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단순히 나는 '손을 자른다'는 물리적 행위로만 제목을 읽어서 애써 외면했던 책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의 제목은 파울첼란의 [빛의 강박]의 한 구절에서 따 왔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곳에 북마크를 꽂아두었는데 저자 사사키 아타루의 문체와 문장이 매력적인 책이었다. 하지만 읽으면서도 사실 완전한 이해(그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독해라고 해야할 것 같다.)를 하지 못해서 읽으면서도 막연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도 이 책이 많이 좋았다. 이 느낌을 공유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옮긴이 송태욱 씨였다. 그가 옮긴이의 말에서 쓴 말이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긴 해도 왠지 끌리는 책이 있다. 그 책의 핵심 내용이 아닌, 가볍게 흘러나온 몇몇 문장들에서, 그 책 전체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만큼 와 닿는 부분이 있어서일 것이다.
- '옮긴 이의 말' 중>


사사키 아타루의 글에는 열정이 묻어 있었다. 매우 객관적이고 냉정한 열정. 독자들과 함께 나아가기 위해 반복하고 독려하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 문장의 힘이 나를 이 책을 끝가지 다 읽게 하는 힘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책들의 적지 않은 부분을 옮겨적어보기로 했다.

p44
나의 읽기 습관을 콕 짚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반복해서 읽는 편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최근 리뷰를 공들여 쓰기 위해 혹은 다른 이유들로 두 번 세 번 읽은 책들이 읽을 때마다 더 깊이 읽혀지는 것을 경험했던지라 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p85
읽으라고 만들어진 책이 결국은 읽을 수 없는 존재라는 역설적 표현은, 책은 가벼이 볼 대상이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저자의 표현 속에 나오는 '그런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그리고 저자의 이 책 또한 '그런 책'에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가 동시에 떠올랐다.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는 소망에 앞서 '그런 책'을 쓸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든다.

p147, p167
원리주의자(원리주의라는 말이 부정적말이었구나,,,하는 자책감과 번역에 대한 의구심이 살짝 들었다. 여기서는 옴진리교나 나치와 같은 자들을 말한다.)라는 비난을 맞기 싫다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 즉 천사적인 일을 하루 빨리 얻으시길. 특히 남보다 앞장 서 나아가려는 자들.

p269
책이 곧 혁명이다. 이 말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수십 번도 더 반복되는 말이다. 책을 읽는 것만이 혁명을 만들 수 있다는, 책 읽는 자들이여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져라~~!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p280-281
문학이 죽었네, 끝났네 라고 엄살 떨지 말고 부지런히 읽고 쓰고 다시 읽고 다시 써서 혁명의 빛을 꺼뜨리지나 말거라~~라고....마지막 말, '창피하니까 그만두세요.'에서 느껴지느느 사사키 아타루의 문체. 매력 있다.



최근 사사키 아타루의 새 책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새 책을 기대하는 지인의 트윗 덕분이었다. 나 역시 사사키 아타루의 다른 책들이 무척 궁금해진다. 같은 사람이 번역했으면 더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역자와의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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