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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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공장장은 2013년부터 수필 공장의 일을 줄여보기로 했다. 가장 큰 업무인 '메이드 인 공장' 생산 말고는 주문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소설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고, 수필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김중혁 글공장의 주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134쪽)

 

그러지 마요. 제겐 소설가 김중혁만큼이나 에세이스트 김중혁도 소중하니까요. 굳이 자신을 소설가의 틀에 가두지 말아주세요....라고 혼잣말을 건넨다. 공장 탐방기 중간 즈음에 자신의 글공장을 소개한 작가의 작업 과정을 직접 설명을 듣고 나서 이렇게 글로 다시 만나니 더욱 그의 글이 소중하다.

 

 비단 김중혁 글공장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공장에 하층민의 삶의 이미지를 투영해왔다. 그의 아버지가 공부 안하면 공장 보내버린다는 말은 마치 평강 공주에게 자꾸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 보낸다는 말처럼 일반적으로는 모욕적인 말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당차게 바보 온달에게 시집을 간다고 했던 평강 공주가 온달 장군을 만들었듯이 김중혁 작가는 공장에 취직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공장들을 방문하여 그 작업 과정에 한층 가까이 들어간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의 가치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평강 공주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을 해냈다.

 

 

 

 

그가 탐방한 공장은 김중혁 글공장을 제외하면 제지 공장, 콘돔 공장, 브래지어 공장, 간장 공장, 가방 공장, 지구본 공장, 초콜릿 공장, 도자기 공장, 엘피 공장, 악기 공장, 대장간, 화장품 공장, 맥주 공장, 라면 공장의 14곳이다. 처음 초콜릿 공장을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에세이스트로서의 김중혁 작가를 만난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런데 한 편 한 편의 탐방기를 읽다보니 자연스레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장인 정신'이다. 어느 한 제품 하나 사람의 손길과 애정이 담기지 않은 물건이 없으며, 그것들이 많이 들어간 물건일수록 비싸지는 것은 당연한데 우리는 많은 공산품들을 너무나 저렴하게 구매하고 저렴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이 사람의 손길과 애정이 덜 들어간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귀하게 만든 물건을 귀하게 쓰는 것이 값싸게 구입해서 부담없이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가령, 피아노를 반려 동물처럼 대하는 것 같은 일 말이다.

 

 

 

공장 탐방기를 읽으며 그 진지한 공장의 작업 세계를 엿보고 작가와 함께 사색하고 그의 글과 그림의 맛에 빠져드는 일만큼이나 나를 붙들어맨 것은 도대체 그 공장이 어디인가 하는 궁금증이었다. 14곳의 공장 중에 본문에 회사 이름이 나온 하이트 맥주와 엘피팩토리 그리고 농심 라면 공장을 제외하고 내가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마침 몇년 전에 구입한 지구본의 회사인 서전 지구 뿐이었다. 스마트 폰으로 찍어서 정보를 보여주길래 그 자리에서 구입하고선 나중에 LED별자리 되는 것으로 구매할 것을 하는 후회를 하며 동시에 이런 기술력에 감탄을 했었던 기억이 선명히 다시 살아났다. 글을 읽으니 그들의 기술력이 자랑스러워졌다. 콘돔이나 브래지어 공장의 경우는 그 공장을 탐방하기 전 붉어진 작가님의 얼굴만큼이나 지하철에서 부끄러움이 솟아나 결국 집에서 혼자 읽었지만 종류를 가리지 않고(아마 심혈을 기울여 골랐을 것이라는 뜻과 상통한다 ) 다양한 공장들을 만나게 해 주어서 고맙다. 기쁘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이후 내 머릿속에서의 공장은 기계적이고 획일화되고 생각이나 느낌이라고는 존재할 수 없었던 곳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좋은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의 경우 예술의 경지에 근접하지 않았는가 하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우리의 삶도 공장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절대적으로 인간성을 유지하는 것에 좌우될 것 같다. 좋은 공장에서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부디 인간 공장이 망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공장이란 곳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호의와 선의'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다. 또한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기도 하다. '절박한 필요'가 '호의와 선의'를 이길 때 음식물에다 이상한 물질을 때려 넣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다. '호의와 선의'가 '절박한 필요'를 이길 때, 안타깝지만 공장은 망한다.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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