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글.그림 / 보림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혜리 작가는 내가 국내 작가의 그림책에 관심을 갖고 보게 한 계기가 되는 작가이다. 그 작품은 [비가 오는 날에] 였는데, 목탄으로 슥슥 그은 시원시원한 빗줄기 그림과 '비가 오는 날' 집 안에만 있어야 했던 꼬마의 이런 저런 상상들이 정말 재밌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달려]에서도 그런 작가의 경향은 변하지 않았고 오래 기다린 끝에 새 작품 [달밤]이 출간되었다. 그것도 더 밀도 있는 그림과 상상력으로!

 

 

아들이 우주에 관심이 많았던 때 우리 모자는 밤마다 달 모양을 관찰하느라 하늘에서 달을 찾곤 했다. 그때가 보름이라면 둥근 보름달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때였다. 아이의 관심이 우주도 달도 아닌 기차와 건축에 있는 요즘 달을 볼 기회는 예전같지 않지만 달은 언제나 아이에게 호기심의 대상이고 많은 궁금증과 이야기를 낳는다. 


 

달 밝은 밤. 


 

 실제로 저런 고층 아파트가 있는 도시의 달이 저리 크고 밝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막연히 '달 밝은 밤'을 그려보면 저 정도는 밝아줘야 '달 밝은 밤'이랄 수 있을 것만 같다. 바로 그 점을 이혜리 작가는 알고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지어진다. 저런 '달 밝은 밤'을 원했어요.

 

이혜리 작가의 글/그림으로 된 그림책의 특징 중 하나는 글밥이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적은 글밥 속에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단지 아이는 창밖으로 보름달을 바라볼 뿐인데 그 안에서 사자를 떠올렸다. 해도 아닌 달에게서. 달밤에 사자와 신 나게 놀고 달로 빠져들어간다. 달과 내가 하나가 된다.

 

하늘 끝까지 달려 보자!

 

 이 이야기를 진짜냐고 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상이다. 그런데 그 상상이, 정말 기분이 좋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 갑갑한 무언가가 해소되는 느낌이 드는데 아이들은 어떨까? 함께 읽는 아들의 표정이 밝다. 아직 어려서 달로 진짜 빠져들어간 줄 아는 것 같다. 그것도 좋다. 중요한 건 그림책을 읽고 아이의 눈이 반짝이느냐는 것! 반짝인다. 오늘부터 보는 달은 그냥 달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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