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존 버닝햄 글.그림, 이상희 옮김 / 토토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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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읽는다싶은 아이가 있는 집 책꽂이에 존 버닝햄의 책은 한 권 이상 있다. 그만큼 잘 알려진 작가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물론 어른들도. 우리집에도 이번에 도토리 통신으로 받게 된 [소풍] 외에도 여섯 권의 책이 더 있다. 엄마인 나도 그의 그림이 맘에 들어 존 버닝햄의 그림책 이야기도 읽곤 했었다.

 

아이가 존 버닝햄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네 살 때이고 첫 책은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였다. 한글을 빨리 떼긴 했어도 네 살이 읽기엔 벅찼고 늘 내가 읽어줘야만 했지만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어했다. 존 버닝햄이 좋은 그림책 작가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네 살에서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읽은 그의 책을 모두 재미있어 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아이에겐 살짝 어려운 내용도 적지 않았다.

 

[소풍]을 처음 받았을 때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제목도 짧았고, 큰 글씨에 복잡하지 않은 그림이 맘에 들었다. 펼쳐보니 본문의 글씨도 크고 글밥이 적어 여전히 눈이 시원했다. 기존의 존 버닝햄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글씨가 훨씬 큼직하고 글밥이 적다는 것을 비교할 수 있다. 마지막 두 페이지에 할애된 모든 동물들이 한 자리에 앉아 소풍 도시락을 먹는 그림은 그 안에 마치 읽는 내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밥이 없어 더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넘길수록 내 아이가 네 살 때 이 책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과 소풍을 떠나면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이를테면 숨은그림찾기와 같은 장면들이 나오는데 여섯 살 아들은 너무나 쉽게 찾아버렸다. 물론 그렇게 쉽게 찾으니 제 딴에는 으쓱해지는 느낌이 들었는지 연신 "나 잘 찾지?"라고 묻는다. 아마 네 살 즈음이었다면 더 흥미진진하게 책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만약에 존 버닝햄의 책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책에는 읽는 나이라는 게 있지 않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하지만 분명 책을 쓴 작가의 입장에서는 대상 독자를 생각하고 썼을 것이다. 아마 존 버닝햄이 [소풍]을 쓰면서 정한 대상 독자의 연령이 서너살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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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4-01-0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친척아이데 주면 좋을 책인듯 싶네요.
그나저나 늦었지만 그렇게해윰님 서재의 달인 등극 축하드리면 새해 복많이 받으셔용^O^

그렇게혜윰 2014-01-07 11:02   좋아요 0 | URL
네이버 블로그를 없애고 알라딘 서재로 갈아타길 잘 한 걸까요?^^ 고맙습니다.
말의 해라 새해 인사를 이렇게들 하더군요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