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책읽기 좋은 창문이었다. 이런 창문을 가진 방을 갖고 싶었다. 이런 방을 발견할 때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생각난다.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그 갈망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쯤이라도 이런 방을 얻어 하룻밤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 맛을 보면 볼수록 더욱 간절하다.

 

 

짐을 풀고 잠시 쉬자니 아이를 데리고 남편은 주변 구경을 나갔다. 잠시 후 나도 나가 그들을 발견했지만 다가가지 않았다. 되려 더 먼 곳으로 혼자 나와버렸다. 개울이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고 외따로 혼자 큰 돌을 하나 깔고 앉아 가만히 앉아 보았다.

 

굳이 귀를 기울인 것도 아닌데 새소리가 들려왔다. 쫑알쫑알쫑알! 새들의 울음 소리가 이토록 불규칙했던가? 하긴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말하나? 스스로를 어이없어 하며 귀를 기울이자니 한 새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 같았다. 쫑알쫑알쫑알.....그러다 소리가 잦아져 대화가 잘 풀리나 보다 생각했는데 다시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무래도 오래 갈 듯 하다. 귀를 열어놓으니 낮은 풀벌레 울음 소리도 들린다. 참 신기하다. 혼자 있어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전혀 심심하지가 않다.  이래 저래 걸으며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래보았다가 갈라진 흙 사이에 핀 꽃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비도 와야겠구나 너희를 위해서.

 

 

 

 

마음이 절로 너그러워지는 시간이었지만 길지 않았다. 한 20분쯤 되었을까,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앨리스가 꿈꾸는 '나만의 세계'도 고파졌다. 내가 나만의 세계를 꿈꾸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비가 오는 날 밖에서 가족과 함께 고기를 구워먹고 수다를 떨고 다음날 차를 타고 다니는 여정을 싫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는 함께 하는 그 시간에 비례하여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을 더욱 더 고파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같이 사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혼자있고 싶어진 적 없어? 없단다. 사람인가 싶다. 당신만의 세계를 꿈꾸어 보라고 충고하고 싶어졌다.

 

다음 날 비온 덕분에 이화원이라는 실내 식물원에 갔다. 실내 식물원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어서 살짝 걱정을 하고 갔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맛있는 차도 마시고 향긋한 냄새도 맡고 푸르른 나무도 보고 흙도 밟고....불순하게도 나는 그 와중에 데이트가 하고 싶어졌다. 이런 곳에서 넓지 않은 이 곳을 두 바퀴 세 바퀴 맴돌면서 걸으며 설레는 대상과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상상만으로도 두근두근한다. 연애는 현실적으로 좀 어렵겠고 달달한 그런 소설책이 읽고 싶어졌다. 제인오스틴의 소설도 좋겠고, 백영옥의 소설도 좋겠다. 아님 파격적으로 중년의 사랑(?)은 어떨지....나쁘지 않다^^ 이미 읽은 책들만 생각이 난다. 본격적으로 탐색해봐야겠다.

 

 

 

 

 

 

 

 

 

 

 

 

 

 

 

 

 

 

 

 

 

 

 

 

 

 

 

나는 지금도 꿈꾼다. 혼자만의 방, 혼자만의 시간을. 때로는 그것을 얻기 위해 협상하고 포기하고 아주 좁고도 짧게 획득하곤 하지만 그것은 늘 모자라다..충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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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30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09-30 09:34   좋아요 0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유령도 방이 필요하다
라고 쓰였더라구요ㅋㅋ

저 식물원의 경우 혼자 책 가져가서 읽어도 좋겠더라구요. 사람도적고 커피는 있고 빈테이블도 곳곳에 있어서요^^ 이럴땐 운전을 배우고 싶어요^^

단발머리 2013-09-30 11:41   좋아요 0 | URL
운전은 할 줄 알지만, 길을 몰라 갈 수 없다는.....

네비도 소용없어요. 두 가지를 못 합니다.
네비를 보며 운전하기.T.T

그렇게혜윰 2013-09-30 12:22   좋아요 0 | URL
저도 실은...면허증은 있어요...1종 보통...
실연의 아픔으로 따서 지금은 어케 땄는지 미스테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