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그렇게혜윰 > 한병철 강연회

피로사회에 이어 투명사회를 읽으며 작가님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설레임 그 자체였습니다. 사인회를 진행할지 안할지를 몰라 책은 [투명 사회] 한 권을 가져갔고, 현장에서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구입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사가 끝난 직후 사인을 받으러 온 관객이 있었는데 한 사람만 사인을 해 주면 민주적이지 못하므로 사인은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덕분인지 때문인지 귀가 시간이 빨라지긴 했습니다.

 

혼자 간 행사다 보니 옆 자리에 낯선 이가 자리했는데 어린 학생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말을 건네다가 보니 어린 나이에 이런 행사를 신청해서 들으러 온다는 것이 여간 기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병철 작가의 책은 아직 읽기 전이라기에 적극 추천을 해 주었습니다.

 

 

 

 

 

 

 

 

 

드디어 시작. 강의 중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서 찍지 못했습니다. 질의 응답 시간에만 허용이 되어 겨우 한 장을 찍었습니다. 말씀말씀이 귀하여 사실 사진 따윈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사인도, 인사도 다 소용없었습니다. 그의 글을 정성들여 읽었듯이 말씀 말씀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강신주 작가의 책과 말을 들으며 사탕발림처럼 느껴지면서도 듣고 있다고 스스로도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그런 사탕발림은 인문학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말씀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투명 사회]를 읽으며 [피로 사회]가 자연스레 떠올랐고, 그 둘 사이의 시간 동안 한결같은 생각을 지닌 저자에게 놀라기도 했는데 그 이후에 이어진 책들에서도 그 생각은 확장되고 연장되었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출간될 한병철 철학자님의 책을 다 챙겨 읽고 싶어졌고 빨리 번역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말과 글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익숙치 않은 언에에 달변일 수가 없었지만 빠져들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사람은 좋아하는 것이 먼저이고, 그 이유는 나중에 자연스레 밝혀집니다. [피로 사회]를 통해 철학자님이 좋아졌고 강연회 때 보니 그 이유 중 일부를 알게 되었습니다. 장자를 좋아하신답니다. 제게 종교가 있다면 장자일 것입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에 대한 호감도 같았습니다. 아마 비슷한 결을 가진 모양입니다. 그게 그렇게 행복했습니다. 좋아하면 괜시리 엮는다지만 저 역시 그렇게 그것을 운명처럼 엮었습니다.

 

평생 또 언제 강연을 들을 수 있을까요? 이런 마음 품은 이가 저 하나는 아닌 듯 질문들에도 애정이 묻어났습니다.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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