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래빗과 어린왕자의 뒤를 이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다른 책을 원해서 잠시 보류했다. 아이가 원한 책은 <칙칙폭폭 꼬마 기차>으로 얼마 전에 구입한 기차에 관한 그림책이다. 아이가 혼자 읽기엔 글밥이 매우 많고 엄마가 읽어주기에도 사실 목이 꽤나 아픈 책이라 낮엔 살짝 회피하기도 하는데 밤엔 읽어줘보니 이만한 잠자리책이 없지 싶다. 한 권을 거의 다 읽을 즈음 아이는 어김없이 잠이 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묘사가 정말 세밀하다는 것이다. 기차에 대한 추상적인 관심에서 구체적인 관심으로 그 깊이가 깊어지고 있는 아들 녀석에겐 가려운 자리 알아서 긁어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글과 그림에 집중하며 듣는 모습이 여간 사랑스럽지 않다.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밤에 책을 읽어주면서 내가 생각하는 잠자리책에 대한 조건이 있기에 첨언해 본다.

 

1. 지식책 보다는 이야기책이어야 한다. 일전에도 거론한 바 있는데, 꿈을 꾼다는 것은 현실을 살짝 벗어난다는 소리이다. 그런 시간을 인간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이유로 이야기가 있는 책이 좋다고 생각하며 또한  지식책에는 어쩔 수 없이 긴장이 따르는 것 같아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어준 다음날 아침 아들은 깨자마자 어제 앨리스와 기차를 탔다나 뭐래나? 그런다 ㅎㅎ

 

2. 그림책도 괜찮지만 시각보다는 청각만으로도 즐거운 책을 고르는 편이 좋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눈을 피곤하게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 평소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잠자리에서만은 그림책보다는 글밥이 풍성한 책을 읽어주고 싶다. 예전엔 책을 읽어줄 때 스탠드를 켜고 읽어줬는데 그러다보니 아이가 자연 눈에 힘을 줘가며 같이 그림을 보려하길래 요샌 핸드폰 앱을 깔아서 국소부위만 빛을 비추게 하여 나만 눈을 혹사하고 있다. 내 눈도 소중한데 뭔가 대안은 필요할 듯 하다.

 

3. 너무 짧은 책보다는 너무 긴 책이 낫다. 너무 짧은 책을 두번 세번 읽는 것이 낮에는 좋은 것 같지만 잠자리에서는 해 보니 영 지루한 게 아니다. 아이가 졸릴 때는 결국 나도 졸릴 때라는 말인데 읽어주는 내가 재밌어야 내가 먼저 잠이 들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거의 2주에 걸쳐 읽어주었고, <피터래빗 시리즈>는 하루에 여러 권을 읽어줬다. 다행히 <칙칙폭폭 꼬마 기차>는 한 권 만에 잠이 들고 있다.

 

4. 꼭 책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이야기를 꾸며서 들려주기도 하고, 또 오늘 같은 날은 조용한 동요를 여러 곡 번갈아 불러줬다. 어떤 외부 원칙에 얽매이기보다는 '내 아이'라는 원칙만 지키면 행복한 잠들기 시간이 될 것 같다. 참고로 오늘 들려준 노래의 트랙은^^

 

나뭇잎배 -> 섬집 아기 -> 등대지기 -> 노을 ->하늘나라 동화 ->그네(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요집)

 

을 세번 반복하던 중에 잠이 들었다.^^

 

 

그나저나 잠은 잘 들었는데 가래가 끓는 모양이다 옆에서 안쓰럽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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