [밀란 쿤데라 읽기]라는 책자도 참고했다.  단번에 다가오는 책도 좋지만 이렇게 여러 방법으로 생각을 정리하게 하는 책도 참 좋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337쪽)

 

바람둥이적 성향에 가까웠던 토마시가 아주 우연히 테레자를 맞는다. 그리곤 강물에 떠내려온 바구니 속 아이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이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바람둥이적 성향을 버리지는 못한다. 그것을 인내하는 것은 테라자의 몫이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택한 전원적 삶 속에서 둘의 가벼움과 무거움은 조화를 이룬다. 비록 그것이 죽음으로 가는 문턱 직전의 삶일지라도 그들은 일종의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사비나, 사비나는 토마시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꼭 그렇다고 인정하진 않는 삶을 살아간다. 물론 토마시에게 사비나는 바람둥이적 성향의 한 대상이었을 뿐 사랑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배반하고자 하는 삶을 사는 사비나의 삶을 통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철저하게 가벼움을 지향하는 삶이 그녀의 삶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사랑하고 사랑하려고 했던 프란츠. 내 생각엔 사랑을 했다기 보단 사랑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자기가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고 책임을 지려고 했던 대상이기에 그렇게 믿도록 자신에게 최면을 건 것 같은. 테레자처럼 무거운 삶을 사는 사람이다. 죽음을 앞두고 그 무거움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 것 같으니 그 역시 찰나일지라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읽으면서 나는 누구에게 이입을 하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의식적으로 했다. 사비나를 동경했을 것이다. 그런 삶을 살아보지 못해서. 동시에 테레자의 삶을 부정했다. 그런 삶을 원하지는 않는다. 아마 유형으로 따지자면 프란츠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닐까 싶다. 썩 맘에 들진 않지만....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358쪽)

 

삶을 좀더 가볍게 보기로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막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우리는 한낱 우주의 먼지일 뿐이지 않는가!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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